
물가가 연일 급등한다는데, 3월에는 지난해 대비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서더니 급기야 지난달에는 4% 후반까지 올라섰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라는데, 말 그대로 무서운 기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기름값도 전년 대비 34% 넘게 올랐고, 전기 요금에 외식 같은 개인 서비스 가격도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안 오른 품목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소리만 들릴 정도입니다.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 기름값만 한 달에 5만 원이 더 드는데…집에 있는 게 낫지 않나요?
직업상 운전할 일이 많다면, 요즘 상황 더욱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정수기 방문 점검 일을 하는 김은정 씨는 하루 평균 20가구 정도를 방문합니다. 여러 집을 다녀야 해 차량 운전이 필수인데, 특수고용노동자이다보니 자차를 이용하고, 기름값 지출도 모두 은정 씨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매일 운전하는 거리를 계산해봤더니 20km 남짓, 다른 동료들보다 적은 거리를 움직이는 건데도 기름값 감당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보고자 일부러 셀프주유소를 찾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한 달에 17~20만 원씩 나왔던 휘발윳값이 최근 들어서는 5만 원씩 꼬박 더 나옵니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지출 비용이잖아요. 차량 유지비하고 기름값이 저 같은 경우에는 35만 원 정도는 지출되는 돈이거든요. 특수고용직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매우 부담스럽고 힘듭니다."
오늘(4일)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윳값은 1979.54원. 경유는 1959.08원입니다. 정부가 기름값 잡겠다고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늘렸는데도, 여전히 1,9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을 하면서도 복잡한 심경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막상 돈을 벌려고 나왔는데 주유비 빼고 식비 빼고, 뭐 빼고 하면 손에 쥐는 게 없어요. 그래서 '일을 하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정말 많아요. '그냥 차라리 집에 있는 게 돈 버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은정 씨는 그나마 본인은 사정이 낫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근무지가 먼 동료들은 출퇴근 왕복에만 하루 30km씩 움직이고, 방문 점검일까지 해야 하다 보니, 기름값 감당이 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급기야는 자전거를 이용해 일하는 실정입니다.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담을 느끼셔서 주변에 있는 동료분들이 차를 두고 자전거로 이렇게 업무를 진행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많이 안타까워요."
■ 한숨만 느는 자영업자들…"음식값 올려도 남는 건 없어"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어딜 가나 음식값 등 외식비가 많이 오르다 보니, '돈 많이 버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비싸냐' 볼멘소리를 듣지만, 오히려 속은 타들어 갑니다. 실제 지난달 외식비는 전년 대비 6.6%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는데 자영업자들, 정작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지용 씨는 2주 전, 치킨값을 1,000원 올렸습니다. 문제는 치킨값만 오른 게 아니라, 식자재값이 모두 같이 올랐다는 겁니다.
"1,000원, 2,000원을 올린다고 하면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비싸졌다라고 느끼시는데, 사실은 그 올린 금액이 자잿값이나 그게 올라간 것보다 못해요. 음식값을 올렸는데 남는 게 줄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이거를 고객들이 이해를 하지 않잖아요. 음식값이 오른 것만 보이잖아요."
실제 지난달 축산물, 가공식품이 모두 전년 대비 7% 넘게 오른 상황, 남는 건 없는데도 오히려 비싸다는 느낌 때문에 손님들이 줄까 되레 걱정인데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거를 놔버리면 다른 거를 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끌고 가고 있는 거지, 막, 너무 수입 좋아서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 체감 물가는 더 오르고, 정부가 조치를 한다고 하지만…
가계도 한번 들여다볼까요? 장바구니, 점점 홀쭉해지고 있습니다. 농·축·수산물이 최근 안정세에 접어드나 했더니,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파나 사과, 쌀 같은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많이 내렸는데, 수입 쇠고기와 돼지고깃값은 또 크게 뛰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성태 씨도 최근 들어 손님들의 구입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체감합니다.
"요즘 국내산 같은 경우는 국내산 돼지 가격이 저 장사하고 난 이래로 제일 많이 오른 것 같아요. 드시는 분들도 뭐 그전에 집에서 이제 가족끼리 삼겹살 드시는 분들도 뭐 한 3근, 4근 사실 거, 이제 뭐 1근, 2근밖에 안 사시고 그러니까 많이 좀 힘들어하시죠. "
자주 사고 지출 비중이 높아서 피부로 더 느낄 수밖에 없는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 물가는 더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8% 올랐는데, 생활 물가지수는 6% 가까이 올랐습니다.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이니, 누구 하나 고물가를 체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정부도 이 물가 상승세,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당분간 물가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고, 한국은행 또한 원자재가격 상승,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자 측 물가압력 증대 등을 이유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도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인데, 일단 유류세 인하 폭이 소비자 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하고, 주요 원자재와 곡물에 대해 할당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비축유 추가방출과 LNG 장기도입 계약 등의 추가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 대외 변수 등이 남아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정부 정책들이 바로 반영되고, 효과가 있을지는 과제로 남습니다.
몇 달째 이어진 고물가 상황, 다음 달에는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스런 전망까지 나오는데, 당분간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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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업해도 적자인데, 집에 있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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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5-04 17:53:13

물가가 연일 급등한다는데, 3월에는 지난해 대비 물가상승률이 4%를 넘어서더니 급기야 지난달에는 4% 후반까지 올라섰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3년 6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라는데, 말 그대로 무서운 기세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인한 유가 상승, 원·달러 환율 급등 등으로 기름값도 전년 대비 34% 넘게 올랐고, 전기 요금에 외식 같은 개인 서비스 가격도 올랐습니다.
말 그대로 안 오른 품목이 없다시피 하다 보니, 주변에서는 살기가 더 팍팍해졌다는 소리만 들릴 정도입니다. 대체, 어느 정도일까요?
■ 기름값만 한 달에 5만 원이 더 드는데…집에 있는 게 낫지 않나요?
직업상 운전할 일이 많다면, 요즘 상황 더욱 피부로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정수기 방문 점검 일을 하는 김은정 씨는 하루 평균 20가구 정도를 방문합니다. 여러 집을 다녀야 해 차량 운전이 필수인데, 특수고용노동자이다보니 자차를 이용하고, 기름값 지출도 모두 은정 씨가 부담하고 있습니다.

매일 운전하는 거리를 계산해봤더니 20km 남짓, 다른 동료들보다 적은 거리를 움직이는 건데도 기름값 감당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름값을 조금이라도 더 아껴보고자 일부러 셀프주유소를 찾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지난해만 해도 한 달에 17~20만 원씩 나왔던 휘발윳값이 최근 들어서는 5만 원씩 꼬박 더 나옵니다.
"매달, 꼬박꼬박 나가는 지출 비용이잖아요. 차량 유지비하고 기름값이 저 같은 경우에는 35만 원 정도는 지출되는 돈이거든요. 특수고용직에서 근무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매우 부담스럽고 힘듭니다."
오늘(4일) 기준 서울 평균 휘발윳값은 1979.54원. 경유는 1959.08원입니다. 정부가 기름값 잡겠다고 이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30%로 늘렸는데도, 여전히 1,900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을 하면서도 복잡한 심경을 숨길 수가 없습니다.
"막상 돈을 벌려고 나왔는데 주유비 빼고 식비 빼고, 뭐 빼고 하면 손에 쥐는 게 없어요. 그래서 '일을 하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정말 많아요. '그냥 차라리 집에 있는 게 돈 버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은정 씨는 그나마 본인은 사정이 낫다고 말합니다. 집에서 근무지가 먼 동료들은 출퇴근 왕복에만 하루 30km씩 움직이고, 방문 점검일까지 해야 하다 보니, 기름값 감당이 더 쉽지 않다는 겁니다. 급기야는 자전거를 이용해 일하는 실정입니다.
"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담을 느끼셔서 주변에 있는 동료분들이 차를 두고 자전거로 이렇게 업무를 진행하시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많이 안타까워요."
■ 한숨만 느는 자영업자들…"음식값 올려도 남는 건 없어"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습니다. 요즘 어딜 가나 음식값 등 외식비가 많이 오르다 보니, '돈 많이 버는 거 아니냐, 왜 이렇게 비싸냐' 볼멘소리를 듣지만, 오히려 속은 타들어 갑니다. 실제 지난달 외식비는 전년 대비 6.6% 오르면서 물가 상승을 견인했는데 자영업자들, 정작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정지용 씨는 2주 전, 치킨값을 1,000원 올렸습니다. 문제는 치킨값만 오른 게 아니라, 식자재값이 모두 같이 올랐다는 겁니다.
"1,000원, 2,000원을 올린다고 하면 소비자가 느끼기에는 비싸졌다라고 느끼시는데, 사실은 그 올린 금액이 자잿값이나 그게 올라간 것보다 못해요. 음식값을 올렸는데 남는 게 줄었다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이거를 고객들이 이해를 하지 않잖아요. 음식값이 오른 것만 보이잖아요."
실제 지난달 축산물, 가공식품이 모두 전년 대비 7% 넘게 오른 상황, 남는 건 없는데도 오히려 비싸다는 느낌 때문에 손님들이 줄까 되레 걱정인데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지금 하고 있는 거를 놔버리면 다른 거를 할 수가 없으니까 그냥 끌고 가고 있는 거지, 막, 너무 수입 좋아서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요."
■ 체감 물가는 더 오르고, 정부가 조치를 한다고 하지만…
가계도 한번 들여다볼까요? 장바구니, 점점 홀쭉해지고 있습니다. 농·축·수산물이 최근 안정세에 접어드나 했더니,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습니다.
파나 사과, 쌀 같은 농산물은 전년 동월 대비 많이 내렸는데, 수입 쇠고기와 돼지고깃값은 또 크게 뛰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울 영등포시장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성태 씨도 최근 들어 손님들의 구입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걸 체감합니다.
"요즘 국내산 같은 경우는 국내산 돼지 가격이 저 장사하고 난 이래로 제일 많이 오른 것 같아요. 드시는 분들도 뭐 그전에 집에서 이제 가족끼리 삼겹살 드시는 분들도 뭐 한 3근, 4근 사실 거, 이제 뭐 1근, 2근밖에 안 사시고 그러니까 많이 좀 힘들어하시죠. "
자주 사고 지출 비중이 높아서 피부로 더 느낄 수밖에 없는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 물가는 더 크게 올랐습니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 지수는 1년 전에 비해 4.8% 올랐는데, 생활 물가지수는 6% 가까이 올랐습니다. 2008년 8월 이후 최고치이니, 누구 하나 고물가를 체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겁니다.

정부도 이 물가 상승세,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당분간 물가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고, 한국은행 또한 원자재가격 상승, 거리 두기 해제에 따른 수요자 측 물가압력 증대 등을 이유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앞으로도 당분간 4%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계획인데, 일단 유류세 인하 폭이 소비자 가격에 신속히 반영되도록 하고, 주요 원자재와 곡물에 대해 할당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또 비축유 추가방출과 LNG 장기도입 계약 등의 추가 대책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 등 대외 변수 등이 남아 있는 상황인 만큼 이 같은 정부 정책들이 바로 반영되고, 효과가 있을지는 과제로 남습니다.
몇 달째 이어진 고물가 상황, 다음 달에는 더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스런 전망까지 나오는데, 당분간 서민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인포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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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진 기자 roo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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