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플러스] 김만권 정치철학자 “‘미움이 지배한 선거’로 탄생한 새 정부, 경청하고 협치해야”

입력 2022.05.09 (16:46) 수정 2022.05.09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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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 정치철학은 각 정부의 국정기조 실현 위한 정책 평가·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일
- 정치란, 갈등하는 집단들 설득하고 합의해 결국 접점 찾는 과정
- 한국 정치, 치열한 경제 환경 속 제도적 경험 부족해 정치의 효능감 잘 못 느껴
- 부모 재력·지위 특권 물려주려는 것은 능력주의가 가족주의 벗어나지 못한 한계
- 지난 대선은 '미워하는 마음이 지배한 선거'…새 정부 갈라진 마음 경청하는 공동체 협치 필요

■ 방송시간 : 5월 9일(월)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김만권 정치철학자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https://youtu.be/JQ-d157eV5c

◎범기영 지금부터는 정치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읽어보는 시간 가져볼까 합니다. 정치 철학자 김만권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만권 안녕하십니까?

◎범기영 여의도 사사건건 토론하는 거 지켜보셨죠?

▼김만권 예, 봤습니다.

◎범기영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만권 정치 토론은 볼 때마다 좀 이제 힘들다는 느낌이 좀 들고요. 지켜보는 시청자분들이나 다 많은 분들이 지켜보실 때 즐거운 이야기들이 많아야 되는데 즐거운 이야기보다는 충돌하는 지점이나 아니면 갈등하는 지점이 지금 훨씬 더 많은 시점이라 많은 분들이 좀 힘들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정치 철학, 정치학이 아니고 정치 철학이에요.

▼김만권 정치학의 한 분야이긴 한데요. 철학과 좀 접목이 돼 있는데, 정치 철학을 쉽게 여러분에게 설명을 좀 드린다면, 국정 철학과 좀 비교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국정 철학.

▼김만권 정부가 있다고 한다면 정부마다 자기 국정 철학을 제시를 하잖아요. 이제 뭐 우리가 쭉 돌아보면 김대중 정부 때 같은 경우에는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 같은 경우에는 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는 뭐 이렇게 그런 이름을 쓰진 않았지만 작은 정부, 큰 시장. 이런 식의 국정 기조들이 명백하게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국정 기조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쓰게 되는데요. 그러면 그런 정책들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혹시나 위반하지 않았나, 아니면 정치적 표현을 억제하진 않나. 아니면 그 가운데에 또 소외된 사람이 생겨나지 않나, 그런 것들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어떤 정치적 워드나 제도 같은 거,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게 저희 정치 철학이 하는 일입니다.

◎범기영 알 것도 같고 어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정치 철학 전공자시니까, 정치라는 게 뭡니까? 요즘에 제가 이 프로그램 맡은 지 한 9개월 정도 되는데, 매일매일 정치가 갈등이기만 한가,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하거든요? 정치는 뭡니까?

▼김만권 많은 분들이 정치가 갈등이냐, 정치가 조화냐, 라고 이야기를 하시고. 그리고 오래전부터 사실 정치 철학 내에서도 이게 뭐가 맞는 건지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있어왔는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이제 우리가 정치는 결국은 우리가 사회를 살게 되면 갈등하는 집단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리고 갈등하는 이익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갈등하는 집단과 이익들 사이에서 저희들이 결국은 접점을 찾아서, 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가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결국은 정치라고 봐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그런데 우리 정치가 좀 특징적인 건지, 세계 정치가 다 다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갈등하고 경쟁하는 요소가 훨씬 더 많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김만권 네, 맞습니다. 지금 현재 이제 우리 정치 내부를 이렇게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우리가 경제가 워낙 치열한 시장이 만들어져 있고 그 속에서 갈등하고 이익 갈등들이 많이 뻗어져 나오면서 정치에서 합의를 못 보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고요. 그것 때문에 여러분이 뉴스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포퓰리즘이라든지 여러 가지 다양한 정치 현상들이 아주 갈등적으로 나오고 있는 그런 시점입니다. 그런데 이게 전 세계적인 시점이긴 한데요.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가 조금 심하다는 생각은 들긴 드는데요. 기본적으로 이제 우리 민주주의 정치가 서로를 설득하고 합의하는 문화가 있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우리 정치에 그 설득하고 합의하는 문화가 좀 정착이 덜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돌아보면 미국 정치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으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사태도 있었으니까요.

▼김만권 예, 맞습니다.

◎범기영 과정에 사망자도 있었고. 한국 정치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김만권 지금 현재로는 이걸 한국 정치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고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 한국 정치 같은 경우에는 이게 제도적 경험이 없다 보니까 이제 사실은 갈등하는 이익이 있으면 그 갈등하는 이익을 합의를 보고 제도로 풀어줘야 이제 사람들이 정치의 효능감을 느끼는데, 이제 그 기능이 없으니까, 아직까지는 우리가 동물 국회니 식물 국회니 또는 뭐 협치가 안 된다는 말, 이런 말들이 결국은 우리가 서로 설득하는 과정이 잘 없고 합의를 잘 못 보고, 그래서 문제 해결을 잘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기에 효능감을 잘 못 느끼고 있는 부분은 명백하게 우리 국민한테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범기영 지난 대선을 보면 양 정당의 지지층이 강력하게 결속하고 아주 근소한 0.73%p 차이로 결과가 나왔어요. 그 이후에도 정치적 긴장이 이완되지 않습니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긴 한데. 방법이 있긴 있는 겁니까, 이 상황에?

▼김만권 지난 선거를 보면, 뭐 지난 선거를 보고 저 보고 한마디로 평가를 해보라 그러면, 저는 이렇게 미워하는 마음이 지배했던 선거다, 그래서 약간 갈라진 마음이 이제 우리한테 다 드러났던 어떤 그런 시기라는 생각이 좀 많이 드는데.

◎범기영 갈라진 마음.

▼김만권 그래서 보면 선거도 내내 양대 공당이 뭐 젠더, 세대, 이런 거로 나눠서 계속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고요. 거기에서 때로는 차별과 혐오 현상까지 발생하는 그런 마음들이 이제 좀 발생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우리가 승자 같은 경우에는 승자로서의 어떤 위로, 패자에게 위로를 건네고 또 패자 같은 경우에는 패자로서 승자에게 승인하고 또 축하를 보내는 그런 과정들, 화해와 치유의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과정들도 좀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이런 분열된 현상들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데요. 또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계속 이런 현상이 좀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지금 국회 인사청문회 계속 진행되고 있고 한동훈 후보자 관련 논란이 오늘 아주 뜨겁습니다. 이런 상황은 정치 철학자는 어떻게 읽습니까?

▼김만권 이제 지금 현재 어떻게 보면 지난 정부와 그리고 새로 들어오게 될 우리 정부가 같이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한다면 저는 이게 공정과 상식이라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은 그 공정과 상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서 이번에 새로운 정부도 정권 교체를 이루었기 때문에 결국은 이 2개는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그런데 우리가 그 공정과 상식 문제를 제기했던 그 지점을 돌이켜 보면 사실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스펙을 만들어서 물려주는 그런 현상들이 좀 있었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상당히 사회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것들을 비판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비판했던 지점이 다시 똑같이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정부에서, 인사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좀 안타까운 부분이고요. 그래서 자기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적용한 잣대가 있다고 한다면 그 타인에게 적용한 잣대가 있다고 한다면 그 잣대는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어떤 그런 지점을 분명하게, 명백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은 듭니다.

◎범기영 전 정부, 그러니까 현 정권의 장관들보다는 낫지 않느냐, 이런 항변인데.

▼김만권 기본적으로 누구보다는 낫다, 라는 것도 비교하는 건 좋겠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일정 수준의 그런 것들이 있는데요. 그 일정 수준의 자질을 정말 갖추었는가, 라고 봤을 때 거기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그리고 그 일정 수준의 자격이라고 했을 때 과거에 가장 비판점이 많았던 부분에 똑같이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조금 더 이렇게 확장을 해보면 사실 부모의 재력이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 부모의 교육 수준, 이런 것들이 사실상 세습되는 것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그 스펙 쌓기를 통해서.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해야 될 것들이 있잖아요.

▼김만권 예,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현재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능력주의라는 것들이 우리 사회에 지금 넘쳐가고 있는데요. 그런데 뭐 능력주의가 처음 시작할 때는 사실은 신분 제도를 타파하고 어떤 뭐라고 해야 될까,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고 공정한 사회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능력주의도 결국은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권들을 자꾸 물려주려고 하는 그런 성향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능력주의도 가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자꾸 가족의 대를 이어서 특권들을 자꾸 물려주려고 하는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게 간단히 이걸 파악하기가 어려운 지점이 뭐냐 하면, 한 개인이 어떤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면 자기가 갖고 있을 때는 자산인데 남이 갖고 있으면 이게 부패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걸 이렇게 적용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아주 모호한 지점이 나오기 때문에 이것들을 좀 명백하게 하기 위해서 지금 정치권에서 이제 그런 부모의 개입이나 도움이 어디까지여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정치적 논의가 명백하게 좀 있어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그걸 통해서 기준을 명백하게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서 제도도 다시 재정비되는 과정이 따라야 될 거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이제 몇 시간 후면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이 됩니다. 거리의 정치 철학자는 새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김만권 지금 현재 우리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지난 선거 이후에 지켜본 게 갈라진 마음이다, 라고 이제 말씀을 드렸는데요. 기본적으로 이제 저희 정치에서 소통이 잘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많이 듭니다. 그런데 소통이라는 말에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흔히 표현하는데요. 그 말의 속뜻은 뭐냐 하면 공통의 것을 만들어서, 그러니까 공유하는 걸 만들어서 서로에게 다 속하는 고통의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통의 것을 만들려면 상대방의 말을 듣는, 이제 그런 태도들이 필요한데요. 지금 현재는 우리 정치가 자기 말만 자꾸 하고 그리고 다른 진영이나 다른 입장이나 이런 것을 가진 분들의 말들은 잘 듣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자기 말만 하는 세상에서 경청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하는, 한병철 선생님이 하셨던 유명한 말인데요. 여러분에게, 지금 정치인들에게도 지금 그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귀 기울이고 타자의 말,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범기영 경청하는 공동체. 협치가 오간 데 없는 정국이라 이게, 이 말이 또 들릴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만권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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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플러스] 김만권 정치철학자 “‘미움이 지배한 선거’로 탄생한 새 정부, 경청하고 협치해야”
    • 입력 2022-05-09 16:46:12
    • 수정2022-05-09 18:32:58
    사사건건
- 정치철학은 각 정부의 국정기조 실현 위한 정책 평가·판단하는 기준을 제공하는 일<br />- 정치란, 갈등하는 집단들 설득하고 합의해 결국 접점 찾는 과정<br />- 한국 정치, 치열한 경제 환경 속 제도적 경험 부족해 정치의 효능감 잘 못 느껴<br />- 부모 재력·지위 특권 물려주려는 것은 능력주의가 가족주의 벗어나지 못한 한계<br />- 지난 대선은 '미워하는 마음이 지배한 선거'…새 정부 갈라진 마음 경청하는 공동체 협치 필요
■ 방송시간 : 5월 9일(월)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김만권 정치철학자 (경희대 학술연구교수)


https://youtu.be/JQ-d157eV5c

◎범기영 지금부터는 정치를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읽어보는 시간 가져볼까 합니다. 정치 철학자 김만권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만권 안녕하십니까?

◎범기영 여의도 사사건건 토론하는 거 지켜보셨죠?

▼김만권 예, 봤습니다.

◎범기영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만권 정치 토론은 볼 때마다 좀 이제 힘들다는 느낌이 좀 들고요. 지켜보는 시청자분들이나 다 많은 분들이 지켜보실 때 즐거운 이야기들이 많아야 되는데 즐거운 이야기보다는 충돌하는 지점이나 아니면 갈등하는 지점이 지금 훨씬 더 많은 시점이라 많은 분들이 좀 힘들어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정치 철학, 정치학이 아니고 정치 철학이에요.

▼김만권 정치학의 한 분야이긴 한데요. 철학과 좀 접목이 돼 있는데, 정치 철학을 쉽게 여러분에게 설명을 좀 드린다면, 국정 철학과 좀 비교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국정 철학.

▼김만권 정부가 있다고 한다면 정부마다 자기 국정 철학을 제시를 하잖아요. 이제 뭐 우리가 쭉 돌아보면 김대중 정부 때 같은 경우에는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정부 같은 경우에는 참여정부, 그리고 이명박 정부에는 뭐 이렇게 그런 이름을 쓰진 않았지만 작은 정부, 큰 시장. 이런 식의 국정 기조들이 명백하게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국정 기조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이제 여러 가지 정책들을 쓰게 되는데요. 그러면 그런 정책들이 우리 국민의 안전을 혹시나 위반하지 않았나, 아니면 정치적 표현을 억제하진 않나. 아니면 그 가운데에 또 소외된 사람이 생겨나지 않나, 그런 것들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어떤 정치적 워드나 제도 같은 거,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게 저희 정치 철학이 하는 일입니다.

◎범기영 알 것도 같고 어렵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정치 철학 전공자시니까, 정치라는 게 뭡니까? 요즘에 제가 이 프로그램 맡은 지 한 9개월 정도 되는데, 매일매일 정치가 갈등이기만 한가,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하거든요? 정치는 뭡니까?

▼김만권 많은 분들이 정치가 갈등이냐, 정치가 조화냐, 라고 이야기를 하시고. 그리고 오래전부터 사실 정치 철학 내에서도 이게 뭐가 맞는 건지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있어왔는데요. 그런데 실제로는 이제 우리가 정치는 결국은 우리가 사회를 살게 되면 갈등하는 집단이 있을 수밖에 없게 되고 그리고 갈등하는 이익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 갈등하는 집단과 이익들 사이에서 저희들이 결국은 접점을 찾아서, 이 접점을 찾을 수 있도록 서로가 설득하고 합의하는 과정이 결국은 정치라고 봐야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그런데 우리 정치가 좀 특징적인 건지, 세계 정치가 다 다른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갈등하고 경쟁하는 요소가 훨씬 더 많이 부각되는 것 같아요.

▼김만권 네, 맞습니다. 지금 현재 이제 우리 정치 내부를 이렇게 들여다보면 기본적으로 우리가 경제가 워낙 치열한 시장이 만들어져 있고 그 속에서 갈등하고 이익 갈등들이 많이 뻗어져 나오면서 정치에서 합의를 못 보는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고요. 그것 때문에 여러분이 뉴스나 이런 것들을 통해서 많이 들어보셨을 포퓰리즘이라든지 여러 가지 다양한 정치 현상들이 아주 갈등적으로 나오고 있는 그런 시점입니다. 그런데 이게 전 세계적인 시점이긴 한데요.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가 조금 심하다는 생각은 들긴 드는데요. 기본적으로 이제 우리 민주주의 정치가 서로를 설득하고 합의하는 문화가 있어야 되는데 아직까지는 우리 정치에 그 설득하고 합의하는 문화가 좀 정착이 덜 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돌아보면 미국 정치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으로 국회의사당을 점거하는 사태도 있었으니까요.

▼김만권 예, 맞습니다.

◎범기영 과정에 사망자도 있었고. 한국 정치만의 특징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김만권 지금 현재로는 이걸 한국 정치만의 특징이라고 볼 수는 없고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현재 우리 한국 정치 같은 경우에는 이게 제도적 경험이 없다 보니까 이제 사실은 갈등하는 이익이 있으면 그 갈등하는 이익을 합의를 보고 제도로 풀어줘야 이제 사람들이 정치의 효능감을 느끼는데, 이제 그 기능이 없으니까, 아직까지는 우리가 동물 국회니 식물 국회니 또는 뭐 협치가 안 된다는 말, 이런 말들이 결국은 우리가 서로 설득하는 과정이 잘 없고 합의를 잘 못 보고, 그래서 문제 해결을 잘 못 하고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여기에 효능감을 잘 못 느끼고 있는 부분은 명백하게 우리 국민한테 널리 퍼져 있는 것 같습니다.

◎범기영 지난 대선을 보면 양 정당의 지지층이 강력하게 결속하고 아주 근소한 0.73%p 차이로 결과가 나왔어요. 그 이후에도 정치적 긴장이 이완되지 않습니다.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긴 한데. 방법이 있긴 있는 겁니까, 이 상황에?

▼김만권 지난 선거를 보면, 뭐 지난 선거를 보고 저 보고 한마디로 평가를 해보라 그러면, 저는 이렇게 미워하는 마음이 지배했던 선거다, 그래서 약간 갈라진 마음이 이제 우리한테 다 드러났던 어떤 그런 시기라는 생각이 좀 많이 드는데.

◎범기영 갈라진 마음.

▼김만권 그래서 보면 선거도 내내 양대 공당이 뭐 젠더, 세대, 이런 거로 나눠서 계속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고요. 거기에서 때로는 차별과 혐오 현상까지 발생하는 그런 마음들이 이제 좀 발생을 하고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선거가 끝난 다음에는 우리가 승자 같은 경우에는 승자로서의 어떤 위로, 패자에게 위로를 건네고 또 패자 같은 경우에는 패자로서 승자에게 승인하고 또 축하를 보내는 그런 과정들, 화해와 치유의 과정이 있어야 되는데 그런 과정들도 좀 잘 보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 현재 이런 분열된 현상들을 우리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상당히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데요. 또 선거가 다가오고 있어서 계속 이런 현상이 좀 쉽게 봉합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지금 국회 인사청문회 계속 진행되고 있고 한동훈 후보자 관련 논란이 오늘 아주 뜨겁습니다. 이런 상황은 정치 철학자는 어떻게 읽습니까?

▼김만권 이제 지금 현재 어떻게 보면 지난 정부와 그리고 새로 들어오게 될 우리 정부가 같이 공유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고 한다면 저는 이게 공정과 상식이라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결국은 그 공정과 상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해서 이번에 새로운 정부도 정권 교체를 이루었기 때문에 결국은 이 2개는 얽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본적으로 그런데 우리가 그 공정과 상식 문제를 제기했던 그 지점을 돌이켜 보면 사실은 부모가 자녀들에게 스펙을 만들어서 물려주는 그런 현상들이 좀 있었고요. 그런 것들에 대해서 상당히 사회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었고 그런 것들을 비판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비판했던 지점이 다시 똑같이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정부에서, 인사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좀 안타까운 부분이고요. 그래서 자기가 어떤 잣대를 가지고 적용한 잣대가 있다고 한다면 그 타인에게 적용한 잣대가 있다고 한다면 그 잣대는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어떤 그런 지점을 분명하게, 명백하게 해야 된다는 생각은 듭니다.

◎범기영 전 정부, 그러니까 현 정권의 장관들보다는 낫지 않느냐, 이런 항변인데.

▼김만권 기본적으로 누구보다는 낫다, 라는 것도 비교하는 건 좋겠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어떤 일정 수준의 그런 것들이 있는데요. 그 일정 수준의 자질을 정말 갖추었는가, 라고 봤을 때 거기에 대해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그리고 그 일정 수준의 자격이라고 했을 때 과거에 가장 비판점이 많았던 부분에 똑같이 반복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국민들이 어떻게 보면 지금의 기준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조금 더 이렇게 확장을 해보면 사실 부모의 재력이나 부모의 사회적 지위, 부모의 교육 수준, 이런 것들이 사실상 세습되는 것 비슷한 상황이거든요, 그 스펙 쌓기를 통해서. 이런 상황에서 정치가 해야 될 것들이 있잖아요.

▼김만권 예,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지금 현재 우리가 사회를 어떻게 들여다보면 우리가 능력주의라는 것들이 우리 사회에 지금 넘쳐가고 있는데요. 그런데 뭐 능력주의가 처음 시작할 때는 사실은 신분 제도를 타파하고 어떤 뭐라고 해야 될까, 기존의 질서를 뒤흔들고 공정한 사회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던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능력주의도 결국은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식들에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특권들을 자꾸 물려주려고 하는 그런 성향이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이 능력주의도 가족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점이 있기 때문에 자꾸 가족의 대를 이어서 특권들을 자꾸 물려주려고 하는 그런 현상들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그런데 이게 간단히 이걸 파악하기가 어려운 지점이 뭐냐 하면, 한 개인이 어떤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으면 자기가 갖고 있을 때는 자산인데 남이 갖고 있으면 이게 부패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이걸 이렇게 적용해야 되는가에 대해서 아주 모호한 지점이 나오기 때문에 이것들을 좀 명백하게 하기 위해서 지금 정치권에서 이제 그런 부모의 개입이나 도움이 어디까지여야 하는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정치적 논의가 명백하게 좀 있어야 될 것 같고요. 그리고 그걸 통해서 기준을 명백하게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서 제도도 다시 재정비되는 과정이 따라야 될 거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이제 몇 시간 후면 새 대통령 임기가 시작이 됩니다. 거리의 정치 철학자는 새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시겠습니까?

▼김만권 지금 현재 우리 아까도 제가 말씀드렸지만 지난 선거 이후에 지켜본 게 갈라진 마음이다, 라고 이제 말씀을 드렸는데요. 기본적으로 이제 저희 정치에서 소통이 잘 안 이루어지고 있다는 생각은 많이 듭니다. 그런데 소통이라는 말에 우리가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흔히 표현하는데요. 그 말의 속뜻은 뭐냐 하면 공통의 것을 만들어서, 그러니까 공유하는 걸 만들어서 서로에게 다 속하는 고통의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통의 것을 만들려면 상대방의 말을 듣는, 이제 그런 태도들이 필요한데요. 지금 현재는 우리 정치가 자기 말만 자꾸 하고 그리고 다른 진영이나 다른 입장이나 이런 것을 가진 분들의 말들은 잘 듣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자기 말만 하는 세상에서 경청하는 사람들의 공동체라고 하는, 한병철 선생님이 하셨던 유명한 말인데요. 여러분에게, 지금 정치인들에게도 지금 그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귀 기울이고 타자의 말, 다른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말을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범기영 경청하는 공동체. 협치가 오간 데 없는 정국이라 이게, 이 말이 또 들릴지는 잘 모르겠는데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만권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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