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평군, 비리 복지법인에 추가로 시설운영 맡겨

입력 2022.05.11 (21:42) 수정 2022.05.11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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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촌 지역은 복지 수요가 많지만 시설은 부족합니다.

이를 민간 시설에 맡겨 해결하는 실정인데, 비리가 생겨도 계속 맡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부터 사흘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회복지관, 노인 요양원, 장애인 거주시설.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지원하는 복지 시설들이죠.

자치단체가 설치한 복지시설 10곳 가운데 9곳은 민간이 맡아 운영하는 '민간 위탁'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공공보다 민간이 복지 서비스를 주도해 온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인데요.

민간 영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살리자는 취지에도 위탁 법인 선정이 공정하지 못하다, 부정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고령화로 수요는 커지는 상황에서, KBS는 전남 지역 복지시설의 위탁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을 짚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오늘은 비리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위탁 사업을 더 따내는 함평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A 복지재단이 함평군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함평군립요양원입니다.

2016년부터 3년간 임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허위로 보고해 요양급여 7천7백여만 원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2019년 건강보험공단 조사로 밝혀졌습니다.

요양 급여를 더 받으려고 퇴사하거나 해외 출국한 직원까지 일했다고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요양원 전 직원 ㄱ 씨/음성변조 : "근무하지 않은 요양보호사를 근무한 것처럼 집어넣어 가지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근무 시간을 속인 임직원 중에는 A 재단의 대표이자 요양원장을 비롯해 딸, 동생 등의 가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요양원 전 직원 ㄴ 씨/음성변조 : "딸이랑 이사장님이 자꾸 해외에 일본이나 제주도나 외국을 방문하신 기록 그 기록을 확인하시더라고요. (실제로는 해외에 가 있었는데?) 네. 출근부에 다 사인을 한 거죠."]

업무 정지 70일의 행정처분과 부당 이득금 환수 조치가 내려졌고, 재단 대표와 부원장은 사기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A 재단의 군립요양원 위탁 계약은 1심 선고 직후인 지난해 9월 종료됐습니다.

그런데 함평군은 부정 수급을 한 A 재단을 위탁 운영 기관으로 또 선정했습니다.

재공고까지 거쳤지만 다른 지원자가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함평군 노인복지팀 관계자 : "보다 많은 법인들이 신청을 할 수 있도록 2차 공고로 전국까지 확대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A 재단만 한 군데만 신청을 해서..."]

A 재단은 이후에도 함평군 복지시설의 위탁 운영 사업을 또 따냅니다.

지난 3월, 경쟁 법인 2곳을 제치고 기존에 운영하던 장애인 거주시설의 위탁 사업자로 다시 뽑힌 겁니다.

당시 위탁 공고에는 시설장이 금고·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지원할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함평군 해당 부서는 A 재단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말합니다.

결격사유에 형사처벌 전력을 명시해 놓고는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100점 만점 중 20점 비중인 '공신력' 항목의 경우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0점 처리한다고 돼 있지만, A 법인은 지원한 3곳 가운데 가장 높은 18점을 받았습니다.

[함평군 장애인복지팀 관계자 : "심사위원분들께 행정처분에 대한 내용과 그리고 처리가 완결되어서 현재 무리 없이 시설을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A 재단은 전 대표의 사망으로 부인인 현 대표가 운영을 맡으면서 행정 착오 등이 있었다고 해명하며, 부정수급 처벌 사건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함평군 장애인복지팀은 위탁운영 지원자에게 결격사유가 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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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평군, 비리 복지법인에 추가로 시설운영 맡겨
    • 입력 2022-05-11 21:42:41
    • 수정2022-05-11 22:37:32
    뉴스9(광주)
[앵커]

농촌 지역은 복지 수요가 많지만 시설은 부족합니다.

이를 민간 시설에 맡겨 해결하는 실정인데, 비리가 생겨도 계속 맡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문제가 뭔지, 어떻게 해야 할지 오늘부터 사흘에 걸쳐 연속 보도합니다.

양창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회복지관, 노인 요양원, 장애인 거주시설.

사회적 약자를 돌보고 지원하는 복지 시설들이죠.

자치단체가 설치한 복지시설 10곳 가운데 9곳은 민간이 맡아 운영하는 '민간 위탁'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부터 공공보다 민간이 복지 서비스를 주도해 온 우리나라의 특성을 반영한 제도인데요.

민간 영역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살리자는 취지에도 위탁 법인 선정이 공정하지 못하다, 부정의 여지가 있다는 등의 비판이 제기돼 왔습니다.

고령화로 수요는 커지는 상황에서, KBS는 전남 지역 복지시설의 위탁 운영 실태와 개선 방안을 짚어보는 기획 보도를 마련했습니다.

먼저 오늘은 비리를 저지르고도 오히려 위탁 사업을 더 따내는 함평 사례를 취재했습니다.

A 복지재단이 함평군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함평군립요양원입니다.

2016년부터 3년간 임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허위로 보고해 요양급여 7천7백여만 원을 부정 수급한 사실이 2019년 건강보험공단 조사로 밝혀졌습니다.

요양 급여를 더 받으려고 퇴사하거나 해외 출국한 직원까지 일했다고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요양원 전 직원 ㄱ 씨/음성변조 : "근무하지 않은 요양보호사를 근무한 것처럼 집어넣어 가지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근무 시간을 속인 임직원 중에는 A 재단의 대표이자 요양원장을 비롯해 딸, 동생 등의 가족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요양원 전 직원 ㄴ 씨/음성변조 : "딸이랑 이사장님이 자꾸 해외에 일본이나 제주도나 외국을 방문하신 기록 그 기록을 확인하시더라고요. (실제로는 해외에 가 있었는데?) 네. 출근부에 다 사인을 한 거죠."]

업무 정지 70일의 행정처분과 부당 이득금 환수 조치가 내려졌고, 재단 대표와 부원장은 사기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A 재단의 군립요양원 위탁 계약은 1심 선고 직후인 지난해 9월 종료됐습니다.

그런데 함평군은 부정 수급을 한 A 재단을 위탁 운영 기관으로 또 선정했습니다.

재공고까지 거쳤지만 다른 지원자가 없었다는 이유였습니다.

[함평군 노인복지팀 관계자 : "보다 많은 법인들이 신청을 할 수 있도록 2차 공고로 전국까지 확대를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A 재단만 한 군데만 신청을 해서..."]

A 재단은 이후에도 함평군 복지시설의 위탁 운영 사업을 또 따냅니다.

지난 3월, 경쟁 법인 2곳을 제치고 기존에 운영하던 장애인 거주시설의 위탁 사업자로 다시 뽑힌 겁니다.

당시 위탁 공고에는 시설장이 금고·벌금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지원할 수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함평군 해당 부서는 A 재단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은 사실을 몰랐다고 말합니다.

결격사유에 형사처벌 전력을 명시해 놓고는 관련 서류 제출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100점 만점 중 20점 비중인 '공신력' 항목의 경우 비위 사실이 확인되면 0점 처리한다고 돼 있지만, A 법인은 지원한 3곳 가운데 가장 높은 18점을 받았습니다.

[함평군 장애인복지팀 관계자 : "심사위원분들께 행정처분에 대한 내용과 그리고 처리가 완결되어서 현재 무리 없이 시설을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A 재단은 전 대표의 사망으로 부인인 현 대표가 운영을 맡으면서 행정 착오 등이 있었다고 해명하며, 부정수급 처벌 사건은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함평군 장애인복지팀은 위탁운영 지원자에게 결격사유가 있는지 명확히 확인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양창희입니다.

촬영기자:이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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