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상화폐인 테라USD(UST)와 설립자 권도형 테라폼랩스(테라) 대표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UST는 한때 시가총액이 180억 달러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특정 가치에 연동된 가상화폐) 가운데 3위를 기록했고, 블룸버그는 권 대표를 ' 가상화폐 시장의 거물'이라며 인터뷰했습니다. 한국인이 개발에 참여해 한국산 코인인 '김치 코인'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최근 닷새 만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성공한 가상화폐라 불리던 UST는 한때 70% 가까이 폭락했고, 권 씨는 UST를 살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일부에선 가상화폐 자체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1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UST'
테라가 만든 UST는 스테이블 코인 중 하나입니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는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특정 가치에 가격을 연동(페깅)시킵니다. UST는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어 1 UST는 1달러를 의미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안정성을 내세웠고, 최근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현재도 전체 가상화폐 가운데 시가총액 3위(테더)와 4위(USDC)가 스테이블 코인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UST가 1달러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 조금 특이합니다. 테라가 내놓은 다른 코인인 루나가 활용됩니다. 만약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시장에서 사들여 소각합니다. 반대로 UST가 1달러 위로 올라가면 UST를 받고 루나를 사들여 소각시킵니다. 즉, '루나'를 도구 삼아 UST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는 식입니다.
이런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은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하락장에서는 급격한 자금 이탈을 겪을 수 있습니다. UST의 가격을 담보할 담보물이 별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이번에 발생했습니다.
■시장 악재 겹치며 1달러 페깅 깨져.. 신뢰 '흔들'
시작은 지난 8일입니다. 일부 대규모 UST 물량이 매도로 나오며 UST의 페깅이 1달러 아래로 깨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나스닥을 비롯한 미 증시가 급락하는 중이었습니다. 9일 하루에만 비트코인이 10% 급락하는 등 전체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겪습니다.
시장 전체 악재와 겹치며 UST의 페깅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고, 이에 UST에서 손을 떼는 투자자들이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으로 테라의 대표 디파이(가상화폐 금융 시스템)인 '앵커'는 한때 예치금이 170억 달러였지만 현재는 20억 달러로 8분의 1 수준입니다. 앵커의 예치금은 대부분이 UST입니다. UST를 손에 쥐고 있는 걸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말입니다.
10일(미 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냈습니다. 이날 열린 청문회 자리에서 " UST의 뱅크런 사태를 알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한 겁니다. 미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UST의 뱅크런을 언급했고, 자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1달러 가격 아래서 거래되고 있는 UST (출처:코인마켓캡)
12일 현재 UST는 0.7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달러를 유지해야 하는데 30%가량 가격이 내린 모습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테라의 다른 코인은 '루나'도 폭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만 해도 10만 원을 웃돌던 루나는 현재 3,000원 안팎을 오가고 있습니다.권 대표를 비롯한 테라 측은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 투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5억 달러 자금을 유치해 페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UST가 1달러 가격을 회복해도 이번 사건으로 가상화폐와 스테이블 코인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최근 테라 측이 여러 투자자에게 자금 유치를 제안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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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무너진 ‘김치코인’ 테라 UST, 스테이블 코인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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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5-12 14:00:41
불과 지난주까지만 해도 가상화폐인 테라USD(UST)와 설립자 권도형 테라폼랩스(테라) 대표는 가상화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UST는 한때 시가총액이 180억 달러로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특정 가치에 연동된 가상화폐) 가운데 3위를 기록했고, 블룸버그는 권 대표를 ' 가상화폐 시장의 거물'이라며 인터뷰했습니다. 한국인이 개발에 참여해 한국산 코인인 '김치 코인'으로 분류됩니다.
그런데 최근 닷새 만에 상황은 급변했습니다. 성공한 가상화폐라 불리던 UST는 한때 70% 가까이 폭락했고, 권 씨는 UST를 살리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일부에선 가상화폐 자체를 믿을 수 있느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1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UST'
테라가 만든 UST는 스테이블 코인 중 하나입니다. 예컨대 비트코인은 수요에 따라 가격 변동이 있는 반면, 스테이블 코인은 특정 가치에 가격을 연동(페깅)시킵니다. UST는 미국 달러에 연동돼 있어 1 UST는 1달러를 의미합니다.
가격 변동성이 심한 가상화폐 시장에서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안정성을 내세웠고, 최근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현재도 전체 가상화폐 가운데 시가총액 3위(테더)와 4위(USDC)가 스테이블 코인일 정도입니다.
그런데 UST가 1달러 가격을 유지하는 방식이 조금 특이합니다. 테라가 내놓은 다른 코인인 루나가 활용됩니다. 만약 UST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내려가면 루나를 발행해 UST를 시장에서 사들여 소각합니다. 반대로 UST가 1달러 위로 올라가면 UST를 받고 루나를 사들여 소각시킵니다. 즉, '루나'를 도구 삼아 UST의 가격을 1달러로 유지하는 식입니다.
이런 알고리즘 방식의 스테이블 코인은 상승장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하락장에서는 급격한 자금 이탈을 겪을 수 있습니다. UST의 가격을 담보할 담보물이 별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일이 이번에 발생했습니다.
■시장 악재 겹치며 1달러 페깅 깨져.. 신뢰 '흔들'
시작은 지난 8일입니다. 일부 대규모 UST 물량이 매도로 나오며 UST의 페깅이 1달러 아래로 깨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상황도 좋지 않았습니다. 최근 미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 유동성이 급격히 얼어붙었고 나스닥을 비롯한 미 증시가 급락하는 중이었습니다. 9일 하루에만 비트코인이 10% 급락하는 등 전체 가상화폐 시장이 하락세를 겪습니다.
시장 전체 악재와 겹치며 UST의 페깅은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고, 이에 UST에서 손을 떼는 투자자들이 늘어났습니다. 대표적으로 테라의 대표 디파이(가상화폐 금융 시스템)인 '앵커'는 한때 예치금이 170억 달러였지만 현재는 20억 달러로 8분의 1 수준입니다. 앵커의 예치금은 대부분이 UST입니다. UST를 손에 쥐고 있는 걸 불안해하는 투자자가 많아졌다는 말입니다.
10일(미 현지시간)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의 발언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냈습니다. 이날 열린 청문회 자리에서 " UST의 뱅크런 사태를 알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통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지적한 겁니다. 미 재무장관이 공개적으로 UST의 뱅크런을 언급했고, 자금 이탈은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12일 현재 UST는 0.7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달러를 유지해야 하는데 30%가량 가격이 내린 모습입니다.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입니다. 테라의 다른 코인은 '루나'도 폭락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만 해도 10만 원을 웃돌던 루나는 현재 3,000원 안팎을 오가고 있습니다.
권 대표를 비롯한 테라 측은 현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금 투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15억 달러 자금을 유치해 페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다만, UST가 1달러 가격을 회복해도 이번 사건으로 가상화폐와 스테이블 코인 자체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는 "최근 테라 측이 여러 투자자에게 자금 유치를 제안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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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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