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플러스] 고등학생 논문 35% 이상이 약탈적 학술지에…“천재 아닌 해외입시 스펙용”

입력 2022.05.12 (16:50) 수정 2022.05.12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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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고등학생 저자 해외 논문 980건 전수조사>
-생활기록부 논문 못 적는 2014년 이후 고등학생 쓴 논문 급감
-고등학생 저자 70% 후속 연구 없이 일회성 논문....연구 천재 아닌 입시용 스펙쌓기
-'약탈적 학술지' 게재 최근엔 35% 이상까지 증가...해외 입시 유학반
-대학 입시를 위해 교수나 학부모 인맥 동원하거나 돈을 써 논문 스펙 마련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자녀도 '완전히 동일한 흐름'...게재되면 모두 논문으로 봐야
-입시전형-소득 수준, 입시정책-지역학원 관계 등 연구 분석 예정

■ 방송시간 : 5월 12일(목)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https://youtu.be/AN2L8J9zg4c

◎범기영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고등학생들, 천재 이야기면 좋겠는데 주로 공직 후보자 자녀 관련 의혹으로 등장합니다. 고등학생 논문들을 분석해서 보고서 낸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모셔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고등학생들 논문에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가지시게 된 겁니까?

▼강태영 원래 제가 공저자분이랑 같이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인용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요. 마침 당시에 공직자 자녀 논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전수조사 데이터를 요청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당시에 저희가 가지고 있던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고등학교명으로 검색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데이터세트를 활용해서 전수조사를 저희가 직접 시도하게 된 그런 상황이었죠.

◎범기영 보고서가 2차에 걸쳐 나왔던데요? 첫 번째 조사 결과는 어떤 내용이었어요?

▼강태영 첫 번째 조사 결과는 저희가 답하려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연 특출난 재능을 발휘한, 소위 천재 고등학생들의 비율이 높은가? 아니면 입시를 목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고등학생이 더 높은가.

◎범기영 천재인가 입시용인가.

▼강태영 그렇죠. 만약에 입시용이 더 많다면 일정한 시그널들이 나타나겠죠. 그래서 저희가 찾아낸 시그널들은 2014년도에 교육부에서 더 이상 논문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말아라, 라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 논문 작성 수가 증가하다가 정책이 발표되는 순간 급감하는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또 논문이 기고되는 분야 역시 컴퓨터공학이나 의학처럼 중등 과학 교육 과정이랑은 거리가 먼 그런 분야들도 상당히 많았죠. 그리고 애초에 이 고등학생 저자들 약 980명 중에서 약 70% 정도가 한 번만 논문을 작성하고 그 이후로는 논문을 전혀 작성하지 않은.

◎범기영 후속 연구가 없어요?

▼강태영 그렇죠. 즉, 천재 고등학생이라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꾸준히 논문을 작성할 확률이 높겠지만, 그 비중이 상당히 적었다, 라는 게 저희가 포착한 세 가지 시그널입니다.

◎범기영 학문 발전, 과학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천재인 줄 알았더니?

▼강태영 그렇죠. 대부분은...

◎범기영 진학한 후에는?

▼강태영 그렇습니다.

◎범기영 두 번째 보고서는 핵심이 뭐였어요?

▼강태영 두 번째 보고서 같은 경우는, 첫 번째 보고서는 해외 논문을 소재로 했었는데요. 두 번째는 국내 논문을 바탕으로 조사를 했더니 같은 패턴이 관찰되었고 또 결정적으로 약탈적 학술지의 비율을 조사했습니다. 약탈적 학술지라는 그 돈만 지불하면 게재를 허락하는 그런 악의적인 학술지들을 지칭하는데요. 해당 학술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2014년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점점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심지어 가장 최근 데이터 기준으로는 35% 이상이 약탈적인 학술지에 게재가 돼서 상당히 해당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기영 이거는 의도를 뭐로 봐야 되는 겁니까? 약탈적 학술지에, 그러니까 교육 제도가 변한 다음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강태영 아무래도 14년도와 18년도 두 차례의 국내 교육 정책 변화 때문에 국내 입시에서 논문을 활용하기는 이제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현재까지 즉, 2018년도 이후에도 논문을 쓰고 있다면 해외 입시 즉, 유학반이라고 보는 게 개연성이 높겠죠.

◎범기영 해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태영 그렇죠. 여전히 해외 대학 포트폴리오에는 논문을 쓸 수 있으니까요.

◎범기영 그런데 해외 대학들이 만약에 수준 높은, 예를 들어 아이비리그 같은 대학이라면 어떤 논문이 그냥 해외 학술지에 실렸다는 것 자체로 점수를 많이 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강태영 사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해외 명문 대학교 입학사정관제분들이 아시아권 학생들이 이렇게 스펙 인플레가 심하다는 사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특허도 너무 많고 논문도 너무 많고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기는 한데,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이것을 입학사정관들이 하나하나 점검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두 번째는 설사 안다고 할지라도 지원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최대한 그래도 부풀리고 싶은, 마치 취준생이 온갖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처럼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수 있겠죠.

◎범기영 분석한 구체적인 사례를 좀 들고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는데요. 저희 그래픽을 좀 준비해놓은 게 있죠? 어떤 것들입니까? 이게 어떤 내용이죠?

▼강태영 이 사례 같은 경우는 미국에 재학 중인 중학생 1명, 고등학생 1명, 그리고 한국에 소재를 한 대학교 교수, 3명의 성이 모두 같았는데요. 한국계 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거 같은 경우에는 의학 저널이었고요. 물론 우연의 일치로 세 한국인이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좀 의심스러운 케이스였습니다.

◎범기영 중학생도 있어요.

▼강태영 네, 중학생입니다.

◎범기영 같은 성이지만, 그러니까 가족인지 여부까지 확인된 건 아닌 거죠?

▼강태영 그렇죠. 저희가 그걸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범기영 이 사례는 어떤 사례입니까?

▼강태영 이거 같은 경우는, 이것도 의학 분야인데요. 상단에 하이라이트 된 것을 보시면 이 학술지 같은 경우에는 약탈적인 학술지로 의심이 돼서 스코퍼스라는 등재지에서 철회가 된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외고생과 자율고생이 저자로 포함이 돼 있고 심지어 이 연구 같은 경우에는 정부 부처에서 아예 국민 세금으로 지원을 받은 연구입니다. 사실 좀 더 복합적인 문제들이 섞여 있죠.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한 연구에 고등학생 저자들이 약탈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이 정의로운가? 공정한가? 이런 질문들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범기영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해서 스펙을 만들었다.

▼강태영 그렇죠. 그렇게 악용했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범기영 이런 논문들이 학술적으로 가치는 있습니까? 수준도 좀 분석을 해보셨어요?

▼강태영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부작용 사례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첫 번째 같은 경우는 좋은 논문을 부모의 백을 활용해서 자신이 저자로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면 표면적으로 논문의 수준 자체는 높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양적으로 많은 케이스는 두 번째 유형, 즉 수준이 굉장히 낮은, 낮은 수준의 논문들을 약탈적 학술지 혹은 질이 낮은 학술지에 발간하는 케이스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소수의, 극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하자면 논문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고 저희는 판단을 했었습니다.

◎범기영 예를 들어 그러니까 이런 겁니까? 그 부모가 대학교수거나 의사거나 학문적으로 일정한 수준을 갖춘 분이에요. 이런 분이 본인의 자녀나 친인척들, 이런 친구들의 중고등학생들과 논문을 같이 써서 제1저자나 제2저자로 기재를 하고 그거를 해외 학술지에 게재를 해요. 이런 그러니까 고급한 이런 류의 사례가 더 많지는 않은 겁니까, 그러면?

▼강태영 그렇죠. 그게 훨씬 더 적죠. 사실 직관적인 게 그러니까 교수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학부모의 수보다 단순히 약탈적 학술지를 돈으로 태울 수 있는 학부모의 수가 좀 더 많은 게 사실이죠. 이 두 가지 유형 중에는 첫 번째 유형이 더 적고 돈으로 태우는 후자, 두 번째 유형이 훨씬 더 많습니다.

◎범기영 어느 게 더 심각하다고 느끼십니까, 분석을 해보신 결과.

▼강태영 사실 경중, 그러니까 양적으로 따지면 비중은 그렇게 되는데 경중을 저희가 말하기는 되게 어렵습니다. 두 가지 다 굉장히 상당한 문제이고 두 가지 다 연구 윤리에 심각한 위배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죠.

◎범기영 한국적인 현상입니까? 아니면 아까 동양 학생들이라고 표현하는데, 동양에 좀 더 이런 추세가 만연해 있다고 봐야 되는 겁니까?

▼강태영 서구도 있긴 한데 워낙 동양의 사고율이 높다 보니까, 특히 저희가 이번에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중국 같은 경우도 상당히 이런 논문 작성 실태가 심각하다고 생각이 됐었는데요. 이건 추후에 저희가 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자녀 논문 관련한 논란이 꽤 길게 이어졌고, 한동훈 후보자의 설명을 보면 습작일 뿐이다, 에세이다, 입시에 아직 활용하지 않았고 활용할 계획도 없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이런 논문과 관련한 부정 사례로 의심되는 이러한 흐름과 비교해 봤을 때 좀 다릅니까? 아니면 유사한 패턴으로 보입니까?

▼강태영 완전히 동일한 흐름이라고 저희는 생각이 됩니다.

◎범기영 완전히 동일하다?

▼강태영 왜냐하면 연습용 학술지다, 이런 발언도 있던데 사실 연습용 학술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애초에 구글 스칼라에 올라가 있고 학술지에 등재된 이상 그것은 논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질이 낮든 아니면 숙제를 베이스로 했든 그것은 상관없이 애초에 게재가 되었다는 것은 논문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죠.

◎범기영 이게 이제 사실 이번에 갑자기 불거진 문제는 아니어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길이 있긴 합니까? 아니면 방법이 없는 겁니까?

▼강태영 사실 그 여야를 막론하고 즉, 진보냐 보수냐에 상관없이 많은 정치인들의 자녀 논문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저희가 되게 섣부른 결론을 내리면 모든 입학사정관제를 폐지하고 정시 100%로 가야 된다, 이렇게 생각할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그렇지만 사실 모든 전형마다 고소득층이 이렇게 돈으로 학벌을 구매하려고 하는 행태 자체가 사실 문제인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 불평등 이슈 자체에 좀 더 집중을 해야지 특정 전형의 문제다, 물론 문제는 사실이지만 되게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고등학생 논문 관련한 보고서를 두 건 지금까지 내셨는데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좀 있습니까, 관련해서?

▼강태영 이후에는 저희가 후속 기획으로 논문 자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을 것 같고요. 과연 입시 전형에 따라서 학생들의 소득 수준이 차이가 나는가, 가령 예를 들어서 통념과 마찬가지로 수능을 중시할수록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이 들어올까, 혹은 입시 정책이 변화했을 때 인기 있는 새로운 입시 정책에 걸맞은 학원들이 고소득 지역에서 더 빠르게 생길까? 이런 후속 분석 주제들을 저희가 고민 중으로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스스로 연구자이시기도 한 거잖아요.

▼강태영 그렇죠.

◎범기영 이런 연구들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까?

▼강태영 사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논의들이, 뭐 데이터가 있거나 혹은 데이터를 구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적절한 방법론이 없어서 충분히 많은 이야기들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령 이번 케이스도 교육부의 전수조사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실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꽤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쉽게 취득할 수 있고 또 적절한 방법론을 적용한다면 재미있는 현상들을 데이터로 파악할 수가 있는데요. 이후에도 아마 비슷한 작업들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범기영 데이터를 이용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내는 그러한 작업들을 하실 예정이군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강태영 대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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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 플러스] 고등학생 논문 35% 이상이 약탈적 학술지에…“천재 아닌 해외입시 스펙용”
    • 입력 2022-05-12 16:50:49
    • 수정2022-05-12 18:23:31
    사사건건
&lt;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고등학생 저자 해외 논문 980건 전수조사&gt;<br />-생활기록부 논문 못 적는 2014년 이후 고등학생 쓴 논문 급감<br />-고등학생 저자 70% 후속 연구 없이 일회성 논문....연구 천재 아닌 입시용 스펙쌓기<br />-'약탈적 학술지' 게재 최근엔 35% 이상까지 증가...해외 입시 유학반<br />-대학 입시를 위해 교수나 학부모 인맥 동원하거나 돈을 써 논문 스펙 마련<br />-한동훈 법무장관 후보자 자녀도 '완전히 동일한 흐름'...게재되면 모두 논문으로 봐야<br />-입시전형-소득 수준, 입시정책-지역학원 관계 등 연구 분석 예정
■ 방송시간 : 5월 12일(목)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https://youtu.be/AN2L8J9zg4c

◎범기영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고등학생들, 천재 이야기면 좋겠는데 주로 공직 후보자 자녀 관련 의혹으로 등장합니다. 고등학생 논문들을 분석해서 보고서 낸 강태영 언더스코어 대표 모셔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고등학생들 논문에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가지시게 된 겁니까?

▼강태영 원래 제가 공저자분이랑 같이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서 인용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을 하고 있었는데요. 마침 당시에 공직자 자녀 논문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전수조사 데이터를 요청하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당시에 저희가 가지고 있던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면 고등학교명으로 검색이 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데이터세트를 활용해서 전수조사를 저희가 직접 시도하게 된 그런 상황이었죠.

◎범기영 보고서가 2차에 걸쳐 나왔던데요? 첫 번째 조사 결과는 어떤 내용이었어요?

▼강태영 첫 번째 조사 결과는 저희가 답하려던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과연 특출난 재능을 발휘한, 소위 천재 고등학생들의 비율이 높은가? 아니면 입시를 목적으로 이를 활용하는 고등학생이 더 높은가.

◎범기영 천재인가 입시용인가.

▼강태영 그렇죠. 만약에 입시용이 더 많다면 일정한 시그널들이 나타나겠죠. 그래서 저희가 찾아낸 시그널들은 2014년도에 교육부에서 더 이상 논문을 학생부에 기재하지 말아라, 라고 하기 전까지는 계속 논문 작성 수가 증가하다가 정책이 발표되는 순간 급감하는 패턴이 나타났습니다. 또 논문이 기고되는 분야 역시 컴퓨터공학이나 의학처럼 중등 과학 교육 과정이랑은 거리가 먼 그런 분야들도 상당히 많았죠. 그리고 애초에 이 고등학생 저자들 약 980명 중에서 약 70% 정도가 한 번만 논문을 작성하고 그 이후로는 논문을 전혀 작성하지 않은.

◎범기영 후속 연구가 없어요?

▼강태영 그렇죠. 즉, 천재 고등학생이라면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꾸준히 논문을 작성할 확률이 높겠지만, 그 비중이 상당히 적었다, 라는 게 저희가 포착한 세 가지 시그널입니다.

◎범기영 학문 발전, 과학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다, 천재인 줄 알았더니?

▼강태영 그렇죠. 대부분은...

◎범기영 진학한 후에는?

▼강태영 그렇습니다.

◎범기영 두 번째 보고서는 핵심이 뭐였어요?

▼강태영 두 번째 보고서 같은 경우는, 첫 번째 보고서는 해외 논문을 소재로 했었는데요. 두 번째는 국내 논문을 바탕으로 조사를 했더니 같은 패턴이 관찰되었고 또 결정적으로 약탈적 학술지의 비율을 조사했습니다. 약탈적 학술지라는 그 돈만 지불하면 게재를 허락하는 그런 악의적인 학술지들을 지칭하는데요. 해당 학술지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2014년도 정책에도 불구하고 점점 그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인데요. 심지어 가장 최근 데이터 기준으로는 35% 이상이 약탈적인 학술지에 게재가 돼서 상당히 해당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범기영 이거는 의도를 뭐로 봐야 되는 겁니까? 약탈적 학술지에, 그러니까 교육 제도가 변한 다음에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얘기인데.

▼강태영 아무래도 14년도와 18년도 두 차례의 국내 교육 정책 변화 때문에 국내 입시에서 논문을 활용하기는 이제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현재까지 즉, 2018년도 이후에도 논문을 쓰고 있다면 해외 입시 즉, 유학반이라고 보는 게 개연성이 높겠죠.

◎범기영 해외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목적으로?

▼강태영 그렇죠. 여전히 해외 대학 포트폴리오에는 논문을 쓸 수 있으니까요.

◎범기영 그런데 해외 대학들이 만약에 수준 높은, 예를 들어 아이비리그 같은 대학이라면 어떤 논문이 그냥 해외 학술지에 실렸다는 것 자체로 점수를 많이 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강태영 사실 제가 알고 있기로는 해외 명문 대학교 입학사정관제분들이 아시아권 학생들이 이렇게 스펙 인플레가 심하다는 사실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특허도 너무 많고 논문도 너무 많고 의심스러운 정황들이 있기는 한데,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이것을 입학사정관들이 하나하나 점검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두 번째는 설사 안다고 할지라도 지원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최대한 그래도 부풀리고 싶은, 마치 취준생이 온갖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처럼 비슷한 패턴이 나타날 수 있겠죠.

◎범기영 분석한 구체적인 사례를 좀 들고 이야기를 해봤으면 좋겠는데요. 저희 그래픽을 좀 준비해놓은 게 있죠? 어떤 것들입니까? 이게 어떤 내용이죠?

▼강태영 이 사례 같은 경우는 미국에 재학 중인 중학생 1명, 고등학생 1명, 그리고 한국에 소재를 한 대학교 교수, 3명의 성이 모두 같았는데요. 한국계 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거 같은 경우에는 의학 저널이었고요. 물론 우연의 일치로 세 한국인이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좀 의심스러운 케이스였습니다.

◎범기영 중학생도 있어요.

▼강태영 네, 중학생입니다.

◎범기영 같은 성이지만, 그러니까 가족인지 여부까지 확인된 건 아닌 거죠?

▼강태영 그렇죠. 저희가 그걸 말할 수는 없는 것이죠.

◎범기영 이 사례는 어떤 사례입니까?

▼강태영 이거 같은 경우는, 이것도 의학 분야인데요. 상단에 하이라이트 된 것을 보시면 이 학술지 같은 경우에는 약탈적인 학술지로 의심이 돼서 스코퍼스라는 등재지에서 철회가 된 곳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외고생과 자율고생이 저자로 포함이 돼 있고 심지어 이 연구 같은 경우에는 정부 부처에서 아예 국민 세금으로 지원을 받은 연구입니다. 사실 좀 더 복합적인 문제들이 섞여 있죠. 과연 국민의 세금으로 한 연구에 고등학생 저자들이 약탈적인 학술지에 논문을 내는 것이 정의로운가? 공정한가? 이런 질문들이 충분히 생길 수 있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범기영 국민들의 세금을 이용해서 스펙을 만들었다.

▼강태영 그렇죠. 그렇게 악용했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것이죠.

◎범기영 이런 논문들이 학술적으로 가치는 있습니까? 수준도 좀 분석을 해보셨어요?

▼강태영 크게 두 가지 유형의 부작용 사례가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첫 번째 같은 경우는 좋은 논문을 부모의 백을 활용해서 자신이 저자로 들어가는 것이죠. 그러면 표면적으로 논문의 수준 자체는 높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양적으로 많은 케이스는 두 번째 유형, 즉 수준이 굉장히 낮은, 낮은 수준의 논문들을 약탈적 학술지 혹은 질이 낮은 학술지에 발간하는 케이스죠. 그래서 일반적으로 소수의, 극소수의 천재들을 제외하자면 논문 수준이 높다고 볼 수 있는 케이스는 많지 않다고 저희는 판단을 했었습니다.

◎범기영 예를 들어 그러니까 이런 겁니까? 그 부모가 대학교수거나 의사거나 학문적으로 일정한 수준을 갖춘 분이에요. 이런 분이 본인의 자녀나 친인척들, 이런 친구들의 중고등학생들과 논문을 같이 써서 제1저자나 제2저자로 기재를 하고 그거를 해외 학술지에 게재를 해요. 이런 그러니까 고급한 이런 류의 사례가 더 많지는 않은 겁니까, 그러면?

▼강태영 그렇죠. 그게 훨씬 더 적죠. 사실 직관적인 게 그러니까 교수 인맥을 동원할 수 있는 학부모의 수보다 단순히 약탈적 학술지를 돈으로 태울 수 있는 학부모의 수가 좀 더 많은 게 사실이죠. 이 두 가지 유형 중에는 첫 번째 유형이 더 적고 돈으로 태우는 후자, 두 번째 유형이 훨씬 더 많습니다.

◎범기영 어느 게 더 심각하다고 느끼십니까, 분석을 해보신 결과.

▼강태영 사실 경중, 그러니까 양적으로 따지면 비중은 그렇게 되는데 경중을 저희가 말하기는 되게 어렵습니다. 두 가지 다 굉장히 상당한 문제이고 두 가지 다 연구 윤리에 심각한 위배하는 케이스라고 볼 수 있겠죠.

◎범기영 한국적인 현상입니까? 아니면 아까 동양 학생들이라고 표현하는데, 동양에 좀 더 이런 추세가 만연해 있다고 봐야 되는 겁니까?

▼강태영 서구도 있긴 한데 워낙 동양의 사고율이 높다 보니까, 특히 저희가 이번에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이 중국 같은 경우도 상당히 이런 논문 작성 실태가 심각하다고 생각이 됐었는데요. 이건 추후에 저희가 연구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자녀 논문 관련한 논란이 꽤 길게 이어졌고, 한동훈 후보자의 설명을 보면 습작일 뿐이다, 에세이다, 입시에 아직 활용하지 않았고 활용할 계획도 없다, 이렇게 설명을 하고 있어요. 일반적인 이런 논문과 관련한 부정 사례로 의심되는 이러한 흐름과 비교해 봤을 때 좀 다릅니까? 아니면 유사한 패턴으로 보입니까?

▼강태영 완전히 동일한 흐름이라고 저희는 생각이 됩니다.

◎범기영 완전히 동일하다?

▼강태영 왜냐하면 연습용 학술지다, 이런 발언도 있던데 사실 연습용 학술지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애초에 구글 스칼라에 올라가 있고 학술지에 등재된 이상 그것은 논문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질이 낮든 아니면 숙제를 베이스로 했든 그것은 상관없이 애초에 게재가 되었다는 것은 논문이라고 봐야 하는 것이죠.

◎범기영 이게 이제 사실 이번에 갑자기 불거진 문제는 아니어서, 이 문제를 바로잡을 길이 있긴 합니까? 아니면 방법이 없는 겁니까?

▼강태영 사실 그 여야를 막론하고 즉, 진보냐 보수냐에 상관없이 많은 정치인들의 자녀 논문 이슈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여기에서 저희가 되게 섣부른 결론을 내리면 모든 입학사정관제를 폐지하고 정시 100%로 가야 된다, 이렇게 생각할 분들이 많이 계실 것 같아요. 그렇지만 사실 모든 전형마다 고소득층이 이렇게 돈으로 학벌을 구매하려고 하는 행태 자체가 사실 문제인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이 불평등 이슈 자체에 좀 더 집중을 해야지 특정 전형의 문제다, 물론 문제는 사실이지만 되게 협소하고 근시안적인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될 것 같습니다.

◎범기영 고등학생 논문 관련한 보고서를 두 건 지금까지 내셨는데 앞으로는 어떤 계획이 좀 있습니까, 관련해서?

▼강태영 이후에는 저희가 후속 기획으로 논문 자체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을 것 같고요. 과연 입시 전형에 따라서 학생들의 소득 수준이 차이가 나는가, 가령 예를 들어서 통념과 마찬가지로 수능을 중시할수록 저소득층 학생들이 많이 들어올까, 혹은 입시 정책이 변화했을 때 인기 있는 새로운 입시 정책에 걸맞은 학원들이 고소득 지역에서 더 빠르게 생길까? 이런 후속 분석 주제들을 저희가 고민 중으로 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스스로 연구자이시기도 한 거잖아요.

▼강태영 그렇죠.

◎범기영 이런 연구들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겁니까?

▼강태영 사실 한국 사회에서 많은 논의들이, 뭐 데이터가 있거나 혹은 데이터를 구할 수 없을 수도 있고 적절한 방법론이 없어서 충분히 많은 이야기들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가령 이번 케이스도 교육부의 전수조사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사실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꽤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하면 데이터를 쉽게 취득할 수 있고 또 적절한 방법론을 적용한다면 재미있는 현상들을 데이터로 파악할 수가 있는데요. 이후에도 아마 비슷한 작업들을 계속할 계획입니다.

◎범기영 데이터를 이용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내는 그러한 작업들을 하실 예정이군요.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강태영 대표였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내일 돌아오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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