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전쟁발 식량위기 현실화…중동·아프리카는 지금

입력 2022.05.14 (22:26) 수정 2022.05.1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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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세계가 고물가에 휘청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는 벌써부터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데요.

두바이 우수경 특파원 연결해서 자세한 상황 살펴봅니다.

우 특파원, 이번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인데 '유럽의 빵바구니'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곡창지대잖아요.

유엔이 심각한 식량위기를 경고할 정도인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전쟁이 파종 시기를 앞두고 발발해서 올해 우크라이나 지역 밀 생산량은 35%, 1,200만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른 곡물도 상황이 비슷한데, 세계 곡물 가격은 이미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평균 밀 가격이 톤당 258달러였는데, 지난 5일 400달러가 넘었습니다.

50% 넘게 오른 거죠.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도 지난달에는 약간 떨어졌지만, 이미 2월과 3월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습니다.

[앵커]

세계 곳곳 이상기후와 각국 수출통제도 식량가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죠?

[기자]

전쟁으로 부족해진 밀 공급을 보충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국가, 바로 인도입니다.

밀 생산량 세계 2위인데, 인도가 어젯밤 밀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초대형 악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생산 감소 우려가 계속돼왔습니다.

인도의 3월 평균기온이 121년 만에 가장 높았고요.

일부 지역에서는 4월 최고 기온이 47도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밀은 열에 매우 민감한 작물입니다.

또 다른 주요 밀 생산국인 호주도 큰 홍수를 겪었습니다.

불안감에 값은 계속 뛰어오르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굶주림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 상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북쪽의 작은 마을, 금식월인 라마단을 맞아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루의 금식이 끝났음을 알리는 기도 소리가 울리자 다같이 식사를 합니다.

[라이얀 : "가족들과 함께 왔습니다. 이전처럼 함께 모여서 식사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신께 감사합니다."]

보통 라마단 기간엔 금식이 끝난 뒤 이웃들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식료품과 기름 등 모든 물가가 다 올랐기 때문입니다.

[마날 하산/YUMUN 사회복지단체 : "경제 상황 때문에 아무도 집에 사람을 초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이 곳에 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경제난을 겪던 레바논은 베이루트항 대폭발과 코로나 대유행까지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기름이 없어 터널도 암흑으로 변했고, 신호등도 꺼진 지 오랩니다.

정부가 공급하는 전기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개인 발전기에 의존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이브라힘/발전기 관리자 : "모두들 개인 발전기에 의존합니다.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식량난입니다.

베이루트 시내 한 빵 가게, 일부 판매대가 비어 있습니다.

밀이 부족해지면서 케익과 쿠키 등은 이제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주식인 빵을 만들어 먹기도 버겁습니다.

[모함마드/빵집 주인 : "우리는 매일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이마저도 언제 공급이 끊길지 알 수 없어 시민들은 불안합니다.

[이마드/소비자 : "밀과 빵을 살 수 없게 될까봐 걱정됩니다. 하지만 보관도 할 수 없어 많이 사서 쌓아놓을수도 없어요."]

현재 레바논의 밀 비축량은 한 달이 채 않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베이루트 시내 전체 빵의 60%를 공급하는 이 곳 빵집은 최근들어 밀가루 공급이 줄면서 생산량을 줄이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밀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곡물과 식용유 등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급등한 식량 가격에 기부는 줄고 있습니다.

[수하 자이타/레바논 푸드뱅크 : "(도움을 주던) 많은 레스토랑과 음식 공급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음식도 적게 만들어 남는 게 없습니다."]

식량 위기는 중산층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4kg의 고기를 살 수 있던 돈으로 이제는 200g도 살 수 없습니다.

[모하마드 : "이만큼 사는 게 15만 레바논 리라입니다. 최저임금의 25%에 해당합니다."]

이집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빵 값이 한 때 두 배 이상 치솟았고, 이에 놀란 정부는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수단도 빵 가격이 50%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라크 등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들은 많게는 밀 수입의 80% 가까운 양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을 늘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료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쟁은 식량 뿐만 아니라 비료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솟는 비료값과 기름값에 많은 농가들은 이미 농사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다른 작물을 갈아 엎고 가족들을 위해 밀을 심었습니다.

농산물을 팔아 얻는 이익은 적고, 빵은 곧 구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하마드 키르디야/농부 : "농사 비용이 너무 높아서, 토마토와 오이 등을 30%만 짓고 있어요. 기름과 비료값이 농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유엔은 이미 사상 최악의 식량 불안정을 경고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 30개 이상의 곡물수출국들이 수출 통제에 나섰습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이미 2억 7천만 명이 심각한 기아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4천 7백만 명이 더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베이루트에서 우수경입니다.

촬영/방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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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4 22:26:11
    • 수정2022-05-14 22:41:37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세계가 고물가에 휘청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식량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는 벌써부터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는데요.

두바이 우수경 특파원 연결해서 자세한 상황 살펴봅니다.

우 특파원, 이번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세계 5위의 밀 수출국인데 '유럽의 빵바구니'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곡창지대잖아요.

유엔이 심각한 식량위기를 경고할 정도인데 지금 어떤 상황인가요?

[기자]

전쟁이 파종 시기를 앞두고 발발해서 올해 우크라이나 지역 밀 생산량은 35%, 1,200만톤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다른 곡물도 상황이 비슷한데, 세계 곡물 가격은 이미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평균 밀 가격이 톤당 258달러였는데, 지난 5일 400달러가 넘었습니다.

50% 넘게 오른 거죠.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식량가격지수도 지난달에는 약간 떨어졌지만, 이미 2월과 3월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습니다.

[앵커]

세계 곳곳 이상기후와 각국 수출통제도 식량가격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죠?

[기자]

전쟁으로 부족해진 밀 공급을 보충해 줄 것으로 기대됐던 국가, 바로 인도입니다.

밀 생산량 세계 2위인데, 인도가 어젯밤 밀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초대형 악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인도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생산 감소 우려가 계속돼왔습니다.

인도의 3월 평균기온이 121년 만에 가장 높았고요.

일부 지역에서는 4월 최고 기온이 47도까지 치솟기도 했습니다.

밀은 열에 매우 민감한 작물입니다.

또 다른 주요 밀 생산국인 호주도 큰 홍수를 겪었습니다.

불안감에 값은 계속 뛰어오르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은 굶주림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 상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북쪽의 작은 마을, 금식월인 라마단을 맞아 마을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루의 금식이 끝났음을 알리는 기도 소리가 울리자 다같이 식사를 합니다.

[라이얀 : "가족들과 함께 왔습니다. 이전처럼 함께 모여서 식사할 수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신께 감사합니다."]

보통 라마단 기간엔 금식이 끝난 뒤 이웃들과 어울려 음식을 나누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식료품과 기름 등 모든 물가가 다 올랐기 때문입니다.

[마날 하산/YUMUN 사회복지단체 : "경제 상황 때문에 아무도 집에 사람을 초대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이 곳에 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경제난을 겪던 레바논은 베이루트항 대폭발과 코로나 대유행까지 이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기름이 없어 터널도 암흑으로 변했고, 신호등도 꺼진 지 오랩니다.

정부가 공급하는 전기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 개인 발전기에 의존하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이브라힘/발전기 관리자 : "모두들 개인 발전기에 의존합니다. 정부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점점 현실화되고 있는 식량난입니다.

베이루트 시내 한 빵 가게, 일부 판매대가 비어 있습니다.

밀이 부족해지면서 케익과 쿠키 등은 이제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주식인 빵을 만들어 먹기도 버겁습니다.

[모함마드/빵집 주인 : "우리는 매일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미래가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이마저도 언제 공급이 끊길지 알 수 없어 시민들은 불안합니다.

[이마드/소비자 : "밀과 빵을 살 수 없게 될까봐 걱정됩니다. 하지만 보관도 할 수 없어 많이 사서 쌓아놓을수도 없어요."]

현재 레바논의 밀 비축량은 한 달이 채 않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베이루트 시내 전체 빵의 60%를 공급하는 이 곳 빵집은 최근들어 밀가루 공급이 줄면서 생산량을 줄이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밀 뿐만이 아닙니다.

다른 곡물과 식용유 등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지만, 급등한 식량 가격에 기부는 줄고 있습니다.

[수하 자이타/레바논 푸드뱅크 : "(도움을 주던) 많은 레스토랑과 음식 공급업체들이 문을 닫았고, 음식도 적게 만들어 남는 게 없습니다."]

식량 위기는 중산층도 피해갈 수 없습니다.

4kg의 고기를 살 수 있던 돈으로 이제는 200g도 살 수 없습니다.

[모하마드 : "이만큼 사는 게 15만 레바논 리라입니다. 최저임금의 25%에 해당합니다."]

이집트도 상황은 마찬가지, 빵 값이 한 때 두 배 이상 치솟았고, 이에 놀란 정부는 가격을 동결했습니다.

수단도 빵 가격이 50%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라크 등 중동과 아프리카 일부 국가에서는 항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지역들은 많게는 밀 수입의 80% 가까운 양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생산을 늘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비료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전쟁은 식량 뿐만 아니라 비료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치솟는 비료값과 기름값에 많은 농가들은 이미 농사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다른 작물을 갈아 엎고 가족들을 위해 밀을 심었습니다.

농산물을 팔아 얻는 이익은 적고, 빵은 곧 구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모하마드 키르디야/농부 : "농사 비용이 너무 높아서, 토마토와 오이 등을 30%만 짓고 있어요. 기름과 비료값이 농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거죠."]

유엔은 이미 사상 최악의 식량 불안정을 경고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벌써 30개 이상의 곡물수출국들이 수출 통제에 나섰습니다.

유엔세계식량계획은 이미 2억 7천만 명이 심각한 기아 상황에 직면해 있으며, 전쟁이 장기화되면 4천 7백만 명이 더 고통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베이루트에서 우수경입니다.

촬영/방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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