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시사] 박노자 “우크라이나에서 미-러 싸움…한국은 ‘거리두기’가 유리”

입력 2022.05.16 (11:00) 수정 2022.05.16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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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틴, 우크라 전쟁에 명운 걸었다...전쟁 장기화 우려
- 15년 군사화 프로젝트, 나토 동진 약화될 때 침략
- 크림반도 잃은 우크라이나, 군비 증강으로 맞서
- 러-중 손잡고 신냉전 갈까? 미국의 계산 복잡
- EU 러시아 제재 효과는? 가스 등 공급 차질없어
- 한국, 국제법 준수하고 난민 지원부터 시작해야

■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최경영의 최강시사
■ 방송시간 : 5월 16일(월) 07:20-0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최경영 기자 (KBS)
■ 출연 : 박노자 교수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 최경영 :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북유럽, 유럽 전역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세 속에 지난주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요.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지금 노르웨이 계시죠?

▶ 박노자 : 네, 그렇습니다.

▷ 최경영 :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박노자 : 저는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러시아 입장 그러니까 러시아 푸틴 독재 정권의 입장에서는 이 전쟁에 거의 명운을 걸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러시아 정권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속국화시키지 못하더라도 거기에서 상당한 영토를 장악해야 정권의 말하자면 명분이 서고 그 정권이 여태까지 해 온 일들이 정당화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 공세 속도가 대단히 느린 걸로 봐서는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우크라이나에서 파괴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 최경영 : 그런데 그렇게 영토를 점령했다고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나토가 인정을 안 할 거 아닙니까?

▶ 박노자 : 네, 그런데 러시아 독재 정권이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가 더 이상 세계에서 말하자면 패권 중심의 노릇을 어차피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모양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 해도 실질적인 종전만 하면 되는 것으로 그렇게 인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최경영 : 그렇군요. 그런데 푸틴 정권, 이 자체가 명운이 걸려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혹시 러시아 내에서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 이런 것들 때문에, 전쟁으로부터 야기된 그런 것들 때문에 어떤 반푸틴적인 정서가 있습니까? 혹시 반대하는, 전쟁에 반대하는 정서.

▶ 박노자 : 저는 이 상황을 러시아 언론이나 SNS를 통해서 계속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대체로는 독재 체제를 처음부터 싫어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더더욱 싫어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다수는 일단 수용을 하고 그 정권이 내건 반미 초강경 민족주의 그러니까 이전의 반미, 반서방 민족주의에 이제 상당한 말하자면 충성을 보이는 것도 아마 사실인 듯합니다. 그러니까 푸틴 독재 정권이 어디까지나 역사학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대중 독재,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한 대중 독재 중의 하나라고 아마 봐도 큰 과오는 아닐 것 같습니다.

▷ 최경영 : 그 명분은 반미와 반서방 뭐 이렇게 되는 거네요?

▶ 박노자 : 네, 네. 반미, 반서방.

▷ 최경영 : 핀란드, 옆 나라. 지금 계시는 노르웨이 옆 나라 핀란드가 중립국 지위 포기, 나토 가입 이렇게 했단 말이죠. 그러니까 푸틴이 여기에 전력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 박노자 : 네, 핀란드 같은 경우에는 이제 100년 동안 러시아 속국 그러니까 식민지였고요. 그런 반식민지 투쟁을 해서 결국은 독립을 쟁취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소련에 침략을 당하고 그 침략의 결과로 국토의 11%를 잃은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죠. 그러니까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소련이 1939년, 40년에 핀란드를 침공해서 이미 한 적이 있었던 겁니다.

▷ 최경영 :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이 전쟁의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푸틴의 어떤 망상, 착각일까요 아니면 그전에 BBC나 이런 곳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이미 한 1997년부터 해서 한 14개국 정도가 나토에, EU에 대거 가입한 그 상황에 러시아가 굉장히 위협감, 압박감을 느꼈다 이런 보도도 있었는데요.

▶ 박노자 : 그런 것도 분명히 있고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중첩된 것으로 제가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나토 동진 시도도 당연히 러시아 지배층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감행한 이유 중의 또 하나는 미국은 무리하게 동진을 해도 실패했다. 그러니까 미국이 좀 약화됐다. 즉, 그런 정세 분석이 러시아 정계에서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약화됐으니까 우크라이나를 때려도 된다. 즉, 말하자면 그런 방식의 사고가 크게 작용한 것이고요. 그거보다 더 큰 것은 러시아를 다스리고 있는 독재 정권이 이미 한 15년 전부터 계속해서 근현대화, 초현대적 무기 개발 그리고 전국 군사화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15년 동안 추진해 온 것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 최경영 : 그렇군요.

▶ 박노자 : 그러니까 러시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엄청나게 군사화됐고 계속해서 군사 부문에 모든 것을, 말하자면 명운을 걸었던 이전의 선군정치에 대한 걸 해 온 것이죠.

▷ 최경영 : 그런데 왜 이렇게 전쟁에서는, 러시아가 그렇게 군사력을 증강시켰다면 우크라이나를 쉽게 점령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는 못하잖아요. 그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박노자 : 2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러시아 못지않게 우크라이나도 총 14년의 러시아 침략을 당하고 크림반도를 잃은 뒤로는 아주 빠른 속도로 군사 부문을 증강해 왔습니다.

▷ 최경영 : 우크라이나도.

▶ 박노자 : 우크라이나도 GDP의 한 6% 정도 계속해서 군사에 투자해 온 것이죠, 지난 8년 동안. 그러니까 양쪽이 다 말하자면 계속해서 이렇게 총들로 휘어잡고 있었다랄까 그런 인상이 있고요. 또 하나는 러시아는 독재 국가입니다. 그러니까 시민 사회로부터의 피드백을 국가가 받지 못하고 있고 독립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관료들이 독재하는 만큼 또 관료들의 무능이라든지 부정부패가 엄청납니다. 그러니까 천문학적인 수준이죠. 한국으로 치면 80년대 5공 비리 정도죠. 기업들은 거의 푸틴 체제에 상납을 안 하면 사업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 잡혀 있고요.

▷ 최경영 : 미국의 헨리 키신저 박사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세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던데요. 이게 지금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물론 군수 물자랄지 무기랄지 이런 것들을 많이 대고는 있습니다만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는 안 하고 있거든요. 나토도 그렇고 참전은 안 하고 있는데 이 상황이 완전히 신냉전으로 가게 된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손을 잡게 될 것 같은데 러시아와 중국이 또 손을 잡는 것은 미국이나 서방이 원치 않는 것 아닙니까?

▶ 박노자 : 전혀 원치 않고 미국과 서방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 최경영 : 그렇죠. 그러면 미국과 서방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로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이 전쟁을 끌고 가야 될까요?

▶ 박노자 : 그러니까 사실 그쪽의 계산이 상당히 복잡하고 미국 정계 안에서도 몇 가지 정치 라인이 있다고 아마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의 노선은 일단 최대한 그러니까 3~4년이나 그 이상으로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군사 물자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의 전력 소모를 최대화시켜 보자. 일단 이 라인이 우세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또 그렇게 할 경우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파급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가는 정권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요. 공화당 같은 경우에는 대러시아 접근이 또 다릅니다. 트럼프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주적이 중국이고 러시아와는 적당히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이었거든요.

▷ 최경영 : 그랬습니다.

▶ 박노자 : 러시아도 사실은 공화당의 지지를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침략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몇 가지 접근이 있는 것이고 지금은 일단은 러시아를 최대한 약화시키려는 접근이 어느 정도 미국 정계에서도 우세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최경영 : 그런데 미국은 자원 대국이기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유럽이 이번 겨울을 버텨 낼 수 있을까요? 아까 3~4년까지 말씀을 하셨는데 유럽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것 같은데요.

▶ 박노자 : 아주 힘들고 그런데 실제로는 러시아를 제재한다, 한다 그러는데 러시아의 자본, 석유와 가스를 팔아서 벌었던 대금은 금년에는, 금년 전반기는 작년보다 오히려 훨씬 크다는 보도가 계속.

▷ 최경영 : 있죠. 네, 맞습니다.

▶ 박노자 : 그러니까 실제로 제재는 여태까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요. 유럽이 주요 국가인 독일 같은 나라에 특히 가스 공급은 차질 없이 계속 들어오는 것으로 지금 보이는 것이죠. 사실은 어떻게 보면 독일은 러시아 가스를 사가면서 러시아의 대금을 결제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무기를 공급합니다. 상당히 역설적 상황이죠.

▷ 최경영 : 그러네요. 아이러니네요. 아주 묘한 상황이 됐는데 그러면서 대금 지불은 달러로 못 하니까 루블화로도. 어떻게 하나요, 대금 지급은?

▶ 박노자 : 좀 복잡한 시스템인데요. 러시아 은행을 제재한다고 큰소리치지만 가스프롬은행이라는 러시아 가스 재벌에 속하는 은행은 유럽에서 계속 장사하고 있습니다.

▷ 최경영 : 아, 가스프롬 뱅크는.

▶ 박노자 : 네. 그래서 그 뱅크는 유로화 계좌하고 루블화 계좌 2개를 두고 대금을 유로화 계좌에 일단 지불한 뒤에 루블화 계좌로 이체시키면.

▷ 최경영 : 그렇게 되면 되는군요.

▶ 박노자 : 그래서 그것을 받아주는 겁니다. 이런 식이에요.

▷ 최경영 : 그러니까 루블화 가치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는 거군요, 지금 상황이.

▶ 박노자 : 훨씬 올랐습니다.

▷ 최경영 : 그리고 아까 쭉 우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전쟁의 장기전에 관해서 말씀을 들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한국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전쟁의 상황 그다음에 미중 갈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는 해야 된다고 보세요?

▶ 박노자 : 저는 2가지 면이 있는 거라고 봅니다. 하나는 명분이고 하나는 실리입니다. 명분은 어쨌든 대한민국은 국제법을 준수하는 국제사회의 모범 국가가 됐으면 하고 실제로는 우리는 그러니까 최대 군사 강국이 아닌 이상은 우리 앞에는 국제법 준수가 유리합니다. 국제법이 기반한 세계 질서가 우리한테 훨씬 더 유리한 것이죠. 그런 만큼 러시아가 저지른 국제법 유린을 우리는 당연히 비판하는 게 맞습니다.

▷ 최경영 : 그렇고요.

▶ 박노자 : 그리고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부터 시작해서 침략의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선진국으로서 의무라고 봐야죠. 그거는 당연한 거고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만 동시에는 언제까지 이 침략은 러시아라는 군사 강국의 인접 국가 침략인 동시에 강대국 사이의 대리전이기도 하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싸우고 있다고 지금 주장하는데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미국 무기도 속속 들어오고 해서 뭐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초강대국들의 군사 패권 싸움에 대한민국이 끼어들어 가서 사실은 득 볼 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측면으로부터 되도록 거리 두는 것이 아마 국익에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최경영 : 알겠습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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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강시사] 박노자 “우크라이나에서 미-러 싸움…한국은 ‘거리두기’가 유리”
    • 입력 2022-05-16 11:00:43
    • 수정2022-05-16 11:04:01
    최강시사
- 푸틴, 우크라 전쟁에 명운 걸었다...전쟁 장기화 우려
- 15년 군사화 프로젝트, 나토 동진 약화될 때 침략
- 크림반도 잃은 우크라이나, 군비 증강으로 맞서
- 러-중 손잡고 신냉전 갈까? 미국의 계산 복잡
- EU 러시아 제재 효과는? 가스 등 공급 차질없어
- 한국, 국제법 준수하고 난민 지원부터 시작해야

■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K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인용보도 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프로그램명 : 최경영의 최강시사
■ 방송시간 : 5월 16일(월) 07:20-08:57 KBS1R FM 97.3 MHz
■ 진행 : 최경영 기자 (KBS)
■ 출연 : 박노자 교수 (노르웨이 오슬로대 교수)



▷ 최경영 :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북유럽, 유럽 전역에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습니다. 이런 복잡하고 어지러운 정세 속에 지난주 윤석열 새 정부가 출범했는데요.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교수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지금 노르웨이 계시죠?

▶ 박노자 : 네, 그렇습니다.

▷ 최경영 : 지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박노자 : 저는 상당히 비관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지금 러시아 입장 그러니까 러시아 푸틴 독재 정권의 입장에서는 이 전쟁에 거의 명운을 걸었다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러시아 정권 입장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속국화시키지 못하더라도 거기에서 상당한 영토를 장악해야 정권의 말하자면 명분이 서고 그 정권이 여태까지 해 온 일들이 정당화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지금 공세 속도가 대단히 느린 걸로 봐서는 그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는 우크라이나에서 파괴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 최경영 : 그런데 그렇게 영토를 점령했다고 선언한다고 하더라도 나토가 인정을 안 할 거 아닙니까?

▶ 박노자 : 네, 그런데 러시아 독재 정권이 지금은 미국을 비롯한 나토가 더 이상 세계에서 말하자면 패권 중심의 노릇을 어차피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는 모양으로 인정을 못 받는다 해도 실질적인 종전만 하면 되는 것으로 그렇게 인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 최경영 : 그렇군요. 그런데 푸틴 정권, 이 자체가 명운이 걸려 있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혹시 러시아 내에서 어떤 경제적인 어려움 이런 것들 때문에, 전쟁으로부터 야기된 그런 것들 때문에 어떤 반푸틴적인 정서가 있습니까? 혹시 반대하는, 전쟁에 반대하는 정서.

▶ 박노자 : 저는 이 상황을 러시아 언론이나 SNS를 통해서 계속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대체로는 독재 체제를 처음부터 싫어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더더욱 싫어하는 것이고요. 그런데 다수는 일단 수용을 하고 그 정권이 내건 반미 초강경 민족주의 그러니까 이전의 반미, 반서방 민족주의에 이제 상당한 말하자면 충성을 보이는 것도 아마 사실인 듯합니다. 그러니까 푸틴 독재 정권이 어디까지나 역사학에서 자주 이야기하는 대중 독재,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한 대중 독재 중의 하나라고 아마 봐도 큰 과오는 아닐 것 같습니다.

▷ 최경영 : 그 명분은 반미와 반서방 뭐 이렇게 되는 거네요?

▶ 박노자 : 네, 네. 반미, 반서방.

▷ 최경영 : 핀란드, 옆 나라. 지금 계시는 노르웨이 옆 나라 핀란드가 중립국 지위 포기, 나토 가입 이렇게 했단 말이죠. 그러니까 푸틴이 여기에 전력 공급을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 박노자 : 네, 핀란드 같은 경우에는 이제 100년 동안 러시아 속국 그러니까 식민지였고요. 그런 반식민지 투쟁을 해서 결국은 독립을 쟁취한 나라입니다. 그런데 소련에 침략을 당하고 그 침략의 결과로 국토의 11%를 잃은 아픈 경험을 갖고 있는 나라죠. 그러니까 지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하고자 하는 일을 소련이 1939년, 40년에 핀란드를 침공해서 이미 한 적이 있었던 겁니다.

▷ 최경영 :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이 전쟁의 원인은 뭐라고 보세요? 푸틴의 어떤 망상, 착각일까요 아니면 그전에 BBC나 이런 곳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 이미 한 1997년부터 해서 한 14개국 정도가 나토에, EU에 대거 가입한 그 상황에 러시아가 굉장히 위협감, 압박감을 느꼈다 이런 보도도 있었는데요.

▶ 박노자 : 그런 것도 분명히 있고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중첩된 것으로 제가 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국의 나토 동진 시도도 당연히 러시아 지배층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감행한 이유 중의 또 하나는 미국은 무리하게 동진을 해도 실패했다. 그러니까 미국이 좀 약화됐다. 즉, 그런 정세 분석이 러시아 정계에서 상당히 큰 영향력을 발휘했습니다. 약화됐으니까 우크라이나를 때려도 된다. 즉, 말하자면 그런 방식의 사고가 크게 작용한 것이고요. 그거보다 더 큰 것은 러시아를 다스리고 있는 독재 정권이 이미 한 15년 전부터 계속해서 근현대화, 초현대적 무기 개발 그리고 전국 군사화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15년 동안 추진해 온 것도 상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 최경영 : 그렇군요.

▶ 박노자 : 그러니까 러시아는 지난 10여 년 동안 엄청나게 군사화됐고 계속해서 군사 부문에 모든 것을, 말하자면 명운을 걸었던 이전의 선군정치에 대한 걸 해 온 것이죠.

▷ 최경영 : 그런데 왜 이렇게 전쟁에서는, 러시아가 그렇게 군사력을 증강시켰다면 우크라이나를 쉽게 점령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는 못하잖아요. 그런 이유는 뭐라고 보세요?

▶ 박노자 : 2가지라고 봅니다. 하나는 러시아 못지않게 우크라이나도 총 14년의 러시아 침략을 당하고 크림반도를 잃은 뒤로는 아주 빠른 속도로 군사 부문을 증강해 왔습니다.

▷ 최경영 : 우크라이나도.

▶ 박노자 : 우크라이나도 GDP의 한 6% 정도 계속해서 군사에 투자해 온 것이죠, 지난 8년 동안. 그러니까 양쪽이 다 말하자면 계속해서 이렇게 총들로 휘어잡고 있었다랄까 그런 인상이 있고요. 또 하나는 러시아는 독재 국가입니다. 그러니까 시민 사회로부터의 피드백을 국가가 받지 못하고 있고 독립 언론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관료들이 독재하는 만큼 또 관료들의 무능이라든지 부정부패가 엄청납니다. 그러니까 천문학적인 수준이죠. 한국으로 치면 80년대 5공 비리 정도죠. 기업들은 거의 푸틴 체제에 상납을 안 하면 사업할 수 없는 그런 환경이 잡혀 있고요.

▷ 최경영 : 미국의 헨리 키신저 박사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세계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던데요. 이게 지금 미국 입장에서 봤을 때는 물론 군수 물자랄지 무기랄지 이런 것들을 많이 대고는 있습니다만 전쟁에 직접적으로 참여는 안 하고 있거든요. 나토도 그렇고 참전은 안 하고 있는데 이 상황이 완전히 신냉전으로 가게 된다면 러시아와 중국이 손을 잡게 될 것 같은데 러시아와 중국이 또 손을 잡는 것은 미국이나 서방이 원치 않는 것 아닙니까?

▶ 박노자 : 전혀 원치 않고 미국과 서방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 최경영 : 그렇죠. 그러면 미국과 서방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로 러시아를 약화시키고 이 전쟁을 끌고 가야 될까요?

▶ 박노자 : 그러니까 사실 그쪽의 계산이 상당히 복잡하고 미국 정계 안에서도 몇 가지 정치 라인이 있다고 아마 보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지금 미국의 노선은 일단 최대한 그러니까 3~4년이나 그 이상으로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군사 물자를 지원함으로써 러시아의 전력 소모를 최대화시켜 보자. 일단 이 라인이 우세한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은데 문제는 또 그렇게 할 경우에는 세계 경제에 대한 파급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다가는 정권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요. 공화당 같은 경우에는 대러시아 접근이 또 다릅니다. 트럼프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주적이 중국이고 러시아와는 적당히 손을 잡아야 한다. 이런 식의 접근이었거든요.

▷ 최경영 : 그랬습니다.

▶ 박노자 : 러시아도 사실은 공화당의 지지를 기다리면서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침략을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몇 가지 접근이 있는 것이고 지금은 일단은 러시아를 최대한 약화시키려는 접근이 어느 정도 미국 정계에서도 우세하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최경영 : 그런데 미국은 자원 대국이기 때문에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유럽이 이번 겨울을 버텨 낼 수 있을까요? 아까 3~4년까지 말씀을 하셨는데 유럽 입장에서는 굉장히 힘들 것 같은데요.

▶ 박노자 : 아주 힘들고 그런데 실제로는 러시아를 제재한다, 한다 그러는데 러시아의 자본, 석유와 가스를 팔아서 벌었던 대금은 금년에는, 금년 전반기는 작년보다 오히려 훨씬 크다는 보도가 계속.

▷ 최경영 : 있죠. 네, 맞습니다.

▶ 박노자 : 그러니까 실제로 제재는 여태까지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요. 유럽이 주요 국가인 독일 같은 나라에 특히 가스 공급은 차질 없이 계속 들어오는 것으로 지금 보이는 것이죠. 사실은 어떻게 보면 독일은 러시아 가스를 사가면서 러시아의 대금을 결제하고 또 한편으로는 우크라이나의 무기를 공급합니다. 상당히 역설적 상황이죠.

▷ 최경영 : 그러네요. 아이러니네요. 아주 묘한 상황이 됐는데 그러면서 대금 지불은 달러로 못 하니까 루블화로도. 어떻게 하나요, 대금 지급은?

▶ 박노자 : 좀 복잡한 시스템인데요. 러시아 은행을 제재한다고 큰소리치지만 가스프롬은행이라는 러시아 가스 재벌에 속하는 은행은 유럽에서 계속 장사하고 있습니다.

▷ 최경영 : 아, 가스프롬 뱅크는.

▶ 박노자 : 네. 그래서 그 뱅크는 유로화 계좌하고 루블화 계좌 2개를 두고 대금을 유로화 계좌에 일단 지불한 뒤에 루블화 계좌로 이체시키면.

▷ 최경영 : 그렇게 되면 되는군요.

▶ 박노자 : 그래서 그것을 받아주는 겁니다. 이런 식이에요.

▷ 최경영 : 그러니까 루블화 가치가 생각보다 그렇게 많이 떨어지지 않는 거군요, 지금 상황이.

▶ 박노자 : 훨씬 올랐습니다.

▷ 최경영 : 그리고 아까 쭉 우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전쟁의 장기전에 관해서 말씀을 들었는데요. 어떻게 보세요? 한국은 어떻게 해야 됩니까, 이런 미묘한 상황에서. 전쟁의 상황 그다음에 미중 갈등의 상황에서 어떻게 우리는 해야 된다고 보세요?

▶ 박노자 : 저는 2가지 면이 있는 거라고 봅니다. 하나는 명분이고 하나는 실리입니다. 명분은 어쨌든 대한민국은 국제법을 준수하는 국제사회의 모범 국가가 됐으면 하고 실제로는 우리는 그러니까 최대 군사 강국이 아닌 이상은 우리 앞에는 국제법 준수가 유리합니다. 국제법이 기반한 세계 질서가 우리한테 훨씬 더 유리한 것이죠. 그런 만큼 러시아가 저지른 국제법 유린을 우리는 당연히 비판하는 게 맞습니다.

▷ 최경영 : 그렇고요.

▶ 박노자 : 그리고 인도적인 차원에서는 당연히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부터 시작해서 침략의 피해자들을 도와주는 것이 선진국으로서 의무라고 봐야죠. 그거는 당연한 거고요.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만 동시에는 언제까지 이 침략은 러시아라는 군사 강국의 인접 국가 침략인 동시에 강대국 사이의 대리전이기도 하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싸우고 있다고 지금 주장하는데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닙니다. 미국 무기도 속속 들어오고 해서 뭐 틀린 말도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런 초강대국들의 군사 패권 싸움에 대한민국이 끼어들어 가서 사실은 득 볼 게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측면으로부터 되도록 거리 두는 것이 아마 국익에 맞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최경영 : 알겠습니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교수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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