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구조건 동시 해결해야 조정위 참여”…옥시 주장 따져보니

입력 2022.05.17 (23:46) 수정 2022.05.1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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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형수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며 절규하는 사람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입니다.

이렇게 아직도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7천 명이 넘지만, 공식 배상을 받은 경우는 극히 일부입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고, 해결책은 없는 건지 이정은 기자와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언급한 대로 옥시가 기업 간에 분담 비율을 공정하게 따져달라고 요구한 것 포함해 모두 세 가지를 요구했다는데 뭐죠?

[기자]

네, 공정한 분담 비율 외에 옥시의 두 번째 요구는 '합리적 조정 기준'입니다.

옥시는 피해가 비교적 덜한 사람들에게까지 지원금이 과도하게 책정됐고, 지원 대상도 '단순 노출 확인자'까지로 너무 넓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지원금이 최대 9,240억 원인데, 이게 어떻게 산정됐는지 '과학적 근거'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조정 이후엔 기업의 책임은 묻지 않도록 해달라는 '종국성 보장'도 옥시가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앵커]

조정안이 나온 뒤로는 지금 밝힌 이 세 가지 이유를 들어서 동의하지 않았다는 건데, 조정 초기엔 옥시가 오히려 적극적이었다면서요?

[기자]

네, 옥시가 지난해 말 조정위원회 운영 초기에 낸 의견서를 살펴봤는데요.

옥시는 의견서에서, '화해와 치유'라는 사회적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조정이 포괄적인 사회적 해결을 위한 거"라며, "'가능한 많은 피해자'가 아픔을 치유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질병과 인과관계를 따져 지원하는 건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고 스스로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사실 옥시는 그동안 1, 2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418명에 대해서 배상금 3천여억 원을 냈고, 구제기금 674억 원 등 지금껏 4천억 원 가까운 돈을 이미 부담해왔는데요.

최종 조정안이 나오며 분위기가 달라진 겁니다.

[앵커]

이 문제는 10년 전부터 시작된 얘긴데, 왜 이렇게 해결이 늦어지나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1년입니다.

원인 모를 폐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무더기로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정부의 피해조사, 특별법 제정까지 오는데만 6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아직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10년간 7천7백 명까지 늘었고요.

목숨을 잃은 사람도 1,774명입니다.

그런데 이 참사로 가해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은 피해자는 1, 2급 판정을 받고 옥시가 배상한 4백여 명 정도거든요.

이 때문에 나머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정위가 꾸려졌는데 앞서 보도해드린 것처럼 옥시, 애경의 조정안 거부로 피해 구제가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가장 고통스러운 건 피해자들인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피해자들은 현재 특별법으로 나라에서 주는 치료비와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액수를 계산해보니까 한 사람당 10년 동안 3,600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1년에 360만 원 지원받은 셈인데, 폐 질환 검사와 치료비만 생각해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피해자 단체들은 그래서 조정위 결정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게 지금 사실상 중단된 겁니다.

결국, 피해자 단체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불매 운동을 호소하고 있는데, 최근 배구선수였던 안은주 씨의 사망을 계기로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말 그대로 사회적 참사인데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도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인데, 해결이 쉽지 않은가 보군요.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조정위가 사적 기구라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조정위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주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정위원장은 어제 국회를 찾아가서 옥시의 참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조정위원들이 요구 조건을 논의하기 위해 옥시 영국 본사와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현재 옥시 본사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거로 확인됐습니다.

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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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형수의 마음으로 살고 있다며 절규하는 사람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입니다.

이렇게 아직도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이 7천 명이 넘지만, 공식 배상을 받은 경우는 극히 일부입니다.

무엇이 가장 큰 문제고, 해결책은 없는 건지 이정은 기자와 더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앞서 리포트에서 언급한 대로 옥시가 기업 간에 분담 비율을 공정하게 따져달라고 요구한 것 포함해 모두 세 가지를 요구했다는데 뭐죠?

[기자]

네, 공정한 분담 비율 외에 옥시의 두 번째 요구는 '합리적 조정 기준'입니다.

옥시는 피해가 비교적 덜한 사람들에게까지 지원금이 과도하게 책정됐고, 지원 대상도 '단순 노출 확인자'까지로 너무 넓어졌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지원금이 최대 9,240억 원인데, 이게 어떻게 산정됐는지 '과학적 근거'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이번 조정 이후엔 기업의 책임은 묻지 않도록 해달라는 '종국성 보장'도 옥시가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앵커]

조정안이 나온 뒤로는 지금 밝힌 이 세 가지 이유를 들어서 동의하지 않았다는 건데, 조정 초기엔 옥시가 오히려 적극적이었다면서요?

[기자]

네, 옥시가 지난해 말 조정위원회 운영 초기에 낸 의견서를 살펴봤는데요.

옥시는 의견서에서, '화해와 치유'라는 사회적 가치를 내세웠습니다.

그러면서 "조정이 포괄적인 사회적 해결을 위한 거"라며, "'가능한 많은 피해자'가 아픔을 치유하도록 설계해야 한다"고 적었습니다.

또, 질병과 인과관계를 따져 지원하는 건 소모적이고 불필요하다"고 스스로 언급하면서 적극적인 지원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사실 옥시는 그동안 1, 2급 판정을 받은 피해자 가운데 418명에 대해서 배상금 3천여억 원을 냈고, 구제기금 674억 원 등 지금껏 4천억 원 가까운 돈을 이미 부담해왔는데요.

최종 조정안이 나오며 분위기가 달라진 겁니다.

[앵커]

이 문제는 10년 전부터 시작된 얘긴데, 왜 이렇게 해결이 늦어지나요?

[기자]

네, 말씀하신 대로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1년입니다.

원인 모를 폐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무더기로 나오면서부터입니다.

정부의 피해조사, 특별법 제정까지 오는데만 6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아직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게 없습니다.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은 10년간 7천7백 명까지 늘었고요.

목숨을 잃은 사람도 1,774명입니다.

그런데 이 참사로 가해 기업으로부터 배상을 받은 피해자는 1, 2급 판정을 받고 옥시가 배상한 4백여 명 정도거든요.

이 때문에 나머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조정위가 꾸려졌는데 앞서 보도해드린 것처럼 옥시, 애경의 조정안 거부로 피해 구제가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가장 고통스러운 건 피해자들인데 어떻게 대응하고 있습니까?

[기자]

피해자들은 현재 특별법으로 나라에서 주는 치료비와 수당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액수를 계산해보니까 한 사람당 10년 동안 3,600만 원 정도 받았습니다.

1년에 360만 원 지원받은 셈인데, 폐 질환 검사와 치료비만 생각해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피해자 단체들은 그래서 조정위 결정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게 지금 사실상 중단된 겁니다.

결국, 피해자 단체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지난달 말부터 불매 운동을 호소하고 있는데, 최근 배구선수였던 안은주 씨의 사망을 계기로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앵커]

말 그대로 사회적 참사인데 해당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도 응당 책임을 져야 하는 문제인데, 해결이 쉽지 않은가 보군요.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조정위가 사적 기구라는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피해자들도, 조정위도 정부와 국회가 나서주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조정위원장은 어제 국회를 찾아가서 옥시의 참여를 도와달라고 호소했고, 조정위원들이 요구 조건을 논의하기 위해 옥시 영국 본사와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현재 옥시 본사 측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거로 확인됐습니다.

영상편집:황보현평/그래픽:서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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