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찾아요”…‘개냥이’ 은영이의 특별한 쉼터

입력 2022.05.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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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발달장애인이 유기동물 돌보는 쉼터 ‘누리봄’
-1년 새 6마리 입양 보내... 고양이 4마리·강아지 1마리 가족 찾는 중
-성인 발달장애인, 사회 활동 절실...기회는 태부족


■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유기동물 쉼터가 있다?

최근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펫샵 대신 유기동물보호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유기동물 쉼터에서도 고양이 4마리와 강아지 1마리가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물들은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돌보고 있습니다. 경기도 ‘장애인 일자리 창출’ 공모사업에 선정돼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누리봄’ 이야기입니다.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있는 오은희 씨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있는 오은희 씨

이곳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하루 3~4시간가량 유기동물들을 돌봅니다. 44살의 오은희 씨는 오자마자 창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27살 이혜민 씨도 물그릇을 채우고 은희 씨를 뒤따라 물걸레질을 시작합니다. 그런 동생들을 보던 63살 홍입분 씨 역시 고양이 화장실 청소, 일명 ‘감자 캐기’를 시작합니다. 단순 청소뿐만 아니라 간식 주기나 훈련 등 동물을 돌보는 일까지도 책임지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쉼터입니다.

입양을 기다리는 ‘누리봄’ 동물들입양을 기다리는 ‘누리봄’ 동물들

지난해 문을 연 쉼터에서는 벌써 6마리의 동물들에 새로운 가정을 찾아줬습니다. 입양을 보내는 일이 이들에게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발달장애인과 유기동물이 함께 버려지지 않고, 학대받지 않는 세상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좋은 가정으로,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입양과 관련해서는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화(070-7722-7078)나 인스타그램(nuribomgmcil), 유튜브 등을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발달장애인들 성취감·책임감 느낄 수 있어”

혜민 씨는 고양이 특유의 눈동자 모양과 발톱 때문에 무서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쉼터에서 만난 고양이 ‘은영이’가 혜민 씨에게는 처음 만난 고양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은영이가 혜민 씨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려 혜민 씨는 조금 놀랐지만, 점점 마음의 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그런 혜민 씨와 ‘은영이’는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이혜민 씨의 손길이 익숙한 ‘은영이’이혜민 씨의 손길이 익숙한 ‘은영이’

‘누리봄’을 기획한 김소율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역시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과 교감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유기동물 쉼터의 성격상 돌보던 동물들과의 작별인사를 해야 할 때 이를 견디기 어려워할까봐 마음 졸인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발달장애인은 외부와 교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서로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에 지난날 상처도 자연스럽게 치유됩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책임감도 가질 수 있는 일이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어요. 발달장애인도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리봄’ 김소율 사무국장 인터뷰 중

■ 일하는 발달장애인 3명 중 1명 미만...“사회 활동 기회 절실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20만 9,497명 중 취업하여 일하고 있는 사람은 6만 1,388명으로 29.3%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분야별로 보면, ‘제조’가 37.2%로 가장 많고, ‘배송 등 서비스’ (18.5%), ‘청소·세탁’ (18.1%) 등 비교적 단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은 사회 참여의 기회가 더욱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이 평일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TV 보기, 휴식, 컴퓨터 등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를 위해 낮 시간대 다양한 그룹 활동을 지원하는 ‘주간활동서비스’를 2019년 도입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주거지 인근에서 체육활동을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해 다른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용자는 6,366명, 예산 집행은 60% 정도 수준입니다. 이용자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복지부는 “다른 서비스로 수요가 분산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황선원 활동가는 “주간활동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아직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돌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 이를 사용하면 발달장애인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하는 데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동 보조 등 발달장애인의 일상 활동을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간이 차감되기 때문에 사용이 꺼려진다는 겁니다.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역시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더불어 사는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도입된 주간활동서비스는 단순히 개인의 일상 활동을 보조해주는 서비스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일상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다양한 사회교류의 기회를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입양과 관련해서는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화(070-7722-7078)나 인스타그램(nuribomgmcil), 유튜브 등을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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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 찾아요”…‘개냥이’ 은영이의 특별한 쉼터
    • 입력 2022-05-23 07:00:17
    취재K
-발달장애인이 유기동물 돌보는 쉼터 ‘누리봄’<br />-1년 새 6마리 입양 보내... 고양이 4마리·강아지 1마리 가족 찾는 중<br />-성인 발달장애인, 사회 활동 절실...기회는 태부족

■ ‘국내 최초’ 발달장애인이 일하는 유기동물 쉼터가 있다?

최근 유기동물 입양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펫샵 대신 유기동물보호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기도 광명시의 한 유기동물 쉼터에서도 고양이 4마리와 강아지 1마리가 가족을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동물들은 중증 발달장애인들이 돌보고 있습니다. 경기도 ‘장애인 일자리 창출’ 공모사업에 선정돼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운영하는 ‘누리봄’ 이야기입니다.

고양이들에게 간식을 주고 있는 오은희 씨
이곳에서 일하는 발달장애인들은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나뉘어 하루 3~4시간가량 유기동물들을 돌봅니다. 44살의 오은희 씨는 오자마자 창문을 열고, 청소를 시작합니다. 27살 이혜민 씨도 물그릇을 채우고 은희 씨를 뒤따라 물걸레질을 시작합니다. 그런 동생들을 보던 63살 홍입분 씨 역시 고양이 화장실 청소, 일명 ‘감자 캐기’를 시작합니다. 단순 청소뿐만 아니라 간식 주기나 훈련 등 동물을 돌보는 일까지도 책임지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쉼터입니다.

입양을 기다리는 ‘누리봄’ 동물들
지난해 문을 연 쉼터에서는 벌써 6마리의 동물들에 새로운 가정을 찾아줬습니다. 입양을 보내는 일이 이들에게는 조금 더 의미 있는 이유는 발달장애인과 유기동물이 함께 버려지지 않고, 학대받지 않는 세상으로 한 발자국 내딛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 좋은 가정으로, 더 사랑받을 수 있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입양과 관련해서는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화(070-7722-7078)나 인스타그램(nuribomgmcil), 유튜브 등을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발달장애인들 성취감·책임감 느낄 수 있어”

혜민 씨는 고양이 특유의 눈동자 모양과 발톱 때문에 무서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쉼터에서 만난 고양이 ‘은영이’가 혜민 씨에게는 처음 만난 고양이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은영이가 혜민 씨에게 다가가 애교를 부려 혜민 씨는 조금 놀랐지만, 점점 마음의 문이 열렸다고 합니다. 그런 혜민 씨와 ‘은영이’는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이혜민 씨의 손길이 익숙한 ‘은영이’
‘누리봄’을 기획한 김소율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무국장 역시 초기에는 우려도 있었다고 합니다. 동물과 교감할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고, 유기동물 쉼터의 성격상 돌보던 동물들과의 작별인사를 해야 할 때 이를 견디기 어려워할까봐 마음 졸인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동물은 사람에 대한 신뢰를, 발달장애인은 외부와 교감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서로를 편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기에 지난날 상처도 자연스럽게 치유됩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성취감을 느끼고 책임감도 가질 수 있는 일이면서 사회적인 문제를 다루고 싶었어요. 발달장애인도 잘 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누리봄’ 김소율 사무국장 인터뷰 중

■ 일하는 발달장애인 3명 중 1명 미만...“사회 활동 기회 절실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일과 삶 실태 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 발달장애인 20만 9,497명 중 취업하여 일하고 있는 사람은 6만 1,388명으로 29.3%에 불과합니다. 그마저도 분야별로 보면, ‘제조’가 37.2%로 가장 많고, ‘배송 등 서비스’ (18.5%), ‘청소·세탁’ (18.1%) 등 비교적 단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일하지 않는 발달장애인은 사회 참여의 기회가 더욱 없습니다. 발달장애인이 평일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이 TV 보기, 휴식, 컴퓨터 등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발달장애인들의 사회 참여를 위해 낮 시간대 다양한 그룹 활동을 지원하는 ‘주간활동서비스’를 2019년 도입했습니다. 이를 이용하면 주거지 인근에서 체육활동을 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신청해 다른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 이용자는 6,366명, 예산 집행은 60% 정도 수준입니다. 이용자가 아직 많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복지부는 “다른 서비스로 수요가 분산된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생각은 다릅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황선원 활동가는 “주간활동서비스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는 이유는 아직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돌봄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 이를 사용하면 발달장애인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 하는 데에 있다”고 설명합니다. 주간활동서비스를 이용하면 이동 보조 등 발달장애인의 일상 활동을 광범위하게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시간이 차감되기 때문에 사용이 꺼려진다는 겁니다.

김기룡 중부대 중등특수교육과 교수 역시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더불어 사는 생활을 실천하기 위해 도입된 주간활동서비스는 단순히 개인의 일상 활동을 보조해주는 서비스와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며 발달장애인들이 일상 지원을 받지 못할까봐 다양한 사회교류의 기회를 잃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입양과 관련해서는 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전화(070-7722-7078)나 인스타그램(nuribomgmcil), 유튜브 등을 통해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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