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물투여·시신유기’ 면허 취소 의사…법원 “재기 기회 줘야”

입력 2022.05.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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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과실치사와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사 면허가 취소된 전직 의사에게 면허를 다시 줘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의사 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전직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 지인에게 마약류 약물 불법 투여…시신 유기

원고 A 씨는 1993년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이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산부인과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2012년 7월, A 씨는 밤 늦게 술을 마신 뒤 지인 B 씨를 자신의 병원에서 만났습니다.

B 씨가 수면장애와 두통 등을 호소하며 "잠을 푹 자게 해달라"라고 하자, A 씨는 병원 입원실에서 13가지 약물을 섞어 B 씨에게 투여했습니다. 이 중엔 마약류 의약품도 섞여 있었습니다.

B 씨는 약 두 시간 만에, 약물로 호흡이 정지되면서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A 씨는 이후 숨진 B 씨의 시신을 B 씨 차로 옮긴 뒤, 그 차량을 운전해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에 내다 버렸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지인에게 불법으로 향정신성의약품 및 각종 마취제 등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지인이 사망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자신과 병원에 모두 큰 문제가 될 것을 두려워하여, 사체를 일단 병원 밖으로 옮기고... 자신의 주거지로 가서 사체 처리를 고민하던 중, 사체를 다른 장소에 유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 中)

이 사건으로 A 씨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시체 유기,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복지부, A 씨 의사 면허 취소…3년 뒤 재교부도 거부

보건복지부는 2014년 8월, A 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습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형사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당시 의료법에 따라 A 씨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나 사체유기죄는 의사 면허를 유지하는 데 있어 결격사유가 되진 않았습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의사 면허가 한 번 취소되면 3년 동안은 다시 면허를 받지 못합니다. A 씨는 정확히 3년 뒤인 2017년 8월 면허 재교부 신청을 했습니다.

복지부는 2020년 2월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재교부 여부를 심의했지만, 6명 중 5명이 불승인 의견을 제시해 면허 재교부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A 씨는 재교부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 법원 "10년 동안 반성…재기 기회 줘야"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복지부의 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겁니다.

의료법에 따라 '개전의 정', 즉 '반성하는 마음'이 뚜렷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법원은 A 씨의 '반성하는 마음'이 뚜렷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면허를 다시 받을 경우 의료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고, 출소 이후 수년간 매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한 점, 많은 의료인 동료들이 A 씨가 참회했다며 복직을 탄원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의사로 활동하지 못하면서 의료기기 판매업이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이혼을 하면서 가정이 파탄된 점, 민·형사 소송 과정에서 2억 8천만 원을 공탁하거나 유가족에게 지급한 점을 들면서 그동안 많은 후회와 참회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장기간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A씨)가 입는 경제적, 정신적 불이익이 이를 통해 피고(보건복지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작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하였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再起)의 기회를 부여해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법의 취지와 공익에 부합…(서울행정법원 판결문 中)

법원은 또 복지부 처분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는, 당사자에게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경우 심의 결과 몇 명이 불승인 의견이었는지, 어떠한 사유로 불승인된 건지 등을 제시해야 했는데, 복지부가 "불승인 결정이 됐다"고만 알려 '이유 제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법원에 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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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약물투여·시신유기’ 면허 취소 의사…법원 “재기 기회 줘야”
    • 입력 2022-05-30 07:00:36
    취재K

업무상 과실치사와 시신유기 등의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의사 면허가 취소된 전직 의사에게 면허를 다시 줘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김순열)는 의사 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전직 의사 A 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오늘(30일) 밝혔습니다.

■ 지인에게 마약류 약물 불법 투여…시신 유기

원고 A 씨는 1993년 의사 면허를 취득하고, 이후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을 따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산부인과 원장으로 일했습니다.

2012년 7월, A 씨는 밤 늦게 술을 마신 뒤 지인 B 씨를 자신의 병원에서 만났습니다.

B 씨가 수면장애와 두통 등을 호소하며 "잠을 푹 자게 해달라"라고 하자, A 씨는 병원 입원실에서 13가지 약물을 섞어 B 씨에게 투여했습니다. 이 중엔 마약류 의약품도 섞여 있었습니다.

B 씨는 약 두 시간 만에, 약물로 호흡이 정지되면서 그 자리에서 숨졌습니다.

A 씨는 이후 숨진 B 씨의 시신을 B 씨 차로 옮긴 뒤, 그 차량을 운전해 서울 서초구의 한 공원에 내다 버렸습니다.

피고인은 자신이 근무하던 병원에서 지인에게 불법으로 향정신성의약품 및 각종 마취제 등을 투여하는 과정에서 지인이 사망한 사실이 발각될 경우 자신과 병원에 모두 큰 문제가 될 것을 두려워하여, 사체를 일단 병원 밖으로 옮기고... 자신의 주거지로 가서 사체 처리를 고민하던 중, 사체를 다른 장소에 유기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문 中)

이 사건으로 A 씨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시체 유기, 의료법 위반으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복지부, A 씨 의사 면허 취소…3년 뒤 재교부도 거부

보건복지부는 2014년 8월, A 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습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형사 판결을 받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당시 의료법에 따라 A 씨의 업무상 과실치사죄나 사체유기죄는 의사 면허를 유지하는 데 있어 결격사유가 되진 않았습니다.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의사 면허가 한 번 취소되면 3년 동안은 다시 면허를 받지 못합니다. A 씨는 정확히 3년 뒤인 2017년 8월 면허 재교부 신청을 했습니다.

복지부는 2020년 2월 보건의료인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재교부 여부를 심의했지만, 6명 중 5명이 불승인 의견을 제시해 면허 재교부 신청을 거부했습니다.

이에 A 씨는 재교부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 법원 "10년 동안 반성…재기 기회 줘야"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복지부의 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이 위법하다는 겁니다.

의료법에 따라 '개전의 정', 즉 '반성하는 마음'이 뚜렷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법원은 A 씨의 '반성하는 마음'이 뚜렷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 씨가 면허를 다시 받을 경우 의료인으로서 사회에 봉사하면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고 있고, 출소 이후 수년간 매주 비영리 민간단체에서 무료 급식 봉사를 한 점, 많은 의료인 동료들이 A 씨가 참회했다며 복직을 탄원한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의사로 활동하지 못하면서 의료기기 판매업이나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이혼을 하면서 가정이 파탄된 점, 민·형사 소송 과정에서 2억 8천만 원을 공탁하거나 유가족에게 지급한 점을 들면서 그동안 많은 후회와 참회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습니다.

장기간 이 사건 처분으로 원고(A씨)가 입는 경제적, 정신적 불이익이 이를 통해 피고(보건복지부)가 달성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작다고 보이지 아니하는 점,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하였지만 개전의 정이 뚜렷한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再起)의 기회를 부여해 자신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오히려 의료법의 취지와 공익에 부합…(서울행정법원 판결문 中)

법원은 또 복지부 처분이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봤습니다. 행정청이 처분을 할 때는, 당사자에게 처분의 근거와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경우 심의 결과 몇 명이 불승인 의견이었는지, 어떠한 사유로 불승인된 건지 등을 제시해야 했는데, 복지부가 "불승인 결정이 됐다"고만 알려 '이유 제시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6일, 법원에 항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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