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아파도 치료 못 받는 ‘미등록 이주 아동’

입력 2022.06.07 (12:42) 수정 2022.06.0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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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민들의 어린 자녀들.

주민번호가 없어 정확한 집계조차 되지 않지만 약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엄연히 살고 있는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서류상엔 없는 아이,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부모가 낳거나 데려온 자녀들인데요.

출생 신고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고 부릅니다.

국내 미등록 이주민,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은 30~40만 명입니다.

그들의 자녀인 미등록 이주 아동은 2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1989년, 유엔은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했습니다.

모든 아동은 인종, 언어 등과 관계없이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는데요.

교육과 의료 등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계 196개 나라가 이 협약을 지킬 것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1년에 협약을 비준했는데요.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기본권을 보장받고 있을까요?

필리핀 국적의 이 여성은 비자가 만료되면서 불법 체류 신분이 됐습니다.

남편도 같은 처지라서, 이 부부는 지난해 딸을 낳았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세 식구가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보니 한 살 된 딸이 아플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주위에서 돈을 빌립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음성변조 : "병원비는 비싸요. 약도 비싸요. 애기가 많이 아프면 안 돼요. 다른 사람 (도움이) 필요해요."]

미등록 이주 아동이 병원 치료를 받으려면 부담이 큽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요.

외국인 의료 수가까지 적용되다 보니까, 치료비가 일반 국민보다 최소 2배 이상 나옵니다.

이 몽골 국적의 10대 학생들은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왔습니다.

얼마 전 다쳤을 때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한데요.

다친 몸보다 비싼 치료비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미등록 이주 청소년 A/음성변조 : "(사고로) 발목이 많이 다쳐서 깁스를 하게 됐는데, 며칠 병원에 있어야 되고 깁스에다가 엑스레이도 많이 찍고. 한달에 100만, 2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 봐 아픈 걸 숨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등록 이주 청소년 B/음성변조 : "참고 넘어가다가 진짜 아프다 싶으면 말하면 그냥 (병원에) 가자고 해요. 근데 약간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약 먹고 넘어가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등록 이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최근 1년간 자녀가 아파도 치료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부모는 10명 중 3명꼴이었습니다.

대부분 "진료비 부담"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법무부는 최근 국내 장기체류 중인 이주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하지만 의료 지원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로 남아있는데요.

아동의 건강권 보호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책무인 만큼,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도 차별 없이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상혁/녹색병원장 :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 우리나라 사회를 위해서 많이 헌신하게 되는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말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이들을 대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핀란드와 독일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도 익명성을 보장하는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우리 국회에서도 외국인 아동의 출생을 등록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서, 미등록 이주 아동의 기본권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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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아파도 치료 못 받는 ‘미등록 이주 아동’
    • 입력 2022-06-07 12:42:14
    • 수정2022-06-07 13:05:58
    뉴스 12
[앵커]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이주민들의 어린 자녀들.

주민번호가 없어 정확한 집계조차 되지 않지만 약 2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홍화경 기자입니다.

[리포트]

우리나라에서 엄연히 살고 있는데,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서류상엔 없는 아이, 유령 같은 존재입니다.

국내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 부모가 낳거나 데려온 자녀들인데요.

출생 신고나 외국인 등록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미등록 이주 아동'이라고 부릅니다.

국내 미등록 이주민, 이른바 불법체류 외국인은 30~40만 명입니다.

그들의 자녀인 미등록 이주 아동은 2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1989년, 유엔은 아동권리협약을 채택했습니다.

모든 아동은 인종, 언어 등과 관계없이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고 명시했는데요.

교육과 의료 등 삶에 필요한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세계 196개 나라가 이 협약을 지킬 것을 약속했습니다.

우리나라도 1991년에 협약을 비준했는데요.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들은 기본권을 보장받고 있을까요?

필리핀 국적의 이 여성은 비자가 만료되면서 불법 체류 신분이 됐습니다.

남편도 같은 처지라서, 이 부부는 지난해 딸을 낳았지만 출생신고를 하지 못했습니다.

세 식구가 먹고 살기도 빠듯하다 보니 한 살 된 딸이 아플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주위에서 돈을 빌립니다.

[미등록 이주 아동 부모/음성변조 : "병원비는 비싸요. 약도 비싸요. 애기가 많이 아프면 안 돼요. 다른 사람 (도움이) 필요해요."]

미등록 이주 아동이 병원 치료를 받으려면 부담이 큽니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요.

외국인 의료 수가까지 적용되다 보니까, 치료비가 일반 국민보다 최소 2배 이상 나옵니다.

이 몽골 국적의 10대 학생들은 부모를 따라 한국으로 왔습니다.

얼마 전 다쳤을 때를 생각하면 눈앞이 아찔한데요.

다친 몸보다 비싼 치료비가 더 걱정이었습니다.

[미등록 이주 청소년 A/음성변조 : "(사고로) 발목이 많이 다쳐서 깁스를 하게 됐는데, 며칠 병원에 있어야 되고 깁스에다가 엑스레이도 많이 찍고. 한달에 100만, 200만 원 정도 (들었어요)."]

부모님께 부담이 될까 봐 아픈 걸 숨기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미등록 이주 청소년 B/음성변조 : "참고 넘어가다가 진짜 아프다 싶으면 말하면 그냥 (병원에) 가자고 해요. 근데 약간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약 먹고 넘어가죠."]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등록 이주민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봤더니, "최근 1년간 자녀가 아파도 치료 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부모는 10명 중 3명꼴이었습니다.

대부분 "진료비 부담"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법무부는 최근 국내 장기체류 중인 이주 아동의 교육권 보장을 위한 방안을 잇따라 내놨습니다.

하지만 의료 지원은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로 남아있는데요.

아동의 건강권 보호는 국제사회의 보편적 책무인 만큼,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도 차별 없이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임상혁/녹색병원장 :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 우리나라 사회를 위해서 많이 헌신하게 되는 그런 사람들이기 때문에, 정말 차별 없이 동등하게 이들을 대해주는 것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핀란드와 독일 등 상당수 유럽 국가들은 미등록 이주 아동에게도 익명성을 보장하는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는데요.

우리 국회에서도 외국인 아동의 출생을 등록할 수 있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어서, 미등록 이주 아동의 기본권이 개선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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