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러시아가 믿는 ‘가을 장군’은 전 세계에 닥칠 에너지·식량난?

입력 2022.06.09 (10:48) 수정 2022.06.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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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일을 넘겼고, 전쟁은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식량과 에너지 가격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전쟁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어느덧 전쟁이 4개월째예요.

최근 러시아의 공격은 주로 어디에서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네, 먼저 지도를 보시죠.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지점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동부 아조우해의 항구 도시 마리우폴은 사실상 러시아군이 장악했고, 서쪽 흑해에 있는 또 다른 항구 도시, 오데사를 향해서도 러시아는 미사일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도 보니까, 우크라이나 남부의 '해안 도시'들을 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네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해안 도시들을 점령해 해상 수출로를 봉쇄하겠다는 겁니다.

마리우폴과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지이자 식량 수출 통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의 1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데, 인구로 치면 대략 4억 명 분입니다.

이 밀 수출량의 90% 이상이 이들 도시를 통해 수출됐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남부 해상 봉쇄로 현재까지 약 2,500만 톤의 곡물 수출이 막혔고, 가을까지 가면 7,500만 톤 이상으로 늘어날 거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밀을 사용한 식품값이 많이 올랐는데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가을'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장기전을 예상하는 건가요?

[기자]

네, 협상은 교착 상태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특히 워싱턴포스트지가 사용한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가을을 기다린다."

러시아의 한 외교 관리 말을 인용한 건데요.

가을이 러시아에는 '비장의 카드'라는 겁니다.

[앵커]

러시아 하면 동장군 아닌가요?

이 '가을 장군'의 실체는 뭡니까?

[기자]

앞서 이야기한 밀 등의 식량이 있고요.

또 가을이 되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죠.

그래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와 식량이라는 무기를 양손에 들고 버티면 결국, 전쟁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겁니다.

여기서 '에너지'는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인데요.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맞서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갔고, 산유국들의 증산 소식에도 국제 유가는 고공 행진 중입니다.

가을부터 에너지 수요가 늘면 겨울에는 '가스 배급제'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최근까지 제재 중이던 베네수엘라 원유를 유럽으로 보내는걸 허용한 것도 이 때문인데요.

뿐만 아니라 식량도, 우크라이나의 밀이 아프리카로 많이 수출되는데, 현재 아프리카는 식량난이 심각합니다.

그럼 지금보다 더 많은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몰려들 수 있겠죠.

이렇게 해서 유럽 국가들에서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면 정권이 힘들어질 거라는 게 러시아의 판단입니다.

[앵커]

결국, 러시아와 서방 중 누가 먼저 지치느냐란 거네요.

러시아와 유럽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러시아는 산유국이고요.

중국과 인도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식량도 자급 가능하고요.

물가 급등이 문제기는 합니다만, 서방 국가들에 비해 국민 통제가 쉽다 보니 다소 느긋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푸틴이 9개월 정도까지는 버틸 거다"란 얘기도 러시아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앞서 유럽의 난민 위기를 언급했는데, 식량 위기는 유럽의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사안입니다.

이미 불만의 목소리가 커서요.

에스토니아 총리는 최근 "대러 제재로 인해 유럽이 다치기 시작하는 지점에 있다"고 했고,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그럼 러시아 경제는 문제가 없나요?

[기자]

러시아는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죠.

당장 이번 달에도 또 국채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데, 무려 4억 달러, 우리 돈 5천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디폴트 선언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왔고요.

환율은 아직까지는 안정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문제인데, 물가상승률이 지난 4월, 18%에 달했는데,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거든요.

아무리 푸틴이라고 해도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도외시할 수만은 없겠죠.

현재 러시아에선 차량 제동장치 부품이 없어서 새 차를 못 만들고, 신작 영화도 수입이 안 돼서 구 소련 시대 영화를 재상영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푸틴의 건강 이상설도 변수로 거론되는데요.

'혈액암이다', '3년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등 외신을 통해 지금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는 이런 주장을 모두 일축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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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09 10:48:01
    • 수정2022-06-09 11: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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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00일을 넘겼고, 전쟁은 교착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이제 식량과 에너지 가격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전쟁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지구촌 돋보기에서 홍석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어느덧 전쟁이 4개월째예요.

최근 러시아의 공격은 주로 어디에서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네, 먼저 지도를 보시죠.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잇는 지점에 병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남동부 아조우해의 항구 도시 마리우폴은 사실상 러시아군이 장악했고, 서쪽 흑해에 있는 또 다른 항구 도시, 오데사를 향해서도 러시아는 미사일 공격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도 보니까, 우크라이나 남부의 '해안 도시'들을 주 공격 대상으로 삼고 있네요.

이유가 있겠죠?

[기자]

네, 해안 도시들을 점령해 해상 수출로를 봉쇄하겠다는 겁니다.

마리우폴과 오데사는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지이자 식량 수출 통로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밀의 1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데, 인구로 치면 대략 4억 명 분입니다.

이 밀 수출량의 90% 이상이 이들 도시를 통해 수출됐습니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남부 해상 봉쇄로 현재까지 약 2,500만 톤의 곡물 수출이 막혔고, 가을까지 가면 7,500만 톤 이상으로 늘어날 거로 전망했습니다.

[앵커]

곡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밀을 사용한 식품값이 많이 올랐는데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가을' 이야기를 하는 걸 보니 장기전을 예상하는 건가요?

[기자]

네, 협상은 교착 상태입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특히 워싱턴포스트지가 사용한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러시아는 가을을 기다린다."

러시아의 한 외교 관리 말을 인용한 건데요.

가을이 러시아에는 '비장의 카드'라는 겁니다.

[앵커]

러시아 하면 동장군 아닌가요?

이 '가을 장군'의 실체는 뭡니까?

[기자]

앞서 이야기한 밀 등의 식량이 있고요.

또 가을이 되면 에너지 소비가 늘어나죠.

그래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에너지와 식량이라는 무기를 양손에 들고 버티면 결국, 전쟁에서 유리하다고 보는 겁니다.

여기서 '에너지'는 러시아산 가스와 원유인데요.

러시아가 경제 제재에 맞서서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을 잠갔고, 산유국들의 증산 소식에도 국제 유가는 고공 행진 중입니다.

가을부터 에너지 수요가 늘면 겨울에는 '가스 배급제' 가능성까지도 거론되는 상황입니다.

미국이 최근까지 제재 중이던 베네수엘라 원유를 유럽으로 보내는걸 허용한 것도 이 때문인데요.

뿐만 아니라 식량도, 우크라이나의 밀이 아프리카로 많이 수출되는데, 현재 아프리카는 식량난이 심각합니다.

그럼 지금보다 더 많은 난민이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몰려들 수 있겠죠.

이렇게 해서 유럽 국가들에서 국민 불만이 높아지고 지지율이 떨어지게 되면 정권이 힘들어질 거라는 게 러시아의 판단입니다.

[앵커]

결국, 러시아와 서방 중 누가 먼저 지치느냐란 거네요.

러시아와 유럽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일단 러시아는 산유국이고요.

중국과 인도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식량도 자급 가능하고요.

물가 급등이 문제기는 합니다만, 서방 국가들에 비해 국민 통제가 쉽다 보니 다소 느긋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푸틴이 9개월 정도까지는 버틸 거다"란 얘기도 러시아 내부에서 나온 이야기입니다.

앞서 유럽의 난민 위기를 언급했는데, 식량 위기는 유럽의 정세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는 큰 사안입니다.

이미 불만의 목소리가 커서요.

에스토니아 총리는 최근 "대러 제재로 인해 유럽이 다치기 시작하는 지점에 있다"고 했고, 전쟁의 중재자를 자처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습니다.

[앵커]

그럼 러시아 경제는 문제가 없나요?

[기자]

러시아는 채무불이행 즉, 디폴트 우려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죠.

당장 이번 달에도 또 국채 이자 만기가 도래하는데, 무려 4억 달러, 우리 돈 5천억 원에 달합니다.

하지만 러시아 정부는 "디폴트 선언은 없다"고 선을 긋고 나왔고요.

환율은 아직까지는 안정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가는 문제인데, 물가상승률이 지난 4월, 18%에 달했는데,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었거든요.

아무리 푸틴이라고 해도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도외시할 수만은 없겠죠.

현재 러시아에선 차량 제동장치 부품이 없어서 새 차를 못 만들고, 신작 영화도 수입이 안 돼서 구 소련 시대 영화를 재상영한다고 합니다.

게다가 푸틴의 건강 이상설도 변수로 거론되는데요.

'혈액암이다', '3년 시한부를 선고받았다' 등 외신을 통해 지금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는 이런 주장을 모두 일축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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