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천상의 밥상 ‘소반’을 잇다…소반장 추용호

입력 2022.06.09 (19:42) 수정 2022.06.09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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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 전통밥상, 소반은 가장 지역색이 짙은 공예품입니다.

특히 통영 소반은 견고한 기능에 더해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데요.

대를 이어 통영 소반을 지켜온 소반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음식이 담긴 그릇이나 기물을 올리는 작은 상.

통영소반은 소반 윗부분인 '천판' 표면을 자귀와 밀도로 깎아서 파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밀도를 가지고 이렇게 홈을 파거든요. 파서 또 밀고…."]

운각엔 섬세한 문양을 넣고 하대의 사족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장인은 하늘을 받드는 마음으로 소반을 만듭니다.

윤이상 기념공원 옆 낡은 집 한 채.

국가중요무형문화제 제99호 소반장 기능보유자, 추용호 소반장의 거처입니다.

["150년 넘었습니다. 흙이 천장에서 떨어져 나와요."]

150년을 견딘 이곳에서 장인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건 소반 재료가 될 나무인데요.

그에게 소반은 밥상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추용호/소반장 : "이 천판은 하늘을 뜻하는 거고 이거는 족대라고 마지막 땅을 이야기하는 거고. 밥상을 차려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천상의 하늘에 놓고 밥을 먹었다는 거지요."]

부친에 이어 평생 소반을 만든 장인이 직접 만든 연장도 세월의 두께가 느껴집니다.

["나무를 켤 때 나무를 물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켠다는 거죠. 아버지의 스승이 바로 작곡가 윤이상 씨 아버지니까…."]

요리연구가 이상희 씨는 전국의 소반을 수집하고, 복원작업도 하는데요.

소반장의 조언이 큰 힘이 됩니다.

끼니마다 사용하는 소반을 고쳐 쓰는 것도 장인의 몫.

타고난 감각과 기교로 통영소반의 맥을 이어온 소반장은 그에게 최고의 장인입니다.

[이상희/요리연구가 : "선생님만 한 솜씨가 없습니다. 유독 선생님이 만든 것은 소반의 아름다운 미가 정점을 찍고 있어요. 끝선 흐름이. 날렵하고…."]

상다리 하나에도 호족, 묘족, 마족 등의 모양을 넣어 소반 고유의 멋을 내는데요.

마치 기계로 깎은 듯 일정하고 정교한 다리는 오직 손의 감각으로 깎아낸 겁니다.

[추용호/소반장 : "이런 나무를 가지고 이렇게 톱살을 주고 이렇게 자귀질을 해서 칼로 깎으면 이렇게 된다는 거지. (감각이) 서서히 흘러서 이리로 이렇게 온단 말이죠. 어깨로 해서…."]

자귀질로 형태를 잡은 뒤 칼로 섬세한 모양을 만들고, 운각 문양을 새겨 넣는 등 모든 작업은 옛 방식을 고집합니다.

부친 추을용 선생이 만든 소반인데요, 작은 밥상 하나에 우주와 동서남북, 하늘을 향한 기원이 다 담겼습니다.

[추용호/소반장 : "하늘 밑에 구름이란 말이에요. 이게 땅이고. 학이 날개를 펴고 물을 먹는 거야 이렇게 날아와서. 이 원이 우주라는 거예요. 사각은 동서남북을 이야기하는 거고. 신선같이 하늘에 밥상을 놓고 앉아서 음식을 먹는단 말이지."]

화병을 올리는 소반과 구절판은 만든 지 40여 년이 지나도 새것처럼 단아한데요, 이 솜씨로 부친의 소반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통영 문화재 야행에 맞춰 통재영 12공방을 찾은 관람객들은 소반에서 눈을 뗄 줄 모릅니다.

[황수경/통영시 용남면 :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아주 좋고 한국적인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더욱더 많이 드네요. 천상의 식탁이라는 의미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아 참 좋다…."]

좁은 작업대가 마치 한 몸처럼 자연스러운 장인, 부자의 손때가 묻은 작업실에서 하늘과 세상을 담는 소반을 만드는 것이 추용호 소반장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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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천상의 밥상 ‘소반’을 잇다…소반장 추용호
    • 입력 2022-06-09 19:42:01
    • 수정2022-06-09 19:46:05
    뉴스7(창원)
[앵커]

우리 전통밥상, 소반은 가장 지역색이 짙은 공예품입니다.

특히 통영 소반은 견고한 기능에 더해 뛰어난 조형미를 자랑하는데요.

대를 이어 통영 소반을 지켜온 소반장을 경남인에서 만나보시죠.

[리포트]

음식이 담긴 그릇이나 기물을 올리는 작은 상.

통영소반은 소반 윗부분인 '천판' 표면을 자귀와 밀도로 깎아서 파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밀도를 가지고 이렇게 홈을 파거든요. 파서 또 밀고…."]

운각엔 섬세한 문양을 넣고 하대의 사족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장인은 하늘을 받드는 마음으로 소반을 만듭니다.

윤이상 기념공원 옆 낡은 집 한 채.

국가중요무형문화제 제99호 소반장 기능보유자, 추용호 소반장의 거처입니다.

["150년 넘었습니다. 흙이 천장에서 떨어져 나와요."]

150년을 견딘 이곳에서 장인이 가장 애지중지하는 건 소반 재료가 될 나무인데요.

그에게 소반은 밥상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추용호/소반장 : "이 천판은 하늘을 뜻하는 거고 이거는 족대라고 마지막 땅을 이야기하는 거고. 밥상을 차려서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천상의 하늘에 놓고 밥을 먹었다는 거지요."]

부친에 이어 평생 소반을 만든 장인이 직접 만든 연장도 세월의 두께가 느껴집니다.

["나무를 켤 때 나무를 물리는 겁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켠다는 거죠. 아버지의 스승이 바로 작곡가 윤이상 씨 아버지니까…."]

요리연구가 이상희 씨는 전국의 소반을 수집하고, 복원작업도 하는데요.

소반장의 조언이 큰 힘이 됩니다.

끼니마다 사용하는 소반을 고쳐 쓰는 것도 장인의 몫.

타고난 감각과 기교로 통영소반의 맥을 이어온 소반장은 그에게 최고의 장인입니다.

[이상희/요리연구가 : "선생님만 한 솜씨가 없습니다. 유독 선생님이 만든 것은 소반의 아름다운 미가 정점을 찍고 있어요. 끝선 흐름이. 날렵하고…."]

상다리 하나에도 호족, 묘족, 마족 등의 모양을 넣어 소반 고유의 멋을 내는데요.

마치 기계로 깎은 듯 일정하고 정교한 다리는 오직 손의 감각으로 깎아낸 겁니다.

[추용호/소반장 : "이런 나무를 가지고 이렇게 톱살을 주고 이렇게 자귀질을 해서 칼로 깎으면 이렇게 된다는 거지. (감각이) 서서히 흘러서 이리로 이렇게 온단 말이죠. 어깨로 해서…."]

자귀질로 형태를 잡은 뒤 칼로 섬세한 모양을 만들고, 운각 문양을 새겨 넣는 등 모든 작업은 옛 방식을 고집합니다.

부친 추을용 선생이 만든 소반인데요, 작은 밥상 하나에 우주와 동서남북, 하늘을 향한 기원이 다 담겼습니다.

[추용호/소반장 : "하늘 밑에 구름이란 말이에요. 이게 땅이고. 학이 날개를 펴고 물을 먹는 거야 이렇게 날아와서. 이 원이 우주라는 거예요. 사각은 동서남북을 이야기하는 거고. 신선같이 하늘에 밥상을 놓고 앉아서 음식을 먹는단 말이지."]

화병을 올리는 소반과 구절판은 만든 지 40여 년이 지나도 새것처럼 단아한데요, 이 솜씨로 부친의 소반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통영 문화재 야행에 맞춰 통재영 12공방을 찾은 관람객들은 소반에서 눈을 뗄 줄 모릅니다.

[황수경/통영시 용남면 : "자연친화적인 느낌이 아주 좋고 한국적인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더욱더 많이 드네요. 천상의 식탁이라는 의미도 확실히 알게 되었고 아 참 좋다…."]

좁은 작업대가 마치 한 몸처럼 자연스러운 장인, 부자의 손때가 묻은 작업실에서 하늘과 세상을 담는 소반을 만드는 것이 추용호 소반장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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