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우리집 사생활이 인터넷에…‘해킹 무방비’ 아파트 실태 조사 나선다

입력 2022.06.09 (20:15) 수정 2022.06.09 (20:29)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집 앞에 찾아온 방문객을 작은 모니터로 확인시켜주는 아파트 거실의 '월패드'가 사생활 유출의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해킹으로 집 내부를 촬영하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도 하는데요.

월패드 해킹 여부, 어떻게 확인하고 방지할 수 있는지 홍화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손님이 초인종을 울립니다.

그러면 현관문까지 직접 나가 작은 구멍으로 누가 왔는지 확인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좀 달라졌습니다.

거실 벽에 붙은 액정 화면, '월패드'로 바깥을 확인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출입문을 열고 잠글 수도 있고요.

조명과 냉난방 장치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참 편리해졌죠.

그런데 이 기계를 통해서 누군가 내 사생활을 낱낱이 엿볼 수도 있습니다.

편한 옷차림의 사람들. 모두 '해킹' 당한 영상들입니다.

월패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해킹 영상들, 심지어 '다크웹'이라고 불리는 불법 사이트들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유출이 가능했을까요?

집집마다 설치된 월패드는 하나의 통신망에 연결돼 있는데요.

이 통신망들이 다시 전체 네트워크로 묶입니다.

해커가 외부에서 이 네트워크로 집 안의 월패드에 접근하게 되면 원격 촬영과 영상 유출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이런 해킹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홈게이트웨이'라고 부르는데요.

[정태복/정보통신기술사 : "홈게이트웨이가 설치가 돼 있으면 다른 세대의 네트워크에서 내가 특정 어떤 세대를 보고자 했을 때 그 세대에 대한 IP 정보를 알 수가 없어요. 해킹을 하고 싶어도 이게 어느 세대인지를 특정할 수가 없어요."]

게이트웨이, 이름처럼 통신 네트워크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데요.

통신 단자를 연결하는 여러 구멍이 있고, 영문으로 'GATEWAY'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해커가 외부에서 접근하면, 이 게이트웨이가 IP 주소를 임의로 바꿔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해줍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를 갖춘 공동주택은 '홈게이트웨이'를 각 집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는데요.

제대로 돼 있나, 전문가와 한 아파트를 방문해봤습니다.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가 있어야 하는데, 텅 비어있었습니다.

올해 1월에 입주한 또 다른 신축 아파트에도 게이트웨이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송태선/전 공동주택품질검수위원 : "현재 이 (홈게이트웨이 미시공) 상태라면 복도에 있는 스위칭허브(통신함)에서 IP를 탐색해 보면 월패드의 IP가 고스란히 밖으로 노출돼 있다는 거죠. 무조건 (해킹에) 뚫리는 거죠."]

홈게이트웨이가 시공돼 있지 않은 아파트는 수도권과 부산 등을 비롯해, 전국 120여 개 단지 15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상당수 건설사와 제조사들은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가 이미 내장돼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실제로 '내장형 월패드'가 국내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적은 취재 결과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우리집에 홈게이트웨이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현관 옆 신발장 문을 열고 벽면에 통신 단자함이 있는지 확인하면 되는데요.

분양 후 10년까지는 설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홈게이트웨이 설치 전이라면 스티커로 일단 월패드 카메라를 가려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20개 아파트 단지에서 표본 조사를 진행합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의 필수 설비가 잘 설치되어있는지, 보안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입니다.

TV, 냉장고, 에어컨에 스마트 비서까지 그야말로 '스마트 홈' 시대죠.

하지만 인터넷으로 접속 가능한 모든 전자기기는 해킹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설계할 때부터, 또 물건을 만들 때부터 보안 설계도 함께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친절한 뉴스K] 우리집 사생활이 인터넷에…‘해킹 무방비’ 아파트 실태 조사 나선다
    • 입력 2022-06-09 20:15:49
    • 수정2022-06-09 20:29:59
    뉴스7(대전)
[앵커]

집 앞에 찾아온 방문객을 작은 모니터로 확인시켜주는 아파트 거실의 '월패드'가 사생활 유출의 통로가 되고 있습니다.

해킹으로 집 내부를 촬영하고 그 영상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기도 하는데요.

월패드 해킹 여부, 어떻게 확인하고 방지할 수 있는지 홍화경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손님이 초인종을 울립니다.

그러면 현관문까지 직접 나가 작은 구멍으로 누가 왔는지 확인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좀 달라졌습니다.

거실 벽에 붙은 액정 화면, '월패드'로 바깥을 확인합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출입문을 열고 잠글 수도 있고요.

조명과 냉난방 장치까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참 편리해졌죠.

그런데 이 기계를 통해서 누군가 내 사생활을 낱낱이 엿볼 수도 있습니다.

편한 옷차림의 사람들. 모두 '해킹' 당한 영상들입니다.

월패드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해킹 영상들, 심지어 '다크웹'이라고 불리는 불법 사이트들에서 고가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유출이 가능했을까요?

집집마다 설치된 월패드는 하나의 통신망에 연결돼 있는데요.

이 통신망들이 다시 전체 네트워크로 묶입니다.

해커가 외부에서 이 네트워크로 집 안의 월패드에 접근하게 되면 원격 촬영과 영상 유출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이런 해킹 위험을 차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를 '홈게이트웨이'라고 부르는데요.

[정태복/정보통신기술사 : "홈게이트웨이가 설치가 돼 있으면 다른 세대의 네트워크에서 내가 특정 어떤 세대를 보고자 했을 때 그 세대에 대한 IP 정보를 알 수가 없어요. 해킹을 하고 싶어도 이게 어느 세대인지를 특정할 수가 없어요."]

게이트웨이, 이름처럼 통신 네트워크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데요.

통신 단자를 연결하는 여러 구멍이 있고, 영문으로 'GATEWAY'라고 표시돼 있습니다.

해커가 외부에서 접근하면, 이 게이트웨이가 IP 주소를 임의로 바꿔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차단해줍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를 갖춘 공동주택은 '홈게이트웨이'를 각 집에 반드시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이 마련돼 있는데요.

제대로 돼 있나, 전문가와 한 아파트를 방문해봤습니다.

통신단자함에 홈게이트웨이가 있어야 하는데, 텅 비어있었습니다.

올해 1월에 입주한 또 다른 신축 아파트에도 게이트웨이가 온데간데 없었습니다.

[송태선/전 공동주택품질검수위원 : "현재 이 (홈게이트웨이 미시공) 상태라면 복도에 있는 스위칭허브(통신함)에서 IP를 탐색해 보면 월패드의 IP가 고스란히 밖으로 노출돼 있다는 거죠. 무조건 (해킹에) 뚫리는 거죠."]

홈게이트웨이가 시공돼 있지 않은 아파트는 수도권과 부산 등을 비롯해, 전국 120여 개 단지 15만 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상당수 건설사와 제조사들은 "월패드 안에 홈게이트웨이가 이미 내장돼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실제로 '내장형 월패드'가 국내에서 공식 인증을 받은 적은 취재 결과 한 건도 없었습니다.

그러면 우리집에 홈게이트웨이가 있는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현관 옆 신발장 문을 열고 벽면에 통신 단자함이 있는지 확인하면 되는데요.

분양 후 10년까지는 설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홈게이트웨이 설치 전이라면 스티커로 일단 월패드 카메라를 가려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20개 아파트 단지에서 표본 조사를 진행합니다.

지능형 홈네트워크의 필수 설비가 잘 설치되어있는지, 보안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는지 살펴볼 계획입니다.

TV, 냉장고, 에어컨에 스마트 비서까지 그야말로 '스마트 홈' 시대죠.

하지만 인터넷으로 접속 가능한 모든 전자기기는 해킹을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설계할 때부터, 또 물건을 만들 때부터 보안 설계도 함께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정예지/리서처:민현정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대전-주요뉴스

더보기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