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현실화한 ‘인플레이션’ 공포…전망은?

입력 2022.06.10 (10:47) 수정 2022.06.1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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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마트 가면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으시죠?

주유소 기름값 부담도 커졌는데요.

이렇게 물가가 크게 오르는 '인플레이션' 공포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전망을, 지구촌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인플레이션 해결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죠?

[기자]

보통 시위라고 하면 구호를 외치고,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아르헨티나의 시위는 달랐습니다.

먼저 그 현장 보실까요?

[아르헨티나 농민 : "근대입니다. 오늘은 공짜로 주지만 내일은 돈 주고 팔거예요."]

현지시각으로 8일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앞 마요 광장의 모습인데요.

농민들이 시민들에게 무료 농산물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무려 70%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오자, 농민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서 농산물을 나눠주는 겁니다.

공짜로 농산물을 받아가려는 인파 수백명이 모여들었습니다.

[현지 주민 : "직업을 4~5개 가지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아요. 공과금 낼 돈도 거의 없어요."]

이날 시위에서 30톤 넘는 농산물이 제공됐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지구 반대편, 파키스탄에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는데요.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IMF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줄이면서, 현지 휘발유 가격은 2주 연속 20% 가까이 올랐습니다.

[앵커]

물가 상승이 심각한 수준인데요.

두 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위기에 취약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졌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닌가요?

[기자]

물론 인플레이션이 대비가 되지 않은 나라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미국 같은 주요 국가들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지표부터 고공행진하고 있는데요.

먼저 유로존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 8% 넘게 뛰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7년 이래 최고치입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두 달 연속 8% 상승률을 넘었습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니까 혈장을 기부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신의 피를 팔아 돈을 버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한 거네요.

물가가 올랐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화폐, 즉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팬데믹 기간 동안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에 많은 돈을 풀고 경기를 떠받쳐 왔죠.

돈이 흔해지니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물가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돈이 풀린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생하면서, 곡식과 원유, 원자재를 중심으로 물가가 폭등하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줄줄이 소비재 물건값도 오른 것이고요.

안 되겠다 싶으니까, 전 세계 각 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며 물가 잡기에 나섰는데요.

미국 연준이 지난달 통상 인상 폭의 2배인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밟았고, 우리나라와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도 다음 달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어젯밤 속보로 들어왔습니다.

[앵커]

돈의 가치를 높여서 물가를 잡겠다는 계획인데요.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는 낙관적인 의견도 나오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 수장들은 우려 섞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OECD는 현지시각 8일 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을 각각 8.8%, 6.1%로 올렸습니다.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2배 정도 상향 조정된 수칩니다.

물가 상승 타격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입장이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입장을 바꾸고 인플레이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재닛 옐런/미 재무장관 :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우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 성장은 멈추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과도한 금리 인상은 금융 시장 위축의 우려가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 전략도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돋보기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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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현실화한 ‘인플레이션’ 공포…전망은?
    • 입력 2022-06-10 10:47:31
    • 수정2022-06-10 11:00:47
    지구촌뉴스
[앵커]

요즘 마트 가면 장바구니 물가가 심상치 않으시죠?

주유소 기름값 부담도 커졌는데요.

이렇게 물가가 크게 오르는 '인플레이션' 공포는 우리나라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세계적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전망을, 지구촌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황 기자, 남미 아르헨티나에서 인플레이션 해결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시위가 있었죠?

[기자]

보통 시위라고 하면 구호를 외치고, 경찰과 대치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아르헨티나의 시위는 달랐습니다.

먼저 그 현장 보실까요?

[아르헨티나 농민 : "근대입니다. 오늘은 공짜로 주지만 내일은 돈 주고 팔거예요."]

현지시각으로 8일 아르헨티나 대통령궁 앞 마요 광장의 모습인데요.

농민들이 시민들에게 무료 농산물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무려 70%에 이를 거라는 전망이 나오자, 농민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는 시민들에게 연대를 표시하기 위해서 농산물을 나눠주는 겁니다.

공짜로 농산물을 받아가려는 인파 수백명이 모여들었습니다.

[현지 주민 : "직업을 4~5개 가지고 있지만, 충분하지 않아요. 공과금 낼 돈도 거의 없어요."]

이날 시위에서 30톤 넘는 농산물이 제공됐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지구 반대편, 파키스탄에선 시민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치솟는 물가에 대한 대책을 요구했는데요.

심각한 재정난에 빠져 IMF 구제 금융을 받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가 연료 보조금을 줄이면서, 현지 휘발유 가격은 2주 연속 20% 가까이 올랐습니다.

[앵커]

물가 상승이 심각한 수준인데요.

두 나라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위기에 취약해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불거졌다고 볼 수 있는 건 아닌가요?

[기자]

물론 인플레이션이 대비가 되지 않은 나라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미국 같은 주요 국가들도 상황이 녹록지는 않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를 보여주는 지표부터 고공행진하고 있는데요.

먼저 유로존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서 8% 넘게 뛰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7년 이래 최고치입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역시 두 달 연속 8% 상승률을 넘었습니다.

물가가 너무 오르니까 혈장을 기부해 생계를 유지하는, 자신의 피를 팔아 돈을 버는 서민들이 늘고 있다는 현지 보도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강타한 거네요.

물가가 올랐다는 건 다르게 말하면 화폐, 즉 돈의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것 아닌가요?

[기자]

네, 팬데믹 기간 동안 각국 중앙은행은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시중에 많은 돈을 풀고 경기를 떠받쳐 왔죠.

돈이 흔해지니 그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물가 상승은 예정된 수순이었습니다.

이렇게 많은 돈이 풀린 상태에서 예상치 못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발생하면서, 곡식과 원유, 원자재를 중심으로 물가가 폭등하게 된 겁니다.

그러면서, 줄줄이 소비재 물건값도 오른 것이고요.

안 되겠다 싶으니까, 전 세계 각 나라는 기준금리를 올리며 물가 잡기에 나섰는데요.

미국 연준이 지난달 통상 인상 폭의 2배인 0.5%포인트 올리는 이른바 '빅 스텝'을 밟았고, 우리나라와 캐나다 등 다른 나라들도 줄줄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도 다음 달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로 했다는 소식도 어젯밤 속보로 들어왔습니다.

[앵커]

돈의 가치를 높여서 물가를 잡겠다는 계획인데요.

효과가 있을까요?

[기자]

물가 상승이 정점을 찍었다는 낙관적인 의견도 나오기는 하지만, 세계 경제 수장들은 우려 섞인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OECD는 현지시각 8일 낸 경제전망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을 각각 8.8%, 6.1%로 올렸습니다.

지난해 12월 전망보다 2배 정도 상향 조정된 수칩니다.

물가 상승 타격은 일시적일 뿐이라는 입장이던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입장을 바꾸고 인플레이션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습니다.

[재닛 옐런/미 재무장관 :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이 우리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제 성장은 멈추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고 있지만, 과도한 금리 인상은 금융 시장 위축의 우려가 있는 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출구 전략도 마땅치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돋보기 황경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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