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분단의 땅에 심은 작은 통일

입력 2022.06.11 (08:18) 수정 2022.06.11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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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허준 선생 하면 조선시대 명의로서 우리는 물론 북한에서도 민족의 위인으로 평가, 칭송하고 있습니다.

허준 선생의 묘가 경기도 파주의 민통선 안에 있는데요.

최근 선생의 묘역에 탈북민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하영 리포터, 이 현장에 다녀오셨다고요?

[답변]

네, 탈북민들과 짝을 이룬 자원봉사자 분들이 허준 선생 묘역에서 '작은 통일'을 먼저 만들어보는 자리였는데요.

현장에 갔다가 저도 동참했습니다.

[앵커]

허준 선생 묘가 남북이 나뉜 한반도 허리 부분에 있잖아요?

의미가 남달랐겠어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남북한 출신 청년들, 그리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 손발을 맞추고 머리를 맞댄 뜻깊은 자리였는데요.

이 현장으로 저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민통선 도로 옆 울창한 수풀 사이로 표지판 하나가 스쳐 지나갑니다.

1991년 처음으로 발견한 '허준 선생'의 묘.

끊어진 남과 북을 잇는 한반도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허준 선생은 남북 모두 민족의학의 위대한 스승으로 삼고 있는데요.

선생의 묘 근처에 50여 명의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였습니다.

[강미영/자원봉사단 6조 : "(안녕하세요, 오늘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저희 오늘 DMZ에 평화통일 나무를 심으러 왔거든요. (저도 함께해 봐도 괜찮을까요?) 네, 그럼 함께 심으러 가실까요. (너무 좋습니다.)"]

탈북민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이 미래의 통일된 푸르른 한반도를 꿈꾸며 나무 심기에 자원해서 나선 건데요.

[김보연/남북통합문화센터 봉사부단장 : "오늘 심어진 묘목들은 이후에 DMZ 곳곳을 평화공원 혹은 남북통합의 숲을 만드는 데 사용되거나 옮겨지게 될 예정입니다."]

먼저, 뿌리가 깊이 잠길 정도로 땅을 판 뒤 묘목을 옮기고 물을 흠뻑 적셔줍니다.

심어야 할 나무는 350여 그루로 산사나무, 자작나무, 은행나무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송재하/자원봉사단 6조 : "(이건 어떤 나무인가요?) 이거요? 자작나무요. (이렇게 힘을 합쳐서 나무를 심으니까 어떠세요?) 힘을 합쳐서... 덥습니다."]

돌을 고르고, 땅을 밟고, 힘을 다해 나무를 심고 있자니 두고 온 북녘 고향 생각이 간절합니다.

[최복화/자원봉사단 9조 : "북한은 사실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나무를 이렇게 해서 먹을 거로 바꾸고 중국에다가 외화벌이로 밀가루랑 바꾸느라 산이 거의 벌거숭이에요. 나중에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서 그걸 준비하고 이렇게 수많은 묘목을 준비하고 있단 게 감사하고 뭉클하다고 할까요."]

30도의 무더운 날씨에 지치기도 하지만,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마음도 나눕니다.

[이민균/자원봉사단 3조 : "봉사하러 왔는데 당연히 저희 조원한테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먼저 하는 게 맞다고(좋다고) 생각해서..."]

이번 나무심기엔 특히 많은 청년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곳에 있는 나무들은 민간인출입통제구역 내 위치한 한 농원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무를 정성스레 심은 만큼 앞으로는 잘 가꾸는 일만 남았는데요.

그런데 오늘 나무를 함께 심은 남북 청년들은 어떻게 한자리에 모이게 됐을까요?

남한 주민과 탈북민이 짝을 이룬 자원봉사단이 만들어진 건 지난달.

한 조에 네 명씩 열 개 조가 묘목 심기 같은 봉사활동을 한 달에 하나씩 이어 간다는 계획인데요.

[유승희/자원봉사단 9조 : "남한 주민, 북한 주민 똑같은 숫자로 모집했다는 거에 자부심? (만족감) 그런 걸 느껴서 뿌듯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배경도, 문화도 다르지만 '봉사'라는 우산 아래 모인 겁니다.

거창하고 특별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단 '만남'과 '소통'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합니다.

[권경아/자원봉사단 9조 : "살면서 한 번도 (탈북민을) 만나본 적 없거든요. 되게 새롭고 재밌을 거 같아서 신청하게 됐어요."]

한국 땅을 밟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기성세대 탈북민은 이런 청년들의 모습이 흐뭇한데요.

[김청길/자원봉사단 '남북'조 팀장 : "남북이 서로 어울려서 봉사하고, 봉사함에 있어서 우리보다 더 어렵고 힘든 분들이 많이 살거든요. 앞으로도 우리 대학생들과 젊은 청년들이 봉사를 쭉 함께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속한 조뿐만 아니라 다른 조원들과도 부쩍 가까워진 청년들.

[이경현/자원봉사단 2조 : "2조랑 7조가 인연이 닿아서 같이 활동하게 됐는데 되게 화기애애하고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 자기 얘기 하고 다른 사람 얘기 들어주고 서로 알아가는 중이고요. 되게 기대가 돼요, 재밌을 것 같고."]

나무를 심으러 출발하기 전, 앞으로의 봉사 계획까지 점검해 봅니다.

[김라현/자원봉사단 1조 : "같이 살아가야 되는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분들을 좀 더 이해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뭘 노력해야 할까 그런 것도 충분히 생각하면서 의미 있게 활동하고 싶습니다."]

자원봉사단의 출범을 알린 나무심기 행사.

함께 분단의 땅을 밟고 구슬땀을 흘리며 첫 삽을 떴는데요.

과연 이들에게 오늘은 어떤 날로 기억될까요?

나무를 다 심은 후엔 각자의 염원을 담은 팻말을 꽂을 차례.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내려 갑니다.

이 나무들엔 어떤 이름표를 붙일까요?

[김라현/자원봉사단 1조 : "저희가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으로서 나무심기 했으니까 통일의 희망을 뿌리내리다란 문구를 생각해 봤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통일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은데요.

[정유연/자원봉사단 2조 : "북한에서 과연 우리 부모 형제들, 자식들을 두고 온 형제들이 과연 우리가 남한에서 북한산에다 나무를 옮겨 심는 걸 알까 건강하게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속히 통일이 앞당겨지리라 믿습니다."]

땀을 식히며 하루의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는 자원봉사자들.

오늘 이들은 미래 통일의 숲이 될 나무도 심고 '작은 통일', 소통을 이뤄냈습니다.

[최영은/자원봉사단 7조 : "오늘 생각보다 더 힘들었지만 보람되고,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언젠가 이북 땅에 갈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나무들의 키가 다 자라기 전 남북이 평화롭게 서로를 오가며 일상을 공유하고, 이 나무들이 다 컸을 때쯤엔 통일된 한민족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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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분단의 땅에 심은 작은 통일
    • 입력 2022-06-11 08:18:11
    • 수정2022-06-11 08: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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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허준 선생 하면 조선시대 명의로서 우리는 물론 북한에서도 민족의 위인으로 평가, 칭송하고 있습니다.

허준 선생의 묘가 경기도 파주의 민통선 안에 있는데요.

최근 선생의 묘역에 탈북민을 포함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이하영 리포터, 이 현장에 다녀오셨다고요?

[답변]

네, 탈북민들과 짝을 이룬 자원봉사자 분들이 허준 선생 묘역에서 '작은 통일'을 먼저 만들어보는 자리였는데요.

현장에 갔다가 저도 동참했습니다.

[앵커]

허준 선생 묘가 남북이 나뉜 한반도 허리 부분에 있잖아요?

의미가 남달랐겠어요.

[답변]

네, 그렇습니다.

남북한 출신 청년들, 그리고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함께 손발을 맞추고 머리를 맞댄 뜻깊은 자리였는데요.

이 현장으로 저와 함께 가보시죠.

[리포트]

민통선 도로 옆 울창한 수풀 사이로 표지판 하나가 스쳐 지나갑니다.

1991년 처음으로 발견한 '허준 선생'의 묘.

끊어진 남과 북을 잇는 한반도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허준 선생은 남북 모두 민족의학의 위대한 스승으로 삼고 있는데요.

선생의 묘 근처에 50여 명의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였습니다.

[강미영/자원봉사단 6조 : "(안녕하세요, 오늘 여기 어떻게 오셨어요?) 저희 오늘 DMZ에 평화통일 나무를 심으러 왔거든요. (저도 함께해 봐도 괜찮을까요?) 네, 그럼 함께 심으러 가실까요. (너무 좋습니다.)"]

탈북민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이 미래의 통일된 푸르른 한반도를 꿈꾸며 나무 심기에 자원해서 나선 건데요.

[김보연/남북통합문화센터 봉사부단장 : "오늘 심어진 묘목들은 이후에 DMZ 곳곳을 평화공원 혹은 남북통합의 숲을 만드는 데 사용되거나 옮겨지게 될 예정입니다."]

먼저, 뿌리가 깊이 잠길 정도로 땅을 판 뒤 묘목을 옮기고 물을 흠뻑 적셔줍니다.

심어야 할 나무는 350여 그루로 산사나무, 자작나무, 은행나무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송재하/자원봉사단 6조 : "(이건 어떤 나무인가요?) 이거요? 자작나무요. (이렇게 힘을 합쳐서 나무를 심으니까 어떠세요?) 힘을 합쳐서... 덥습니다."]

돌을 고르고, 땅을 밟고, 힘을 다해 나무를 심고 있자니 두고 온 북녘 고향 생각이 간절합니다.

[최복화/자원봉사단 9조 : "북한은 사실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나무를 이렇게 해서 먹을 거로 바꾸고 중국에다가 외화벌이로 밀가루랑 바꾸느라 산이 거의 벌거숭이에요. 나중에 통일이 됐을 때를 대비해서 그걸 준비하고 이렇게 수많은 묘목을 준비하고 있단 게 감사하고 뭉클하다고 할까요."]

30도의 무더운 날씨에 지치기도 하지만, 시원한 음료를 나누며 마음도 나눕니다.

[이민균/자원봉사단 3조 : "봉사하러 왔는데 당연히 저희 조원한테도 봉사하는 마음으로 먼저 하는 게 맞다고(좋다고) 생각해서..."]

이번 나무심기엔 특히 많은 청년들이 함께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곳에 있는 나무들은 민간인출입통제구역 내 위치한 한 농원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무를 정성스레 심은 만큼 앞으로는 잘 가꾸는 일만 남았는데요.

그런데 오늘 나무를 함께 심은 남북 청년들은 어떻게 한자리에 모이게 됐을까요?

남한 주민과 탈북민이 짝을 이룬 자원봉사단이 만들어진 건 지난달.

한 조에 네 명씩 열 개 조가 묘목 심기 같은 봉사활동을 한 달에 하나씩 이어 간다는 계획인데요.

[유승희/자원봉사단 9조 : "남한 주민, 북한 주민 똑같은 숫자로 모집했다는 거에 자부심? (만족감) 그런 걸 느껴서 뿌듯하기도 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해요."]

배경도, 문화도 다르지만 '봉사'라는 우산 아래 모인 겁니다.

거창하고 특별한 목표를 내세우기보단 '만남'과 '소통'에 더 큰 의미를 둔다고 합니다.

[권경아/자원봉사단 9조 : "살면서 한 번도 (탈북민을) 만나본 적 없거든요. 되게 새롭고 재밌을 거 같아서 신청하게 됐어요."]

한국 땅을 밟은 지 10년이 넘었다는 기성세대 탈북민은 이런 청년들의 모습이 흐뭇한데요.

[김청길/자원봉사단 '남북'조 팀장 : "남북이 서로 어울려서 봉사하고, 봉사함에 있어서 우리보다 더 어렵고 힘든 분들이 많이 살거든요. 앞으로도 우리 대학생들과 젊은 청년들이 봉사를 쭉 함께 이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본인이 속한 조뿐만 아니라 다른 조원들과도 부쩍 가까워진 청년들.

[이경현/자원봉사단 2조 : "2조랑 7조가 인연이 닿아서 같이 활동하게 됐는데 되게 화기애애하고 서로 알아가는 단계라 자기 얘기 하고 다른 사람 얘기 들어주고 서로 알아가는 중이고요. 되게 기대가 돼요, 재밌을 것 같고."]

나무를 심으러 출발하기 전, 앞으로의 봉사 계획까지 점검해 봅니다.

[김라현/자원봉사단 1조 : "같이 살아가야 되는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해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그분들을 좀 더 이해하고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뭘 노력해야 할까 그런 것도 충분히 생각하면서 의미 있게 활동하고 싶습니다."]

자원봉사단의 출범을 알린 나무심기 행사.

함께 분단의 땅을 밟고 구슬땀을 흘리며 첫 삽을 떴는데요.

과연 이들에게 오늘은 어떤 날로 기억될까요?

나무를 다 심은 후엔 각자의 염원을 담은 팻말을 꽂을 차례.

고민을 거듭한 끝에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써내려 갑니다.

이 나무들엔 어떤 이름표를 붙일까요?

[김라현/자원봉사단 1조 : "저희가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으로서 나무심기 했으니까 통일의 희망을 뿌리내리다란 문구를 생각해 봤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통일을 이루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다 똑같은데요.

[정유연/자원봉사단 2조 : "북한에서 과연 우리 부모 형제들, 자식들을 두고 온 형제들이 과연 우리가 남한에서 북한산에다 나무를 옮겨 심는 걸 알까 건강하게 살아만 있다면 언젠가는 속히 통일이 앞당겨지리라 믿습니다."]

땀을 식히며 하루의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나눠보는 자원봉사자들.

오늘 이들은 미래 통일의 숲이 될 나무도 심고 '작은 통일', 소통을 이뤄냈습니다.

[최영은/자원봉사단 7조 : "오늘 생각보다 더 힘들었지만 보람되고,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언젠가 이북 땅에 갈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나무들의 키가 다 자라기 전 남북이 평화롭게 서로를 오가며 일상을 공유하고, 이 나무들이 다 컸을 때쯤엔 통일된 한민족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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