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플러스] “팬덤정치 부작용? 지지자 잘못 아니라 팬덤정치에 기대는 정치인이 100% 잘못”

입력 2022.06.13 (16:45) 수정 2022.06.1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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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팬덤' 이란 단순 추종을 넘어 정체성 일부로 여기며 원하는 방식으로 적극 소비하는 것
-과거엔 정치인이 조직 이끄는 방식...현재는 지지층이 정치인에게 영향력 끼치는 상호작용
-국내 정치사에서 '팬덤 정치' 첫 등장은 디지털 문화와 함께 나타난 '노사모'
-의사 개입 확대는 긍정적이나, 탈진실과 편가르기 '정치적 부족주의' 강화 부작용
-지지자 잘못 아니라 팬덤정치에 기대는 정치인이 100% 잘못
-지지자들이 규범 지키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질이자 의무

■ 방송시간 : 6월 13일(월)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https://youtu.be/hIoaoSg6aoU

◎범기영 민주당 안에서 이 논쟁 뜨겁습니다. 팬덤 정치 공방 계속되죠? 오늘 정치 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만권 안녕하십니까?

◎범기영 팬덤 정치, 최근에 나온 용어 같은데요? 정의를 좀 내려주시겠습니까?

▼김만권 지금 현재 저희들이 팬덤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치학자들도 다들 궁금해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정치 팬덤을 우리가 정의를 내리려면 팬덤이 뭐라는 걸 정의를 내려야 되는데, 이 팬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아직 합의가 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뭐냐 하면요. 지금 현재 이 팬덤 같은 경우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문화 영역에서 좀 더 확장되고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인데, 어떤 특정 대상이나 특정 콘텐츠를 단순히 열렬히 좋아하는 그런 집단이 아니라 실제로 그 대상이나 콘텐츠를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여기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상이나 콘텐츠를 그냥 단순히 추종하거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주체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김만권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그렇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그런데 이걸 우리가 정치 팬덤으로 옮겨와서 이해를 해보면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단순히 열렬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 정체성의 일부처럼 느끼기도 하고, 그리고 겉으로는 특정 정치인을 따르고 추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정치인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좀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그런 집단 정도다, 라고 우리가 대체적으로, 추상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추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치인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김만권 그렇죠.

◎범기영 그러니까 예전에는 3김 시절에도 열렬한 지지자 그룹이 있었잖아요.

▼김만권 예, 맞습니다.

◎범기영 그 시절의 지지자 그룹과 지금의 팬덤, 이 사람들은 다릅니까?

▼김만권 기본적으로 저희들이 돌이켜 보면 저희들이 팬덤이라고, 정식으로 팬덤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김영삼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민주산악회 같은 조직들이 있었죠. 이게 군부 독재 시대 때 소위 민주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한때 회원이 거의 200만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조직이었는데요. 지금 그것과 현재의 팬덤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 건 뭐냐 하면, 그때는 김영삼이라고 하는 아주 중요한 정치인이 그 조직을 거의 다 끌고 가고 있는 형태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훨씬 더 지지층과 지도층 사이에, 지지층과 정치 지도자 사이의 이 상호 작용이 훨씬 더 많아진 거죠. 그러면서 그 무게가 훨씬 지지층으로 많이 옮겨가 있고 그 지지층의 지지가 정치인에게 힘을 주고 있는 어떤 그런 방식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영향력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점, 그래서 차이가 훨씬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범기영 제가 이해하기로는 예전에 정치인을 추종하던 이런 지지자 그룹은 일종의 동원의 대상이었다고 할까요? 대규모 군중 유세가 있으면 가서 박수 치고 구호 외쳐주고 그냥 이런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이 팬덤은 뭔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내비치고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만권 그렇죠. 그 방향으로 주장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실제로 그 방향에 같이 서 있기 때문에 지지를 하는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거죠.

◎범기영 시초를 노사모다, 이렇게 평가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김만권 많은 분들이 노사모로 평가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지금 정치 팬덤을 디지털 문화와 같이 등장했다고 보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그런 방식의 정치 지지층이 생겨난 걸 돌이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는데요. 실제 2000년에 부산에서 세 번 낙선하고 실제 노사모가 만들어질 때, 그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의 웹사이트였던 노하우라는 곳을 방문한 한 60명이 노사모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최초로 인터넷 베이스로 움직인 어떤 정치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의 지지층과 완전히 다른 성향을 보였고요. 그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팬덤이 만들어졌다고 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 지지했던 노사모를 시점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인터넷 베이스라는 게 구체적으로 굉장히 다른 양태로 정치를 소비하고 개입할 수 있는 이런 광장을 열어줬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군요?

▼김만권 그렇죠. 훨씬 더 쌍방향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고요. 그리고 정치 지지층을 넓히는 데 있어서도 훨씬 규합이 가능하고 그리고 그 당시에는 멀리 있으면 서로 만나지 못하고 대화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주자주 대화할 수 있고 접촉할 수 있고, 그래서 지지층이 훨씬 더 결속력과 유대감과 정체성, 비슷한 정체성을 잘 쌓을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진 거죠, 과거보다 훨씬 더.

◎범기영 이렇게만 들으면 나쁠 게 없어 보이는데, 민주당 안에서는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 팬덤 정치 관련 발언들 듣고 이어가겠습니다.

<녹취> 박지현 /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지난달 24일)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됩니다.

<녹취> 우상호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팬덤 문화에 대해서는 당이 한번 건강하게 토론을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당원들의 의견도 좀 들어볼 생각이고요. 저는 앞으로 그런 쪽을 주도하시는 분하고도 한번 특별히 대화를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수박'이라는 단어는 못 쓰게 하겠습니다.

<녹취> 박용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오늘)
우리가 좀 달라져야 한다고 얘기하면 또 문자폭탄, 이러면서 '수박'이니 뭐니 뭐 간첩이니 이러면서 (문자가) 와요. 그런 일들이 5년간 있었어요. 비대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이 이 부분과 관련해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건 저는 대표가 그런 말씀 하신 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못된 팬덤 문화, 잘못된 이런 정치 문화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정당으로 지금 나가고 있다, 이렇게 저는 상징적으로 생각합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어떤 정치 집단의 적극적인 지지층, 활발한 활동가, 이런 것은 사실 정당 민주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자양분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훌리건이라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김만권 이게 기본적으로 저희들이 이 디지털 민주주의가 등장했을 때 의사 결정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좀 더 개입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 측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전망들이 어떻게 보면 미래의 민주주의를 더 낫게 해줄 것이다, 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되게 많았는데요. 그런데 이 기술과 발전과 함께 시대의 변화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대의 변화를 보면 기본적으로 기술의 변화와 함께 탈진실 시대가 같이 도래하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또 오로지 우리 편만이 옳다고 하는 정치적으로는 이걸 부족주의라고 부르는데...

◎범기영 정치적 부족주의.

▼김만권 네, 정치적 부족주의 시대로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때로는 네거티브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어떤 그런 태도를 팬덤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이게 명확하게 좀 구분되는 지점이, 실제 노사모 같은 경우를 본다고 한다면 이게 기본적으로 2002년에 민주당 강원도 경선 전날, 대선 경선 전날에 춘천시 내에 노무현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지라시가 막 뿌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제 지지자들이 지금 우리가 그 흑색선전 지라시를 걷으러 다니면 뿌리는 사람과 부딪쳐서 소위 말해서 좀 어떻게 보면 네거티브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부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새벽에 이 지라시를 걷자고 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냥 돌리게 놔뒀다가?

▼김만권 그렇죠. 돌리게 놔뒀다가. 그러니까 이제 충돌을 피하려고 했던 거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네거티브를 피하고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다가 어떻게 보면 어떤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했다고 한다면 지금의 정치 팬덤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의 의사를 조금 더 많이 관철시키려고 하는 성향들이 나타나고 있고요. 그리고 과거와 달리, 노무현 시대와 달리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스마트폰의 보급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대표자와 그리고 유권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아진 거죠. 그래서 이 유권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대표자들에게 쉽사리 압박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뭐 온라인 좌표 찍기라든지 게시판 도배라든지 때로는 우리가 앞에서 화면에서 봤지만 문자 폭탄 같은 것들이 쏟아지는 그런 일들이 나타나고 그런 행위를 통해서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성향이 나타나서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팬덤 자체의 어떤 양태가 변화하는 것도 물론 있을 거고, 또 한편으로는 팬덤이야 언제든지 있었던, 적극적인 지지층 활동가들은 언제나 있었는데 거기에 굴복하거나 오히려 영합하려고 하는 팬덤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문제 아닙니까?

▼김만권 실제로 우리가 그 이야기를 명확하게 한다면 팬덤이 있고 팬덤에서의 팬덤 정치의 지지자가 있고 그 팬덤 정치에 기대는 정치인이 있다고 한다면 그중에 누가 뭔가 잘못됐을 때 잘못이냐고 하면 100% 정치인의 잘못이다, 라고 저는 그렇게, 거기에는 정답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어느 시대에나 어떤 정치인을 추종하고 강력하게 지지하는 세력들은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세력들이 뭔가 잘못된 길을 가거나 그리고 잘못된, 네거티브한 행위를 했을 때 거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그러지 않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자기 지지층에게 어떤 규범을 지킬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언제나 정치인들의 의무였고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어떻게 보면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지금 민주당을 중심으로 그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치 철학자로서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라고 한마디로 정리해 주신다면 무슨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김만권 기본적으로 저는 정치, 정치 팬덤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자꾸 팬덤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정치적인 문제를 갖다가 그걸 지지하는 지지층에 책임을 떠넘기게 되는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정치는 우리가 대표자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고 그리고 어떠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그 책임의 1차적 소재는 언제나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의 자기 팬덤, 지지층이 있을 때 그 팬덤에 기대는 건 좋지만, 그 팬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같이 옆에서 어떤 규범적인 측면을 발휘해야 된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범기영 김만권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만권 감사합니다.

◎범기영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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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사건건플러스] “팬덤정치 부작용? 지지자 잘못 아니라 팬덤정치에 기대는 정치인이 100% 잘못”
    • 입력 2022-06-13 16:45:15
    • 수정2022-06-13 19:17:56
    사사건건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br /><br />-'팬덤' 이란 단순 추종을 넘어 정체성 일부로 여기며 원하는 방식으로 적극 소비하는 것<br />-과거엔 정치인이 조직 이끄는 방식...현재는 지지층이 정치인에게 영향력 끼치는 상호작용<br />-국내 정치사에서 '팬덤 정치' 첫 등장은 디지털 문화와 함께 나타난 '노사모'<br />-의사 개입 확대는 긍정적이나, 탈진실과 편가르기 '정치적 부족주의' 강화 부작용<br />-지지자 잘못 아니라 팬덤정치에 기대는 정치인이 100% 잘못<br />-지지자들이 규범 지키도록 하는 것이 정치인의 자질이자 의무 <br />
■ 방송시간 : 6월 13일(월)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김만권 (경희대 학술연구교수·정치철학자)


https://youtu.be/hIoaoSg6aoU

◎범기영 민주당 안에서 이 논쟁 뜨겁습니다. 팬덤 정치 공방 계속되죠? 오늘 정치 철학자 김만권 경희대 교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김만권 안녕하십니까?

◎범기영 팬덤 정치, 최근에 나온 용어 같은데요? 정의를 좀 내려주시겠습니까?

▼김만권 지금 현재 저희들이 팬덤 정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치학자들도 다들 궁금해하고 있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정치 팬덤을 우리가 정의를 내리려면 팬덤이 뭐라는 걸 정의를 내려야 되는데, 이 팬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 아직 합의가 된 바가 없습니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나오는 이야기는 뭐냐 하면요. 지금 현재 이 팬덤 같은 경우에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문화 영역에서 좀 더 확장되고 강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인데, 어떤 특정 대상이나 특정 콘텐츠를 단순히 열렬히 좋아하는 그런 집단이 아니라 실제로 그 대상이나 콘텐츠를 자기 정체성의 중요한 일부로 여기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대상이나 콘텐츠를 그냥 단순히 추종하거나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주체다, 이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김만권 적극적으로 소비한다. 그렇죠,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그런데 이걸 우리가 정치 팬덤으로 옮겨와서 이해를 해보면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을 단순히 열렬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서 자기 정체성의 일부처럼 느끼기도 하고, 그리고 겉으로는 특정 정치인을 따르고 추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그 정치인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좀 움직여주기를 바라는 그런 집단 정도다, 라고 우리가 대체적으로, 추상적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추종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정치인이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기를 바라는.

▼김만권 그렇죠.

◎범기영 그러니까 예전에는 3김 시절에도 열렬한 지지자 그룹이 있었잖아요.

▼김만권 예, 맞습니다.

◎범기영 그 시절의 지지자 그룹과 지금의 팬덤, 이 사람들은 다릅니까?

▼김만권 기본적으로 저희들이 돌이켜 보면 저희들이 팬덤이라고, 정식으로 팬덤이라고 부르기 이전에 김영삼 대통령 같은 경우에는 민주산악회 같은 조직들이 있었죠. 이게 군부 독재 시대 때 소위 민주 세력을 규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고 한때 회원이 거의 200만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나게 큰 조직이었는데요. 지금 그것과 현재의 팬덤의 차이라고 볼 수 있는 건 뭐냐 하면, 그때는 김영삼이라고 하는 아주 중요한 정치인이 그 조직을 거의 다 끌고 가고 있는 형태였다고 한다면 지금은 훨씬 더 지지층과 지도층 사이에, 지지층과 정치 지도자 사이의 이 상호 작용이 훨씬 더 많아진 거죠. 그러면서 그 무게가 훨씬 지지층으로 많이 옮겨가 있고 그 지지층의 지지가 정치인에게 힘을 주고 있는 어떤 그런 방식이기 때문에 과거보다 영향력이 훨씬 더 많아졌다는 점, 그래서 차이가 훨씬 더 있는 것 같습니다.

◎범기영 제가 이해하기로는 예전에 정치인을 추종하던 이런 지지자 그룹은 일종의 동원의 대상이었다고 할까요? 대규모 군중 유세가 있으면 가서 박수 치고 구호 외쳐주고 그냥 이런 수준이었다면 지금의 이 팬덤은 뭔가 훨씬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의사를 내비치고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만권 그렇죠. 그 방향으로 주장할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 실제로 그 방향에 같이 서 있기 때문에 지지를 하는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는 거죠.

◎범기영 시초를 노사모다, 이렇게 평가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김만권 많은 분들이 노사모로 평가하는 이유가 뭐냐 하면, 지금 정치 팬덤을 디지털 문화와 같이 등장했다고 보는 분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제 우리나라에서 그런 방식의 정치 지지층이 생겨난 걸 돌이켜 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었는데요. 실제 2000년에 부산에서 세 번 낙선하고 실제 노사모가 만들어질 때, 그 당시에 노무현 대통령의 웹사이트였던 노하우라는 곳을 방문한 한 60명이 노사모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최초로 인터넷 베이스로 움직인 어떤 정치 지지층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의 지지층과 완전히 다른 성향을 보였고요. 그로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보면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팬덤이 만들어졌다고 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노사모, 지지했던 노사모를 시점으로 보는 의견이 많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인터넷 베이스라는 게 구체적으로 굉장히 다른 양태로 정치를 소비하고 개입할 수 있는 이런 광장을 열어줬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거군요?

▼김만권 그렇죠. 훨씬 더 쌍방향적으로 만들어줄 수 있고요. 그리고 정치 지지층을 넓히는 데 있어서도 훨씬 규합이 가능하고 그리고 그 당시에는 멀리 있으면 서로 만나지 못하고 대화하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것들이 많았는데 기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이 자주자주 대화할 수 있고 접촉할 수 있고, 그래서 지지층이 훨씬 더 결속력과 유대감과 정체성, 비슷한 정체성을 잘 쌓을 수 있는 배경이 만들어진 거죠, 과거보다 훨씬 더.

◎범기영 이렇게만 들으면 나쁠 게 없어 보이는데, 민주당 안에서는 여러 논란이 있습니다. 팬덤 정치 관련 발언들 듣고 이어가겠습니다.

<녹취> 박지현 /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지난달 24일)
민주당을 팬덤 정당이 아니라 대중 정당으로 만들겠습니다. 다른 의견을 내부 총질이라 비난하는 세력에 굴복해선 안 됩니다.

<녹취> 우상호 /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어제)
팬덤 문화에 대해서는 당이 한번 건강하게 토론을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그래서 당원들의 의견도 좀 들어볼 생각이고요. 저는 앞으로 그런 쪽을 주도하시는 분하고도 한번 특별히 대화를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수박'이라는 단어는 못 쓰게 하겠습니다.

<녹취> 박용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BBS 전영신의 아침저널, 오늘)
우리가 좀 달라져야 한다고 얘기하면 또 문자폭탄, 이러면서 '수박'이니 뭐니 뭐 간첩이니 이러면서 (문자가) 와요. 그런 일들이 5년간 있었어요. 비대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이 이 부분과 관련해서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씀하신 건 저는 대표가 그런 말씀 하신 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잘못된 팬덤 문화, 잘못된 이런 정치 문화에 대해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정당으로 지금 나가고 있다, 이렇게 저는 상징적으로 생각합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어떤 정치 집단의 적극적인 지지층, 활발한 활동가, 이런 것은 사실 정당 민주주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자양분일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훌리건이라는 표현까지 나옵니다.

▼김만권 이게 기본적으로 저희들이 이 디지털 민주주의가 등장했을 때 의사 결정 과정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좀 더 개입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생각한 측면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전망들이 어떻게 보면 미래의 민주주의를 더 낫게 해줄 것이다, 라고 하는 이야기들이 되게 많았는데요. 그런데 이 기술과 발전과 함께 시대의 변화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시대의 변화를 보면 기본적으로 기술의 변화와 함께 탈진실 시대가 같이 도래하기 시작했고요. 그러면서 또 오로지 우리 편만이 옳다고 하는 정치적으로는 이걸 부족주의라고 부르는데...

◎범기영 정치적 부족주의.

▼김만권 네, 정치적 부족주의 시대로 들어오면서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서 때로는 네거티브를 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어떤 그런 태도를 팬덤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이게 명확하게 좀 구분되는 지점이, 실제 노사모 같은 경우를 본다고 한다면 이게 기본적으로 2002년에 민주당 강원도 경선 전날, 대선 경선 전날에 춘천시 내에 노무현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지라시가 막 뿌려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이제 지지자들이 지금 우리가 그 흑색선전 지라시를 걷으러 다니면 뿌리는 사람과 부딪쳐서 소위 말해서 좀 어떻게 보면 네거티브한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부정적인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으니까 새벽에 이 지라시를 걷자고 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범기영 그냥 돌리게 놔뒀다가?

▼김만권 그렇죠. 돌리게 놔뒀다가. 그러니까 이제 충돌을 피하려고 했던 거죠. 그래서 기본적으로 네거티브를 피하고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갖다가 어떻게 보면 어떤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했다고 한다면 지금의 정치 팬덤 같은 경우에는 자신들의 의사를 조금 더 많이 관철시키려고 하는 성향들이 나타나고 있고요. 그리고 과거와 달리, 노무현 시대와 달리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스마트폰의 보급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고 대표자와 그리고 유권자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아진 거죠. 그래서 이 유권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들을 대표자들에게 쉽사리 압박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면서 이제 뭐 온라인 좌표 찍기라든지 게시판 도배라든지 때로는 우리가 앞에서 화면에서 봤지만 문자 폭탄 같은 것들이 쏟아지는 그런 일들이 나타나고 그런 행위를 통해서 자기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성향이 나타나서 보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공격적이다, 그렇게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팬덤 자체의 어떤 양태가 변화하는 것도 물론 있을 거고, 또 한편으로는 팬덤이야 언제든지 있었던, 적극적인 지지층 활동가들은 언제나 있었는데 거기에 굴복하거나 오히려 영합하려고 하는 팬덤이 문제가 아니라 정치가 문제 아닙니까?

▼김만권 실제로 우리가 그 이야기를 명확하게 한다면 팬덤이 있고 팬덤에서의 팬덤 정치의 지지자가 있고 그 팬덤 정치에 기대는 정치인이 있다고 한다면 그중에 누가 뭔가 잘못됐을 때 잘못이냐고 하면 100% 정치인의 잘못이다, 라고 저는 그렇게, 거기에는 정답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고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어느 시대에나 어떤 정치인을 추종하고 강력하게 지지하는 세력들은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세력들이 뭔가 잘못된 길을 가거나 그리고 잘못된, 네거티브한 행위를 했을 때 거기에 대해서 명확하게 그러지 않아야 된다는 메시지를 주고 자기 지지층에게 어떤 규범을 지킬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은 언제나 정치인들의 의무였고요. 그런 것들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어떻게 보면 정치 지도자의 자질을 좌우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범기영 지금 민주당을 중심으로 그런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정치 철학자로서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라고 한마디로 정리해 주신다면 무슨 말씀을 주시겠습니까?

▼김만권 기본적으로 저는 정치, 정치 팬덤의 문제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자꾸 팬덤의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정치적인 문제를 갖다가 그걸 지지하는 지지층에 책임을 떠넘기게 되는 현상들이 나타납니다. 그런데 정치는 우리가 대표자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있고 그리고 어떠한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그 책임의 1차적 소재는 언제나 정치인이다. 그래서 정치인의 자기 팬덤, 지지층이 있을 때 그 팬덤에 기대는 건 좋지만, 그 팬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같이 옆에서 어떤 규범적인 측면을 발휘해야 된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범기영 김만권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만권 감사합니다.

◎범기영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내일 다시 뵙겠습니다. 4시엔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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