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들이 비루스를 전파”…방역도 ‘총성 없는 전쟁’

입력 2022.06.14 (21:21) 수정 2022.06.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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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은, 코로나 발병을 적들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책동으로 봤습니다.

방역도 '총성 없는 전쟁'으로 규정하고, '수령 보위'를 최고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이어서 송영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적들의 코로나 비루스 전파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리자."

북한이 황급히 국경을 폐쇄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선전선동부가 각급 당조직에 내려보낸 강연 및 정치사업 자료입니다.

적들이 북한 내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려는 검은 흉심을 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군사분계지역에서 새들이 죽고, 국경지역에서 정체모를 자들이 액체를 강에 쏟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우리 내부에 전염병을 퍼뜨려서라도 공화국을 어찌해 보려는 적들의 음흉한 기도", "국가최고지도부의 안전을 해치려는 비열한 책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선 경찰인 인민보안원들에겐 방역 투쟁을 '적과의 총포성 없는 전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수령 보위'를 최고 목표로 내세웁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남한 정부가 독극물이 든 기구를 북으로 날려 보냈다는 거짓 주장을 상기시키는 대목도 있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혁명의 수뇌부 결사 옹위, 팬데믹 상황조차도 외부 세력에 책임을 전가하고 그리고 그걸 통해서 주민의 경각심 내부 결속을 강화해가지고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게 하는..."]

국가보위성이 작성한 대책보고 자료에는, 탈북민을 외부의 적으로 적시했습니다.

탈북민들이 바이러스를 묻힌 1달러 지폐를 병에 넣어 서해를 통해 황해남도로, 압록강을 통해 평안북도로 보냈다, 강원도로는 풍선을 날려 보냈다며 주민들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전문가, 실무자들은 아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 생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줄 수는 없잖아요. 그거 알려줬다간 수용소행이겠죠. 주민들 속에서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그냥 웃죠."]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펜데믹 초기, 북한의 방역 목표는 체제 유지에 쏠려있었음을 보여줍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최창준

[앵커]

문건을 확보해 취재한 송영석 기자와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송 기자! 먼저 이 문건,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기자]

네, 북한은 국가적 비상사태가 터지면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돼 하급 관리나 주민들에게 보신 것과 같은 문건을 내려보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탈북민들도 과거 전염병 상황에서 자신들이 받아봤던 것과 같다고 확인했는데요.

체제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해서 유출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몇일 뒤 회수해가는데 보신 문건들은 회수 전에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들입니다.

자세한 입수 경위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앵커]

북한은 방역도 북한식으로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문건에 나타난 북한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한 마디로 외부 세력의 책동에 맞선 투쟁이었습니다.

전염병이 돌 때면 늘상 그렇게 대처했다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인데요.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 의도도 엿보입니다.

2020년 7월, 탈북자가 다시 개성으로 월북한 일이 있었는데 북한이 개성시를 봉쇄하고 특급경보를 발령했던 걸 보면 북한이 코로나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당시 북한 주장대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기자]

국경 봉쇄를 단행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북한은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하면서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들을 격리 치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국제사회가 지원한 진단 장비가 들어가기도 전이었거든요.

그래서 확진 판정은 어렵지만 증상자는 꽤 있었을 거라고 추정돼왔는데 이번에 발열자 격리 메뉴얼까지 담긴 문건을 저희가 확보한 겁니다.

[앵커]

그래도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 방역을 잘했다며 성과로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기자]

북한에서는 확진자가 없어야 하면 없는 거고, 있어도 되면 있다고 발표한다.

앞서 보도에 나온 북한 의사 출신 탈북민 최정훈 씨가 해준 말인데요.

발표의 기준은 오로지 체제 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문건을 취재하면서 방역 분야에서도 체제를 최우선시하는 북한의 특수성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앵커]

네, KBS가 단독 입수한 문건 내용 내일(15일)도 후속 보도를 통해 계속 전해 드리겠습니다.

송영석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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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적들이 비루스를 전파”…방역도 ‘총성 없는 전쟁’
    • 입력 2022-06-14 21:21:42
    • 수정2022-06-14 22:07:54
    뉴스 9
[앵커]

북한은, 코로나 발병을 적들이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바이러스를 전파시키는 책동으로 봤습니다.

방역도 '총성 없는 전쟁'으로 규정하고, '수령 보위'를 최고 목표로 내세웠습니다.

이어서 송영석 기자입니다.

[리포트]

"적들의 코로나 비루스 전파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 버리자."

북한이 황급히 국경을 폐쇄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선전선동부가 각급 당조직에 내려보낸 강연 및 정치사업 자료입니다.

적들이 북한 내부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려는 검은 흉심을 품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군사분계지역에서 새들이 죽고, 국경지역에서 정체모를 자들이 액체를 강에 쏟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움직임을 "우리 내부에 전염병을 퍼뜨려서라도 공화국을 어찌해 보려는 적들의 음흉한 기도", "국가최고지도부의 안전을 해치려는 비열한 책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일선 경찰인 인민보안원들에겐 방역 투쟁을 '적과의 총포성 없는 전쟁'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수령 보위'를 최고 목표로 내세웁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남한 정부가 독극물이 든 기구를 북으로 날려 보냈다는 거짓 주장을 상기시키는 대목도 있습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혁명의 수뇌부 결사 옹위, 팬데믹 상황조차도 외부 세력에 책임을 전가하고 그리고 그걸 통해서 주민의 경각심 내부 결속을 강화해가지고 체제 유지에 도움이 되게 하는..."]

국가보위성이 작성한 대책보고 자료에는, 탈북민을 외부의 적으로 적시했습니다.

탈북민들이 바이러스를 묻힌 1달러 지폐를 병에 넣어 서해를 통해 황해남도로, 압록강을 통해 평안북도로 보냈다, 강원도로는 풍선을 날려 보냈다며 주민들의 각성을 촉구합니다.

[최정훈/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의사 출신 탈북민 : "전문가, 실무자들은 아는데 그렇다고 해서 우리 생각을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줄 수는 없잖아요. 그거 알려줬다간 수용소행이겠죠. 주민들 속에서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그냥 웃죠."]

과학적 접근이 필요한 펜데믹 초기, 북한의 방역 목표는 체제 유지에 쏠려있었음을 보여줍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영상편집:김은주/그래픽:최창준

[앵커]

문건을 확보해 취재한 송영석 기자와 좀더 살펴보겠습니다.

송 기자! 먼저 이 문건, 어떻게 입수한 겁니까?

[기자]

네, 북한은 국가적 비상사태가 터지면 국가기관들이 총동원돼 하급 관리나 주민들에게 보신 것과 같은 문건을 내려보냅니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탈북민들도 과거 전염병 상황에서 자신들이 받아봤던 것과 같다고 확인했는데요.

체제 안정에 해가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판단해서 유출을 꺼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보통 몇일 뒤 회수해가는데 보신 문건들은 회수 전에 휴대전화로 촬영한 것들입니다.

자세한 입수 경위는 취재원 보호 차원에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점 양해 바랍니다.

[앵커]

북한은 방역도 북한식으로 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기자]

네, 문건에 나타난 북한의 코로나 초기 대응은 한 마디로 외부 세력의 책동에 맞선 투쟁이었습니다.

전염병이 돌 때면 늘상 그렇게 대처했다는 게 탈북민들의 증언인데요.

전염병 창궐의 책임을 회피하려 한 의도도 엿보입니다.

2020년 7월, 탈북자가 다시 개성으로 월북한 일이 있었는데 북한이 개성시를 봉쇄하고 특급경보를 발령했던 걸 보면 북한이 코로나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당시 북한 주장대로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기자]

국경 봉쇄를 단행한 다음달인 2020년 2월 북한은 확진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발표하면서 '열이 있거나 기침을 하는 환자들을 격리 치료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때는 국제사회가 지원한 진단 장비가 들어가기도 전이었거든요.

그래서 확진 판정은 어렵지만 증상자는 꽤 있었을 거라고 추정돼왔는데 이번에 발열자 격리 메뉴얼까지 담긴 문건을 저희가 확보한 겁니다.

[앵커]

그래도 북한은 그동안 코로나 방역을 잘했다며 성과로 내세우지 않았습니까?

[기자]

북한에서는 확진자가 없어야 하면 없는 거고, 있어도 되면 있다고 발표한다.

앞서 보도에 나온 북한 의사 출신 탈북민 최정훈 씨가 해준 말인데요.

발표의 기준은 오로지 체제 안정이라고도 했습니다.

문건을 취재하면서 방역 분야에서도 체제를 최우선시하는 북한의 특수성을 실감할수 있었습니다.

[앵커]

네, KBS가 단독 입수한 문건 내용 내일(15일)도 후속 보도를 통해 계속 전해 드리겠습니다.

송영석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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