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조식품 판매자, 지병 있는 고객 ‘보호할’ 의무”

입력 2022.06.17 (19:25) 수정 2022.06.17 (19:3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기간에 몸이 더 나빠진 환자가, 병원 치료도 제때 안 받고 계속 그 보조식품만 먹다가 결국 숨졌습니다.

제조사 측에서 "병원에 가지 말고 자사 보조식품을 계속 먹으라"는 권유를 했기 때문인데요.

그에 대한 배상 책임을 명시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백인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고혈압과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앓았던 50대 여성 A 씨.

2018년 핵산을 가공한 건강보조식품을 샀습니다.

그걸 먹으면 몸이 좋아질 줄 알았던 건데, 복용 기간에 오히려 안 좋은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열흘 만에 혈압이 오르는 등 몸상태가 나빠져 응급실까지 가게 된 겁니다.

혹시나 해서 문의해 봤더니, 제조사 측은 "몸에 잘 듣고있다는 뜻이다. 걱정하지 말고 견뎌달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주일 뒤, 이번에는 몸에 수포가 생기고 진물이 흘렀습니다.

제조사는 "독소 제거 반응이고 몸이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거"라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대신 계속해서 자사 제품을 먹으라고 독려했습니다.

이 말을 따랐던 A 씨는 복용 20일 만에 장기부전과 패혈증 등으로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제조사 책임이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제품 섭취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회사 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은 제품의 인과성을 떠나 회사 측에 책임이 있다며 1억 3천여 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업체에서 위험한 증상을 '호전 반응'이라 주장하고, 진료가 필요없다고 한 건 용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A 씨가 즉시 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낮았다며, 그걸 방해한 회사의 행위와 A 씨 사망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현복/대법원 재판연구관 :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판매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병 있는 고객들이 제품 효과를 맹신하지 않도록 건강보조식품 제조사가 적극적인 '보호'에 나설 의무를 강조한 취지로 풀이됩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안재우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건강보조식품 판매자, 지병 있는 고객 ‘보호할’ 의무”
    • 입력 2022-06-17 19:25:23
    • 수정2022-06-17 19:35:00
    뉴스 7
[앵커]

건강보조식품을 먹는 기간에 몸이 더 나빠진 환자가, 병원 치료도 제때 안 받고 계속 그 보조식품만 먹다가 결국 숨졌습니다.

제조사 측에서 "병원에 가지 말고 자사 보조식품을 계속 먹으라"는 권유를 했기 때문인데요.

그에 대한 배상 책임을 명시한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백인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고혈압과 뇌졸중, 심근경색 등을 앓았던 50대 여성 A 씨.

2018년 핵산을 가공한 건강보조식품을 샀습니다.

그걸 먹으면 몸이 좋아질 줄 알았던 건데, 복용 기간에 오히려 안 좋은 증세가 나타났습니다.

열흘 만에 혈압이 오르는 등 몸상태가 나빠져 응급실까지 가게 된 겁니다.

혹시나 해서 문의해 봤더니, 제조사 측은 "몸에 잘 듣고있다는 뜻이다. 걱정하지 말고 견뎌달라"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주일 뒤, 이번에는 몸에 수포가 생기고 진물이 흘렀습니다.

제조사는 "독소 제거 반응이고 몸이 회복을 시도하고 있는 거"라면서 병원 치료를 받는 대신 계속해서 자사 제품을 먹으라고 독려했습니다.

이 말을 따랐던 A 씨는 복용 20일 만에 장기부전과 패혈증 등으로 숨졌습니다.

유족들은 제조사 책임이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제품 섭취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회사 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2심은 제품의 인과성을 떠나 회사 측에 책임이 있다며 1억 3천여 만 원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재판부는 업체에서 위험한 증상을 '호전 반응'이라 주장하고, 진료가 필요없다고 한 건 용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A 씨가 즉시 치료를 받았다면 생명이 위험해질 가능성이 낮았다며, 그걸 방해한 회사의 행위와 A 씨 사망 사이에는 인과 관계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현복/대법원 재판연구관 :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 의학적 조언을 지속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한 경우 판매자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집니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병 있는 고객들이 제품 효과를 맹신하지 않도록 건강보조식품 제조사가 적극적인 '보호'에 나설 의무를 강조한 취지로 풀이됩니다.

KBS 뉴스 백인성입니다.

촬영기자:조세준/영상편집:박은주/그래픽:안재우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