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美 ‘애플’ 첫 노조 결성…글로벌기업 노조 물결

입력 2022.06.22 (10:48) 수정 2022.06.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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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죠.

미국 '애플'이 사상 첫 노동조합 결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애플'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무노조 경영' 원칙을 내세웠던 글로벌 기업들에서 노조 설립 물결이 일고 있는데요.

그 배경과 전망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황 기자, '애플' 직원들이 노조 결성에 찬성했다고요?

[기자]

네, 현지시각 18일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한 '애플' 매장에서 노조 결성 찬반 투표가 있었습니다.

이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110명 가운데 65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투표안이 가결됐는데요.

이 결정을 미국의 국제기계 및 항공우주 노동자연합이 받아들이면 미국 내 '애플' 매장 270여 곳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하게 됩니다.

[차야 바렛/'애플' 7년 근무 : "우리는 말 그대로 '애플'의 얼굴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시받는 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요? 우리는 우리 일상에 대한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애플' 매장의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투표까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메릴랜드 말고도 조지아와 뉴욕 주의 '애플' 매장에서도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앵커]

'애플'뿐 아니라 미국에 매장을 둔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잇따라 노조가 설립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번 '애플'의 노조 설립도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난 노조 설립 바람을 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스타벅스'였는데요.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 오던 '스타벅스' 매장에 지난해 12월 첫 노조가 설립됐습니다.

뉴욕 버펄로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은 찬성 19명, 반대 8명으로 노조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미국 전체에는 약 9천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데요.

버팔로 시 매장의 노조 설립을 계기로 270여 곳에서 노조 설립 투표가 진행됐고, 50여 곳이 노조를 결성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지이나 리브/버팔로 시 '스타벅스' 직원 : "다음 단계는 스타벅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얻어냈고, 우리가 곧 '스타벅스'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전 세계 유통업계 1위, '아마존' 역시 1994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지난 4월 노동조합이 탄생했습니다.

[앵커]

수십 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 왔던 기업들인데, 갑자기 노조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오랜 팬데믹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이 크게 열악해졌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건강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떠났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런 노동자들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발적 실직자에 머무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업무 강도가 훨씬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실질 임금은 줄었는데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적은 돈을 받으며 더 많이 일하게 된 셈입니다.

반면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서비스와 전자상거래가 크게 늘면서 해당 기업들이 이른바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도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됐습니다.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간부를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등 바이든 정부가 펼치는 친노동자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정당한 사유가 있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해도 기업들은 반기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노조 설립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벌써 생기고 있습니다.

기업이 노조 설립을 회유하다가 법적 분쟁으로 번지거나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건데요.

'아마존'은 최근 노조 결성을 주도한 직원 2명을 성과가 낮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노동자 측은 노조 투표를 두고 직원을 위협했다며 사측을 고소하고 맞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애플'과 '스타벅스'도 노조 결성을 불법으로 방해한다는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회유책도 들고나왔는데요.

무노조 직원들에게만 임금 인상과 특별 보너스를 주고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기업들은 노조 설립을 최대한 제지하겠다는 건데,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노조 설립에 대한 미국 사회의 공감대는 점차 커지는 분위깁니다.

지난해 9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노조를 지지한다고 답해 57년 만에 지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윌마 리브먼/美 전 국가노동관계위원회 위원장 : "저는 집단 행동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형태로든 분명히 증가할 것입니다."]

다만 잇따른 노조 설립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직원을 대규모 해고하는 등 오히려 고용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높아진 인건비나 유지비를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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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촌 돋보기] 美 ‘애플’ 첫 노조 결성…글로벌기업 노조 물결
    • 입력 2022-06-22 10:48:55
    • 수정2022-06-22 11:02:09
    지구촌뉴스
[앵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죠.

미국 '애플'이 사상 첫 노동조합 결성을 앞두고 있습니다.

'애플'뿐 아니라 '아마존'과 '스타벅스' 등 '무노조 경영' 원칙을 내세웠던 글로벌 기업들에서 노조 설립 물결이 일고 있는데요.

그 배경과 전망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짚어봅니다.

황 기자, '애플' 직원들이 노조 결성에 찬성했다고요?

[기자]

네, 현지시각 18일 미국 메릴랜드 주에 있는 한 '애플' 매장에서 노조 결성 찬반 투표가 있었습니다.

이 매장에서 일하는 직원 110명 가운데 65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투표안이 가결됐는데요.

이 결정을 미국의 국제기계 및 항공우주 노동자연합이 받아들이면 미국 내 '애플' 매장 270여 곳 가운데 처음으로 노동조합이 탄생하게 됩니다.

[차야 바렛/'애플' 7년 근무 : "우리는 말 그대로 '애플'의 얼굴입니다.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시받는 것을 공정하다고 할 수 있나요? 우리는 우리 일상에 대한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애플' 매장의 직원들이 노조 결성을 시도한 적은 있지만, 투표까지 진행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메릴랜드 말고도 조지아와 뉴욕 주의 '애플' 매장에서도 노조 설립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앵커]

'애플'뿐 아니라 미국에 매장을 둔 다른 글로벌 기업들에서도 잇따라 노조가 설립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이번 '애플'의 노조 설립도 미국 내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일어난 노조 설립 바람을 탄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시작은 '스타벅스'였는데요.

반세기 동안 무노조 경영을 이어 오던 '스타벅스' 매장에 지난해 12월 첫 노조가 설립됐습니다.

뉴욕 버펄로시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직원들은 찬성 19명, 반대 8명으로 노조 설립을 결정했습니다.

미국 전체에는 약 9천 개의 스타벅스 매장이 있는데요.

버팔로 시 매장의 노조 설립을 계기로 270여 곳에서 노조 설립 투표가 진행됐고, 50여 곳이 노조를 결성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습니다.

[지이나 리브/버팔로 시 '스타벅스' 직원 : "다음 단계는 스타벅스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리를 얻어냈고, 우리가 곧 '스타벅스'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전 세계 유통업계 1위, '아마존' 역시 1994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지난 4월 노동조합이 탄생했습니다.

[앵커]

수십 년 동안 무노조 경영을 해 왔던 기업들인데, 갑자기 노조가 생기는 이유가 뭘까요?

[기자]

오랜 팬데믹 기간 동안 노동자들의 근무 여건이 크게 열악해졌기 때문인데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많은 사람이 건강 등의 이유로 일자리를 떠났습니다.

미국 정부가 이런 노동자들에게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자발적 실직자에 머무는 경우도 많았고요.

그러다 보니 남아 있는 노동자들은 업무 강도가 훨씬 강해졌습니다.

여기에 최근 물가가 크게 올라 실질 임금은 줄었는데요.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적은 돈을 받으며 더 많이 일하게 된 셈입니다.

반면 팬데믹 기간 동안 비대면 서비스와 전자상거래가 크게 늘면서 해당 기업들이 이른바 '코로나 특수'를 누린 것도 노조 설립의 계기가 됐습니다.

아마존과 스타벅스 노조 간부를 백악관으로 초대하는 등 바이든 정부가 펼치는 친노동자 정책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앵커]

정당한 사유가 있고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해도 기업들은 반기지 않을 것 같은데요?

[기자]

네, 노조 설립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벌써 생기고 있습니다.

기업이 노조 설립을 회유하다가 법적 분쟁으로 번지거나 노동자를 해고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는 건데요.

'아마존'은 최근 노조 결성을 주도한 직원 2명을 성과가 낮다는 등의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노동자 측은 노조 투표를 두고 직원을 위협했다며 사측을 고소하고 맞대응에 나선 상황입니다.

'애플'과 '스타벅스'도 노조 결성을 불법으로 방해한다는 혐의로 고발당했습니다.

특히 '스타벅스'는 노조 설립을 저지하기 위한 회유책도 들고나왔는데요.

무노조 직원들에게만 임금 인상과 특별 보너스를 주고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기업들은 노조 설립을 최대한 제지하겠다는 건데,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있는 시대적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요?

[기자]

일단 노조 설립에 대한 미국 사회의 공감대는 점차 커지는 분위깁니다.

지난해 9월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8%가 노조를 지지한다고 답해 57년 만에 지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윌마 리브먼/美 전 국가노동관계위원회 위원장 : "저는 집단 행동이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노동조합은 어떤 형태로든 분명히 증가할 것입니다."]

다만 잇따른 노조 설립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직원을 대규모 해고하는 등 오히려 고용 안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또, 높아진 인건비나 유지비를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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