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北 “6.25 전쟁은 승전”…체제 유지 악용

입력 2022.06.25 (07:59) 수정 2022.06.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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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전쟁의 명칭은 물론, 기본적인 사실까지 우리완 아주 다르게 가르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네, 6.25전쟁은 미국의 지시에 의한 북침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북한이 승리한 전쟁이며, 이 모든 게 김일성 주석의 업적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들이 충분히 입증되고 공개된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북한.

민족사 최대 비극인 6.25전쟁을 체제 유지에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6.25 전쟁 72주년을 맞아, 북한의 역사 왜곡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올망졸망한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한 할아버지.

30년이 넘은 북한의 장수 프로그램 ‘옛말 할아버지’의 한 장면이다.

["옥순 누나는요 땅 하면 한 명, 땅땅 하면 두 명, 땅땅땅 세 방 쏘면 세 놈. 어김없이 한발에 한명씩 쏘아 갈기는 명사수였습니다."]

할아버지 역을 맡은 출연자의 실감나는 구연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

그런데 프로그램은 6.25 전쟁을 북침으로, 미군을 승냥이라고 표현하며 반미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민군대에 입대해서 부터는 미제 승냥이 놈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아이들도 다소 격앙된 소감을 전한다.

[안원관/김성주소학교 : "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제 승냥이 놈들과 싸워 이기려면 옥순 누나처럼 총을 잘 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주향/중구역 동흥탁아소 : "할아버지, 난 어서 커서 미제 승냥이 놈들의 콧대를 꺾어놓는 처녀 사냥꾼이 되겠습니다!"]

6.25 전쟁을 두고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북한.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6.25 전쟁.

3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서야 동족상잔의 비극도 멈춰 섰다.

[마크 웨인 클라크/당시 유엔군 총사령관/1953년 7월 27일 : "우리는 총격을 멈췄습니다. 그것은 군인들과 가족들에게 엄청난 의미입니다. 한국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6.25전쟁을 미국과 남한에 의한 북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北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 "1950년 6월 25일 미 제국주의자들은 남조선 괴뢰군을 내몰아 창건된 지 불과 2년밖에 안 되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 침공을 해왔습니다."]

정전협정 또한 외세 침략에 맞서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주역이 바로 김일성 주석이다.

6.25 전쟁을 김일성 주석 유일지배체제 확립에 활용한 것이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에서는 조국을 해방시켰다는 개념으로서 주적을 미국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해방을 시키는 모습으로 이제 전환이 되어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북한의 초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 같은 경우도 단순히 전쟁영웅이 아니라 미국의 식민지적인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를 해방시킨 민족의 영웅, 국가적 영웅이 되는 것이거든요."]

침략국을 뒤바꾸는 것은 물론 적화에 실패한, 패퇴한 전쟁도 승전이라 주장하고 있다.

6·25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도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고 있다.

[北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 "인천상륙전에서 맥아더 5성 장군은 1개 군단을 가지고 1개 중대 앞에 패전하는 장군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1983년 제작된 북한 영화 ‘월미도’는 북한군 해안포병 중대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北 영화 ‘월미도’ : "우리는 죽습니다. 그러나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김일성 장군 만세, 조국이여 번영하라!"]

[이지영/2020년 탈북 : "‘월미도’는 인천상륙작전에서 월미도를 지킨 용사들을 부각시킨 영화예요. 3일 동안 마지막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인천으로 들어오는 골목을 지켰다고 이야기하고요."]

북한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반미 교육이다.

[김경혜/북한 유치원 교사 : "미국놈은 착한 짐승들을 잡아먹는 승냥이와 같이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 온갖 못된 짓을 다한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을 (김일성 장군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김일성 주석의 전쟁 업적을 담았다는 ‘조국해방전쟁기념관’, 6.25 전쟁 참상을 기록한 ‘신천박물관’ 등을 지어 주민 사상교양도 진행하는데, 많은 주민들이 반미 감정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신천박물관'에 가서 50명도 안 되는 미국인이 (북한에) 들어와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고.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목을 따서 죽이고 귀를 베고. 정말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잔혹한 짓을 한 것을 봤을 때. 그렇게 했다고 가르치거든요. 그때야 비로소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 정말 미국 놈들이 나쁘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직후부터 6.25 전쟁을 정권 유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6.25 전쟁 참가자들을 위한 전국 노병대회도 열고 있다.

왜곡된 김일성 주석의 전쟁 업적을 등에 업고 권력 승계와 반미 대결 구도를 정당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식민지적인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겼다라고 하는 개념, 결국에는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정당화하는 모습으로 보고 있는 것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같은 경우도 결국에는 선대 김일성 주석의 모습들을 투영하게 되면서 권력 체제를 공고히 해나가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2016년, 러시아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북한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영화에 담긴 소학교 수업 시간, 김정은 위원장을 우상화 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큐영화 ‘태양 아래’/2016년 : "지금 미국 놈들과 괴뢰 놈들은 우리 사회주의 조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합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6·25 전쟁이라는 객관적인 역사마저 최고지도자의 입맛과 필요에 맞게 악용되는 북한이지만,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 따른 한계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적잖은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처럼 북한의 젊은 세대들도 전쟁에 대해 무뎌지고 있다.

여기에 장마당 등을 통해 유입되는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로 북한 청년들의 밑바닥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과거의 인터넷이 없을 때도 책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영화 CD 같은 게 들어갔잖아요. 훨씬 더 자유로워진 거죠. 또 IT가 계속 발달하게 되면서 지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들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원격 교육들이 활용되면서 정보가 좀 다양해지는 것이죠. 뭔가 생각의 어떤 문을 조금 열 수 있는 그런 위치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취재에 응한 탈북민 역시 탈북 전부터 6.25 전쟁의 남침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지영/2020년 탈북 : "북한말로 말하면 불순서적들이 많이 들어와요. 거기에 한국 서적들도 끼어들어 오거든요. 그런데 한국 책들을 보면 남침을 했다고 해요. 저도 예전에는 당연히 남한이 북한을 쳤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교육을 받았고. 그러면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반격을 당해서 3일 만에 수도를 내어줬다는 게 말이 되나? 아닐 수도 있다. 북한이 한국을 쳤을수도 있다..."]

북한이 반동문화사상배격법까지 채택하며 근절하려는 외부 문화도 노골적인 반미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어느 영화를 봐도 다 미국이 언급되어 있어요. 한국 드라마를 봐도 어느 틈틈히 미국이 나오고요. 중국 드라마를 봐도 미국이 나오고. 어릴 적에는 정말 나쁜 나라, 제국주의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외부 문화에)계속해서 언급이 되고, 사고관이 형성되면서 '대단하네' 이런 생각이 들고. 그리고 자연적으로 경제가 세니까. 그리고 워낙에 미국 달러가 북한에서도 제일 인기가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지난해 코로나19 비상방역 상황에서도 북한군 노병들을 평양에 집결시킨 김정은 위원장.

이날 김 위원장은 6.25 전쟁을 상기시키며 사회주의 체제의 굳건함을 과시했다.

[김정은/北 국무위원장 : "전승세대가 피로써 쟁취한 혁명의 전취물은 굳건하며 우리 국가, 우리의 사회주의 위업은 양양합니다."]

북한이라고 해도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고 거스를 순 없고, 내부에서의 세대교체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권과 체제 유지를 위한 6·25 전쟁 왜곡은 여전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 남북의 통일 이전 통합에도 적잖은 갈등과 대립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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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北 “6.25 전쟁은 승전”…체제 유지 악용
    • 입력 2022-06-25 07:59:11
    • 수정2022-06-25 15:2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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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6.25 전쟁을 간단히 정의한다면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전쟁의 명칭은 물론, 기본적인 사실까지 우리완 아주 다르게 가르치며, 역사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네, 6.25전쟁은 미국의 지시에 의한 북침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부르고 있고요.

북한이 승리한 전쟁이며, 이 모든 게 김일성 주석의 업적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사실들이 충분히 입증되고 공개된 지금까지도 자신들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북한.

민족사 최대 비극인 6.25전쟁을 체제 유지에 이용하고 있는 겁니다.

이번 주 '클로즈업 북한'에서는 6.25 전쟁 72주년을 맞아, 북한의 역사 왜곡 실태를 짚어봤습니다.

함께 보시죠.

[리포트]

올망졸망한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한 할아버지.

30년이 넘은 북한의 장수 프로그램 ‘옛말 할아버지’의 한 장면이다.

["옥순 누나는요 땅 하면 한 명, 땅땅 하면 두 명, 땅땅땅 세 방 쏘면 세 놈. 어김없이 한발에 한명씩 쏘아 갈기는 명사수였습니다."]

할아버지 역을 맡은 출연자의 실감나는 구연에 귀를 기울이는 아이들.

그런데 프로그램은 6.25 전쟁을 북침으로, 미군을 승냥이라고 표현하며 반미 감정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인민군대에 입대해서 부터는 미제 승냥이 놈들을 사냥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아이들도 다소 격앙된 소감을 전한다.

[안원관/김성주소학교 : "난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미제 승냥이 놈들과 싸워 이기려면 옥순 누나처럼 총을 잘 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오주향/중구역 동흥탁아소 : "할아버지, 난 어서 커서 미제 승냥이 놈들의 콧대를 꺾어놓는 처녀 사냥꾼이 되겠습니다!"]

6.25 전쟁을 두고 다른 주장을 하고 있는 북한. 그 이유는 무엇일까?

1950년 6월 25일 새벽, 북한군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6.25 전쟁.

3년 넘게 전쟁을 치르고서야 동족상잔의 비극도 멈춰 섰다.

[마크 웨인 클라크/당시 유엔군 총사령관/1953년 7월 27일 : "우리는 총격을 멈췄습니다. 그것은 군인들과 가족들에게 엄청난 의미입니다. 한국은 전쟁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 북한은 6.25전쟁을 미국과 남한에 의한 북침으로 규정하고 있다.

[北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 "1950년 6월 25일 미 제국주의자들은 남조선 괴뢰군을 내몰아 창건된 지 불과 2년밖에 안 되는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전면적인 무력 침공을 해왔습니다."]

정전협정 또한 외세 침략에 맞서 승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 주역이 바로 김일성 주석이다.

6.25 전쟁을 김일성 주석 유일지배체제 확립에 활용한 것이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북한에서는 조국을 해방시켰다는 개념으로서 주적을 미국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해방을 시키는 모습으로 이제 전환이 되어 있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북한의 초대 지도자인 김일성 주석 같은 경우도 단순히 전쟁영웅이 아니라 미국의 식민지적인 구도 속에서 우리나라를 해방시킨 민족의 영웅, 국가적 영웅이 되는 것이거든요."]

침략국을 뒤바꾸는 것은 물론 적화에 실패한, 패퇴한 전쟁도 승전이라 주장하고 있다.

6·25 전쟁의 판도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도 사실과 다르게 전달하고 있다.

[北 기록영화 ‘조국해방전쟁’ : "인천상륙전에서 맥아더 5성 장군은 1개 군단을 가지고 1개 중대 앞에 패전하는 장군으로 명성을 떨쳤습니다."]

1983년 제작된 북한 영화 ‘월미도’는 북한군 해안포병 중대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北 영화 ‘월미도’ : "우리는 죽습니다. 그러나 굴복하지 않겠습니다. 김일성 장군 만세, 조국이여 번영하라!"]

[이지영/2020년 탈북 : "‘월미도’는 인천상륙작전에서 월미도를 지킨 용사들을 부각시킨 영화예요. 3일 동안 마지막 한 사람이 죽을 때까지 인천으로 들어오는 골목을 지켰다고 이야기하고요."]

북한이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유아기부터 시작되는 반미 교육이다.

[김경혜/북한 유치원 교사 : "미국놈은 착한 짐승들을 잡아먹는 승냥이와 같이 우리 조선 사람들에게 온갖 못된 짓을 다한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이라는 것을 (김일성 장군은) 그 누구보다도 잘 아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또 김일성 주석의 전쟁 업적을 담았다는 ‘조국해방전쟁기념관’, 6.25 전쟁 참상을 기록한 ‘신천박물관’ 등을 지어 주민 사상교양도 진행하는데, 많은 주민들이 반미 감정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신천박물관'에 가서 50명도 안 되는 미국인이 (북한에) 들어와서 수많은 사람들을 학살했고.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목을 따서 죽이고 귀를 베고. 정말 인간으로 할 수 없는 잔혹한 짓을 한 것을 봤을 때. 그렇게 했다고 가르치거든요. 그때야 비로소 전쟁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 정말 미국 놈들이 나쁘구나 이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요. "]

김정은 위원장 역시 집권 직후부터 6.25 전쟁을 정권 유지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조국해방전쟁기념관’을 대대적으로 리모델링하고, 6.25 전쟁 참가자들을 위한 전국 노병대회도 열고 있다.

왜곡된 김일성 주석의 전쟁 업적을 등에 업고 권력 승계와 반미 대결 구도를 정당화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식민지적인 상황으로 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이겼다라고 하는 개념, 결국에는 미국과의 대결 구도를 정당화하는 모습으로 보고 있는 것인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같은 경우도 결국에는 선대 김일성 주석의 모습들을 투영하게 되면서 권력 체제를 공고히 해나가는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2016년, 러시아 다큐멘터리 영화 ‘태양 아래’가 북한 사회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였다.

영화에 담긴 소학교 수업 시간, 김정은 위원장을 우상화 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큐영화 ‘태양 아래’/2016년 : "지금 미국 놈들과 괴뢰 놈들은 우리 사회주의 조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우리 공화국을 먹어보기 위해서 무엇을 하겠다고 합니까? 그러나 우리에게는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께서 계십니다.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계시어 우리는 반드시 (승리합니다!)"]

6·25 전쟁이라는 객관적인 역사마저 최고지도자의 입맛과 필요에 맞게 악용되는 북한이지만, 시대와 세대의 변화에 따른 한계를 겪을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적잖은 세월이 지나면서 우리처럼 북한의 젊은 세대들도 전쟁에 대해 무뎌지고 있다.

여기에 장마당 등을 통해 유입되는 바깥세상에 대한 정보로 북한 청년들의 밑바닥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덕열/연세대 교육연구소 전문연구원 : "과거의 인터넷이 없을 때도 책이라든가 이런 것들이 영화 CD 같은 게 들어갔잖아요. 훨씬 더 자유로워진 거죠. 또 IT가 계속 발달하게 되면서 지금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들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원격 교육들이 활용되면서 정보가 좀 다양해지는 것이죠. 뭔가 생각의 어떤 문을 조금 열 수 있는 그런 위치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취재에 응한 탈북민 역시 탈북 전부터 6.25 전쟁의 남침 가능성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이지영/2020년 탈북 : "북한말로 말하면 불순서적들이 많이 들어와요. 거기에 한국 서적들도 끼어들어 오거든요. 그런데 한국 책들을 보면 남침을 했다고 해요. 저도 예전에는 당연히 남한이 북한을 쳤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 교육을 받았고. 그러면 전쟁을 일으킨 나라가 반격을 당해서 3일 만에 수도를 내어줬다는 게 말이 되나? 아닐 수도 있다. 북한이 한국을 쳤을수도 있다..."]

북한이 반동문화사상배격법까지 채택하며 근절하려는 외부 문화도 노골적인 반미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지영/2020년 탈북 : "어느 영화를 봐도 다 미국이 언급되어 있어요. 한국 드라마를 봐도 어느 틈틈히 미국이 나오고요. 중국 드라마를 봐도 미국이 나오고. 어릴 적에는 정말 나쁜 나라, 제국주의 이런 식으로 교육을 받았어요. 그런데 (외부 문화에)계속해서 언급이 되고, 사고관이 형성되면서 '대단하네' 이런 생각이 들고. 그리고 자연적으로 경제가 세니까. 그리고 워낙에 미국 달러가 북한에서도 제일 인기가 있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아요."]

지난해 코로나19 비상방역 상황에서도 북한군 노병들을 평양에 집결시킨 김정은 위원장.

이날 김 위원장은 6.25 전쟁을 상기시키며 사회주의 체제의 굳건함을 과시했다.

[김정은/北 국무위원장 : "전승세대가 피로써 쟁취한 혁명의 전취물은 굳건하며 우리 국가, 우리의 사회주의 위업은 양양합니다."]

북한이라고 해도 세상의 변화를 무시하고 거스를 순 없고, 내부에서의 세대교체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권과 체제 유지를 위한 6·25 전쟁 왜곡은 여전하고, 미래의 어느 시점, 남북의 통일 이전 통합에도 적잖은 갈등과 대립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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