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는 지금

입력 2022.06.25 (22:16) 수정 2022.06.2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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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아프리카 튀니지는 12년 전 반정부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이 시작된 곳이자, 거의 유일하게 민주화가 성공한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식량 위기 등이 겹치면서 시위가 잇따르는 등 변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튀니지 현지를 다녀온 우수경 특파원 연결합니다.

우 특파원, 최근 아랍의 봄이 다시 재현되는거 아니냐 이런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네, 아랍의 봄은 지난 2010년 12월 식량 가격 급등이 기폭제가 돼 촉발됐습니다.

지금은 당시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아랍의 봄 당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중동과 아프리카를 포함한 지구촌 곳곳에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며 폭동과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라마단을 기점으로 이라크와 이란, 레바논, 이집트 등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왔구요.

수단 등에서도 시위대가 연일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랍의 봄 당시와 많이 닮은 상황인거죠.

[앵커]

튀니지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튀니지 또한 식량 부족과 물가 상승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튀니지는 현재 IMF와 협상중인데요.

IMF에서 제시하는 경제 개혁안을 놓고 정부와 노조가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다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리와 판사들을 해임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불안합니다.

많은 튀니지 국민들은 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아랍의 봄 이후 12년, 튀니지는 어떤 모습인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남쪽으로 세 시간여 달려가면 산 아래 도시, 시디 부지드가 나타납니다.

다른 곳보다 풍부한 수자원 덕에 튀니지의 채소 공급처로 유명합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이 곳은 지난 2010년 말 채소 상인 모함메드 부아지지의 분신 자살로 역사가 바뀐 곳입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곳곳으로 번진 아랍의 봄은 이곳에서 시작됐습니다.

곳곳에 모함메드 부아지지를 기념하기 위한 상징물로 가득합니다.

당시 이웃한 알제리와 리비아, 이집트는 물론, 북아프리카를 넘어 중동의 요르단과 이라크, 쿠웨이트, 멀리 예멘까지 시위는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혁명 이후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러트피/시디부지드 주민 : "저는 혁명을 목격했고, 아들은 참여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모두 죽거나 다쳤고, 아무것도 얻은 게 없습니다."]

부아지지의 분신 이후 혁명을 이끌었던 칼리드 씨.

식량과 일자리를 원했던 당시 혁명이 정치인들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왜곡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칼리드 아와이니아/활동가 : "당시 우리는 자유를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튀니지 국민의 40%는 혁명을 후회한다고 답했습니다.

혁명 이후 10여 년, 오히려 실업률은 더 높아지고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팍팍해졌습니다.

[나잣 다위/혁명 참가자 : "지난 10년간 매우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부유해졌습니다."]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깁니다.

튀니지는 빵을 주식으로 하지만, 밀의 70%이상을 수입합니다.

이 중 50%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최근 튀니지의 밀가루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모함마드 아요브/빵집 운영 : "정부로부터 밀 공급이 되지 않아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수요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지중해의 일몰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 마을이 펼쳐집니다.

북아프리카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튀니지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이 곳을 가장 많이 찾았던 관광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들.

코로나 대유행에서 벗어나나 싶더니 이제 다시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튀니지에서는 40만 명 이상이 관광 분야에 종사합니다.

[무라드/기념품 가게 운영 : "사람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심하게 받아 빵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사람들은 배고프고 관광객은 오지 않습니다."]

이같은 고달픔은 시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시위로 공항과 물류가 모두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바스마 라베/튀니스 주민 : "오늘 시위는 너무 늦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튀니지의 정치 상황도 불안을 더하고 있습니다.

카이스 사이예드 대통령은 지난해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해산을 선포한 데 이어 최고 사법 위원회도 해체했습니다.

[아즈미 누리미/전 의원 : "상황은 더 복잡해졌고, 파산을 신청하기 직전입니다. 국가가 아주 안 좋은 재정위기에 처했습니다."]

독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바로잡아 줄 강력한 리더십을 바라는 겁니다.

[하이킬 메키/전 의원 : "우리는 봄을 믿지만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처럼 나라 안팎의 현실이 결코 녹록치 않지만 회복의 가능성 또한 열려 있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잇점은 튀니지엔 기횝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행사들이 튀니지에서 열리는 이윱니다.

[타렉 라사디/여행사 사장 : "튀니지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유럽 어디든 1시간에 가고, 아래로는 아프리카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또 한번의 식량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십여년 전 아랍의 봄은 민심이 어느 때 가장 폭발하는지 중요한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튀니스에서 우수경입니다.

촬영:방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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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랍의 봄’ 발원지 튀니지는 지금
    • 입력 2022-06-25 22:16:23
    • 수정2022-06-25 22:31:28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북아프리카 튀니지는 12년 전 반정부 민주화 시위인 '아랍의 봄'이 시작된 곳이자, 거의 유일하게 민주화가 성공한 국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여파로 식량 위기 등이 겹치면서 시위가 잇따르는 등 변화를 원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튀니지 현지를 다녀온 우수경 특파원 연결합니다.

우 특파원, 최근 아랍의 봄이 다시 재현되는거 아니냐 이런 우려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기자]

네, 아랍의 봄은 지난 2010년 12월 식량 가격 급등이 기폭제가 돼 촉발됐습니다.

지금은 당시보다 오히려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식량가격지수를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아랍의 봄 당시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다 보니 중동과 아프리카를 포함한 지구촌 곳곳에서는 먹고 살기 힘들다며 폭동과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지난 4월 라마단을 기점으로 이라크와 이란, 레바논, 이집트 등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뛰어나왔구요.

수단 등에서도 시위대가 연일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아랍의 봄 당시와 많이 닮은 상황인거죠.

[앵커]

튀니지 상황은 어떤가요?

[기자]

튀니지 또한 식량 부족과 물가 상승을 견디다 못한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튀니지는 현재 IMF와 협상중인데요.

IMF에서 제시하는 경제 개혁안을 놓고 정부와 노조가 맞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다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리와 판사들을 해임하는 등 정치적으로도 불안합니다.

많은 튀니지 국민들은 변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데, 아랍의 봄 이후 12년, 튀니지는 어떤 모습인지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남쪽으로 세 시간여 달려가면 산 아래 도시, 시디 부지드가 나타납니다.

다른 곳보다 풍부한 수자원 덕에 튀니지의 채소 공급처로 유명합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이 곳은 지난 2010년 말 채소 상인 모함메드 부아지지의 분신 자살로 역사가 바뀐 곳입니다.

중동과 아프리카 곳곳으로 번진 아랍의 봄은 이곳에서 시작됐습니다.

곳곳에 모함메드 부아지지를 기념하기 위한 상징물로 가득합니다.

당시 이웃한 알제리와 리비아, 이집트는 물론, 북아프리카를 넘어 중동의 요르단과 이라크, 쿠웨이트, 멀리 예멘까지 시위는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혁명 이후 삶은 더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러트피/시디부지드 주민 : "저는 혁명을 목격했고, 아들은 참여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참여자들은 모두 죽거나 다쳤고, 아무것도 얻은 게 없습니다."]

부아지지의 분신 이후 혁명을 이끌었던 칼리드 씨.

식량과 일자리를 원했던 당시 혁명이 정치인들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왜곡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칼리드 아와이니아/활동가 : "당시 우리는 자유를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요구했습니다."]

실제로 한 조사에 의하면 튀니지 국민의 40%는 혁명을 후회한다고 답했습니다.

혁명 이후 10여 년, 오히려 실업률은 더 높아지고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팍팍해졌습니다.

[나잣 다위/혁명 참가자 : "지난 10년간 매우 상황이 안 좋았습니다.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는 부유해졌습니다."]

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춰 가게 앞에 긴 줄이 생깁니다.

튀니지는 빵을 주식으로 하지만, 밀의 70%이상을 수입합니다.

이 중 50%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옵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최근 튀니지의 밀가루 가격은 1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모함마드 아요브/빵집 운영 : "정부로부터 밀 공급이 되지 않아 많은 가게들이 문을 닫았고, 수요가 감당이 되지 않습니다."]

지중해의 일몰을 볼 수 있는 아름다운 해변 마을이 펼쳐집니다.

북아프리카의 산토리니라고 불리는 튀니지의 대표적인 관광지입니다.

이 곳을 가장 많이 찾았던 관광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인들.

코로나 대유행에서 벗어나나 싶더니 이제 다시 전쟁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튀니지에서는 40만 명 이상이 관광 분야에 종사합니다.

[무라드/기념품 가게 운영 : "사람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을 심하게 받아 빵을 구하기 더 어려워졌습니다. 사람들은 배고프고 관광객은 오지 않습니다."]

이같은 고달픔은 시위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시위로 공항과 물류가 모두 마비되기도 했습니다.

[바스마 라베/튀니스 주민 : "오늘 시위는 너무 늦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습니다."]

튀니지의 정치 상황도 불안을 더하고 있습니다.

카이스 사이예드 대통령은 지난해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해산을 선포한 데 이어 최고 사법 위원회도 해체했습니다.

[아즈미 누리미/전 의원 : "상황은 더 복잡해졌고, 파산을 신청하기 직전입니다. 국가가 아주 안 좋은 재정위기에 처했습니다."]

독재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이어지고 있지만 많은 국민들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을 바로잡아 줄 강력한 리더십을 바라는 겁니다.

[하이킬 메키/전 의원 : "우리는 봄을 믿지만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이처럼 나라 안팎의 현실이 결코 녹록치 않지만 회복의 가능성 또한 열려 있습니다.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지리적 잇점은 튀니지엔 기횝니다.

아프리카의 많은 행사들이 튀니지에서 열리는 이윱니다.

[타렉 라사디/여행사 사장 : "튀니지는 매우 독특한 위치를 갖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유럽 어디든 1시간에 가고, 아래로는 아프리카가 있습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또 한번의 식량난이 현실화되고 있는 지금, 십여년 전 아랍의 봄은 민심이 어느 때 가장 폭발하는지 중요한 교훈을 던지고 있습니다.

튀니스에서 우수경입니다.

촬영:방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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