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폐지하는 판결을 내린 가운데 이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시위대들이 연방대법원 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의 위헌법률 심판에서 6대 3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낙태금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낙태를 법으로 금지해도 된다는 판결인데요.
1973년 이후 낙태권 보장의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공식 폐기한 겁니다.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낙태권을 보장할지에 대한 결정은 각 주 정부나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낙태 찬성 여론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 한국은 3년 전 낙태죄 '위헌'…대체입법 없어
미 대법원 판결 계기로 국내에서도 낙태죄 찬반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임신의 전 기간 낙태를 금지한 형법상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헌재는 " 해당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헌재는 그러면서 2020년 말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적용된다며, 새로운 입법을 국회에 주문했습니다.
당시 결정으로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됐던 낙태죄 조항은 60여 년 만에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이후 1년 반 동안 후속 입법 작업을 하지 않았고, 2021년부터 형법상 낙태죄로 고발이나 수사,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낙태 결정 가능 기간은 언제까지로 할지, 어떤 사회·경제적 사유를 둘 것인지 등에 대해 후속 입법이 없는 '법령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론이 났지만, 현행 모자보건법은 여전히 △부모가 유전학적 정신장애,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에만 의사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제14조)하고 있어 낙태가 완전히 합법화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 '낙태 허용 기간' 두고 논쟁 불붙을 듯
개정안 입법의 가장 큰 쟁점은 낙태 가능 조건, 즉 낙태가 가능한 허용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엔 형법 일부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들이 여럿 발의된 상태지만, 발의된 법안마다 낙태 허용 시기 등이 다릅니다.
2020년 말 나온 정부안을 보면,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는 대신 임신 1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해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 임신 24주 이내 낙태의 경우라도 △강간 등 범죄행위로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사이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에 더해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으면서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 따른 임신의 유지·종결에 대한 상담을 받고, 그때부터 24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각 당에서도 일정 기간 이후 낙태하는 방안,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각각 내놓았지만, 이들 법안은 발의만 됐을 뿐 이후 제대로 된 논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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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태 금지’ 두고 갈라진 미국…한국은 ‘무법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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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6-27 11:30:33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미시시피주 낙태금지법의 위헌법률 심판에서 6대 3 의견으로 합헌 판결을 내렸습니다.
낙태금지법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낙태를 법으로 금지해도 된다는 판결인데요.
1973년 이후 낙태권 보장의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공식 폐기한 겁니다.
낙태에 대한 헌법상 권리가 인정되지 않으면서 낙태권을 보장할지에 대한 결정은 각 주 정부나 의회의 권한으로 넘어가게 됐습니다.
낙태 찬성 여론이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 한국은 3년 전 낙태죄 '위헌'…대체입법 없어
미 대법원 판결 계기로 국내에서도 낙태죄 찬반 논의가 다시 불붙을 전망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19년 4월 임신의 전 기간 낙태를 금지한 형법상 낙태죄 처벌조항에 대해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당시 헌재는 " 해당 조항은 모자보건법이 정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임신 기간 전체를 통틀어 모든 낙태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벌을 부과함으로써 임신의 유지·출산을 강제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에 대해서는 국가가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헌재는 그러면서 2020년 말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적용된다며, 새로운 입법을 국회에 주문했습니다.
당시 결정으로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됐던 낙태죄 조항은 60여 년 만에 효력을 잃게 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이후 1년 반 동안 후속 입법 작업을 하지 않았고, 2021년부터 형법상 낙태죄로 고발이나 수사, 처벌하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낙태 결정 가능 기간은 언제까지로 할지, 어떤 사회·경제적 사유를 둘 것인지 등에 대해 후속 입법이 없는 '법령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론이 났지만, 현행 모자보건법은 여전히 △부모가 유전학적 정신장애,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으로 인한 임신 등에만 의사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도록 규정(제14조)하고 있어 낙태가 완전히 합법화됐다고 보기도 어려운 상태입니다.
■ '낙태 허용 기간' 두고 논쟁 불붙을 듯
개정안 입법의 가장 큰 쟁점은 낙태 가능 조건, 즉 낙태가 가능한 허용 기간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헌재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엔 형법 일부 개정안과 모자보건법 일부 개정안들이 여럿 발의된 상태지만, 발의된 법안마다 낙태 허용 시기 등이 다릅니다.
2020년 말 나온 정부안을 보면, 형법상 낙태죄를 유지하는 대신 임신 14주 이내에 의사에 의해 의학적으로 인정된 방법으로 이루어진 때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또, 임신 24주 이내 낙태의 경우라도 △강간 등 범죄행위로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사이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처벌하지 않도록 했습니다.
이에 더해 임신의 지속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으면서 임신한 여성이 모자보건법에 따른 임신의 유지·종결에 대한 상담을 받고, 그때부터 24시간이 지난 경우에도 낙태를 허용하도록 했습니다.
각 당에서도 일정 기간 이후 낙태하는 방안,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는 방안을 각각 내놓았지만, 이들 법안은 발의만 됐을 뿐 이후 제대로 된 논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인성 법조전문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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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성 기자 isba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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