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3년 세워져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교도소인 안양교도소 혼거실(자료사진)
■ 법원, 교도소 '과밀 수용' 소송 낸 출소자 손 들어줘
교도소 수용시설이 비좁은 탓에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출소자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전주지방법원 민사11단독은 교도소 과밀 수용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가 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A 씨는 2019년부터 1년 4개월가량 교도소에 수용된 뒤 지금은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재소자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에 머물렀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수용자의 독거 수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인 경우에만 혼거 수용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재판부 "동물보호법까지 제정하고 시행하는 나라에서…"
재판부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생활공간이 필요"하고 "수용자에게도 자신만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생활공간은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헌법 규정은 "오히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수용자에게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용자는 예외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혼거 수용해야 함에도 우리나라 수용시설은 혼거 수용이 원칙인 양 것처럼 운영되고 매우 과밀하게 수용돼 왔는데도 아직 이 문제기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동물의 복지 증진 등을 꾀하기 위해 동물보호법까지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수용자의 혼거 수용 문제 및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과밀 수용 상태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고 함께 수용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많아져 욕설과 폭행이 오가 A 씨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무너지는 자괴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소송 당사자인 법무부는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자료사진
■ 헌재 "과밀 수용 위헌"…인권위도 개선 권고
교정 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가 주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밀 수용이 수용자의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과밀 수용에 따라 집단 감염의 우려가 높아진다는 점, 수용자 관리가 어려워져 시설 내 수용자 자살, 폭행, 도주, 난동 등 교정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커진다는 점 등도 꾸준히 지적돼 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 면적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과밀 수용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 그러면서 늦어도 2023년까지 교정시설은 수용자 1인당 적어도 2.58㎡의 면적을 갖추는 등 과밀 수용을 해소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교정시설의 꾸준히 과밀 수용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해 왔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비인도적인 처우”라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개선대책을 마련하라 권고했습니다. 인권위는 2018년 11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권고를 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습니다.
자료사진
■ '과밀 수용' 하급심 판결 엇갈려…대법원 판단은 아직
교정시설 과밀 수용과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전주지법의 판결처럼 원고가 승소한 판결도 있지만 패소한 판결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예를 보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은 재소자 2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체격을 볼 때 1인당 1.4㎡ 제곱미터의 수용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들이 이 기준이 안 되는 방에 수용됐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원고 패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과밀 수용 관련 소송은 전국 법원의 하급심에서 인용·기각 판결이 있었을 뿐, 아직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대법원은 2011년 소가 처음 제기된 뒤 부산고법에서 일부 인용돼 대법원 계류 중인 사건과 2017년에 제기된 서울남부지법 사건 등 2개 사건을 지정해 교도소 과밀 수용 여부와 판단 기준 등을 깊이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도소는 지은 지 오래되고 여러 명이 생활하는 등 상황이 대체로 열악한 편입니다. 대법원 판단 결과에 따라 재소자 수용 원칙과 국내 교정 행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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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밀 수용’에 뿔난 출소자…법원 “국가가 500만 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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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6-30 06:00:21
■ 법원, 교도소 '과밀 수용' 소송 낸 출소자 손 들어줘
교도소 수용시설이 비좁은 탓에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출소자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전주지방법원 민사11단독은 교도소 과밀 수용으로 인간다운 생활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A 씨가 국가를 상대로 청구한 손해배상소송에서 국가가 500만 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A 씨는 2019년부터 1년 4개월가량 교도소에 수용된 뒤 지금은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는 재소자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에 머물렀습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4조는 수용자의 독거 수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예외적인 경우에만 혼거 수용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 재판부 "동물보호법까지 제정하고 시행하는 나라에서…"
재판부는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과 생활공간이 필요"하고 "수용자에게도 자신만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과 생활공간은 보장되어야 한다"면서 이러한 헌법 규정은 "오히려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기 쉬운 수용자에게 더욱 철저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수용자는 예외적으로 불가피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혼거 수용해야 함에도 우리나라 수용시설은 혼거 수용이 원칙인 양 것처럼 운영되고 매우 과밀하게 수용돼 왔는데도 아직 이 문제기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특히 동물의 복지 증진 등을 꾀하기 위해 동물보호법까지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국가가 수용자의 혼거 수용 문제 및 과밀 수용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재판부는 과밀 수용 상태에서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없고 함께 수용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많아져 욕설과 폭행이 오가 A 씨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무너지는 자괴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소송 당사자인 법무부는 아직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입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헌재 "과밀 수용 위헌"…인권위도 개선 권고
교정 시설의 과밀 수용 문제가 주목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과밀 수용이 수용자의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과밀 수용에 따라 집단 감염의 우려가 높아진다는 점, 수용자 관리가 어려워져 시설 내 수용자 자살, 폭행, 도주, 난동 등 교정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커진다는 점 등도 꾸준히 지적돼 왔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16년 12월,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 면적이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할 수 있다면서 과밀 수용이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 그러면서 늦어도 2023년까지 교정시설은 수용자 1인당 적어도 2.58㎡의 면적을 갖추는 등 과밀 수용을 해소하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교정시설의 꾸준히 과밀 수용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권고해 왔습니다. 인권위는 지난 5월 "교정시설의 과밀 수용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비인도적인 처우”라면서 법무부 장관에게 개선대책을 마련하라 권고했습니다. 인권위는 2018년 11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권고를 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습니다.
■ '과밀 수용' 하급심 판결 엇갈려…대법원 판단은 아직
교정시설 과밀 수용과 관련해 제기된 손해배상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이번 전주지법의 판결처럼 원고가 승소한 판결도 있지만 패소한 판결도 있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예를 보면 지난 2월, 서울중앙지법 민사86단독은 재소자 2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 성인 남성의 평균 체격을 볼 때 1인당 1.4㎡ 제곱미터의 수용 공간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이들이 이 기준이 안 되는 방에 수용됐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원고 패소 이유를 밝혔습니다.
그런데 과밀 수용 관련 소송은 전국 법원의 하급심에서 인용·기각 판결이 있었을 뿐, 아직 대법원에서 판결이 나온 적은 없습니다. 대법원은 2011년 소가 처음 제기된 뒤 부산고법에서 일부 인용돼 대법원 계류 중인 사건과 2017년에 제기된 서울남부지법 사건 등 2개 사건을 지정해 교도소 과밀 수용 여부와 판단 기준 등을 깊이 논의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교도소는 지은 지 오래되고 여러 명이 생활하는 등 상황이 대체로 열악한 편입니다. 대법원 판단 결과에 따라 재소자 수용 원칙과 국내 교정 행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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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웅 기자 is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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