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는 왜 열무김치에 빠졌을까…“친환경도 ‘아차’ 하면 비위생 된다”
입력 2022.07.02 (08:02)
수정 2022.07.0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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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서울 관내 고등학교 점심 급식 중 열무김치에서 개구리 사체가 나오는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다. (사진은 합성으로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 없음,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는 시원한 열무김치만한 게 없습니다. 열무김치국수, 열무보리비빔밥 등 다양한 열무 별미도 떠오르는데요. 그런데 최근 서울 시내 초·중·고 및 특수학교 급식에서 열무김치가 사라졌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여름방학 전까지 급식 식단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개구리’였습니다.
근래 서울 관내 고등학교 점심 급식 중 열무김치에서 개구리 사체가 나오는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강서구 소재 한 고교 급식의 열무김치에는 반 토막 난 개구리가, 6월 15일 중구 고교의 열무김치국수에는 통 개구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교육청 조사 결과, 원재료인 열무에 달려온 개구리가 김치 제조·유통 및 교내 배식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한 채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두 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한 업체들은 서로 다른 곳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인증 평가에서 1차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아직 업체들의 과실을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식약처 및 교육청 취재 결과, 현재 두 업체의 김치 제조 과정 및 개구리가 들어간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업체에 책임을 확정해서 묻기는 어렵고 과학적인 조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두 업체 가운데 중구 고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한 업체는 열무김치국수에서 개구리가 나온 것을 지적하며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앞서 KBS 취재에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보라”며 과실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교육·보건 당국은 관계 기관 합동으로 전국 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하는 업체들을 현장 점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식약처는 지난 6월 28~29일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이물(異物) 혼입 예방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강서구 소재 한 고교 급식의 열무김치에는 반 토막 난 개구리(왼쪽)가, 6월 15일 중구 고교의 열무김치국수에는 통 개구리(오른쪽)가 죽은 채로 발견됐다. (사진 출처=SNS 등 캡처)
■ 개구리가 열무에 숨은 까닭
때 아닌 ‘개구리 김치’ 소동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 5월 말 당시 경기도 수원 소재 한 중학교 급식 김치에서는 2㎝ 크기의 개구리가 나왔습니다. 그해 전북 익산, 경남 진주에서 생산된 김치에서도 개구리가 나왔습니다. 모두 열무김치였습니다.
개구리는 왜 유독 열무김치, 열무에서 종종 발견되는 걸까요? 전문가 취재를 종합하면, ‘여름철 열무 속은 개구리가 은신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습도가 적절히 유지되고, 벌레 등 사냥감을 찾을 수 있으며, 이파리가 보호색과 유사하다는 점 등입니다.
“개구리는 여름이 번식기라 은신처를 찾습니다. 열무 뿌리 쪽을 보면 잎사귀가 밀집이 돼 있는데요. 그쪽이 습도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덜하니까 은신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열무 밭 인근에 웅덩이 같은 게 있으면, 낮에는 건조한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열무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물가로 나와서 짝짓기를 하는 식이죠.” -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 |
열무 재배 특성상 개구리가 풀벌레를 사냥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장윤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관은 “열무는 파종(播種)에서 수확까지의 기간이 굉장히 짧다. 배추만 해도 보통 서너 달 걸리는데 열무는 대개 한 달 안팎이면 다 자란다”며 “그래서 해충 퇴치를 위해 농약을 많이 뿌리는 편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열무 속 곤충을 먹기 위해 개구리가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 작고 달라붙는 ‘청개구리’가 유독
몸집이 작고 달라붙는 습성 때문에, 열무 수확 과정에서 청개구리가 달려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두 고교와 10여 년 전 중학교 열무김치 급식에서 나온 개구리는 모두 ‘청개구리’였습니다. 청개구리는 2.5~4㎝ 크기로 개구리 종(種) 가운데 작은 편에 속합니다. 발가락 끝에 오징어 빨판 같은 흡반(吸盤·다른 동물이나 물체에 달라붙기 위한 기관)이 있어 어느 곳이나 잘 기어오릅니다.
이처럼 몸집이 작고 달라붙는 습성 때문에, 열무 수확 과정에서 청개구리가 달려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나경 국립생태원 어류양서파충류팀 연구원은 “다른 개구리들은 흡반이 없고 주로 물속에 있다. 어디 붙어있는 경우가 드물다”며 “청개구리는 낮에 식물에 붙어 은신하기 때문에 (열무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 “개구리 김치 혐오스럽지만… '친환경 재배' 열무는 억울해”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먹는 ‘열무김치’에는 개구리가 없어야 하지만, 원재료인 ‘열무’에 있다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벌레 먹은 채소에 구멍이 나는 것처럼, 개구리가 충분히 숨고 싶은, 오염이 적고 농약을 덜 사용하는 재배 환경이었다고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른 김치 제조 업체와 열무 농가들은, ‘몇몇 김치 업체들의 비위생적 제조 때문에, 관리를 청결하게 하는 업체들은 물론 정성껏 열무를 기른 농가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가뜩이나 작황 부진으로 열무 값이 올랐는데, 부정적 이미지까지 덧칠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울의 한 대형 마트에 진열된 열무.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의하면 열무 도매 가격은 4㎏ 기준 6월 17일 평균 8532원에서, 일주일 뒤인 같은 달 24일에는 평균 1만3280원으로 약 60% 올랐다.
경기도의 한 열무 농장주는 “농약을 치면 개구리가 살 수 있겠나. 열무에 개구리가 있는 건 친환경 농사를 제대로 지었다는 얘기”라며 “김치 공장에서는 촉박한 시간에 대용량의 김치를 담는다. (문제가 된 업체에서 납품받은 열무를) 1차 세척을 제대로 안 하고 먼저 소금에 절였다가, 개구리가 죽은 채로 나중에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열무 밭에도 청개구리는 가끔 있어요. (열무) 뽑는 과정에서 대부분 도망가서 (완성된) 김치에까지 나온다는 게 의문스럽지만, 단을 져서 납품할 때 들어갈 수도 있다고 봐요. 그렇다고 모든 ‘열무 급식’을 (일시) 중단한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관리·감독이 부실한 탓 아닌가요. 다른 (제대로 된) 업체들은 억울할 거 아닙니까.” - 충남 홍성 열무 농장주 |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먹는 음식에서 개구리가 나왔기 때문에 혐오스럽고 (김치 제조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열무 등) 재배 지역에서 (개구리가)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며 “개구리보다도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농약 성분이나, 박테리아균이 건강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납품·제조·유통 ‘全 과정’서 꼼꼼히 살펴야
그러나 급식 반찬으로 ‘개구리 김치’를 먹고 싶은 학생은 없을 겁니다. 개구리는 기본적으로 최종 식탁에 오른 식품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이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재배'란 명분으로 식품 청결과 위생 문제까지 변명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열무는 보통 이파리가 엉켜 있고 세게 씻으면 풀내가 나서 강력 세척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포기째 조리하고 심지어 포기째 식탁에 올리는 음식이기 때문에 조리, 배식 과정에서도 잘라서 이물질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같은 열무김치의 특성 때문에 당국이 아예 배식을 중단해 문제 발생을 원천봉쇄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무가 여전히 자라고, 열무김치가 여전히 제조되고, 비싼 배추김치에 비해 누군가에게는 더욱 선호될 수 있는 식품임을 감안할 때, 해법은 조리 과정에서의 더욱 철저한 검수에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친환경 재배 환경은 유지되면서도 수확, 납품과 1단계 세척 과정에서 개구리 등 이물질이 확실히 걸러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품 당국은 수확·납품·제조·유통·배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세밀히 관리해야겠습니다.
자연적 현상으로 개구리가 열무 속에 들어가더라도, 수확·납품부터 제조·유통·배식에 이르기까지 열무김치를 만드는 전 과정에서 꼼꼼히 살펴 가려내야 한다. (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원료 반입 단계에서부터 (이물질을) 거르고, 작업장 조명의 조도(照度)를 최대한 밝게 해 잘 살펴야 합니다. 김치 만드는 곳에서 더 꼼꼼히 손질하면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배추가 부족한 이 시기에 (김치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열무 소비가 타격을 받지 않도록 엄밀하게 제조해야 합니다.” - 대한민국김치협회 관계자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측은 “열무김치 공급 업체를 교육·계도하고, 식재료 안전 관리 강화 자료도 배포한 상태”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합동 점검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식약처 식품관리총괄과 관계자는 “김치 재료에 이물질이 없게끔 산지에서부터 제거하도록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재료 입고, 원료 검사, 선별 과정과 관련한 교육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구성: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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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입맛을 돋우는 음식으로는 시원한 열무김치만한 게 없습니다. 열무김치국수, 열무보리비빔밥 등 다양한 열무 별미도 떠오르는데요. 그런데 최근 서울 시내 초·중·고 및 특수학교 급식에서 열무김치가 사라졌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여름방학 전까지 급식 식단에서 제외했기 때문입니다. 이유는 다름 아닌 ‘개구리’였습니다.
근래 서울 관내 고등학교 점심 급식 중 열무김치에서 개구리 사체가 나오는 사건이 두 차례 발생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강서구 소재 한 고교 급식의 열무김치에는 반 토막 난 개구리가, 6월 15일 중구 고교의 열무김치국수에는 통 개구리가 죽은 채로 발견됐습니다. 교육청 조사 결과, 원재료인 열무에 달려온 개구리가 김치 제조·유통 및 교내 배식 과정에서 걸러지지 못한 채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두 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한 업체들은 서로 다른 곳으로,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 인증 평가에서 1차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아직 업체들의 과실을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식약처 및 교육청 취재 결과, 현재 두 업체의 김치 제조 과정 및 개구리가 들어간 원인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서는 업체에 책임을 확정해서 묻기는 어렵고 과학적인 조사가 더 진행돼야 한다고 합니다. 특히 두 업체 가운데 중구 고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한 업체는 열무김치국수에서 개구리가 나온 것을 지적하며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고 항변하고 있습니다. 해당 업체는 앞서 KBS 취재에 “조사 결과가 나오면 보라”며 과실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교육·보건 당국은 관계 기관 합동으로 전국 학교에 열무김치를 납품하는 업체들을 현장 점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식약처는 지난 6월 28~29일 재발 방지를 위해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이물(異物) 혼입 예방을 위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 개구리가 열무에 숨은 까닭
때 아닌 ‘개구리 김치’ 소동은 예전에도 있었습니다. 지난 2011년 5월 말 당시 경기도 수원 소재 한 중학교 급식 김치에서는 2㎝ 크기의 개구리가 나왔습니다. 그해 전북 익산, 경남 진주에서 생산된 김치에서도 개구리가 나왔습니다. 모두 열무김치였습니다.
개구리는 왜 유독 열무김치, 열무에서 종종 발견되는 걸까요? 전문가 취재를 종합하면, ‘여름철 열무 속은 개구리가 은신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습도가 적절히 유지되고, 벌레 등 사냥감을 찾을 수 있으며, 이파리가 보호색과 유사하다는 점 등입니다.
“개구리는 여름이 번식기라 은신처를 찾습니다. 열무 뿌리 쪽을 보면 잎사귀가 밀집이 돼 있는데요. 그쪽이 습도도 어느 정도 유지되고 다른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도 덜하니까 은신하기 위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열무 밭 인근에 웅덩이 같은 게 있으면, 낮에는 건조한 태양빛을 피하기 위해 열무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물가로 나와서 짝짓기를 하는 식이죠.” - 도민석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 |
열무 재배 특성상 개구리가 풀벌레를 사냥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견해도 있습니다. 장윤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채소과 연구관은 “열무는 파종(播種)에서 수확까지의 기간이 굉장히 짧다. 배추만 해도 보통 서너 달 걸리는데 열무는 대개 한 달 안팎이면 다 자란다”며 “그래서 해충 퇴치를 위해 농약을 많이 뿌리는 편은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열무 속 곤충을 먹기 위해 개구리가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 작고 달라붙는 ‘청개구리’가 유독
올해 두 고교와 10여 년 전 중학교 열무김치 급식에서 나온 개구리는 모두 ‘청개구리’였습니다. 청개구리는 2.5~4㎝ 크기로 개구리 종(種) 가운데 작은 편에 속합니다. 발가락 끝에 오징어 빨판 같은 흡반(吸盤·다른 동물이나 물체에 달라붙기 위한 기관)이 있어 어느 곳이나 잘 기어오릅니다.
이처럼 몸집이 작고 달라붙는 습성 때문에, 열무 수확 과정에서 청개구리가 달려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나경 국립생태원 어류양서파충류팀 연구원은 “다른 개구리들은 흡반이 없고 주로 물속에 있다. 어디 붙어있는 경우가 드물다”며 “청개구리는 낮에 식물에 붙어 은신하기 때문에 (열무에) 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습니다.
■ “개구리 김치 혐오스럽지만… '친환경 재배' 열무는 억울해”
일각에서는 이번 일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소비자가 먹는 ‘열무김치’에는 개구리가 없어야 하지만, 원재료인 ‘열무’에 있다면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벌레 먹은 채소에 구멍이 나는 것처럼, 개구리가 충분히 숨고 싶은, 오염이 적고 농약을 덜 사용하는 재배 환경이었다고 추정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다른 김치 제조 업체와 열무 농가들은, ‘몇몇 김치 업체들의 비위생적 제조 때문에, 관리를 청결하게 하는 업체들은 물론 정성껏 열무를 기른 농가도 피해를 입고 있다’고 토로합니다. 가뜩이나 작황 부진으로 열무 값이 올랐는데, 부정적 이미지까지 덧칠돼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경기도의 한 열무 농장주는 “농약을 치면 개구리가 살 수 있겠나. 열무에 개구리가 있는 건 친환경 농사를 제대로 지었다는 얘기”라며 “김치 공장에서는 촉박한 시간에 대용량의 김치를 담는다. (문제가 된 업체에서 납품받은 열무를) 1차 세척을 제대로 안 하고 먼저 소금에 절였다가, 개구리가 죽은 채로 나중에 발견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 열무 밭에도 청개구리는 가끔 있어요. (열무) 뽑는 과정에서 대부분 도망가서 (완성된) 김치에까지 나온다는 게 의문스럽지만, 단을 져서 납품할 때 들어갈 수도 있다고 봐요. 그렇다고 모든 ‘열무 급식’을 (일시) 중단한 것은 조금 성급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관리·감독이 부실한 탓 아닌가요. 다른 (제대로 된) 업체들은 억울할 거 아닙니까.” - 충남 홍성 열무 농장주 |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는 “먹는 음식에서 개구리가 나왔기 때문에 혐오스럽고 (김치 제조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열무 등) 재배 지역에서 (개구리가)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특별히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며 “개구리보다도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는 농약 성분이나, 박테리아균이 건강에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 납품·제조·유통 ‘全 과정’서 꼼꼼히 살펴야
그러나 급식 반찬으로 ‘개구리 김치’를 먹고 싶은 학생은 없을 겁니다. 개구리는 기본적으로 최종 식탁에 오른 식품에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이물질이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재배'란 명분으로 식품 청결과 위생 문제까지 변명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열무는 보통 이파리가 엉켜 있고 세게 씻으면 풀내가 나서 강력 세척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포기째 조리하고 심지어 포기째 식탁에 올리는 음식이기 때문에 조리, 배식 과정에서도 잘라서 이물질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이 같은 열무김치의 특성 때문에 당국이 아예 배식을 중단해 문제 발생을 원천봉쇄해야겠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열무가 여전히 자라고, 열무김치가 여전히 제조되고, 비싼 배추김치에 비해 누군가에게는 더욱 선호될 수 있는 식품임을 감안할 때, 해법은 조리 과정에서의 더욱 철저한 검수에 맞춰져야 할 것입니다. 친환경 재배 환경은 유지되면서도 수확, 납품과 1단계 세척 과정에서 개구리 등 이물질이 확실히 걸러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식품 당국은 수확·납품·제조·유통·배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단계별로 세밀히 관리해야겠습니다.
“원료 반입 단계에서부터 (이물질을) 거르고, 작업장 조명의 조도(照度)를 최대한 밝게 해 잘 살펴야 합니다. 김치 만드는 곳에서 더 꼼꼼히 손질하면 (조기에) 발견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배추가 부족한 이 시기에 (김치 재료로) 대체할 수 있는 열무 소비가 타격을 받지 않도록 엄밀하게 제조해야 합니다.” - 대한민국김치협회 관계자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측은 “열무김치 공급 업체를 교육·계도하고, 식재료 안전 관리 강화 자료도 배포한 상태”라며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합동 점검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식약처 식품관리총괄과 관계자는 “김치 재료에 이물질이 없게끔 산지에서부터 제거하도록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제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재료 입고, 원료 검사, 선별 과정과 관련한 교육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 구성: 원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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