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옆집 공사 이후, 우리 집에 금이 ‘쩍쩍’…어떻게 해야 하나요?

입력 2022.07.02 (09:03) 수정 2022.07.0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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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변에서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갑자기 우리 집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한다면?

당혹을 넘어서 걱정이 클 겁니다. 과연 안전할까. 계속 살아도 될까.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총 227건.

지난해 국토교통부 산하 건축분쟁전문위원회(국토안전관리원 상설 운영)에 접수된 '건축물 피해' 민원 상담 건수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위원회인데 최소 이틀에 한 집씩 피해가 접수된 셈이니, 나 혼자만 겪는 어려움은 아닙니다.


■ 팔뚝도 들어가는 균열…"세입자도 내보내"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지상 1층, 지하 1층 건물. 옆집의 '터파기 공사' 이후로 집 창고가 반으로 갈라지고, 건물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도가 터지고, 팔뚝만 한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집에서 이 씨는 결국 세입자를 내보내야 했습니다.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농가에서는 주민 33명이 한꺼번에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데, 지반을 다지는 '항타 작업' 이후로 지하수가 안 나왔고, 벽에 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탕 울리면 구들장까지 울려. 안에 드러누우면.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가해자' 격으로 지목된 두 곳의 시공사. 규모도 성격도 큰 차이가 있지만 반응은 동일합니다. 바로 "공사 전부터 있었던 균열"이기 때문에 전면 보상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미아동 사례의 시공사는 '부속 건물'(창고)은 다시 지어주겠다고 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보상을 거부했습니다. 이월면 사례의 시공사 또한 "공사로 인한 균열이 아니기 때문에 '가가 호호' 보상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자체가 중재해주진 않을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허가에서 시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법이나 절차를 어긴 게 없으면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강북구청) "법적 요건에 맞춘 공사라면 특별한 사유 없이 인접 건물 붕괴 우려 만을 이유로 공사를 제한할 수 없고, 피해 보상은 민사적으로 해결할 사안임"

#(진천군청) "생활진동 법적 규제치에 미달함, 안전관리자문단 점검받아볼 예정임"

■ 구제절차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웃집 공사로 생긴 건축물 피해를 구제하는 절차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민원 제기, ②공사금지가처분신청, ③건축분쟁전문위원회 조정, ④민사소송 등입니다.


① 민원 제기 : 회사 '폐업' 시 대책 없어

공사 전, 후로 시공사와 일찌감치 합의를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해 지자체의 '중재' 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법적 강제성은 없습니다. 건축 소송이 전문 분야인 김진수 변호사는 "소규모나 악덕 시공사는 피해 보상을 해주겠다 하고 시간만 끌다가 나중에 사라지는 경우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② 공사금지가처분 : '터파기' 이후 주로 기각

피해 보상 보다는 공사 중단이 중요하다면 법원에 '공사금지가처분신청'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반에 영향을 주는 '터파기 공사' 기간이 지나가면,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대법원은 '침하와 균열이 더는 확대된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 공사중지 가처분을 허용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1981.3.10 선고 80다2832 판결 참조)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설사 옆집 공사가 건축물 피해를 유발했더라도 추후 보상으로 해결할 문제지, 이미 시작한 공사를 멈추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입니다.

③ 건축분쟁전문위원회 : 10건 중 3건만 조정 성립

민사소송으로 가기 전 더 간편한 절차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소개한 '건축분쟁전문위원회'입니다.

문제는 조정 성립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1년 기준, 분쟁조정이 성립되는 비율은 29.4%에 그칩니다.

④ 민사소송 : 관건은 인과관계 입증

이제 남는 건 민사소송 뿐입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소송 승패의 관건은 균열 등 건축물 피해가 정말 공사 때문이냐, 즉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공사로 인한 피해인지를 밝혀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입증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답은 휴대전화에 있습니다.

■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켜세요

휴대전화로 공사 전 사진 한 장, 영상 한 컷을 찍어두는 일이야 말로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묘수'입니다.

사진, 영상 등 공사 전 실측 자료 모으기사진, 영상 등 공사 전 실측 자료 모으기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사 전부터 있었던 균열"이라는 시공사 측의 대응이 '레퍼토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 전에 우리 집이 멀쩡했다'는 증거를 수집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찍기는 가장 가성비 좋은 대비책입니다. 엔지니어링 업체를 통해 안전진단이나 계측을 해두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공사 전후 상황을 비교할 수 있게 사진과 영상을 통해 증거 자료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건축분쟁전문위에서 조정이 성립된 경우도 그런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소송으로 가봐야 질 게 뻔한 시공사들이 조정으로 끝내려 하는 겁니다.

한줄 요약 : 옆집에서 공사를 한다면, 핸드폰을 꺼내 지금 우리 집 구석구석을 찍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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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후] 옆집 공사 이후, 우리 집에 금이 ‘쩍쩍’…어떻게 해야 하나요?
    • 입력 2022-07-02 09:03:03
    • 수정2022-07-02 09:03:07
    취재후·사건후

집 주변에서 공사가 시작됐습니다. 시끄럽고 먼지 날리는 것까지는 참겠는데, 갑자기 우리 집 벽에 금이 가고, 바닥이 갈라지기 시작한다면?

당혹을 넘어서 걱정이 클 겁니다. 과연 안전할까. 계속 살아도 될까. 보수 공사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총 227건.

지난해 국토교통부 산하 건축분쟁전문위원회(국토안전관리원 상설 운영)에 접수된 '건축물 피해' 민원 상담 건수입니다. 이름도 생소한 위원회인데 최소 이틀에 한 집씩 피해가 접수된 셈이니, 나 혼자만 겪는 어려움은 아닙니다.


■ 팔뚝도 들어가는 균열…"세입자도 내보내"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 지상 1층, 지하 1층 건물. 옆집의 '터파기 공사' 이후로 집 창고가 반으로 갈라지고, 건물 곳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수도가 터지고, 팔뚝만 한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집에서 이 씨는 결국 세입자를 내보내야 했습니다.

충청북도 진천군 이월면 농가에서는 주민 33명이 한꺼번에 피해를 호소했습니다. 인근에 대단지 아파트를 짓는데, 지반을 다지는 '항타 작업' 이후로 지하수가 안 나왔고, 벽에 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취재진이 만난 주민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탕 울리면 구들장까지 울려. 안에 드러누우면. 깜짝깜짝 놀란다니까…."


'가해자' 격으로 지목된 두 곳의 시공사. 규모도 성격도 큰 차이가 있지만 반응은 동일합니다. 바로 "공사 전부터 있었던 균열"이기 때문에 전면 보상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미아동 사례의 시공사는 '부속 건물'(창고)은 다시 지어주겠다고 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보상을 거부했습니다. 이월면 사례의 시공사 또한 "공사로 인한 균열이 아니기 때문에 '가가 호호' 보상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지자체가 중재해주진 않을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인허가에서 시공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법이나 절차를 어긴 게 없으면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강북구청) "법적 요건에 맞춘 공사라면 특별한 사유 없이 인접 건물 붕괴 우려 만을 이유로 공사를 제한할 수 없고, 피해 보상은 민사적으로 해결할 사안임"

#(진천군청) "생활진동 법적 규제치에 미달함, 안전관리자문단 점검받아볼 예정임"

■ 구제절차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웃집 공사로 생긴 건축물 피해를 구제하는 절차는 크게 네 가지입니다. ①민원 제기, ②공사금지가처분신청, ③건축분쟁전문위원회 조정, ④민사소송 등입니다.


① 민원 제기 : 회사 '폐업' 시 대책 없어

공사 전, 후로 시공사와 일찌감치 합의를 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지자체에 민원을 제기해 지자체의 '중재' 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법적 강제성은 없습니다. 건축 소송이 전문 분야인 김진수 변호사는 "소규모나 악덕 시공사는 피해 보상을 해주겠다 하고 시간만 끌다가 나중에 사라지는 경우 비일비재하다"고 말했습니다.

② 공사금지가처분 : '터파기' 이후 주로 기각

피해 보상 보다는 공사 중단이 중요하다면 법원에 '공사금지가처분신청'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반에 영향을 주는 '터파기 공사' 기간이 지나가면,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이 현저하게 줄어듭니다.

대법원은 '침하와 균열이 더는 확대된다고 볼 사정이 없다면 공사중지 가처분을 허용하여서는 아니된다'(대법원 1981.3.10 선고 80다2832 판결 참조)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설사 옆집 공사가 건축물 피해를 유발했더라도 추후 보상으로 해결할 문제지, 이미 시작한 공사를 멈추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입니다.

③ 건축분쟁전문위원회 : 10건 중 3건만 조정 성립

민사소송으로 가기 전 더 간편한 절차가 있습니다. 앞에서도 소개한 '건축분쟁전문위원회'입니다.

문제는 조정 성립이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2021년 기준, 분쟁조정이 성립되는 비율은 29.4%에 그칩니다.

④ 민사소송 : 관건은 인과관계 입증

이제 남는 건 민사소송 뿐입니다. 가장 확실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소송 승패의 관건은 균열 등 건축물 피해가 정말 공사 때문이냐, 즉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느냐 여부입니다. 전문가의 '감정'을 통해 공사로 인한 피해인지를 밝혀내야만,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과관계를 입증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답은 휴대전화에 있습니다.

■ 지금 당장 휴대전화를 켜세요

휴대전화로 공사 전 사진 한 장, 영상 한 컷을 찍어두는 일이야 말로 소송의 승패를 좌우할 '묘수'입니다.

사진, 영상 등 공사 전 실측 자료 모으기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공사 전부터 있었던 균열"이라는 시공사 측의 대응이 '레퍼토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공사 전에 우리 집이 멀쩡했다'는 증거를 수집해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이나 동영상 찍기는 가장 가성비 좋은 대비책입니다. 엔지니어링 업체를 통해 안전진단이나 계측을 해두는 것이 가장 정확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공사 전후 상황을 비교할 수 있게 사진과 영상을 통해 증거 자료를 모으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건축분쟁전문위에서 조정이 성립된 경우도 그런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결정적 증거가 있다면, 소송으로 가봐야 질 게 뻔한 시공사들이 조정으로 끝내려 하는 겁니다.

한줄 요약 : 옆집에서 공사를 한다면, 핸드폰을 꺼내 지금 우리 집 구석구석을 찍어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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