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돌아온 ‘빅 오일’…사라진 녹색성장

입력 2022.07.04 (10:52) 수정 2022.07.04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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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에 차 몰고 나가는 것도 부담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오랜 팬데믹과 물가 상승으로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는 가운데, 거대 석유 기업들은 압도적인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환경 보호를 위해 이른바 '탄소 제로', 녹색 성장이 전 세계적인 화두인데, 석유와 같은 에너지 기업들이 활황을 맞은 이유가 무엇인지 글로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대부분의 나라에서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인데, 석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잖아요.

[기자]

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에너지 업종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배럴당 50달러 정도였던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기면서, 고스란히 큰 수익으로 이어진 건데요.

글로벌 석유 기업 셰브론이 올해 1분기에만 거둔 순이익은 약 6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 모빌의 1분기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때보다 2배 올랐습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며 미국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가요?

[기자]

네 올해 2월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 등 전쟁이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석유뿐 아니라 천연가스나 석탄 등 화석에너지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었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면서 경제 활동과 이동이 늘었고, 에너지 수요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전년도보다 4% 넘게 증가했고, 내년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동안 석유 공급은 꾸준히 줄었는데요.

석유 수출국과 기타 산유국 모임인 OPEC+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석유 수요가 크게 줄자 하루에 580만 배럴씩 감산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생산은 줄고, 소비는 늘어나니까 당연히 현재의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진 겁니다.

[앵커]

그럼 다시 석유 공급을 늘리면 되는 일 아닌가요?

[기자]

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그동안 중단했던 석유·가스 국유지 입찰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석유 회사들을 작심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엑손 모빌이 지난해 신보다 돈을 더 벌었다"며 석유 시추에 나서라고 압박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석유를 정제해 휘발유 가격을 낮출 것을 업계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생산량에서 신기록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지난달 멈췄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긴급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영국과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가스를 더 많이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탄소 중립', 즉,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녹색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큰 화두였는데, 이렇게 석유 생산과 소비를 늘려도 되나요?

[기자]

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았는데요.

최근 마치 없던 일처럼 태도를 바꾸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새 화석연료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은 도덕적, 경제적 광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UN 사무총장 : "이제 교훈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규모로 투자해야 합니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건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선 사실상 각국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프랑스의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 60대 민간 은행이 지난해 한 해에만 7,420억 달러 우리 돈 960조 원가량을 화석 연료 조달에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전 세계 화석연료 금융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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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4 10:52:02
    • 수정2022-07-04 11: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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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기름값에 차 몰고 나가는 것도 부담되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오랜 팬데믹과 물가 상승으로 전 세계 경기가 얼어붙는 가운데, 거대 석유 기업들은 압도적인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환경 보호를 위해 이른바 '탄소 제로', 녹색 성장이 전 세계적인 화두인데, 석유와 같은 에너지 기업들이 활황을 맞은 이유가 무엇인지 글로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대부분의 나라에서 증시가 크게 흔들리고 세계 경기가 침체 국면인데, 석유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익을 올리고 있잖아요.

[기자]

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에너지 업종들이 기록적인 실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에는 배럴당 50달러 정도였던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기면서, 고스란히 큰 수익으로 이어진 건데요.

글로벌 석유 기업 셰브론이 올해 1분기에만 거둔 순이익은 약 63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4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미국 최대 석유기업인 엑손 모빌의 1분기 순이익도 지난해 1분기 때보다 2배 올랐습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 기업 아람코의 주가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하며 미국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인가요?

[기자]

네 올해 2월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유가가 한때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는 등 전쟁이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석유뿐 아니라 천연가스나 석탄 등 화석에너지 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었는데요.

코로나19 대유행이 잦아들면서 경제 활동과 이동이 늘었고, 에너지 수요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해 세계 에너지 수요가 전년도보다 4% 넘게 증가했고, 내년에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반면 그동안 석유 공급은 꾸준히 줄었는데요.

석유 수출국과 기타 산유국 모임인 OPEC+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면서 석유 수요가 크게 줄자 하루에 580만 배럴씩 감산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생산은 줄고, 소비는 늘어나니까 당연히 현재의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진 겁니다.

[앵커]

그럼 다시 석유 공급을 늘리면 되는 일 아닌가요?

[기자]

네, 그래서 미국 정부는 지난 4월 그동안 중단했던 석유·가스 국유지 입찰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석유 회사들을 작심 비판하기도 했는데요.

"엑손 모빌이 지난해 신보다 돈을 더 벌었다"며 석유 시추에 나서라고 압박했습니다.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 : "석유를 정제해 휘발유 가격을 낮출 것을 업계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생산량에서 신기록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독일은 지난달 멈췄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긴급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영국과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가스를 더 많이 생산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탄소 중립', 즉,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녹색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게 전 세계적으로 큰 화두였는데, 이렇게 석유 생산과 소비를 늘려도 되나요?

[기자]

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2015년 파리협정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 데 뜻을 모았는데요.

최근 마치 없던 일처럼 태도를 바꾸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새 화석연료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은 도덕적, 경제적 광기"라고 비판했습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UN 사무총장 : "이제 교훈을 배워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규모로 투자해야 합니다.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건 범죄라는 것을 분명히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해선 사실상 각국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프랑스의 환경단체 리클레임 파이낸스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세계 60대 민간 은행이 지난해 한 해에만 7,420억 달러 우리 돈 960조 원가량을 화석 연료 조달에 쏟아 부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전 세계 화석연료 금융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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