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돈(豚)’값에 요동치는 민심…중국 ‘저팔계’ 경제학

입력 2022.07.07 (10:49) 수정 2022.07.07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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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국의 '삼겹살'만큼이나 중국의 '돼지고기' 사랑도 각별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홍석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음식에 돼지고기가 많이 쓰이죠?

[기자]

네, 탕수육, 동파육 다 돼지고기 음식입니다.

보통 '육'자만 쓰는 요리는 돼지를 지칭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14억 중국 인구가 먹는 돼지가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이라는데, 오죽하면 중국에 '돼지고기와 곡식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돕니다.

돼지가 곡식보다 먼저 나오죠.

그래서 돼지고깃값이 뛰거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 중국인들은 특히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2016년에는 돼지고기에서 정체 불명의 푸른 빛이 돌아 중국인들이 불안에 떨었고, 2019년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돼지고기를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었습니다.

[정육점 주인/2019년 : "돼지고기는 마음대로 못 팝니다. (마음대로) 팔다가 걸리면 모두 몰수되고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도 봉쇄된 상하이 시민들에게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돼지고기를 나눠줬다가 오히려 화만 부추긴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중국 민심에 직결된 돼지고깃값이 최근에 크게 올랐죠?

[기자]

네, 2019년에 돼지고기 파동이 있었는데, 당시 중국에선 '이사형'의 난이라고 불렸습니다.

두 번째 사형이라는 뜻인데,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를 지칭합니다.

큰 형이 손오공이고요,

그런데 최근 재현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중국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 당 25.74위안으로 불과 2주 사이에 21%가량이 올랐는데요.

생돈 선물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릅니다.

그래프 추이만 봐도 바로 아시겠죠.

지난 3월 저점 때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앵커]

와, 넉 달 새 두 배나요?

그럼 당국이 가만있기가 어렵겠네요?

[기자]

네, 그래서 중국 정부 최근 양돈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돼지고기 재고 쌓지 말라"고 경고했다는데요,

그러니까 일부 업체들이 이윤을 더 남기려고 출하를 늦추거나 고기 재고를 쌓아두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죠.

시장 반응은 또 좀 다릅니다.

중국인들이 워낙 돼지고기를 좋아하다 보니까, 가격이 오르면 사육량을 늘리고, 가격이 내리면 다시 개체 수를 줄이는 방식인데, 여기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사료입니다.

요즘 돼지는 주로 콩 등 곡물 사료를 쓰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거기에다가 '제로 코로나'라는 중국 정부의 초강력 봉쇄 정책으로 올 1분기 돼지 사료의 생산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1%나 줄었습니다.

봉쇄 때문에 가뜩이나 출하도 어려운데 사룟값까지 들썩이자 양돈 농가들, 줄줄이 돼지를 매몰 처분했고, 결국, 공급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럼 지금은 봉쇄가 풀렸으니까 수요가 다시 늘고 있겠네요?

[기자]

네, 바로 그 때문에 중국 당국, 더 긴장하고 있습니다.

봉쇄가 풀리면서 수요는 살아나는데 돼지고기 수입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역시 봉쇄 때문인데요.

올 1분기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3% 넘게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또, 양돈 농가가 많은 중국 남부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홍수 피해까지 났거든요.

그래서 돼지고깃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수까지...중국 정부, 비상이겠는데요?

[기자]

네, 요즘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신조어들 많이 들리죠.

단백질의 주 공급원인 육류 가격이 오르는걸 '프로틴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중국은 특히 더 '프로틴플레이션'에 예민합니다.

프로틴 공급원인 돼지고기가 소비자 물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년 동월 대비 2.1%에 그쳤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요.

중국인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돼지고기 가격이 21% 넘게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억제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는, 돼지고기 가격을 잡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했을 때 이듬해인 1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에 달했습니다.

중국에선 '돼지고기 가격 안정이 공산당 체제 안정의 시험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올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도 예정돼 있습니다.

[앵커]

중국이 서둘러 돼지고기 가격 진화에 나선 이유가 있었네요.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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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07 10:49:38
    • 수정2022-07-07 1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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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삼겹살'만큼이나 중국의 '돼지고기' 사랑도 각별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돼지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 홍석우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중국 음식에 돼지고기가 많이 쓰이죠?

[기자]

네, 탕수육, 동파육 다 돼지고기 음식입니다.

보통 '육'자만 쓰는 요리는 돼지를 지칭한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14억 중국 인구가 먹는 돼지가 전 세계 돼지고기의 절반이라는데, 오죽하면 중국에 '돼지고기와 곡식이 천하를 안정시킨다'는 속담이 있을 정돕니다.

돼지가 곡식보다 먼저 나오죠.

그래서 돼지고깃값이 뛰거나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면 중국인들은 특히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2016년에는 돼지고기에서 정체 불명의 푸른 빛이 돌아 중국인들이 불안에 떨었고, 2019년엔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여파로 돼지고기를 마음대로 사 먹을 수 없었습니다.

[정육점 주인/2019년 : "돼지고기는 마음대로 못 팝니다. (마음대로) 팔다가 걸리면 모두 몰수되고 감옥에 갈 수도 있습니다."]

최근에도 봉쇄된 상하이 시민들에게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돼지고기를 나눠줬다가 오히려 화만 부추긴 일도 있었습니다.

[앵커]

그 정도인 줄은 몰랐는데, 중국 민심에 직결된 돼지고깃값이 최근에 크게 올랐죠?

[기자]

네, 2019년에 돼지고기 파동이 있었는데, 당시 중국에선 '이사형'의 난이라고 불렸습니다.

두 번째 사형이라는 뜻인데, 서유기에 나오는 '저팔계'를 지칭합니다.

큰 형이 손오공이고요,

그런데 최근 재현 조짐이 일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중국 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의 평균 가격은 킬로그램 당 25.74위안으로 불과 2주 사이에 21%가량이 올랐는데요.

생돈 선물가격 오름세는 더 가파릅니다.

그래프 추이만 봐도 바로 아시겠죠.

지난 3월 저점 때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앵커]

와, 넉 달 새 두 배나요?

그럼 당국이 가만있기가 어렵겠네요?

[기자]

네, 그래서 중국 정부 최근 양돈업계 관계자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돼지고기 재고 쌓지 말라"고 경고했다는데요,

그러니까 일부 업체들이 이윤을 더 남기려고 출하를 늦추거나 고기 재고를 쌓아두면서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죠.

시장 반응은 또 좀 다릅니다.

중국인들이 워낙 돼지고기를 좋아하다 보니까, 가격이 오르면 사육량을 늘리고, 가격이 내리면 다시 개체 수를 줄이는 방식인데, 여기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바로 사료입니다.

요즘 돼지는 주로 콩 등 곡물 사료를 쓰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거기에다가 '제로 코로나'라는 중국 정부의 초강력 봉쇄 정책으로 올 1분기 돼지 사료의 생산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31%나 줄었습니다.

봉쇄 때문에 가뜩이나 출하도 어려운데 사룟값까지 들썩이자 양돈 농가들, 줄줄이 돼지를 매몰 처분했고, 결국, 공급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앵커]

그럼 지금은 봉쇄가 풀렸으니까 수요가 다시 늘고 있겠네요?

[기자]

네, 바로 그 때문에 중국 당국, 더 긴장하고 있습니다.

봉쇄가 풀리면서 수요는 살아나는데 돼지고기 수입도 원활하지 못한 상황입니다.

역시 봉쇄 때문인데요.

올 1분기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63% 넘게 줄었습니다.

최근에는 또, 양돈 농가가 많은 중국 남부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홍수 피해까지 났거든요.

그래서 돼지고깃값이 더 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수까지...중국 정부, 비상이겠는데요?

[기자]

네, 요즘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신조어들 많이 들리죠.

단백질의 주 공급원인 육류 가격이 오르는걸 '프로틴플레이션'이라고 하는데요.

중국은 특히 더 '프로틴플레이션'에 예민합니다.

프로틴 공급원인 돼지고기가 소비자 물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전년 동월 대비 2.1%에 그쳤습니다.

미국이나 유럽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인데요.

중국인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돼지고기 가격이 21% 넘게 하락하며 전체 물가 상승 폭을 억제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이는, 돼지고기 가격을 잡지 못하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깁니다.

실제로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했을 때 이듬해인 1월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대에 달했습니다.

중국에선 '돼지고기 가격 안정이 공산당 체제 안정의 시험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올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지을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도 예정돼 있습니다.

[앵커]

중국이 서둘러 돼지고기 가격 진화에 나선 이유가 있었네요.

홍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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