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성악가, 전쟁 뚫고 방한…“평화를 노래할래요”

입력 2022.07.14 (09:58) 수정 2022.07.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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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출구 없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음악은 총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를 들고 찾아온 손님이 있습니다.

정상급 성악가였다가 하루 아침에 난민이 된, 메조 소프라노 '나탈리야 마테비바'입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그녀는, 전쟁 전에 잡아놓았던 내한 공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나탈리야 마테비바는 15년 넘게 유럽을 누비며 활동한 메조 소프라노 성악가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그녀의 삶은 일순간에 바뀌었습니다.

["창 밖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그 순간 '전쟁이 났구나' 깨달았죠."]

나탈리야가 소속된 국립 오페라단의 근거지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전쟁 초부터 러시아의 공세가 집중된 바로 그 지역입니다.

포화를 피해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지하 벙커에 숨어야 했고, 극도의 공포로 한동안 목소리를 잃기도 했습니다.

["본능적인 공포였어요. 그땐 제 목소리가 통제되지 않아, 소리가 뜻대로 안 나왔어요."]

천신만고 끝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나탈리야는 체코에서 난민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노래할 기회'를 되찾았습니다.

유럽 바깥에서 첫 해외 공연지로 택한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전쟁 전에 초청장을 받았던 춘천 오페라 축제.

약속을 지키러 내한했습니다.

카르멘의 주인공 집시여인이 그녀가 선보일 역할입니다.

[오성룡/춘천 오페라 페스티벌 총감독 : "카르멘 역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어떤 소리라든가 연기력이라든가 (훌륭해요)."]

고국에 바치는 우크라이나 민요도 부를 예정입니다.

예술 앞에 고뇌하던 정상급 성악가에서, 생존 고민이 앞서는 난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나탈리야는 평화의 가치를 노래에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바라는 건 평화에요. 그게 제 유일한 소망이에요. 빨리 고향에 가고 싶어요."]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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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크라 성악가, 전쟁 뚫고 방한…“평화를 노래할래요”
    • 입력 2022-07-14 09:58:22
    • 수정2022-07-14 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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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출구 없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 음악은 총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를 들고 찾아온 손님이 있습니다.

정상급 성악가였다가 하루 아침에 난민이 된, 메조 소프라노 '나탈리야 마테비바'입니다.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그녀는, 전쟁 전에 잡아놓았던 내한 공연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습니다.

황현규 기자가 만났습니다.

[리포트]

나탈리야 마테비바는 15년 넘게 유럽을 누비며 활동한 메조 소프라노 성악가입니다.

하지만 러시아의 침공으로 그녀의 삶은 일순간에 바뀌었습니다.

["창 밖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에 잠이 깼어요. 그 순간 '전쟁이 났구나' 깨달았죠."]

나탈리야가 소속된 국립 오페라단의 근거지는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 하르키우.

전쟁 초부터 러시아의 공세가 집중된 바로 그 지역입니다.

포화를 피해 두 살배기 딸을 데리고 지하 벙커에 숨어야 했고, 극도의 공포로 한동안 목소리를 잃기도 했습니다.

["본능적인 공포였어요. 그땐 제 목소리가 통제되지 않아, 소리가 뜻대로 안 나왔어요."]

천신만고 끝에 우크라이나를 탈출한 나탈리야는 체코에서 난민 지위를 얻었습니다.

그렇게 그녀는 '노래할 기회'를 되찾았습니다.

유럽 바깥에서 첫 해외 공연지로 택한 곳이 바로 한국입니다.

전쟁 전에 초청장을 받았던 춘천 오페라 축제.

약속을 지키러 내한했습니다.

카르멘의 주인공 집시여인이 그녀가 선보일 역할입니다.

[오성룡/춘천 오페라 페스티벌 총감독 : "카르멘 역으로서 손색이 없을 정도로 어떤 소리라든가 연기력이라든가 (훌륭해요)."]

고국에 바치는 우크라이나 민요도 부를 예정입니다.

예술 앞에 고뇌하던 정상급 성악가에서, 생존 고민이 앞서는 난민이 되기도 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나탈리야는 평화의 가치를 노래에 담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제가 가장 바라는 건 평화에요. 그게 제 유일한 소망이에요. 빨리 고향에 가고 싶어요."]

KBS 뉴스 황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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