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눈 가리고 입 막고…내부 단속 강화하는 러시아

입력 2022.07.15 (10:47) 수정 2022.07.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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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다섯 달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예상보다 끈질긴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서방의 강도 높은 대러시아 제재는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데요.

자국 내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러시아가 반대파 탄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부 상황,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최근 러시아 거물급 야당 정치인이 갑자기 체포됐다고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던 러시아 야당 정치인, 일리야 야신이 도심 공원 한가운데서 느닷없이 체포됐습니다.

야신은 지난달 말 공원 의자에 앉아 있다가 경찰관을 모욕했다며 체포됐는데요.

원래는 15일 동안만 구금됐다가 이달 13일 풀려날 예정이었지만, 구금 해제 전날 경찰에 복종하지 않은 혐의를 또 받아 결국 형사 고소됐습니다.

최대 15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혐의입니다.

[마리아 에이스몬트/일리야 야신 변호인 : "형사소송법 제91조와 제 92조에 따라, 근거 없고, 불법적이며, 정치적 동기가 있는 이번 구금에 반대합니다. 고소장을 볼 때까지는 제기된 혐의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 수감 중인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와 함께 야신은 수년 동안 푸틴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해 온 인물인데요.

SNS로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나발니는 이번 체포를 두고 "전형적인 상황처럼 보인다"며, "구금 동안 공소장을 만들어 오랫동안 복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야신 같은 유력한 반대파 정치인뿐 아니라 시위대나 일반 국민들까지 잡혀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전쟁에 반대하는 사회 활동가와 언론인, 심지어 일반 국민들까지 무더기로 기소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봄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에서 '군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2천 명이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최소 50명은 징역형 수년을 받게 될 걸로 추정됩니다.

지난 3월에는 만 3천 명 가까운 반전 시위자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전쟁 사진을 SNS에 올렸다거나, 우크라이나 국기에 있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도 기소되고 있다고 현지 변호사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여론 탄압의 강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걸로 보이는데요.

러시아 의회는 최근 정부 비판 세력과 언론을 탄압할 때 동원되는, 이른바 '외국 첩보원'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앵커]

푸틴 정권과 전쟁에 반대하면 가리지 않고 잡아넣는 모양새인데요.

이런 과도한 통제가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기자]

러시아는 전쟁 직후부터 자국 내 주요 외신과 SNS 접속을 막고 언론 통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러시아 국영TV 등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면서, 사실상 푸틴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에 친척을 둔 러시아 사람조차 가족의 말보다 정부 선전을 더 믿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학 연구팀이 러시아에 사는 친척과 SNS 등으로 전쟁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는 우크라이나인 5백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러시아 친척들이 정부 선전을 믿는 정도가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마리나 오브샤니코바/러시아 언론인 : "지금 저는 정보 전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고령층은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아서, 정부 선전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여론을 아무리 강하게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저항의 목소리를 완벽히 틀어막을 수 있을까요?

[기자]

푸틴 정부의 서슬 퍼런 탄압에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반부패 재단'을 세웠다는 이유로 수감된 야권 정치인 나발니는 최근 옥중에서 '반부패 재단'을 다시 세우고 푸틴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언론 자유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자신의 노벨 평화상 메달을 경매에 내놨습니다.

지난달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해커들이 러시아 라디오 채널을 공격해 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국가를 틀고, 러시아 주요 언론사들의 기밀자료를 유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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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5 10:47:56
    • 수정2022-07-15 11:40:27
    지구촌뉴스
[앵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벌써 다섯 달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예상보다 끈질긴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서방의 강도 높은 대러시아 제재는 전쟁을 시작한 러시아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데요.

자국 내 비판을 억누르기 위해 러시아가 반대파 탄압 수위를 높여가고 있습니다.

러시아 내부 상황,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최근 러시아 거물급 야당 정치인이 갑자기 체포됐다고요?

[기자]

네,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던 러시아 야당 정치인, 일리야 야신이 도심 공원 한가운데서 느닷없이 체포됐습니다.

야신은 지난달 말 공원 의자에 앉아 있다가 경찰관을 모욕했다며 체포됐는데요.

원래는 15일 동안만 구금됐다가 이달 13일 풀려날 예정이었지만, 구금 해제 전날 경찰에 복종하지 않은 혐의를 또 받아 결국 형사 고소됐습니다.

최대 15년형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혐의입니다.

[마리아 에이스몬트/일리야 야신 변호인 : "형사소송법 제91조와 제 92조에 따라, 근거 없고, 불법적이며, 정치적 동기가 있는 이번 구금에 반대합니다. 고소장을 볼 때까지는 제기된 혐의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오랜 기간 수감 중인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와 함께 야신은 수년 동안 푸틴 대통령을 맹렬히 비판해 온 인물인데요.

SNS로 지지자들과 소통하고 있는 나발니는 이번 체포를 두고 "전형적인 상황처럼 보인다"며, "구금 동안 공소장을 만들어 오랫동안 복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야신 같은 유력한 반대파 정치인뿐 아니라 시위대나 일반 국민들까지 잡혀가고 있다고요?

[기자]

네, 전쟁에 반대하는 사회 활동가와 언론인, 심지어 일반 국민들까지 무더기로 기소되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즈는 지난봄 전쟁 시작 이후 러시아에서 '군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2천 명이 넘는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최소 50명은 징역형 수년을 받게 될 걸로 추정됩니다.

지난 3월에는 만 3천 명 가까운 반전 시위자가 체포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전쟁 사진을 SNS에 올렸다거나, 우크라이나 국기에 있는 파란색과 노란색의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도 기소되고 있다고 현지 변호사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여론 탄압의 강도는 앞으로 더 높아질 걸로 보이는데요.

러시아 의회는 최근 정부 비판 세력과 언론을 탄압할 때 동원되는, 이른바 '외국 첩보원'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법안을 승인했습니다.

[앵커]

푸틴 정권과 전쟁에 반대하면 가리지 않고 잡아넣는 모양새인데요.

이런 과도한 통제가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기자]

러시아는 전쟁 직후부터 자국 내 주요 외신과 SNS 접속을 막고 언론 통제를 강화해 왔습니다.

러시아 국영TV 등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전쟁'이 아닌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면서, 사실상 푸틴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에 친척을 둔 러시아 사람조차 가족의 말보다 정부 선전을 더 믿는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대학 연구팀이 러시아에 사는 친척과 SNS 등으로 전쟁 이야기를 한 경험이 있는 우크라이나인 5백여 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러시아 친척들이 정부 선전을 믿는 정도가 10점 만점에 8점이라고 대답했습니다.

[마리나 오브샤니코바/러시아 언론인 : "지금 저는 정보 전쟁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저에게는 정말 매우 힘든 상황이지만, 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고령층은 인터넷이나 다른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기도 쉽지 않아서, 정부 선전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여론을 아무리 강하게 통제한다고 하더라도, 저항의 목소리를 완벽히 틀어막을 수 있을까요?

[기자]

푸틴 정부의 서슬 퍼런 탄압에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목소리는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반부패 재단'을 세웠다는 이유로 수감된 야권 정치인 나발니는 최근 옥중에서 '반부패 재단'을 다시 세우고 푸틴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언론 자유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러시아 언론인, 드미트리 무라토프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돕기 위해 자신의 노벨 평화상 메달을 경매에 내놨습니다.

지난달에는 전쟁에 반대하는 해커들이 러시아 라디오 채널을 공격해 방송 도중 우크라이나 국가를 틀고, 러시아 주요 언론사들의 기밀자료를 유출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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