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청소노동자 시위권과 학생 학습권 모두 정당…학교 나서야”

입력 2022.07.15 (16:42) 수정 2022.07.15 (18:0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연세대 청소노동자 "시급 330원 인상·인력 충원·샤워실 설치 요구"
-투쟁 지지 학생 2천여 명 서명...다른 학생 3명은 '농성장 소음 피해' 소송 제기
"언론이 갈등 부각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되는 방식 아냐"
"결국 '돈의 문제'...인간의 노동력을 비용으로만 따질 수 없어"
"극심한 경쟁구조에서 나와 경쟁하는 약자를 향해 비난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노동자의 시위권과 학생의 학습권 모두 학교에서 지켜져야 할 정당한 권리"

■ 방송시간 : 7월 15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 KBS 해설위원


https://youtu.be/K_fjidQK_Jg

◎범기영 매주 금요일 코너죠?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오늘은 사람들이네요, 영상 나가는 거 보니까. 대학 교정 다녀온 이경호 해설위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연세대학교 청소 경비 노동자들 시위하고 있는데, 학생이 소송 걸면서 이게 좀 시끄러워졌었는데,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어떤 요구하는지부터 좀 살펴볼까요?

▼이경호 많이 알려진 부분이 있는데요. 시급 440원 인상, 그다음에 인력 충원.

◎범기영 440원.

▼이경호 정년퇴직을 하면 그만큼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요구, 그다음에 청소한 다음에 몸이 땀에 젖으니까 샤워실 설치해 달라, 이런 세 가지 요구가 주된 요구고요. 지난해 11월 학교 측과 협상을 했는데 결렬이 됐고요. 이후 올해 3월부터 학교에서 지금 농성 중입니다.

◎범기영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15년 묵은 문제라면서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청소 노동자가 원래는 학교 측과 직접적으로 이렇게 소속된 직원이었는데요.

◎범기영 직고용이었죠.

▼이경호 그다음에 하청업체가 생기면서 15년째 계속 일어난 일입니다. 학생들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전적으로 학교의 책임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고요. 그래서 학생들이 청소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서 모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졸업생들까지 참여하면서 한 3,000여 명 정도가 청소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학교는 물론 응답하지 않고 있고요?

▼이경호 학교 측은 청소 노동자들의 협상 당사자가 학교가 아니다, 하청업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고요.

◎범기영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니까.

▼이경호 그러니까요. 노조 측은 원청업체인 연세대학교가 협상 대상자라는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이 부분에서는 청소 노동자들과 입장이 갖고요. 그래서 해결될 때까지 계속 시위 집회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학생들 사이에 여러 여론이 있는 거죠. 한편에서는 학습권을 침해 받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학생이 있고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에 학교가 응답하라, 이렇게 주장하는 학생이 있는 거고요.

▼이경호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학생들, 소송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들을 표명합니까?

학생 3명이 농성장 소음으로 학습권 침해 받았다면서 한 600여 만 원 피해 보상 요구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그 반대 측은 학생들 책임이 아니라 이제 학습권의 보장은 학교 측의 책임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학생들 얘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도 연세대학교에서 오전에 청소 노동자를 지지하는 집회가 있었고요. 그 집회가 끝난 다음에 학생들 한번 만나봤습니다.

<녹취> 김태형 / 연세대 수학과 1년
누군가는 침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침해받았다고 느끼는 한도라는 문제도 있고, 결국에는 사람들 간의 권리 행사 문제에서 우리 사회에서 조금 더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습권을 침해받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학습권을 침해받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적어도 저와 제 주변 학생들이나 저희 연서명 해준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녹취> 윤채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년
노동자의 시위권도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모두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 두 가지는 대립하는 권리가 아니라 모두 학교에서 지켜줘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시위가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해서 소송을 하는 방식보다는 학교에 이제 정당한 요구를 하는 방식이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겁니다.

◎범기영 노동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보다는 학교를 향해서 요구를 하는 게 맞지 않았느냐, 이런 지적이네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이 문제를 학생들 간의 갈등, 이렇게 보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굉장히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해설위원
학생 간의 갈등 문제로 자꾸 이 문제를 보고자 하는, 그게 사실 더 자극적이기는 하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불만들이 지금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녹취> 김새봄 / 연세대 철학과 4년
고소한 학생들에 대해서 엄청 비난하는 여론을 조장하는 기사를 내기도 하고 아니면 저희처럼 청소 노동자한테 이렇게 연대하는 친구에 대해서 엄청 착한 친구들이다, 이런 식으로 대상화를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 둘 다 조금 이 문제에 대한 본질을 흐리는 시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청소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고 있고 거기에 동의하고 이 문제 꼭 해결되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함께하는 것이고 그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의견은 표시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언론에도 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사실은 갈등으로 비추면 너무 약간 쉽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쉽고 자극적이고 그런 눈길을 끌 수 있는 기사이긴 하지만, 진짜 여기 연세대학교에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가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범기영 저 지적이 좀 아프네요. 갈등으로 비추면 너무 쉽지 않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이게 연세대만의 문제도 아닌 거잖아요, 사실은.

▼이경호 2011년도에 홍익대학교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2006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소송까지 간 적도 있었고요.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요. 학생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해슬 / 연세대 사회학과 4년
돈 문제죠. 굳이 한마디로 하자면. 그러니까 비용 절감의 논리와 효율성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항상 생각해요. 그런데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데 효율성만 따질 수도 없는 일이고 이 사람이라는 것을 비용으로만 환산해서 계산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세상이 너무나 인간의 노동력을 그저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측면이 있고 그래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하청에 하청을 주고 이런 것들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결국 돈 아니냐, 한마디로. 이 사건이 좀 더 크게 이목을 끈 게, 연세대의 한 교수가 이런 강의 제목이 있었군요. 사회 문제와 공정, 여기에 이제 수업계획서 올리면서 공정 감각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 이런 거 올리면서 크게 화제가 됐었잖아요.

▼이경호 문화인류학과 나윤경 교수께서 2학기 과목을 개설했는데요. 2030 세대 일부의 공정 감각이 어떻게 강자가 아닌 약자 쪽으로만 향하느냐, 이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한번 논의를 해보자, 이렇게 강의 개설을 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윤채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년
청년들은 정말 가장 큰 경쟁이라고 하는 입시와 취업, 두 가지를 직전에 겪었거나 혹은 겪어야 할 세대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이 경쟁에 직면하게 되면 굉장히 옆에 있는 경쟁 상대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극심한 경쟁 속에서는. 그래서 더 큰 구조나 위에 있는 사람들 보기보다는 옆에서 나와 경쟁하고 있는 약자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것이 이들을 비난할 게 아니라, 사실 이걸 만든 극심한 경쟁 구조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라는 이야기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녹취> 해슬 / 연세대 사회학과 4년
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어떤 방책이나 어떤 정책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야지, 자꾸 개개인들이 청소 노동자가 시끄럽게 시위해서 문제야, 아니면 고소인이 너무 공정 감각이 없어서 문제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본질을 너무 흐리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이야기는 계속 반복되네요. 구조가 문제다. 돈만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다. 고소한 그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는 왜 이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느냐, 그 구조를 봐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을 계속하네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업 준비, 이런 것들에 굉장히 매몰할 시간인데도 이렇게 열심히 나와가지고 이런 다른 사람들 사안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게 참 보기 좋은 측면이 있었는데요. 학생들이 기성세대에게 할 말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새봄 / 연세대 철학과 4년
저는 사실 청소 노동자분들 만나면서 연대를 하고 힘을 보태는 입장이지만 힘을 더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학교)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을 했는데 그 딱 청소 노동자 휴게실만 리모델링을 안 했더라고요. 거기에서 이제 인터뷰를 하는데, 그래도 본인들이 이렇게 싸워서 이뤄내신 것들, 노동자로서 여기 건물을 깨끗하게 관리하시는 것들에 대해서 굉장한 긍지와 믿음을 가지고 계세요. 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 강하다, 정말 힘이 난다, 이런 생각들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녹취> 윤채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년
연세대 내 또 더 다른 노동 문제들도 있거든요. 지금 한국어학당의 강사님들도 임금 투쟁 중이시고 또 세브란스병원 청소 노동자분들 또 송도캠퍼스 청소 경비, 시설 미화 노동자분들도 노동 투쟁 중이시거든요. 그래서 지금 언론에서도 이 고소 사건만 다루기보다는 연세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투쟁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범기영 청소 노동자들은 이런 움직임은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겠네요, 어찌 됐건.

▼이경호 학생들의 이 도움에 대해서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고요. 역시 마찬가지로 학습권을 혹시 방해하는 게 아니냐, 이런 거에 대해서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는 마음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럼요. 그러니까 대학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혹여라도 방해가 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은 노동자들 스스로도 좀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학교 당국이 좀 나서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듭니다. 마무리하죠.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말씀은 좀 드리고 싶습니다. 21년째 지속되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 다룰 때도 또 시급 인상 요구하는 게 시간당 440원입니다, 씻을 공간이고요. 이런 대학 청소 노동자들 이야기 들을 때도, 어쩌면 우리는 같은 태도이지 않나 싶습니다. 문제는 당신들 알아서 해결하기고 아무튼 내 이익은 절대 침해하지 말라. 작은 불편도 내게 주지 말라, 이런 태도, 이대로 좋을까요? 좀 생각해보죠. 이번 주 사사건건,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월요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청소노동자 시위권과 학생 학습권 모두 정당…학교 나서야”
    • 입력 2022-07-15 16:42:32
    • 수정2022-07-15 18:04:45
    사사건건
-연세대 청소노동자 "시급 330원 인상·인력 충원·샤워실 설치 요구"<br />-투쟁 지지 학생 2천여 명 서명...다른 학생 3명은 '농성장 소음 피해' 소송 제기<br />"언론이 갈등 부각하는 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되는 방식 아냐"<br />"결국 '돈의 문제'...인간의 노동력을 비용으로만 따질 수 없어"<br />"극심한 경쟁구조에서 나와 경쟁하는 약자를 향해 비난하는 구조적 문제 해결해야"<br />"노동자의 시위권과 학생의 학습권 모두 학교에서 지켜져야 할 정당한 권리"
■ 방송시간 : 7월 15일(금) 16:00~17:00 KBS1
■ 진행 : 범기영 기자
■ 출연 : 이경호 / KBS 해설위원


https://youtu.be/K_fjidQK_Jg

◎범기영 매주 금요일 코너죠? 사사건건이 만난 사람, 오늘은 사람들이네요, 영상 나가는 거 보니까. 대학 교정 다녀온 이경호 해설위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이경호 안녕하세요?

◎범기영 연세대학교 청소 경비 노동자들 시위하고 있는데, 학생이 소송 걸면서 이게 좀 시끄러워졌었는데, 청소 경비 노동자들이 어떤 요구하는지부터 좀 살펴볼까요?

▼이경호 많이 알려진 부분이 있는데요. 시급 440원 인상, 그다음에 인력 충원.

◎범기영 440원.

▼이경호 정년퇴직을 하면 그만큼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요구, 그다음에 청소한 다음에 몸이 땀에 젖으니까 샤워실 설치해 달라, 이런 세 가지 요구가 주된 요구고요. 지난해 11월 학교 측과 협상을 했는데 결렬이 됐고요. 이후 올해 3월부터 학교에서 지금 농성 중입니다.

◎범기영 그런데 이게 하루 이틀이 아니라 15년 묵은 문제라면서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청소 노동자가 원래는 학교 측과 직접적으로 이렇게 소속된 직원이었는데요.

◎범기영 직고용이었죠.

▼이경호 그다음에 하청업체가 생기면서 15년째 계속 일어난 일입니다. 학생들은 이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은 전적으로 학교의 책임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고요. 그래서 학생들이 청소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서 모이기 시작했고 지금은 졸업생들까지 참여하면서 한 3,000여 명 정도가 청소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범기영 학교는 물론 응답하지 않고 있고요?

▼이경호 학교 측은 청소 노동자들의 협상 당사자가 학교가 아니다, 하청업체다, 이렇게 주장하고 있고요.

◎범기영 직접 고용 관계가 아니니까.

▼이경호 그러니까요. 노조 측은 원청업체인 연세대학교가 협상 대상자라는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이 부분에서는 청소 노동자들과 입장이 갖고요. 그래서 해결될 때까지 계속 시위 집회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학생들 사이에 여러 여론이 있는 거죠. 한편에서는 학습권을 침해 받았다면서 소송을 제기하는 학생이 있고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에 학교가 응답하라, 이렇게 주장하는 학생이 있는 거고요.

▼이경호 네, 그렇습니다.

◎범기영 학생들, 소송 이 사안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들을 표명합니까?

학생 3명이 농성장 소음으로 학습권 침해 받았다면서 한 600여 만 원 피해 보상 요구했는데요. 이에 대해서 그 반대 측은 학생들 책임이 아니라 이제 학습권의 보장은 학교 측의 책임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학생들 얘기를 한번 들어봤습니다. 제가 찾아간 날도 연세대학교에서 오전에 청소 노동자를 지지하는 집회가 있었고요. 그 집회가 끝난 다음에 학생들 한번 만나봤습니다.

<녹취> 김태형 / 연세대 수학과 1년
누군가는 침해받았다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침해받았다고 느끼는 한도라는 문제도 있고, 결국에는 사람들 간의 권리 행사 문제에서 우리 사회에서 조금 더 용인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학습권을 침해받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학습권을 침해받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결국 적어도 저와 제 주변 학생들이나 저희 연서명 해준 많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았다고 말해 주고 있습니다.

<녹취> 윤채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년
노동자의 시위권도 그리고 학생들의 학습권도 모두 정당한 권리라고 생각을 하고요. 이 두 가지는 대립하는 권리가 아니라 모두 학교에서 지켜줘야 하는 권리이기 때문에, 그래서 이 시위가 학습권을 침해했다고 해서 소송을 하는 방식보다는 학교에 이제 정당한 요구를 하는 방식이 더 맞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는 겁니다.

◎범기영 노동자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것보다는 학교를 향해서 요구를 하는 게 맞지 않았느냐, 이런 지적이네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는 여전히 이 문제를 학생들 간의 갈등, 이렇게 보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굉장히 불편해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이경호 / KBS해설위원
학생 간의 갈등 문제로 자꾸 이 문제를 보고자 하는, 그게 사실 더 자극적이기는 하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불만들이 지금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녹취> 김새봄 / 연세대 철학과 4년
고소한 학생들에 대해서 엄청 비난하는 여론을 조장하는 기사를 내기도 하고 아니면 저희처럼 청소 노동자한테 이렇게 연대하는 친구에 대해서 엄청 착한 친구들이다, 이런 식으로 대상화를 하기도 하는데. 저는 그 둘 다 조금 이 문제에 대한 본질을 흐리는 시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든 청소 노동자들은 투쟁을 하고 있고 거기에 동의하고 이 문제 꼭 해결되어야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함께하는 것이고 그것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의견은 표시할 수 있는 거잖아요. 언론에도 좀 부탁드리고 싶은 게, 사실은 갈등으로 비추면 너무 약간 쉽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쉽고 자극적이고 그런 눈길을 끌 수 있는 기사이긴 하지만, 진짜 여기 연세대학교에 있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가 있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범기영 저 지적이 좀 아프네요. 갈등으로 비추면 너무 쉽지 않냐.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이게 연세대만의 문제도 아닌 거잖아요, 사실은.

▼이경호 2011년도에 홍익대학교에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그다음에 2006년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도 비슷한 문제 때문에 소송까지 간 적도 있었고요.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은데요. 학생들은 이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해슬 / 연세대 사회학과 4년
돈 문제죠. 굳이 한마디로 하자면. 그러니까 비용 절감의 논리와 효율성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항상 생각해요. 그런데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데 효율성만 따질 수도 없는 일이고 이 사람이라는 것을 비용으로만 환산해서 계산할 수는 없는 일이잖아요. 그런데 세상이 너무나 인간의 노동력을 그저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측면이 있고 그래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하청에 하청을 주고 이런 것들이 구조적으로 문제가 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범기영 결국 돈 아니냐, 한마디로. 이 사건이 좀 더 크게 이목을 끈 게, 연세대의 한 교수가 이런 강의 제목이 있었군요. 사회 문제와 공정, 여기에 이제 수업계획서 올리면서 공정 감각에 대해서 논의해 보자, 이런 거 올리면서 크게 화제가 됐었잖아요.

▼이경호 문화인류학과 나윤경 교수께서 2학기 과목을 개설했는데요. 2030 세대 일부의 공정 감각이 어떻게 강자가 아닌 약자 쪽으로만 향하느냐, 이건 문제가 있는 거 아니냐? 그래서 한번 논의를 해보자, 이렇게 강의 개설을 했는데요. 이 부분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녹취> 윤채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년
청년들은 정말 가장 큰 경쟁이라고 하는 입시와 취업, 두 가지를 직전에 겪었거나 혹은 겪어야 할 세대들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이 경쟁에 직면하게 되면 굉장히 옆에 있는 경쟁 상대밖에 볼 수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극심한 경쟁 속에서는. 그래서 더 큰 구조나 위에 있는 사람들 보기보다는 옆에서 나와 경쟁하고 있는 약자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이것이 이들을 비난할 게 아니라, 사실 이걸 만든 극심한 경쟁 구조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라는 이야기가 더 많아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요.

<녹취> 해슬 / 연세대 사회학과 4년
그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인 어떤 방책이나 어떤 정책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야지, 자꾸 개개인들이 청소 노동자가 시끄럽게 시위해서 문제야, 아니면 고소인이 너무 공정 감각이 없어서 문제야,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본질을 너무 흐리는 거다, 라고 생각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범기영 그러니까 이야기는 계속 반복되네요. 구조가 문제다. 돈만으로 바라보는 게 문제다. 고소한 그 학생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는 왜 이걸 해결하려고 하지 않느냐, 그 구조를 봐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지적을 계속하네요.

▼이경호 그렇습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취업 준비, 이런 것들에 굉장히 매몰할 시간인데도 이렇게 열심히 나와가지고 이런 다른 사람들 사안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게 참 보기 좋은 측면이 있었는데요. 학생들이 기성세대에게 할 말은 없는지, 마지막으로 한번 물어봤습니다.

<녹취> 김새봄 / 연세대 철학과 4년
저는 사실 청소 노동자분들 만나면서 연대를 하고 힘을 보태는 입장이지만 힘을 더 많이 받았던 것 같아요. (학교)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을 했는데 그 딱 청소 노동자 휴게실만 리모델링을 안 했더라고요. 거기에서 이제 인터뷰를 하는데, 그래도 본인들이 이렇게 싸워서 이뤄내신 것들, 노동자로서 여기 건물을 깨끗하게 관리하시는 것들에 대해서 굉장한 긍지와 믿음을 가지고 계세요. 저는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굉장히 멋있다, 강하다, 정말 힘이 난다, 이런 생각들을 진짜 많이 했거든요.

<녹취> 윤채영/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년
연세대 내 또 더 다른 노동 문제들도 있거든요. 지금 한국어학당의 강사님들도 임금 투쟁 중이시고 또 세브란스병원 청소 노동자분들 또 송도캠퍼스 청소 경비, 시설 미화 노동자분들도 노동 투쟁 중이시거든요. 그래서 지금 언론에서도 이 고소 사건만 다루기보다는 연세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투쟁에 대해서 더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범기영 청소 노동자들은 이런 움직임은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겠네요, 어찌 됐건.

▼이경호 학생들의 이 도움에 대해서 굉장히 고마워하고 있고요. 역시 마찬가지로 학습권을 혹시 방해하는 게 아니냐, 이런 거에 대해서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는 마음 역시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범기영 그럼요. 그러니까 대학 공동체에서 함께 생활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혹여라도 방해가 되지 않을까, 이런 걱정은 노동자들 스스로도 좀 있을 것 같기도 하고요. 학교 당국이 좀 나서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은 듭니다. 마무리하죠. 이경호 해설위원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말씀은 좀 드리고 싶습니다. 21년째 지속되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 다룰 때도 또 시급 인상 요구하는 게 시간당 440원입니다, 씻을 공간이고요. 이런 대학 청소 노동자들 이야기 들을 때도, 어쩌면 우리는 같은 태도이지 않나 싶습니다. 문제는 당신들 알아서 해결하기고 아무튼 내 이익은 절대 침해하지 말라. 작은 불편도 내게 주지 말라, 이런 태도, 이대로 좋을까요? 좀 생각해보죠. 이번 주 사사건건, 여기까지입니다. 저는 월요일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다음 주에도 4시엔 사사건건.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