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아베 국장에 반대합니다” 등장한 이유는?

입력 2022.07.15 (17:53) 수정 2022.07.1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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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40대 남성의 총격에 숨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이 결정됐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거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여러 분야에서 큰 공적을 남겼다며 '국장 거행' 의지를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아베 국장과 관련한 기자회견 요지

-탁월한 리더십과 실행력으로 최장 기간 총리 중책
-동일본대지진 부흥, 일본 경제의 재생, 일미(미일)동맹을 축으로 한 외교 전개 등 여러 분야에서 큰 공적
-외국 정상 등 국제사회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도중 갑작스러운 만행에 의한 죽음으로 국내외에서 폭넓은 추도의 뜻


아배 전 총리를 조문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장관아배 전 총리를 조문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장관

요미우리 신문도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은 기시다 총리의 '강한 의지'로 실현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총리 관저에 들어선 아베 전 총리의 운구차일본 총리 관저에 들어선 아베 전 총리의 운구차

■ 아베 국장(國葬), 역대 두 번째

일본 역대 총리 가운데 국장이 거행된 이는 지금까지 요시다 시게루 단 한 명뿐입니다. 요시다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체결하고 일본의 주권을 회복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7년에 거행된 요시다 전 총리의 국장에 쓰인 예산은 1810만 엔으로 전액 국비가 사용됐습니다.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

하지만 당시에도 국장을 거행한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국장의 근거가 됐던 국장령이 일본 패전 직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큰 규모로 치러지는 장례 비용을 전액 국비로 쓰는 건 국민 반발을 불러올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요시다 전 총리를 제외한 일본 전 총리들의 장례는 내각과 자민당의 합동장례로 하거나 자민당장으로 거행돼 왔습니다.

오키나와 반환을 이뤄냈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내각, 자민당, 국민유지 주최로 장례 비용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국민장'으로 거행됐을 뿐입니다.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 반환을 이뤄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 반환을 이뤄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 근거도 없고 평가도 엇갈려

법적 근거도 없는 데다 이례적이고, 단기간에 결정된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기시다 총리의 발표 직후부터 일본 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총리 발표 즉시 각 정당의 입장을 보도했습니다.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
"명복을 빌며 조용히 지켜보겠다"

일본공산당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
"어떤 내용으로 구체화할지 전체상을 잘 보겠다"

일본유신회 마츠이 이치로 대표
"반대하지는 않지만 조금 우려는 있다. 대대적인 장례에 찬성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정치인의 비극적인 죽음에 정당 대표들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정제된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그 수위가 다릅니다.

요코다 고이치 규슈대 명예교수(헌법학)는 "아베 전 총리는 평가가 갈리는 정치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국장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소식을 보도한 주요 일간지들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소식을 보도한 주요 일간지들

하라 다케시 방송대교수(일본정치사상사)는 총격 사건의 배경도, 아베 정권의 공과도 제대로 검증이 되기 전에 아베 전 총리를 '영웅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시급하게 정해버리는 데 놀랐다..."

"요시다 전 총리는 천수를 누렸고, 전후 일본의 축을 만들었다는 국민적 평가가 있는 데 비해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포함해 정권의 공과를 검증하기도 전에... 위대한 정치가라는 일방적인 평가를 확립시키려는 의도를 느낀다"


2017년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의혹, 2019년 11월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스캔들 등 아베 전 총리 본인과 관련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해 한해 창고 보관비만 60억 원이 넘게 들었던 '아베노마스크'는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고, 일본 코로나 정책이 실패한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 "아베는 전쟁광"…#국장반대

무엇보다도 아베 전 총리는 평화헌법을 바꿔 일본을 보통국가,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마지막까지 반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강의 필요성 등을 주장하며 평화 정책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습니다.

자위대 명기 등 헌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아베 전 총리자위대 명기 등 헌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아베 전 총리

아베 재임시 한일관계는 최악이었고,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역사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기시다 정부에 세계유산 추천 강행을 압박했습니다. 아베의 이같은 정치적 행보엔 A급 전범으로 기소됐던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의 영향도 컸습니다.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일본의 수많은 국민들에게 아베 전 총리는 우익의 상징, 우경화의 선장으로 비춰지며 전쟁광 등으로 묘사돼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트위터 등 SNS에서는 해시태그를 이용한 '국장반대' 운동을 독려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장 반대합니다. 국가가 해야만 할 것은 아베 내각 당시의 여러 의혹에 대해서 사실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고, 종교와의 관계도 정확히 공개했으면 합니다.

#아베신조의 국장에 반대합니다

#국장반대
#아베신조의 국장에 반대합니다


죽음은 자극적이었지만 아베가 지금까지 해 온 정치로 많은 생명을 잃었고, 아베나 그 가까운 인간은 단물을 마셔왔습니다. 표면적인 부분만을 보고 국장에 찬성해서는 안 됩니다. 단호히 반대합니다.

기시다 총리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발표는 없었지만 국장의 시간과 장소도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내각부설치법'에 기초해 각의결정을 근거로 행정이 국가를 대표해 국장을 거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장의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나올 것에 대비해 미리 가능하다고 못을 박은 겁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내각에 아베 국장을 준비하는 사무국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총리 재임시에도, 퇴임 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아베 전 총리. 그의 죽음 이후에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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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리포트] “#아베 국장에 반대합니다” 등장한 이유는?
    • 입력 2022-07-15 17:53:04
    • 수정2022-07-15 17:55:35
    특파원 리포트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40대 남성의 총격에 숨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국장(國葬)'이 결정됐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을 거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 전 총리가 여러 분야에서 큰 공적을 남겼다며 '국장 거행' 의지를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의 아베 국장과 관련한 기자회견 요지

-탁월한 리더십과 실행력으로 최장 기간 총리 중책
-동일본대지진 부흥, 일본 경제의 재생, 일미(미일)동맹을 축으로 한 외교 전개 등 여러 분야에서 큰 공적
-외국 정상 등 국제사회로부터 매우 높은 평가
-민주주의 근간인 선거 도중 갑작스러운 만행에 의한 죽음으로 국내외에서 폭넓은 추도의 뜻


아배 전 총리를 조문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부장관
요미우리 신문도 아베 전 총리의 국장은 기시다 총리의 '강한 의지'로 실현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일본 총리 관저에 들어선 아베 전 총리의 운구차
■ 아베 국장(國葬), 역대 두 번째

일본 역대 총리 가운데 국장이 거행된 이는 지금까지 요시다 시게루 단 한 명뿐입니다. 요시다 전 총리는 태평양전쟁 패전 후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을 체결하고 일본의 주권을 회복했다는 공적을 인정받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55년 전인 1967년에 거행된 요시다 전 총리의 국장에 쓰인 예산은 1810만 엔으로 전액 국비가 사용됐습니다.

요시다 시게루 전 총리의 국장
하지만 당시에도 국장을 거행한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국장의 근거가 됐던 국장령이 일본 패전 직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큰 규모로 치러지는 장례 비용을 전액 국비로 쓰는 건 국민 반발을 불러올 거라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이 때문에 요시다 전 총리를 제외한 일본 전 총리들의 장례는 내각과 자민당의 합동장례로 하거나 자민당장으로 거행돼 왔습니다.

오키나와 반환을 이뤄냈고,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가 내각, 자민당, 국민유지 주최로 장례 비용 일부를 국가가 부담하는 '국민장'으로 거행됐을 뿐입니다.

미국으로부터 오키나와 반환을 이뤄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 근거도 없고 평가도 엇갈려

법적 근거도 없는 데다 이례적이고, 단기간에 결정된 아베 전 총리의 국장. 기시다 총리의 발표 직후부터 일본 내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총리 발표 즉시 각 정당의 입장을 보도했습니다.

입헌민주당 이즈미 겐타 대표
"명복을 빌며 조용히 지켜보겠다"

일본공산당 고이케 아키라 서기국장
"어떤 내용으로 구체화할지 전체상을 잘 보겠다"

일본유신회 마츠이 이치로 대표
"반대하지는 않지만 조금 우려는 있다. 대대적인 장례에 찬성하는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정치인의 비극적인 죽음에 정당 대표들은 조심스러우면서도 정제된 입장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그 수위가 다릅니다.

요코다 고이치 규슈대 명예교수(헌법학)는 "아베 전 총리는 평가가 갈리는 정치가. 국론을 분열시키는 국장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아베 전 총리의 총격 사망 소식을 보도한 주요 일간지들
하라 다케시 방송대교수(일본정치사상사)는 총격 사건의 배경도, 아베 정권의 공과도 제대로 검증이 되기 전에 아베 전 총리를 '영웅화'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베 전 총리 총격)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시급하게 정해버리는 데 놀랐다..."

"요시다 전 총리는 천수를 누렸고, 전후 일본의 축을 만들었다는 국민적 평가가 있는 데 비해 아베 전 총리의 죽음은 너무나도 갑작스러웠다.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사실을 포함해 정권의 공과를 검증하기도 전에... 위대한 정치가라는 일방적인 평가를 확립시키려는 의도를 느낀다"


2017년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팔아넘기려 했다는 의혹, 2019년 11월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스캔들 등 아베 전 총리 본인과 관련한 의혹도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시민들로부터도 외면을 당해 한해 창고 보관비만 60억 원이 넘게 들었던 '아베노마스크'는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됐고, 일본 코로나 정책이 실패한 상징으로 남았습니다.

■ "아베는 전쟁광"…#국장반대

무엇보다도 아베 전 총리는 평화헌법을 바꿔 일본을 보통국가, 전쟁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마지막까지 반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강의 필요성 등을 주장하며 평화 정책과는 다른 길을 걸어 왔습니다.

자위대 명기 등 헌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아베 전 총리
아베 재임시 한일관계는 최악이었고, 조선인 강제징용 현장인 사도광산에 대해서는 한국과의 '역사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기시다 정부에 세계유산 추천 강행을 압박했습니다. 아베의 이같은 정치적 행보엔 A급 전범으로 기소됐던 그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의 영향도 컸습니다.

평화헌법을 지키려는 일본의 수많은 국민들에게 아베 전 총리는 우익의 상징, 우경화의 선장으로 비춰지며 전쟁광 등으로 묘사돼 온 것도 사실입니다. 이 때문에 트위터 등 SNS에서는 해시태그를 이용한 '국장반대' 운동을 독려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장 반대합니다. 국가가 해야만 할 것은 아베 내각 당시의 여러 의혹에 대해서 사실을 확실히 밝히는 것이고, 종교와의 관계도 정확히 공개했으면 합니다.

#아베신조의 국장에 반대합니다

#국장반대
#아베신조의 국장에 반대합니다


죽음은 자극적이었지만 아베가 지금까지 해 온 정치로 많은 생명을 잃었고, 아베나 그 가까운 인간은 단물을 마셔왔습니다. 표면적인 부분만을 보고 국장에 찬성해서는 안 됩니다. 단호히 반대합니다.

기시다 총리의 의지는 확고했습니다. 아직 정확한 발표는 없었지만 국장의 시간과 장소도 언론 보도를 통해 나오고 있습니다.

기시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내각부설치법'에 기초해 각의결정을 근거로 행정이 국가를 대표해 국장을 거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장의 근거가 없다는 비판이 나올 것에 대비해 미리 가능하다고 못을 박은 겁니다.

일본 정부는 조만간 내각에 아베 국장을 준비하는 사무국을 설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총리 재임시에도, 퇴임 후에도 논란의 중심에 있던 아베 전 총리. 그의 죽음 이후에도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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