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K] 탄소중립 이끄는 ‘공동체 지원 농업’

입력 2022.07.18 (19:48) 수정 2022.07.18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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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 번 열리는 농산물 나눔 장텁니다.

블루베리와 자두 등 과일부터 호박잎, 당근 같은 채소까지, 다양한 제철 농산물들이 차려졌습니다.

소비자들은 작물의 상태가 어떤지 묻지도 확인하지도 않고 장바구니 가득 농산물을 챙깁니다.

[최두현/'공동체지원농업' 참여 소비자 : "재배해서 가져오시는 분들하고 저희하고 신뢰 관계가 있어서 굳이 상태가 어떤지 이런 걸 확인할 필요 없이 저희가 믿고..."]

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농부는 두 명.

소비자 열한 명.

이들은, 농부와 소비자가 직접 계약을 맺고 일종의 직거래를 하는 공동체 회원들입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도시에 있는 식구들이 자연농으로 농사짓는 것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회비를 내고요. 저희는 건강한 먹을거리로 도시 식구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CSA, 이른바 공동체 지원 농업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소비자가 농부에게 비용을 선납하고 어떤 농산물을 어떻게 생산할지 함께 협의하며 농부는 일 년 내내 농산물을 제공합니다.

우리 지역 농산물을 먹자는 로컬푸드 운동의 하나이기도 한데요.

농산물의 포장과 운송 등 유통과정을 없애 농업분야 탄소배출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경호/(사)지역농업연구원 원장 : "공동체 지원 농업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남을 통해서 농산물 거래를 하는, 일종의 로컬푸드의 일종인데요. 농산물 수입에 따른 탄소배출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서..."]

농부와 회원들이 공동체를 만든 건 15년 전인 2008년입니다.

농부가 귀농을 하면서 보다 환경에 이로운 농업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했는데요.

최대한 자연적이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농업, 그 길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강소영/완주군 고산면 : "자연농은 유기농보다 훨씬 더 환경을 보호하고 환경에 기여하는 게 높은 농법인데 그것을 통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자연농을 지으면서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하는 농부들을 우리가 보호하고 지원하자. 라고 하는 차원에서..."]

풀과 작물이 함께 자라는 농부 이은순 씨의 밭입니다.

어떤 인위적인 작업도 하지 않아 농부의 밭은 늘 이런 모습입니다.

특히 땅속에 저장된 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시키는 경운, 즉 땅갈이는 지난 15년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무경운으로 땅을 갈지 않고 농사를 짓기 시작을 했거든요. 어젯밤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데도 굉장히 보슬거리는 상태고... 그만큼 탄소를 땅에 많이 저장할 수 있다는 얘기죠."]

토양을 오염시키는 제초제와 농약 등도 물론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 문제로 농사가 엉망입니다.

한낮에는 뜨겁고 밤엔 기온이 뚝 떨어지던 봄을 지나 찌는 더위와 비가 오락가락한 장마철이 이어지면서 이미 영글었어야 할 감자는 크기가 작아 아직 캐지도 못했고, 일찍 심은 들깨는 다 타버렸습니다.

15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

기후 위기가 눈앞에 닥쳤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일단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에 농사짓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가뭄이 봄에 너무 심해서 모종들을 한참 심고 키우고 그래야 될 시기인데..."]

이제는 농업 역시, 탄소를 저감하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가능만 하다면 이렇게 무경운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싶어하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데 이게 실질적으로 그들의 생계와도 연계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도시에 사시는 분들과의 연결, 연계도 굉장히 중요하고 또한 그런 것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 지원도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을 하죠."]

변화를 가능케 하는 건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지지.

[강소영/'공동체지원농업' 참여 소비자 : "이것은 농민 혼자서도 할 수 없고 소비자만이 할 수도 없거든요. 농부님들은 열심히 그(친환경적인)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을 도시에 있는 소비자들이 계속 소비해줘야 이게 더 확장성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도시에 있는 소비자들도 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활동을 통해서 "탄소중립 활동에 참여한다." 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농업은 마냥 환경적일거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농업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농업분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어쩌면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고민할 때 그 방향과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촬영:VJ강영찬/편집:공재성/내래이션:김진현/글·구성:이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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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K] 탄소중립 이끄는 ‘공동체 지원 농업’
    • 입력 2022-07-18 19:48:45
    • 수정2022-07-18 20:08:02
    뉴스7(전주)
2주에 한 번 열리는 농산물 나눔 장텁니다.

블루베리와 자두 등 과일부터 호박잎, 당근 같은 채소까지, 다양한 제철 농산물들이 차려졌습니다.

소비자들은 작물의 상태가 어떤지 묻지도 확인하지도 않고 장바구니 가득 농산물을 챙깁니다.

[최두현/'공동체지원농업' 참여 소비자 : "재배해서 가져오시는 분들하고 저희하고 신뢰 관계가 있어서 굳이 상태가 어떤지 이런 걸 확인할 필요 없이 저희가 믿고..."]

작물을 재배하고 판매하는 농부는 두 명.

소비자 열한 명.

이들은, 농부와 소비자가 직접 계약을 맺고 일종의 직거래를 하는 공동체 회원들입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도시에 있는 식구들이 자연농으로 농사짓는 것을 지원하고 지지하는 마음으로 회비를 내고요. 저희는 건강한 먹을거리로 도시 식구들을 지원하는 형태로..."]

CSA, 이른바 공동체 지원 농업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소비자가 농부에게 비용을 선납하고 어떤 농산물을 어떻게 생산할지 함께 협의하며 농부는 일 년 내내 농산물을 제공합니다.

우리 지역 농산물을 먹자는 로컬푸드 운동의 하나이기도 한데요.

농산물의 포장과 운송 등 유통과정을 없애 농업분야 탄소배출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법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조경호/(사)지역농업연구원 원장 : "공동체 지원 농업은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남을 통해서 농산물 거래를 하는, 일종의 로컬푸드의 일종인데요. 농산물 수입에 따른 탄소배출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서..."]

농부와 회원들이 공동체를 만든 건 15년 전인 2008년입니다.

농부가 귀농을 하면서 보다 환경에 이로운 농업은 무엇일까, 함께 고민했는데요.

최대한 자연적이고,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농업, 그 길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강소영/완주군 고산면 : "자연농은 유기농보다 훨씬 더 환경을 보호하고 환경에 기여하는 게 높은 농법인데 그것을 통해서 소득을 창출하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어려운 자연농을 지으면서 생태계를 보존하고자 하는 농부들을 우리가 보호하고 지원하자. 라고 하는 차원에서..."]

풀과 작물이 함께 자라는 농부 이은순 씨의 밭입니다.

어떤 인위적인 작업도 하지 않아 농부의 밭은 늘 이런 모습입니다.

특히 땅속에 저장된 탄소를 공기 중으로 배출시키는 경운, 즉 땅갈이는 지난 15년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무경운으로 땅을 갈지 않고 농사를 짓기 시작을 했거든요. 어젯밤에 그렇게 비가 많이 왔는데도 굉장히 보슬거리는 상태고... 그만큼 탄소를 땅에 많이 저장할 수 있다는 얘기죠."]

토양을 오염시키는 제초제와 농약 등도 물론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날씨 문제로 농사가 엉망입니다.

한낮에는 뜨겁고 밤엔 기온이 뚝 떨어지던 봄을 지나 찌는 더위와 비가 오락가락한 장마철이 이어지면서 이미 영글었어야 할 감자는 크기가 작아 아직 캐지도 못했고, 일찍 심은 들깨는 다 타버렸습니다.

15년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일은 처음.

기후 위기가 눈앞에 닥쳤음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일단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날씨 때문에 농사짓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가뭄이 봄에 너무 심해서 모종들을 한참 심고 키우고 그래야 될 시기인데..."]

이제는 농업 역시, 탄소를 저감하고 저장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습니다.

[이은순/'공동체지원농업' 참여 농부 : "가능만 하다면 이렇게 무경운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싶어하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데 이게 실질적으로 그들의 생계와도 연계가 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도시에 사시는 분들과의 연결, 연계도 굉장히 중요하고 또한 그런 것들에 대한 정책적 배려, 지원도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을 하죠."]

변화를 가능케 하는 건 농산물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관심과 지지.

[강소영/'공동체지원농업' 참여 소비자 : "이것은 농민 혼자서도 할 수 없고 소비자만이 할 수도 없거든요. 농부님들은 열심히 그(친환경적인) 농사를 짓고 그 농산물을 도시에 있는 소비자들이 계속 소비해줘야 이게 더 확장성을 갖게 되거든요. 그래서 도시에 있는 소비자들도 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활동을 통해서 "탄소중립 활동에 참여한다." 라고 생각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농업은 마냥 환경적일거라 생각하지만, 지금까지의 농업은 토양을 오염시키고 탄소를 배출하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농업분야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어쩌면 대대적인 전환이 필요한 시기.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 고민할 때 그 방향과 답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촬영:VJ강영찬/편집:공재성/내래이션:김진현/글·구성:이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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