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30명대”라면서…종식 선언 못하고 ‘주민 감시’ 몰두
입력 2022.07.26 (15:36)
수정 2022.07.26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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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한때 40만 명에 육박하던 북한의 코로나19 의심 발열 환자 수가 이달 들어 세 자릿수로 줄더니, 오늘(26일)은 30명대라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주민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걸 보면 코로나19 관련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종식 선언'은 아직…"30명대 주장, 황당"
어제(25일) 50명 대(전날 기준)라던 북한의 발열 환자 수, 오늘은 30명대입니다. 신규 사망자 수와 누적 사망자 통계는 21일째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방역 상황이 확고한 안정세"라는 선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식 선언'은 아직입니다. 오히려 북한은 연일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경계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 의료 전문가는 "북한 전체에 하루 발열자가 30명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했습니다. 지금 내놓는 통계는 '발표를 위한 발표일뿐'이라는 것입니다.
[연관 기사] 北 “신규 발열 200명대” 주장…‘켄타우로스’ 변이 유입은?
■ 환자 수 축소는 북중교역 재개 포석?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코로나 발생 규모를 축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 전문가들은 국경봉쇄로 심각한 식량·물자난에 봉착한 북한이 북중무역 재개 등의 퇴로를 찾고 있는 것이란 관측을 제기합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국경을 닫았으니, 코로나가 안정됐다는 신호를 대외에 전해야 다시 국경을 여는 명분이 생긴다는 겁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 교수는 "지금 북한에 가장 급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물자가 들어오는 것이다. 북한은 국경 개방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국경 폐쇄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취약 계층이 식량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동 통제에 들어가 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라면서 "장마당에 깔렸던 식량도 소진됐지만, (물자 공급처인) 중국이 국경 재개방을 하지 않고 있어 북한 당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 가중되는 北 식량·물자난
실제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는 장마 탓에 작황도 나빠 4천 원대 초반이던 쌀값이 6천8백 원까지, 킬로그램 당 천 원대였던 옥수수 값도 3천4백 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소식통은 "올해 북한은 모가 자라지 못했고, 강냉이 같은 대체 음식도 작황이 좋지 않다. 농촌이 이 정도니 도시는 (식량난이) 말할 것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20년 북한 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의 제목입니다. 당시 KDI는 북한 경제가 국제 사회의 제재로 누적된 악조건 속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4년과 비슷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상태로 2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김덕훈 내각 총리, 황해남도 농업 부분 사업 현지지도 (출처 : 오늘, 조선중앙통신)
■ 방역 빌미 '주민끼리 감시' 강화
이런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방역을 빌미로 내부 불만을 통제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오늘도 방역태세 유지를 강조하며 "사소한 자만이나 방심, 해이된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교양과 통제의 도수를 계속 높이는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코로나19국면에서 새로 제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군중신고법'도 눈에 띕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어제 '방역규율 위반 현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하며 처음 언급한 법인데, 주민들끼리 방역 지침 위반을 감시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대북 전단 등 외부 문물 접촉 행위에 대한 주민 간 상호 감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역 개념의 범위가 확대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탈북민 단체가 이달 6일 북한에 날려 보냈다고 주장한 대북 전단 (출처 : 자유북한운동연합)
대북제재와 국경 봉쇄 장기화로 민심이 어수선해지자 북한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 우상화' 강도를 높이는 것도 내부가 불안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탈북민은 최근 통화한 북한 내 지인에게 들었다며 "요즘 북한에는 인민반 아줌마들 속에도 보위부 첩자가 있어 같이 빨래도 못 할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인민반은 마을 단위, 최말단 행정조직입니다. 이 탈북민은 "예전에는 첩자가 인민반에 한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두 명, 세 명 건너 한 사람이라 즉시 보위부 귀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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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규 30명대”라면서…종식 선언 못하고 ‘주민 감시’ 몰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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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7-26 15:36:16
- 수정2022-07-26 15:36:47
5월 한때 40만 명에 육박하던 북한의 코로나19 의심 발열 환자 수가 이달 들어 세 자릿수로 줄더니, 오늘(26일)은 30명대라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주민 감시를 강화하고 있는 걸 보면 코로나19 관련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믿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 '종식 선언'은 아직…"30명대 주장, 황당"
어제(25일) 50명 대(전날 기준)라던 북한의 발열 환자 수, 오늘은 30명대입니다. 신규 사망자 수와 누적 사망자 통계는 21일째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방역 상황이 확고한 안정세"라는 선전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식 선언'은 아직입니다. 오히려 북한은 연일 '변이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경계합니다.
이와 관련해 한 의료 전문가는 "북한 전체에 하루 발열자가 30명이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했습니다. 지금 내놓는 통계는 '발표를 위한 발표일뿐'이라는 것입니다.
[연관 기사] 北 “신규 발열 200명대” 주장…‘켄타우로스’ 변이 유입은?
■ 환자 수 축소는 북중교역 재개 포석?
그렇다면, 북한이 이렇게 코로나 발생 규모를 축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 전문가들은 국경봉쇄로 심각한 식량·물자난에 봉착한 북한이 북중무역 재개 등의 퇴로를 찾고 있는 것이란 관측을 제기합니다. 코로나를 이유로 국경을 닫았으니, 코로나가 안정됐다는 신호를 대외에 전해야 다시 국경을 여는 명분이 생긴다는 겁니다.
북한 보건의료 전문가인 신영전 한양대 교수는 "지금 북한에 가장 급한 것은 중국으로부터 물자가 들어오는 것이다. 북한은 국경 개방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하지만 변이 바이러스 때문에 국경 폐쇄가 지속되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취약 계층이 식량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동 통제에 들어가 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 들었다"라면서 "장마당에 깔렸던 식량도 소진됐지만, (물자 공급처인) 중국이 국경 재개방을 하지 않고 있어 북한 당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 가중되는 北 식량·물자난
실제 북한의 식량난은 심각한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는 장마 탓에 작황도 나빠 4천 원대 초반이던 쌀값이 6천8백 원까지, 킬로그램 당 천 원대였던 옥수수 값도 3천4백 원까지 오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 소식통은 "올해 북한은 모가 자라지 못했고, 강냉이 같은 대체 음식도 작황이 좋지 않다. 농촌이 이 정도니 도시는 (식량난이) 말할 것도 없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사자가 발생하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20년 북한 경제, 1994년의 데자뷔인가?’
코로나19 발생 초기,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5월호에 실린 연구 보고서의 제목입니다. 당시 KDI는 북한 경제가 국제 사회의 제재로 누적된 악조건 속에 코로나19까지 더해져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1994년과 비슷한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그 상태로 2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 방역 빌미 '주민끼리 감시' 강화
이런 상황에서 북한 지도부는 방역을 빌미로 내부 불만을 통제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오늘도 방역태세 유지를 강조하며 "사소한 자만이나 방심, 해이된 현상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교양과 통제의 도수를 계속 높이는데 선차적인 힘을 넣어야 한다"고 주문했습니다.
코로나19국면에서 새로 제정된 것으로 추정되는 '군중신고법'도 눈에 띕니다.
북한 관영매체들이 어제 '방역규율 위반 현상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하며 처음 언급한 법인데, 주민들끼리 방역 지침 위반을 감시하도록 하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대북 전단 등 외부 문물 접촉 행위에 대한 주민 간 상호 감시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역 개념의 범위가 확대됐을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대북제재와 국경 봉쇄 장기화로 민심이 어수선해지자 북한은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투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김정은 우상화' 강도를 높이는 것도 내부가 불안하다는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 탈북민은 최근 통화한 북한 내 지인에게 들었다며 "요즘 북한에는 인민반 아줌마들 속에도 보위부 첩자가 있어 같이 빨래도 못 할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인민반은 마을 단위, 최말단 행정조직입니다. 이 탈북민은 "예전에는 첩자가 인민반에 한 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두 명, 세 명 건너 한 사람이라 즉시 보위부 귀에 들어간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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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석 기자 sy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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