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해외만 나가면 잠적…‘반정부 시위 1주년’ 쿠바 현주소
입력 2022.08.03 (10:52)
수정 2022.08.0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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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쿠바의 운동 선수들이 국제 대회만 나갔다 하면 그 길로 자취를 감추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스스로 쿠바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겁니다.
국가 대표들이 고국을 버리고 떠나는 이유가 뭔지 쿠바의 현실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국가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외국에서 도망을 친다니,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인데요?
[기자]
네, 사실 쿠바에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요.
대회에 참가했던 쿠바 선수 2명과 팀 물리 치료사 1명까지 총 3명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겁니다.
사라진 선수 중에는 이번 대회 여자 원반던지기 부문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해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야이메 페레스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치고 쿠바로 돌아오던 길에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스무 명이 넘는 쿠바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나갔다가 그대로 잠적해 버렸는데요.
쿠바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까지 딴 유망 선수들이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국가 대표까지 될 정도면 쿠바에서 부러움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자진해서 망명자 신세를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생활고를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쿠바의 경제난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쿠바는 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 원조가 끊기면서부터 구조적인 가난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런 쿠바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주고 있던 게 관광 산업, 그리고 재외 동포가 보내오는 외화 송금이었는데요.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폐쇄적인 대외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정부가 쿠바 대사관을 철수하고,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비자 발급까지 멈췄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번지면서 쿠바의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쿠바 경제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쿠바 통계청에 따르면 쿠바의 지난해 관광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67%나 감소했습니다.
[쿠바 대학생 : "경제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저는 올해 25살인데, 제가 태어난 이래로 경제가 변하거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외신들은 쿠바 사람들이 매일 식량과 연료,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적인 생계를 위해 큰 돈을 주고 암시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지난해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지 않았나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나요?
[기자]
네 지난해 7월이었죠,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기념비적 시위였지만,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났습니다.
당시 시위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시작됐는데요,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무려 40개 지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쿠바 정부의 대응은 더 빨랐습니다.
곧바로 SNS 접속을 차단하고 천 400명이 넘는 시위자를 무더기로 체포하는 등 시위를 초기에 진압한 겁니다.
지난달이 반정부 시위 1주년이었는데, 수도 아바나 거리는 1년 전과 다르게 고요했습니다.
[쿠바 학생 : "아무도 시위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그 대신 미국 망명에 성공한 쿠바인들이 고국 밖에서 시위 1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앵커]
변화의 불씨마저 꺼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앞으로 쿠바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대규모 시위에 놀란 쿠바 정부가 민심 달래기용 대책을 내놓긴 했습니다.
해외에서 식료품 반입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중소기업 설립도 허용해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쿠바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최근 쿠바에 대한 송금과 여행 규제를 완화하고, 쿠바 미 대사관에서 비자 업무도 일부 재개했습니다.
또 팬데믹이 진정 국면인 만큼 쿠바 관광 산업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쿠바의 운동 선수들이 국제 대회만 나갔다 하면 그 길로 자취를 감추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스스로 쿠바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겁니다.
국가 대표들이 고국을 버리고 떠나는 이유가 뭔지 쿠바의 현실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국가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외국에서 도망을 친다니,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인데요?
[기자]
네, 사실 쿠바에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요.
대회에 참가했던 쿠바 선수 2명과 팀 물리 치료사 1명까지 총 3명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겁니다.
사라진 선수 중에는 이번 대회 여자 원반던지기 부문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해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야이메 페레스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치고 쿠바로 돌아오던 길에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스무 명이 넘는 쿠바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나갔다가 그대로 잠적해 버렸는데요.
쿠바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까지 딴 유망 선수들이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국가 대표까지 될 정도면 쿠바에서 부러움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자진해서 망명자 신세를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생활고를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쿠바의 경제난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쿠바는 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 원조가 끊기면서부터 구조적인 가난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런 쿠바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주고 있던 게 관광 산업, 그리고 재외 동포가 보내오는 외화 송금이었는데요.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폐쇄적인 대외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정부가 쿠바 대사관을 철수하고,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비자 발급까지 멈췄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번지면서 쿠바의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쿠바 경제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쿠바 통계청에 따르면 쿠바의 지난해 관광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67%나 감소했습니다.
[쿠바 대학생 : "경제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저는 올해 25살인데, 제가 태어난 이래로 경제가 변하거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외신들은 쿠바 사람들이 매일 식량과 연료,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적인 생계를 위해 큰 돈을 주고 암시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지난해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지 않았나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나요?
[기자]
네 지난해 7월이었죠,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기념비적 시위였지만,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났습니다.
당시 시위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시작됐는데요,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무려 40개 지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쿠바 정부의 대응은 더 빨랐습니다.
곧바로 SNS 접속을 차단하고 천 400명이 넘는 시위자를 무더기로 체포하는 등 시위를 초기에 진압한 겁니다.
지난달이 반정부 시위 1주년이었는데, 수도 아바나 거리는 1년 전과 다르게 고요했습니다.
[쿠바 학생 : "아무도 시위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그 대신 미국 망명에 성공한 쿠바인들이 고국 밖에서 시위 1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앵커]
변화의 불씨마저 꺼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앞으로 쿠바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대규모 시위에 놀란 쿠바 정부가 민심 달래기용 대책을 내놓긴 했습니다.
해외에서 식료품 반입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중소기업 설립도 허용해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쿠바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최근 쿠바에 대한 송금과 여행 규제를 완화하고, 쿠바 미 대사관에서 비자 업무도 일부 재개했습니다.
또 팬데믹이 진정 국면인 만큼 쿠바 관광 산업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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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2022-08-03 11:23:24

[앵커]
쿠바의 운동 선수들이 국제 대회만 나갔다 하면 그 길로 자취를 감추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스스로 쿠바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겁니다.
국가 대표들이 고국을 버리고 떠나는 이유가 뭔지 쿠바의 현실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국가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외국에서 도망을 친다니,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인데요?
[기자]
네, 사실 쿠바에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요.
대회에 참가했던 쿠바 선수 2명과 팀 물리 치료사 1명까지 총 3명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겁니다.
사라진 선수 중에는 이번 대회 여자 원반던지기 부문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해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야이메 페레스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치고 쿠바로 돌아오던 길에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스무 명이 넘는 쿠바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나갔다가 그대로 잠적해 버렸는데요.
쿠바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까지 딴 유망 선수들이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국가 대표까지 될 정도면 쿠바에서 부러움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자진해서 망명자 신세를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생활고를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쿠바의 경제난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쿠바는 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 원조가 끊기면서부터 구조적인 가난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런 쿠바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주고 있던 게 관광 산업, 그리고 재외 동포가 보내오는 외화 송금이었는데요.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폐쇄적인 대외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정부가 쿠바 대사관을 철수하고,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비자 발급까지 멈췄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번지면서 쿠바의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쿠바 경제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쿠바 통계청에 따르면 쿠바의 지난해 관광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67%나 감소했습니다.
[쿠바 대학생 : "경제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저는 올해 25살인데, 제가 태어난 이래로 경제가 변하거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외신들은 쿠바 사람들이 매일 식량과 연료,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적인 생계를 위해 큰 돈을 주고 암시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지난해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지 않았나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나요?
[기자]
네 지난해 7월이었죠,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기념비적 시위였지만,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났습니다.
당시 시위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시작됐는데요,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무려 40개 지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쿠바 정부의 대응은 더 빨랐습니다.
곧바로 SNS 접속을 차단하고 천 400명이 넘는 시위자를 무더기로 체포하는 등 시위를 초기에 진압한 겁니다.
지난달이 반정부 시위 1주년이었는데, 수도 아바나 거리는 1년 전과 다르게 고요했습니다.
[쿠바 학생 : "아무도 시위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그 대신 미국 망명에 성공한 쿠바인들이 고국 밖에서 시위 1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앵커]
변화의 불씨마저 꺼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앞으로 쿠바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대규모 시위에 놀란 쿠바 정부가 민심 달래기용 대책을 내놓긴 했습니다.
해외에서 식료품 반입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중소기업 설립도 허용해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쿠바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최근 쿠바에 대한 송금과 여행 규제를 완화하고, 쿠바 미 대사관에서 비자 업무도 일부 재개했습니다.
또 팬데믹이 진정 국면인 만큼 쿠바 관광 산업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쿠바의 운동 선수들이 국제 대회만 나갔다 하면 그 길로 자취를 감추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스스로 쿠바로 돌아가지 않으려는 겁니다.
국가 대표들이 고국을 버리고 떠나는 이유가 뭔지 쿠바의 현실을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황 기자, 국가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외국에서 도망을 친다니, 우리나라에선 상상하기도 힘든 일인데요?
[기자]
네, 사실 쿠바에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으로는 지난달 미국 오리건주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요.
대회에 참가했던 쿠바 선수 2명과 팀 물리 치료사 1명까지 총 3명이 갑자기 자취를 감춘 겁니다.
사라진 선수 중에는 이번 대회 여자 원반던지기 부문 디펜딩 챔피언이자 지난해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이기도 한 야이메 페레스도 포함됐습니다.
이들은 대회를 마치고 쿠바로 돌아오던 길에 마이애미에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는데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갑자기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올해만 벌써 스무 명이 넘는 쿠바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나갔다가 그대로 잠적해 버렸는데요.
쿠바 국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출전해 메달까지 딴 유망 선수들이 여럿 포함돼 있습니다.
[앵커]
국가 대표까지 될 정도면 쿠바에서 부러움을 받으며 살 수 있을 거 같은데, 자진해서 망명자 신세를 선택하는 이유가 뭔가요?
[기자]
국가대표급 선수들도 생활고를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쿠바의 경제난이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쿠바는 90년대 소련이 무너지고 원조가 끊기면서부터 구조적인 가난에 시달려 왔습니다.
이런 쿠바 경제를 그나마 지탱해주고 있던 게 관광 산업, 그리고 재외 동포가 보내오는 외화 송금이었는데요.
미국에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상황이 어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폐쇄적인 대외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정부가 쿠바 대사관을 철수하고, 미국에 입국할 수 있는 비자 발급까지 멈췄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019년 코로나19 대유행이 번지면서 쿠바의 관광 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고, 쿠바 경제는 거의 빈사 상태에 빠졌습니다.
쿠바 통계청에 따르면 쿠바의 지난해 관광산업 규모는 전년 대비 67%나 감소했습니다.
[쿠바 대학생 : "경제 상황은 그대로입니다. 저는 올해 25살인데, 제가 태어난 이래로 경제가 변하거나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외신들은 쿠바 사람들이 매일 식량과 연료,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기본적인 생계를 위해 큰 돈을 주고 암시장을 이용해야 한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지난해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지 않았나요?
벌써 1년이 지났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나요?
[기자]
네 지난해 7월이었죠,
사회주의 국가 쿠바에서는 아주 이례적으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는데요.
60여 년 만에 가장 큰 규모로 기념비적 시위였지만, 말 그대로 한여름 밤의 꿈처럼 끝났습니다.
당시 시위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작은 도시에서 시작됐는데요,
SNS 등을 통해 순식간에 전국으로 알려지면서 무려 40개 지역에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쿠바 정부의 대응은 더 빨랐습니다.
곧바로 SNS 접속을 차단하고 천 400명이 넘는 시위자를 무더기로 체포하는 등 시위를 초기에 진압한 겁니다.
지난달이 반정부 시위 1주년이었는데, 수도 아바나 거리는 1년 전과 다르게 고요했습니다.
[쿠바 학생 : "아무도 시위를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하기 위해 거리로 나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매우 복잡한 일입니다."]
그 대신 미국 망명에 성공한 쿠바인들이 고국 밖에서 시위 1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앵커]
변화의 불씨마저 꺼진 것 같은 모습이네요.
앞으로 쿠바의 상황이 나아질 수 있을까요?
[기자]
지난해 대규모 시위에 놀란 쿠바 정부가 민심 달래기용 대책을 내놓긴 했습니다.
해외에서 식료품 반입을 자유롭게 하도록 하고, 중소기업 설립도 허용해 일자리를 더 만들겠다는 것이었는데요.
문제는 이런 조치들이 쿠바 경제 상황을 해결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일단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미국은 최근 쿠바에 대한 송금과 여행 규제를 완화하고, 쿠바 미 대사관에서 비자 업무도 일부 재개했습니다.
또 팬데믹이 진정 국면인 만큼 쿠바 관광 산업이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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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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