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 대신 장작”…‘가장 추운 겨울’이 온다

입력 2022.08.06 (22:01) 수정 2022.08.13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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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벌써 6개월째인데요.

전선이 동부에서 남부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베를린 연결해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얼마 전만해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동부 전선이 교착 상태에 있다는 진단이었는데, 남부에서 대격돌이 예상된다고요?

[기자]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군에 점령된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 수복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헤르손 탈환 여부는 이제 반년이 다 된 이번 전쟁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에 맞서 러시아도 2만2천여 명의 병력을 이동시켜 헤르손 주변으로 진격을 준비하고 있어 남부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됩니다.

[앵커]

길어진 전쟁에 주변국들도 함께 힘들어하고 있는데,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이 힘겨운 겨울을 날 것으로 전망된다고요?

[기자]

지난달 30일 러시아는 라트비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최근 독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최대 공급치의 20%로 감축한 뒤 곧바로 취한 조치입니다.

전쟁 전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해 온 유럽의 타격은 큽니다.

특히 가스는 주로 겨울철 난방용인데요.

러시아의 공급 감축 또는 중단으로 가스비가 세네배 올라 유럽은 그 어느 해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과 독일·유럽의 에너지 위기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재 우크라이군의 전략적 목표는 헤르손 탈환입니다.

이미 주변의 50여개의 마을을 러시아로부터 되찾았습니다.

또 병참 보급로 등을 타격해 헤르손 주둔 러시아군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드미트로 부트리/헤르손 주지사 : "오늘(1일) 헤르손 지역에서 46개의 마을이 이미 해방됐습니다. 대부분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과 접한 북쪽 마을입니다."]

병력을 재배치한 러시아군은 연일 헤르손 인근에 포격을 퍼부으며 헤르손 사수에 나섰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이동을 막기 위해 동부 전선에 대한 공세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4일에도 도네츠크주 버스 정류장에 러시아 포탄이 떨어져 민간인 8명이 숨졌습니다.

첫 포성이 울린지 이제 거의 반년, 길어진 전쟁에 에너지 부족 현상은 심화됐고, 유럽 주민들은 겨울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베를린 교민 임수자 씨 가족은 벌써 올 겨울이 걱정입니다.

올해 납부한 지난해 사용분 가스 요금은 약 190만 원.

그런데 내년 봄에는 300만 원 안팎을 가스요금으로 내야할 판입니다.

[임수자/베를린 교민 : "(가스 요금이)두배로 올랐으니까 내년에 어떻게 할 건지, 겨울에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고생을 해야할 것 같아요 내년 봄에 가스비 때문에."]

그래서 올 겨울엔 벽난로를 최대한 이용할 생각입니다.

몇년 전 벽난로에 보일러를 설치해 한국식 바닥 난방으로 바꾼게 신의 한수가 됐습니다.

슈테판씨는 벌써 올 겨울에 쓸 장작을 마련해뒀습니다.

[슈테판 헤르만/임수자 씨 아들 : "(이 정도로 겨울 날 수 있나요?) 한 달 정도 쓸 수 있어요. 우리 벽난로 크기면 장작 사용량이 많은 편이에요."]

지난해까지 독일은 천연가스 수입량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데 전쟁 이후 러시아는 가스 공급량을 최대 공급 가능량의 40%로 낮추더니, 최근엔 그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 가정 중 절반 이상이 가스를 겨울철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데 그야말로 가스대란이 예고된 겁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사용 절약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아예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로베르트 하벡/독일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 : "공공 건물의 냉방은 26도, 겨울철 난방은 20도 이상이 돼야 합니다. 공공기관 근무자들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기름값도 문젭니다.

한때 1리터에 2유로 30센트, 3천 원을 훌쩍 넘겼다가 최근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리터당 30센트의 보조금을 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음달부터 폐지됩니다.

독일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는 리터당 30센트 보조금도 9월부터 중단됩니다,

그럼 1리터당 기름값은 3천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위기는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독일에선 원전 재가동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독일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3(세)기.

올해 말 모두 폐쇄될 운명이었고, 독일은 내년부터 탈원전 국가가 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로 가동 연장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31일 폐쇄했던 원전 3곳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독일 재무장관 : "현 상황에서 저는 원자력의 사용에 대해 개방적입니다. 우리는 독일의 모든 에너지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확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럽에 예년 수준의 가스 공급을 재개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지금 상황, 유럽연합이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제재로 인해 다양한 시설의 유지보수 과정이 극도로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유럽 각국은 대체 수입처 확보에 나섰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이 내놓은 해결책은 각국 가스 수요를 15%까지 줄이라는 것.

각국은 가로등 불을 끄고, 냉방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을 버텨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에너지를 아껴쓰는 것 뿐이라는 겁니다.

베를린에서 김귀수입니다.

영상편집:방시레/영상촬영:하비에르 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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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스 대신 장작”…‘가장 추운 겨울’이 온다
    • 입력 2022-08-06 22:01:31
    • 수정2022-08-13 15: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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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번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지난 2월 24일 러시아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 벌써 6개월째인데요.

전선이 동부에서 남부로 옮겨지고 있습니다.

베를린 연결해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김귀수 특파원, 얼마 전만해도 전쟁이 길어지면서 동부 전선이 교착 상태에 있다는 진단이었는데, 남부에서 대격돌이 예상된다고요?

[기자]

우크라이나군은 현재 러시아군에 점령된 남부의 요충지 헤르손 수복 작전을 펴고 있습니다.

헤르손 탈환 여부는 이제 반년이 다 된 이번 전쟁의 향배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에 맞서 러시아도 2만2천여 명의 병력을 이동시켜 헤르손 주변으로 진격을 준비하고 있어 남부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됩니다.

[앵커]

길어진 전쟁에 주변국들도 함께 힘들어하고 있는데, 특히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이 힘겨운 겨울을 날 것으로 전망된다고요?

[기자]

지난달 30일 러시아는 라트비아에 대한 가스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최근 독일로 공급되는 천연가스를 최대 공급치의 20%로 감축한 뒤 곧바로 취한 조치입니다.

전쟁 전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해 온 유럽의 타격은 큽니다.

특히 가스는 주로 겨울철 난방용인데요.

러시아의 공급 감축 또는 중단으로 가스비가 세네배 올라 유럽은 그 어느 해보다도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전황과 독일·유럽의 에너지 위기 상황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현재 우크라이군의 전략적 목표는 헤르손 탈환입니다.

이미 주변의 50여개의 마을을 러시아로부터 되찾았습니다.

또 병참 보급로 등을 타격해 헤르손 주둔 러시아군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드미트로 부트리/헤르손 주지사 : "오늘(1일) 헤르손 지역에서 46개의 마을이 이미 해방됐습니다. 대부분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과 접한 북쪽 마을입니다."]

병력을 재배치한 러시아군은 연일 헤르손 인근에 포격을 퍼부으며 헤르손 사수에 나섰습니다.

우크라이나군 이동을 막기 위해 동부 전선에 대한 공세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4일에도 도네츠크주 버스 정류장에 러시아 포탄이 떨어져 민간인 8명이 숨졌습니다.

첫 포성이 울린지 이제 거의 반년, 길어진 전쟁에 에너지 부족 현상은 심화됐고, 유럽 주민들은 겨울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있지만 베를린 교민 임수자 씨 가족은 벌써 올 겨울이 걱정입니다.

올해 납부한 지난해 사용분 가스 요금은 약 190만 원.

그런데 내년 봄에는 300만 원 안팎을 가스요금으로 내야할 판입니다.

[임수자/베를린 교민 : "(가스 요금이)두배로 올랐으니까 내년에 어떻게 할 건지, 겨울에 많은 사람들이 정말 고생을 해야할 것 같아요 내년 봄에 가스비 때문에."]

그래서 올 겨울엔 벽난로를 최대한 이용할 생각입니다.

몇년 전 벽난로에 보일러를 설치해 한국식 바닥 난방으로 바꾼게 신의 한수가 됐습니다.

슈테판씨는 벌써 올 겨울에 쓸 장작을 마련해뒀습니다.

[슈테판 헤르만/임수자 씨 아들 : "(이 정도로 겨울 날 수 있나요?) 한 달 정도 쓸 수 있어요. 우리 벽난로 크기면 장작 사용량이 많은 편이에요."]

지난해까지 독일은 천연가스 수입량의 55%를 러시아에 의존해 왔습니다.

그런데 전쟁 이후 러시아는 가스 공급량을 최대 공급 가능량의 40%로 낮추더니, 최근엔 그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독일 가정 중 절반 이상이 가스를 겨울철 난방 연료로 사용하는데 그야말로 가스대란이 예고된 겁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사용 절약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아예 재택근무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로베르트 하벡/독일 경제부총리 겸 경제기후부 장관 : "공공 건물의 냉방은 26도, 겨울철 난방은 20도 이상이 돼야 합니다. 공공기관 근무자들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기름값도 문젭니다.

한때 1리터에 2유로 30센트, 3천 원을 훌쩍 넘겼다가 최근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정부가 리터당 30센트의 보조금을 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게 다음달부터 폐지됩니다.

독일 정부가 지원해주고 있는 리터당 30센트 보조금도 9월부터 중단됩니다,

그럼 1리터당 기름값은 3천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돼 서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에너지 위기는 또 다른 논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독일에선 원전 재가동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현재 독일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전은 3(세)기.

올해 말 모두 폐쇄될 운명이었고, 독일은 내년부터 탈원전 국가가 된다는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에너지 위기로 가동 연장을 주장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31일 폐쇄했던 원전 3곳도 재가동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습니다.

[크리스티안 린트너/독일 재무장관 : "현 상황에서 저는 원자력의 사용에 대해 개방적입니다. 우리는 독일의 모든 에너지 생산 능력을 유지하고 확장해야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유럽에 예년 수준의 가스 공급을 재개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입니다.

지금 상황, 유럽연합이 자초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 "유럽연합(EU)이 도입한 제재로 인해 다양한 시설의 유지보수 과정이 극도로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러시아발 에너지 대란, 유럽 각국은 대체 수입처 확보에 나섰지만 수요를 충족시키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이 내놓은 해결책은 각국 가스 수요를 15%까지 줄이라는 것.

각국은 가로등 불을 끄고, 냉방 시설 가동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올 겨울을 버텨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 에너지를 아껴쓰는 것 뿐이라는 겁니다.

베를린에서 김귀수입니다.

영상편집:방시레/영상촬영:하비에르 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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