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폭우로 드러난 ‘재난 불평등’…70만 반지하 가구의 비극

입력 2022.08.10 (18:01) 수정 2022.08.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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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ET콕입니다.

한밤 중에 내린 기습 폭우.

반지하 집엔 허리까지 물이 차고, 살림살이가 둥둥 떠다닙니다.

["아무거나 만지지 마!"]

역류하는 변기 위에서 겨우 숨을 고릅니다.

빈부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반지하 집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창밖으론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바퀴와 사람들의 정강이만 보입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실내는 한낮에도 어두컴컴합니다.

습기로 벽지는 얼룩지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나지만 지나가는 행인이 들여다볼까봐 창문조차 열지 못합니다.

폭우가 내리면 더더욱 어쩔 줄을 모릅니다.

장마철이면 침수 피해를 입은 집에서 속수무책으로 견뎌내야 합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밤, 서울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세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40대 여성과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10대 딸입니다.

이들 세 사람의 추정 사인은 '익사'.

도로에 가득 찬 빗물이 순식간에 반지하로 쏟아지면서 집은 10여분 만에 물바다가 됐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이웃들이 밖에서 방범창을 뜯어내고 이들을 구하려 사투를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경찰관과 소방관이 도착해 배수 작업을 마쳤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 후였습니다.

AFP와 BBC 등 외신은 우리나라의 이번 집중호우 상황을 전하면서, '반지하' 주거 형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겨 ‘banjiha’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반지하는 옥탑방, 고시원과 함께 열악한 주거 환경을 대표합니다.

반지하의 지 옥탑방의 옥 고시원의 고 지.옥.고라는 말이 있을 정돕니다.

2020년 기준 반지하 가구 수는 33만 가구에 이르고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상보다 가격은 싸고 주거면적은 넓기에 불편하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밑으로’ 내려가는 겁니다.

이른바 강남3구에도 2만 8천 가구에 이르는 반지하 집들이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초고층·초고가 아파트가 보이지만,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반지하 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폭우가 보여줬듯, 자연재해는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아프게 닥칩니다.

지난해 9월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목숨을 잃은 뉴욕 시민들의 상당수도 지하에 사는 저소득층이었습니다.

반지하 거주자들도 최소한 햇빛을 보고 침수에 목숨을 잃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주거 복지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는 오늘 앞으로 지하와 반지하는 주거 용도로 건축 허가를 낼 수 없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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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폭우로 드러난 ‘재난 불평등’…70만 반지하 가구의 비극
    • 입력 2022-08-10 18:01:28
    • 수정2022-08-10 18:26:17
    통합뉴스룸ET
이어서 ET콕입니다.

한밤 중에 내린 기습 폭우.

반지하 집엔 허리까지 물이 차고, 살림살이가 둥둥 떠다닙니다.

["아무거나 만지지 마!"]

역류하는 변기 위에서 겨우 숨을 고릅니다.

빈부 격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영화 <기생충>의 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영화에 등장하는 반지하 집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창밖으론 지나가는 자동차들의 바퀴와 사람들의 정강이만 보입니다.

햇볕이 잘 들지 않아 실내는 한낮에도 어두컴컴합니다.

습기로 벽지는 얼룩지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나지만 지나가는 행인이 들여다볼까봐 창문조차 열지 못합니다.

폭우가 내리면 더더욱 어쩔 줄을 모릅니다.

장마철이면 침수 피해를 입은 집에서 속수무책으로 견뎌내야 합니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밤, 서울 신림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세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몸이 불편한 40대 여성과 여동생, 그리고 여동생의 10대 딸입니다.

이들 세 사람의 추정 사인은 '익사'.

도로에 가득 찬 빗물이 순식간에 반지하로 쏟아지면서 집은 10여분 만에 물바다가 됐고,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연락을 받은 이웃들이 밖에서 방범창을 뜯어내고 이들을 구하려 사투를 벌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경찰관과 소방관이 도착해 배수 작업을 마쳤을 때는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린 후였습니다.

AFP와 BBC 등 외신은 우리나라의 이번 집중호우 상황을 전하면서, '반지하' 주거 형태를 집중 보도했습니다.

한국어 발음을 알파벳으로 그대로 옮겨 ‘banjiha’라는 표현도 썼습니다.

반지하는 옥탑방, 고시원과 함께 열악한 주거 환경을 대표합니다.

반지하의 지 옥탑방의 옥 고시원의 고 지.옥.고라는 말이 있을 정돕니다.

2020년 기준 반지하 가구 수는 33만 가구에 이르고 7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지상보다 가격은 싸고 주거면적은 넓기에 불편하고 위험한 줄 알면서도 ‘밑으로’ 내려가는 겁니다.

이른바 강남3구에도 2만 8천 가구에 이르는 반지하 집들이 있습니다.

고개를 들면 초고층·초고가 아파트가 보이지만, 고개를 조금만 숙이면 반지하 집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 폭우가 보여줬듯, 자연재해는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가장 아프게 닥칩니다.

지난해 9월 미국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아이다로 목숨을 잃은 뉴욕 시민들의 상당수도 지하에 사는 저소득층이었습니다.

반지하 거주자들도 최소한 햇빛을 보고 침수에 목숨을 잃을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기본적인 주거 복지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서울시는 오늘 앞으로 지하와 반지하는 주거 용도로 건축 허가를 낼 수 없도록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ET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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