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아들 왜 데려갔나”…화난 중국, 펠로시 도덕성 흠집내기?
입력 2022.08.14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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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시진핑 주석)는 겁먹은 불량배처럼 행동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9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처음 공개적 입장을 밝힌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겁먹은 불량배' 발언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2~3일 타이완을 방문하자 연일 타이완 주변에서 중국이 군사 훈련을 하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점을 꼬집은 것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NBC, MSNBC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시 주석은 취약한 위치에 있다. 경제에 문제가 있다"면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타이완 방문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10일(현지시각) 하원 대표단과 함께 아시아 방문에 관해 설명한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은 또 한 번 중국에 일격을 날립니다.
"(중국이 제재를 하든 말든) 누가 신경이나 쓸까?"
중국이 자신과 가족을 제대 대상에 올린 것과 관련해 '난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한 겁니다. 실제 그는 "그것(제재)은 내게 부수적인 문제이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심지어 이 답변을 하면서 살짝 웃음을 비쳤는데요.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비웃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도 이어갔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이 자신의 타이완 방문을 빌미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며 타이완을 압박하는 것을 '뉴 노멀'로 삼으려 하지만 미국이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중국, 펠로시 타이완 방문 전부터 맹비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기 전부터 날을 세웠습니다. "심각한 후과", "불장난하다가 타 죽는다(玩火必自焚)"와 같은 말을 쏟아냈는데요.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맹비난했다.(2022.08.02.)
펠로시 의장이 예정대로 타이완 방문을 강행한 2일에는 중국 외교부 왕이 부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14억 중국 인민과 적이 되면 결코 좋은 결말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3일 외교부 브리핑에 등장한 화춘잉 대변인 (출처: 중국 외교부)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떠난 지난 3일에는 화춘잉 대변인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화춘잉은 평소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나서는 자오리젠·왕원빈 대변인보다 급이 높은 차관보급입니다.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중국이 얼마나 엄중하게 바라보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을 비난하는 한편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두고는 '위험한 도발'이며 "순전히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매우 추악한 정치쇼"라고 비난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 차이잉원 총통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뒤 나란히 섰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보란 듯이 타이완에 19시간 이상 머물면서 중국이 '싫어할 만 한 일'만 골라 했습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우얼카이시 등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별도로 면담했고, 타이완 국가인권박물관을 둘러보며 중국의 인권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후 미국에 돌아가서도 "겁먹은 불량배 같다","누가 신경이나 쓸까?" 같은 발언을 한 것이죠.
■ 중국 관영 매체도 '펠로시 흠집내기'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떠나 미국에 도착하면 끝날 줄 알았던 펠로시 vs 중국의 '날 선 싸움'은 다시 불이 붙는 양상입니다.
환구시보는 펠로시 의장이 이번 순방에 아들을 몰래 대동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출처: 환구망)
펠로시 의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맞서 중국에서는 관영 매체가 나섰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정치적 이득'을 거론했다면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는 펠로시 의장의 '경제적 이득'을 꺼내 들었습니다.
환구시보는 어제(12일) '펠로시가 몰래 아들을 데리고 타이완에 방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지시각 8일자 미국 폭스뉴스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유일한 아들인 폴 주니어를 이번 아시아 순방에 대동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의 이번 공식 업무 관련 인사 목록에 아들의 이름이 없었지만, 폴 주니어는 순방 내내 사진에 등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위터상에서는 펠로시 아들이 미 국민의 세금으로 여행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의 아들이 말레이시아 순방에 등장한 것을 미국 폭스 뉴스가 포착해 방송했다. (출처: 환구망)
환구시보가 인터넷에 올린 또 다른 기사는 펠로시 의장의 아들 폴 주니어가 타이완 방문에 동행한 것은 "경제적 이익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역시 같은 폭스뉴스를 인용했는데요. 폭스뉴스에 따르면 폴 주니어는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코발트와 리튬 등 광산에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 두 곳에 직함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은 반도체의 중요한 생산지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펠로시의 타이완 순방에 아들이 함께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0일 기자의 질문에 아들이 순방에 함께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배우자 대신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펠로시는 "(순방에) 보통 배우자를 초대하지만 모든 배우자가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아들)가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아들이 여행 중에 어떤 사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 매체 과학생활속보는 펠로시 의장 아들의 순방 동행을 문제 삼으며 말레이시아 방문 당시 사진에서도 폴 주니어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출처: 과학생활속보)
흥미로운 점은 미국 내에서는 폭스뉴스가 보도한 '펠로시 아들 순방' 폭로가 정작 크게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과학생활속보(科学生活快报), 산둥성 기관보 산하 매체 계열인 포스터뉴스(海报新闻) 등과 같이 별로 유명하지 않은 매체가 앞장서서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앞다퉈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 영향일까요? '펠로시가 몰래 아들을 데리고 타이완을 방문했다(佩洛西窜台竟偷偷带着儿子)'는 검색어는 12일 하루 종일 중국 포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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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8-14 07:01:14
"그(시진핑 주석)는 겁먹은 불량배처럼 행동한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9일(현지시각) 아시아 순방에서 돌아온 뒤 처음 공개적 입장을 밝힌 자리에서 한 말입니다. '겁먹은 불량배' 발언은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 2~3일 타이완을 방문하자 연일 타이완 주변에서 중국이 군사 훈련을 하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점을 꼬집은 것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미국 NBC, MSNBC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시 주석은 취약한 위치에 있다. 경제에 문제가 있다"면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10일(현지시각) 하원 대표단과 함께 아시아 방문에 관해 설명한 기자회견에서 펠로시 의장은 또 한 번 중국에 일격을 날립니다.
"(중국이 제재를 하든 말든) 누가 신경이나 쓸까?"
중국이 자신과 가족을 제대 대상에 올린 것과 관련해 '난 아무렇지도 않아'라고 말한 겁니다. 실제 그는 "그것(제재)은 내게 부수적인 문제이고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심지어 이 답변을 하면서 살짝 웃음을 비쳤는데요. 미국 매체 폴리티코는 이를 두고 '비웃었다'고 표현했습니다.
중국을 압박하는 발언도 이어갔습니다. 펠로시 의장은 중국이 자신의 타이완 방문을 빌미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며 타이완을 압박하는 것을 '뉴 노멀'로 삼으려 하지만 미국이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 중국, 펠로시 타이완 방문 전부터 맹비난
중국은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방문하기 전부터 날을 세웠습니다. "심각한 후과", "불장난하다가 타 죽는다(玩火必自焚)"와 같은 말을 쏟아냈는데요.
펠로시 의장이 예정대로 타이완 방문을 강행한 2일에는 중국 외교부 왕이 부장이 직접 나섰습니다. "14억 중국 인민과 적이 되면 결코 좋은 결말이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떠난 지난 3일에는 화춘잉 대변인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화춘잉은 평소 중국 외교부 정례 브리핑에 나서는 자오리젠·왕원빈 대변인보다 급이 높은 차관보급입니다.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중국이 얼마나 엄중하게 바라보는지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화춘잉 대변인은 미국을 비난하는 한편 펠로시 의장의 타이완 방문을 두고는 '위험한 도발'이며 "순전히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기 위한 매우 추악한 정치쇼"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펠로시 의장은 보란 듯이 타이완에 19시간 이상 머물면서 중국이 '싫어할 만 한 일'만 골라 했습니다.
톈안먼 민주화 시위 당시 학생 지도자였던 우얼카이시 등 중국 반체제 인사들과 별도로 면담했고, 타이완 국가인권박물관을 둘러보며 중국의 인권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후 미국에 돌아가서도 "겁먹은 불량배 같다","누가 신경이나 쓸까?" 같은 발언을 한 것이죠.
■ 중국 관영 매체도 '펠로시 흠집내기'
펠로시 의장이 타이완을 떠나 미국에 도착하면 끝날 줄 알았던 펠로시 vs 중국의 '날 선 싸움'은 다시 불이 붙는 양상입니다.
펠로시 의장의 거침없는 발언에 맞서 중국에서는 관영 매체가 나섰습니다. 중국 외교부가 '정치적 이득'을 거론했다면 중국 관영 매체 인민일보 계열의 환구시보는 펠로시 의장의 '경제적 이득'을 꺼내 들었습니다.
환구시보는 어제(12일) '펠로시가 몰래 아들을 데리고 타이완에 방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현지시각 8일자 미국 폭스뉴스를 인용해 펠로시 의장이 자신의 유일한 아들인 폴 주니어를 이번 아시아 순방에 대동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의 이번 공식 업무 관련 인사 목록에 아들의 이름이 없었지만, 폴 주니어는 순방 내내 사진에 등장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트위터상에서는 펠로시 아들이 미 국민의 세금으로 여행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환구시보가 인터넷에 올린 또 다른 기사는 펠로시 의장의 아들 폴 주니어가 타이완 방문에 동행한 것은 "경제적 이익으로 가득 차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역시 같은 폭스뉴스를 인용했는데요. 폭스뉴스에 따르면 폴 주니어는 반도체와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코발트와 리튬 등 광산에 많은 투자를 하는 회사 두 곳에 직함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은 반도체의 중요한 생산지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한마디로 펠로시의 타이완 순방에 아들이 함께한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것입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10일 기자의 질문에 아들이 순방에 함께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배우자 대신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펠로시는 "(순방에) 보통 배우자를 초대하지만 모든 배우자가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아들)가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면서 아들이 여행 중에 어떤 사업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 내에서는 폭스뉴스가 보도한 '펠로시 아들 순방' 폭로가 정작 크게 쟁점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중국에서는 과학생활속보(科学生活快报), 산둥성 기관보 산하 매체 계열인 포스터뉴스(海报新闻) 등과 같이 별로 유명하지 않은 매체가 앞장서서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앞다퉈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그 영향일까요? '펠로시가 몰래 아들을 데리고 타이완을 방문했다(佩洛西窜台竟偷偷带着儿子)'는 검색어는 12일 하루 종일 중국 포털 바이두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머물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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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랑 기자 herb@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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