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개원 예정 대전·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전국 최초로 대전에 들어서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이 올해 말 개원을 앞두고 ‘병원 명칭’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났습니다. 2019년 2월, 대전시가 넥슨재단과 맺은 업무협약의 내용이 화근이었습니다.
대전시가 100억 원의 기부금을 받으면서 '감사의 뜻'으로 병원 이름에 '넥슨'을 넣기로 약속했던 겁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병원은 ‘공공’표기가 빠진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이미 홍보가 되고 있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시민 단체와 장애아동 부모들은 자칫 민간 병원으로 잘못 인식돼 공공성이 흐려질 수 있다며 명칭 변경 요구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 아빠 엄마의 간절한 울림..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추진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8년입니다.
2018년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건우 아빠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해달라며 '절박함'을 안고 1,004배를 시작했습니다.
2018년 여름, 보건복지부 앞에서 1004배를 올리는 건우 아빠
건우 아빠는 10년 전,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6살 건우의 손을 잡고 처음 세상에 나와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요구해왔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 건우에게 재활치료는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한 곳은 국립 형태로 운영하고 운영비 지원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공공성이 강화된 병원을 세워달라는 게 그의 바람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꼽혀 2020년 12월 첫 삽을 뜨게 됐습니다.
■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이 주인’
2019년 2월 대전시-넥슨재단 업무협약
장애아동 가족들이 발 벗고 나서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한 이유는 민간 병원에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 어린이들의 필수 치료를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재활치료가 필요한 전국의 아동은 29만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재활치료를 받은 아동은 6.7%(1만 9천여 명)에 불과해 대부분 아이들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일각에서는 후원 기업의 이름을 병원 명칭에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병원 명칭에 기업 이름을 넣는 것과 병원의 일부 건물에 기업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넥슨이 대전시청에 기부했다고 ‘대전넥슨시청’이라고 이름을 짓거나 충남대학교에 기부했다고 ‘충남넥슨대학교’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공공’ 표기를 빼고 기업 이름을 넣을 경우 넥슨이 운영하는 민간 병원으로 오해받아 다른 기업의 후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입니다.
넥슨의 건립 기여도를 고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은 국가가 책임지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이 주인인 병원이라는 의미이고 정체성입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되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이기에 그 의미는 시민들에게 더욱 큽니다.
■ 보건복지부의 결단이 가장 필요한 때
보건복지부 외경
지난해 병원 명칭과 관련한 업무협약 내용이 세상에 드러나고 공공성 훼손 논란이 커지자 대전시는 곧바로 보건복지부에 기업 이름 병기 여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병원 이름에 후원 기업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이후 대전시는 병원 명칭을 ‘대전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정하면서 어린이재활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마련하는 등 상황은 이대로 일단락 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넥슨이 당초 기부협약을 근거로 '공공' 표기를 뺀 '넥슨 어린이재활병원'을 고집하는 데다, 보건복지부에서 다시 ‘후원 기업 예우 차원에서 기업명을 넣을 수 있다’ 고 지침을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개원 넉 달여를 앞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 확보와 운영 인력 계획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가장 기본인 명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원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전시는 이달 말까지 넥슨 재단과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기업 명칭이 빠진다면 기부금을 돌려주어야 할 수도 있어 법적 분쟁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어린이재활병원 본연의 공적 기능 수행과 공공성 유지를 바라는 시민 정서를 고려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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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원 기업이 걸림돌이 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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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8-14 10:00:53
전국 최초로 대전에 들어서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사업이 올해 말 개원을 앞두고 ‘병원 명칭’이라는 커다란 암초를 만났습니다. 2019년 2월, 대전시가 넥슨재단과 맺은 업무협약의 내용이 화근이었습니다.
대전시가 100억 원의 기부금을 받으면서 '감사의 뜻'으로 병원 이름에 '넥슨'을 넣기로 약속했던 겁니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 병원은 ‘공공’표기가 빠진 ‘대전충남 넥슨어린이재활병원’으로 이미 홍보가 되고 있었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시민 단체와 장애아동 부모들은 자칫 민간 병원으로 잘못 인식돼 공공성이 흐려질 수 있다며 명칭 변경 요구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 아빠 엄마의 간절한 울림..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이 추진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8년입니다.
2018년 여름, 사상 최악의 폭염 속에 건우 아빠가 청와대와 보건복지부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공공 어린이 재활병원을 건립해달라며 '절박함'을 안고 1,004배를 시작했습니다.
건우 아빠는 10년 전, 뇌병변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6살 건우의 손을 잡고 처음 세상에 나와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설립을 요구해왔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고 사지를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 건우에게 재활치료는 생명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최소한 한 곳은 국립 형태로 운영하고 운영비 지원을 기본으로 하는 의료공공성이 강화된 병원을 세워달라는 게 그의 바람이었고, 우여곡절 끝에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로 꼽혀 2020년 12월 첫 삽을 뜨게 됐습니다.
■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은 ‘시민이 주인’
장애아동 가족들이 발 벗고 나서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건립을 요구한 이유는 민간 병원에서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장애 어린이들의 필수 치료를 외면했기 때문입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1월 기준 재활치료가 필요한 전국의 아동은 29만여 명입니다. 이 가운데 재활치료를 받은 아동은 6.7%(1만 9천여 명)에 불과해 대부분 아이들은 골든타임을 놓치는 일이 부지기수입니다.
일각에서는 후원 기업의 이름을 병원 명칭에 사용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병원 명칭에 기업 이름을 넣는 것과 병원의 일부 건물에 기업 이름을 명명하는 것은 전혀 다릅니다. 예를 들어, 넥슨이 대전시청에 기부했다고 ‘대전넥슨시청’이라고 이름을 짓거나 충남대학교에 기부했다고 ‘충남넥슨대학교’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공공’ 표기를 빼고 기업 이름을 넣을 경우 넥슨이 운영하는 민간 병원으로 오해받아 다른 기업의 후원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시민들의 우려와 걱정입니다.
넥슨의 건립 기여도를 고려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에서 ‘공공’은 국가가 책임지고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이 주인인 병원이라는 의미이고 정체성입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건립되는 공공 어린이재활병원이기에 그 의미는 시민들에게 더욱 큽니다.
■ 보건복지부의 결단이 가장 필요한 때
지난해 병원 명칭과 관련한 업무협약 내용이 세상에 드러나고 공공성 훼손 논란이 커지자 대전시는 곧바로 보건복지부에 기업 이름 병기 여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병원 이름에 후원 기업 이름을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고 이후 대전시는 병원 명칭을 ‘대전충남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으로 정하면서 어린이재활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안을 마련하는 등 상황은 이대로 일단락 되는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넥슨이 당초 기부협약을 근거로 '공공' 표기를 뺀 '넥슨 어린이재활병원'을 고집하는 데다, 보건복지부에서 다시 ‘후원 기업 예우 차원에서 기업명을 넣을 수 있다’ 고 지침을 변경했기 때문입니다.
개원 넉 달여를 앞둔 상황에서 내년도 예산 확보와 운영 인력 계획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인데 가장 기본인 명칭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개원 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대전시는 이달 말까지 넥슨 재단과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아 보입니다. 기업 명칭이 빠진다면 기부금을 돌려주어야 할 수도 있어 법적 분쟁까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어린이재활병원 본연의 공적 기능 수행과 공공성 유지를 바라는 시민 정서를 고려하고, 공공성 확보를 위해 보건복지부의 통 큰 결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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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아 기자 righ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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