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 표지판 보고 불법 유턴하다 사고…대법 “지자체 책임 없어”

입력 2022.08.14 (13:34) 수정 2022.08.14 (13: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없는 길’을 ‘있는 길’로 표시한 잘못된 교통 신호 표지판이 있다고 해도, 통상 운전자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상황이라면 표지판을 세운 지방자치단체에 사고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운전자 A 씨와 가족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표지판 내용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표지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사고가 난 곳의 표지판엔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고 적혀 있으므로, 신호등이 좌회전 불을 밝히거나 보행 신호등이 녹색일 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그런데 사고 교차로에 좌회전 도로가 없었고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도 없는 만큼 보행신호가 녹색일 때만 유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통상 이 같은 상황에서 운전자는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 유턴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보행자 신호가 적색인데도 유턴이 가능하다고 혼동하지는 않는다며, 표지판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A 씨는 2017년 3월께 오토바이를 몰다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서귀포시 인근 ‘ㅏ’ 모양 삼거리였습니다.

당시 A 씨는 유턴을 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등 옆에 붙어 있던 유턴 지시 표지에는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유턴을 준비하던 지점에선 좌회전을 할 수 있는 도로가 아예 없었습니다. 신호등에도 좌회전 신호가 없었으니, 도로 구조나 신호체계와는 맞지 않은 셈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 씨는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불법 유턴을 했고, 맞은편 도로에서 직진·좌회전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자동차에 부딪혀 크게 다쳤습니다.

A 씨 가족은 “사고 현장에 실제 도로 상황과 맞지 않은 신호 표지가 있어 운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시설 설치·관리 주체인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사고 지점의 교통 표지 등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만약 하자로 보더라도 A 씨의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A 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자체가 2억 5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2심은 “표지판이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기능상 결함이 존재하고, 이는 국가배상법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자체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오류 표지판 보고 불법 유턴하다 사고…대법 “지자체 책임 없어”
    • 입력 2022-08-14 13:34:36
    • 수정2022-08-14 13:38:11
    사회
실제로는 ‘없는 길’을 ‘있는 길’로 표시한 잘못된 교통 신호 표지판이 있다고 해도, 통상 운전자가 혼동을 일으키지 않을 상황이라면 표지판을 세운 지방자치단체에 사고 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운전자 A 씨와 가족이 제주특별자치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오늘(14일)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표지판 내용에 일부 흠이 있더라도 일반 운전자 입장에서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할 수 있다면 표지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사고가 난 곳의 표지판엔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고 적혀 있으므로, 신호등이 좌회전 불을 밝히거나 보행 신호등이 녹색일 때 유턴이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그런데 사고 교차로에 좌회전 도로가 없었고 신호등에 좌회전 신호도 없는 만큼 보행신호가 녹색일 때만 유턴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대법원은 통상 이 같은 상황에서 운전자는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 유턴하면 된다고 생각하지, 보행자 신호가 적색인데도 유턴이 가능하다고 혼동하지는 않는다며, 표지판에 설치·관리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앞서 A 씨는 2017년 3월께 오토바이를 몰다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사고가 난 곳은 서귀포시 인근 ‘ㅏ’ 모양 삼거리였습니다.

당시 A 씨는 유턴을 하기 위해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호등 옆에 붙어 있던 유턴 지시 표지에는 ‘좌회전시, 보행신호시’라는 안내 문구가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A 씨가 유턴을 준비하던 지점에선 좌회전을 할 수 있는 도로가 아예 없었습니다. 신호등에도 좌회전 신호가 없었으니, 도로 구조나 신호체계와는 맞지 않은 셈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A 씨는 신호등에 빨간 불이 들어오자 불법 유턴을 했고, 맞은편 도로에서 직진·좌회전 신호에 따라 직진하던 자동차에 부딪혀 크게 다쳤습니다.

A 씨 가족은 “사고 현장에 실제 도로 상황과 맞지 않은 신호 표지가 있어 운전자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다”며 시설 설치·관리 주체인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사고 지점의 교통 표지 등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만약 하자로 보더라도 A 씨의 사고와는 인과관계가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반면 2심은 A 씨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지자체가 2억 5천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2심은 “표지판이 교차로의 도로구조와 맞지 않는 기능상 결함이 존재하고, 이는 국가배상법상 하자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자체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습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