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 문화재로 둔갑…일제 잔재 여전

입력 2022.08.16 (06:52) 수정 2022.08.16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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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복 77주년을 맞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일본 강점기 잔재가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향토 문화재로 관리되는가 하면, 잔재임을 알더라도 청산하는 데는 소극적입니다.

보도에 이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심 속 연못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이 정자는 자치단체가 지정한 향토문화유적입니다.

홈페이지에는 이곳을 여유와 사색의 휴식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헌은 일본 왕세자의 출생을 기념하기 위해 연못을 파고 정자와 기념비를 세웠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상정/충북도의원 : "(위안부 소녀상 건립 당시) 친일 역사의 공간으로서 수치스럽고 하니까 소녀상이 이 자리에 오는 게 맞다, 그래야지 올바른 역사 청산이 되는 거다(라는 지적이 나왔었죠)."]

교육 현장에도 잔재는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 동상이 세워진 이 좌대는, 일본 강점기 일왕에 대한 충성심을 상징하던 무사 상을 세웠던 곳입니다.

[이안재/옥천문화원 사무국장/전직 언론인 : "일본 군국주의를 합리화하고 대변하는 그런 중요한 장군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지신단'이라 새겨진 비석은 2년 전 조사에서 강점기 잔재물로 밝혀졌습니다.

미신 타파와 농촌 진흥을 이유로 한 식민지 사상 통제의 산물이지만 안내문 하나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이 지역의 열사들, 민족 운동하신분들 비석 아닌가요?"]

연못의 분수대는 신사 참배에 앞서 손과 입을 씻는 데 사용했던 석물입니다.

민족 정신 개조를 위해 강요됐던 신사 참배의 흔적이, 70여 년이 지나서까지 살아남은 것입니다.

[김도연/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 중원학연구팀장 : "사실 이게 일제 잔재물이다 해서 안내판을 세우거나 다른 책자나 이런 것들이 있지는 않았고요."]

망령처럼 곳곳에 스며 있는 강점기 잔재들.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KBS 뉴스 이만영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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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향토 문화재로 둔갑…일제 잔재 여전
    • 입력 2022-08-16 06:52:57
    • 수정2022-08-16 06:5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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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광복 77주년을 맞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일본 강점기 잔재가 적지 않게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향토 문화재로 관리되는가 하면, 잔재임을 알더라도 청산하는 데는 소극적입니다.

보도에 이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도심 속 연못에 호젓하게 자리 잡은 이 정자는 자치단체가 지정한 향토문화유적입니다.

홈페이지에는 이곳을 여유와 사색의 휴식처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헌은 일본 왕세자의 출생을 기념하기 위해 연못을 파고 정자와 기념비를 세웠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상정/충북도의원 : "(위안부 소녀상 건립 당시) 친일 역사의 공간으로서 수치스럽고 하니까 소녀상이 이 자리에 오는 게 맞다, 그래야지 올바른 역사 청산이 되는 거다(라는 지적이 나왔었죠)."]

교육 현장에도 잔재는 남아 있습니다.

이순신 동상이 세워진 이 좌대는, 일본 강점기 일왕에 대한 충성심을 상징하던 무사 상을 세웠던 곳입니다.

[이안재/옥천문화원 사무국장/전직 언론인 : "일본 군국주의를 합리화하고 대변하는 그런 중요한 장군으로 알고 있습니다."]

'천지신단'이라 새겨진 비석은 2년 전 조사에서 강점기 잔재물로 밝혀졌습니다.

미신 타파와 농촌 진흥을 이유로 한 식민지 사상 통제의 산물이지만 안내문 하나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이 지역의 열사들, 민족 운동하신분들 비석 아닌가요?"]

연못의 분수대는 신사 참배에 앞서 손과 입을 씻는 데 사용했던 석물입니다.

민족 정신 개조를 위해 강요됐던 신사 참배의 흔적이, 70여 년이 지나서까지 살아남은 것입니다.

[김도연/충청북도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 중원학연구팀장 : "사실 이게 일제 잔재물이다 해서 안내판을 세우거나 다른 책자나 이런 것들이 있지는 않았고요."]

망령처럼 곳곳에 스며 있는 강점기 잔재들.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KBS 뉴스 이만영입니다.

촬영기자:강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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