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나선 키움 선수단.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의 손에 야구 배트가 아닌 무언가 긴 막대가 들려있다. 자세히 보니, 긴 막대 끝에 노란색 테니스공이 붙어있다. 야구장에 나타난 '테니스공 지팡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 '테니스공 지팡이'로?…강병식 코치의 '갈증 해소 훈련법'
이 요상한 지팡이는 타자들의 콘택트 훈련을 위한 도구이다. 타구의 여러 궤적을 가정해 어떤 타격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 사용한다. 맞춤형 훈련 도구인 셈이다. 강병식 타격코치는 이렇게 타자들의 성향과 보완점을 파악해 맞춤형 훈련 도구를 연구하고 만들고, 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 코치의 말을 빌려 짧게 요약하자면 "갈증 날 때 물 주는, 갈증 해소 훈련법"이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다른 것만 계속 주면, 그게 아무리 좋은 거라도 받아들이지 않거든요. 선수가 지금 물을 마시고 싶은 건지 배가 고픈건지 먼저 살피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컨택트가 안 되면 그에 맞는 훈련을, 회전이 문제면 그에 대한 해법을 찾아줘야죠." |
■ 고무 밴드로 상체 묶고, 과자는 입에 물고
외국인 타자 푸이그의 '특별한 타격 과외'도 이런 이유로 탄생했다. 고무 밴드를 상체에 감고, 티(T) 배팅 받침대를 몸 뒤에 둔 채 공을 건드리지 않고 배팅하는 훈련이다. 상체가 과도하게 움직이면서 중심이 흐트러지는 푸이그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한 훈련법이었다.


"처방은 선수마다 다릅니다. 푸이그처럼 맞춤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선수도 있어요. 직접 훈련을 하지 않고 어떤 상황을 상상하게끔 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요. 상황에 맞게 훈련을 하게 하죠." |
강병식 코치의 특별훈련 가운데 지금껏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은 지난 2019년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다. 당시 키움 타자였던 김규민이 과자를 입에 물고 타격 훈련을 한 것이다. 몸에 힘을 빼기 위한 특훈이었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도 독특하다.

"제가 원하는 그림 같은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힘을 뺐으면 좋겠다, 회전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그 선수가 좋았을 때의 그림이요. 결과를 정해 두고, 이를 위한 과정을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골프 채널을 보다가 '아, 이거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하다보니 늘어나게 됐고요. 도구는 제가 만들기도 하고, 팀에 이야기해서 구하기도 합니다." |
■ 팀 타율 지표는 하위권…그럼에도 쉽지 않은 키움 타선
냉정하게 평가하면 올 시즌 키움의 상위권 질주는 타선보다는 탄탄한 마운드의 덕이 크다. 팀 타율은 (15일 현재) 0.249로 리그 최하위다. 그럼에도 키움은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투수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효율적인 타격을 하고, 알토란같은 득점을 만들어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키움 타선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와 wRC+(조정 득점 생산력)가 LG, KIA, SSG에 이어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며, 실제로 키움은 득/실점에 비해 더 많은 승리를 챙기고 있다.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높은 팀은 현재 3팀인데 SSG와 롯데, 그리고 키움이다.)
이기는 야구를 하는 방향성에는 강 코치의 타격 훈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험은 부족하지만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 타자들을 이끌어가는 강 코치의 맞춤 훈련은, 타격 기술 향상뿐 아니라 선수들을 통솔하는 지도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팀 타율 최하위의 키움 타선을 상대로 그 어떤 팀도 쉽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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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니스 공 지팡이로? 키움의 ‘갈증 해소 훈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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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2-08-16 08:00:14

경기를 앞두고 훈련에 나선 키움 선수단. 강병식 키움 타격 코치의 손에 야구 배트가 아닌 무언가 긴 막대가 들려있다. 자세히 보니, 긴 막대 끝에 노란색 테니스공이 붙어있다. 야구장에 나타난 '테니스공 지팡이'?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 '테니스공 지팡이'로?…강병식 코치의 '갈증 해소 훈련법'
이 요상한 지팡이는 타자들의 콘택트 훈련을 위한 도구이다. 타구의 여러 궤적을 가정해 어떤 타격이 필요한지 고민할 때 사용한다. 맞춤형 훈련 도구인 셈이다. 강병식 타격코치는 이렇게 타자들의 성향과 보완점을 파악해 맞춤형 훈련 도구를 연구하고 만들고, 또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 코치의 말을 빌려 짧게 요약하자면 "갈증 날 때 물 주는, 갈증 해소 훈련법"이다.
"물을 마시고 싶은데 다른 것만 계속 주면, 그게 아무리 좋은 거라도 받아들이지 않거든요. 선수가 지금 물을 마시고 싶은 건지 배가 고픈건지 먼저 살피고, 그에 맞는 처방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컨택트가 안 되면 그에 맞는 훈련을, 회전이 문제면 그에 대한 해법을 찾아줘야죠." |
■ 고무 밴드로 상체 묶고, 과자는 입에 물고
외국인 타자 푸이그의 '특별한 타격 과외'도 이런 이유로 탄생했다. 고무 밴드를 상체에 감고, 티(T) 배팅 받침대를 몸 뒤에 둔 채 공을 건드리지 않고 배팅하는 훈련이다. 상체가 과도하게 움직이면서 중심이 흐트러지는 푸이그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한 훈련법이었다.


"처방은 선수마다 다릅니다. 푸이그처럼 맞춤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고, 필요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 만으로도 효과가 있는 선수도 있어요. 직접 훈련을 하지 않고 어떤 상황을 상상하게끔 해서 좋아지는 경우도 있고요. 상황에 맞게 훈련을 하게 하죠." |
강병식 코치의 특별훈련 가운데 지금껏 가장 화제가 됐던 장면은 지난 2019년 키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을 때다. 당시 키움 타자였던 김규민이 과자를 입에 물고 타격 훈련을 한 것이다. 몸에 힘을 빼기 위한 특훈이었는데, 이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과정도 독특하다.

"제가 원하는 그림 같은게 있잖아요. 예를 들어 '힘을 뺐으면 좋겠다, 회전을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등의 그 선수가 좋았을 때의 그림이요. 결과를 정해 두고, 이를 위한 과정을 생각합니다. 언젠가는 골프 채널을 보다가 '아, 이거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하다보니 늘어나게 됐고요. 도구는 제가 만들기도 하고, 팀에 이야기해서 구하기도 합니다." |
■ 팀 타율 지표는 하위권…그럼에도 쉽지 않은 키움 타선
냉정하게 평가하면 올 시즌 키움의 상위권 질주는 타선보다는 탄탄한 마운드의 덕이 크다. 팀 타율은 (15일 현재) 0.249로 리그 최하위다. 그럼에도 키움은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투수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 효율적인 타격을 하고, 알토란같은 득점을 만들어 이기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키움 타선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와 wRC+(조정 득점 생산력)가 LG, KIA, SSG에 이어 리그 4위를 달리고 있다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며, 실제로 키움은 득/실점에 비해 더 많은 승리를 챙기고 있다. (피타고리안 기대 승률보다 실제 승률이 높은 팀은 현재 3팀인데 SSG와 롯데, 그리고 키움이다.)
이기는 야구를 하는 방향성에는 강 코치의 타격 훈련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험은 부족하지만 분위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젊은 타자들을 이끌어가는 강 코치의 맞춤 훈련은, 타격 기술 향상뿐 아니라 선수들을 통솔하는 지도력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팀 타율 최하위의 키움 타선을 상대로 그 어떤 팀도 쉽다고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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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솔지 기자 solji26@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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