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인플레 가고 경기 침체 오나…연준에 쏠리는 눈

입력 2022.08.16 (10:46) 수정 2022.08.1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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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치솟던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데, 한 편에선 오히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전 세계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세계 경제 상황을 살필 때는 미국 소비 시장을 유심히 보는데요.

구매력이 큰 미국 소비 시장이 미국 경제뿐 아니라 각국의 수출 성과를 좌우하기도 하고, 미국 내의 내수 시장 분위기에 따라 미국의 중앙은행, 연준이 내놓는 통화 정책이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미국에서 물가 관련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됐는데, 시장이 예상해 왔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만 오르는 데 그쳤는데요.

6월에는 1년 전보다 9.1% 올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한 수칩니다.

[로런 길버트/웰쓰와이즈 파이낸셜 CEO : "미국 경제의 3분의 2가 소비 지출을 기반으로 해서 (소비자물가지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이 수치가 9% 이상에서 8.5%로 낮아진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입니다."]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과 비교하면 오히려 0.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2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앵커]

그래도 물가가 좀 잡힌다니 희망적인 소식인데요.

어떤 배경이 있나요?

[기자]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 곡물 가격과 유가가 급등해서 물가를 크게 올렸는데, 이게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전쟁 직후인 3월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그 뒤로 차츰 떨어지더니 지난 7월에는 140.9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전달보다 8% 넘게 떨어진 수치로 약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전쟁으로 틀어 막혔던 우크라이나의 밀과 옥수수 수출이 이달 초 재개되면서 앞으로 공급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프레데릭 케네디/UN 흑해 이니셔티브 공동조정센터 임시조정관 : "우리는 배에 화물에 싣고 세계 식량 불안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싣고 가는 모든 배가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국제 유가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왔는데요.

전쟁이 시작한 직후인 지난 3월 미국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123달러대까지 치솟았는데, 이달 초엔 88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배럴당 90달러 선이 붕괴된 건 반년만이었습니다.

[앵커]

물가가 잡히는 건 좋은데, 또, 이러다가 자칫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기자]

물가가 안정되어 가는 방식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소비에 맞게 공급도 늘려서 경기가 호황을 누리는 방식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게 아니라, 소비를 억제해서 가격을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앞서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했는데요.

유가가 빠르게 하락한 큰 이유는 고유가를 견딜 수 없어 비행기 운항을 줄이거나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않는 등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피터슨/비행기 승객 : "휘발유 가격이 많이 올라서 티켓 가격도 많이 올랐어요. 정말 많이요. 한 달 전보다 두 배 가격이 됐어요."]

최근 미국 연준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잇달아 크게 올렸죠.

이것 역시 돈의 가치를 높여서 돈을 덜 쓰고 손에 쥐고 있게 만드는, 즉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고 있어서 소비를 억눌러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 활동도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세계 경제가 물가도 잡으면서 경기 침체도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네요?

[기자]

네, 이 어려운 과제를 앞장서서 풀어야 하는 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연준이겠죠.

전 세계가 연준의 말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건 다음 달 연준이 발표할 기준 금리 인상 폭인데요.

연준은 지난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연속으로 밟았죠.

물가 지표는 개선됐지만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는 만큼, 연준이 이번엔 속도 조절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하고, 아직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볼 만한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연준이 다시 한번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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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6 10:46:46
    • 수정2022-08-16 1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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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치솟던 물가가 정점을 찍은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인데, 한 편에선 오히려 세계 경제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전 세계 물가 상승세가 꺾이고 있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고요?

[기자]

네, 세계 경제 상황을 살필 때는 미국 소비 시장을 유심히 보는데요.

구매력이 큰 미국 소비 시장이 미국 경제뿐 아니라 각국의 수출 성과를 좌우하기도 하고, 미국 내의 내수 시장 분위기에 따라 미국의 중앙은행, 연준이 내놓는 통화 정책이 다른 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미국에서 물가 관련 지표들이 잇따라 발표됐는데, 시장이 예상해 왔던 것보다 좋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특히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8.5%만 오르는 데 그쳤는데요.

6월에는 1년 전보다 9.1% 올란던 것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크게 둔화한 수칩니다.

[로런 길버트/웰쓰와이즈 파이낸셜 CEO : "미국 경제의 3분의 2가 소비 지출을 기반으로 해서 (소비자물가지수는)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이 수치가 9% 이상에서 8.5%로 낮아진 것은 긍정적인 움직임입니다."]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는 전달과 비교하면 오히려 0.5%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간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건 2년여 만에 처음입니다.

[앵커]

그래도 물가가 좀 잡힌다니 희망적인 소식인데요.

어떤 배경이 있나요?

[기자]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국제 곡물 가격과 유가가 급등해서 물가를 크게 올렸는데, 이게 안정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가 전쟁 직후인 3월 역대 최고치를 찍었는데, 그 뒤로 차츰 떨어지더니 지난 7월에는 140.9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전달보다 8% 넘게 떨어진 수치로 약 14년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입니다.

전쟁으로 틀어 막혔던 우크라이나의 밀과 옥수수 수출이 이달 초 재개되면서 앞으로 공급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프레데릭 케네디/UN 흑해 이니셔티브 공동조정센터 임시조정관 : "우리는 배에 화물에 싣고 세계 식량 불안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곡물을 싣고 가는 모든 배가 이 상황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국제 유가도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 왔는데요.

전쟁이 시작한 직후인 지난 3월 미국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123달러대까지 치솟았는데, 이달 초엔 88달러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배럴당 90달러 선이 붕괴된 건 반년만이었습니다.

[앵커]

물가가 잡히는 건 좋은데, 또, 이러다가 자칫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거잖아요.

[기자]

물가가 안정되어 가는 방식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늘어난 소비에 맞게 공급도 늘려서 경기가 호황을 누리는 방식으로 물가가 안정되는 게 아니라, 소비를 억제해서 가격을 끌어내렸기 때문입니다.

앞서 원유 가격이 내려가면서 물가가 안정됐다고 했는데요.

유가가 빠르게 하락한 큰 이유는 고유가를 견딜 수 없어 비행기 운항을 줄이거나 사람들이 여행을 가지 않는 등 소비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 피터슨/비행기 승객 : "휘발유 가격이 많이 올라서 티켓 가격도 많이 올랐어요. 정말 많이요. 한 달 전보다 두 배 가격이 됐어요."]

최근 미국 연준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라도 물가를 잡겠다며 금리를 잇달아 크게 올렸죠.

이것 역시 돈의 가치를 높여서 돈을 덜 쓰고 손에 쥐고 있게 만드는, 즉 소비와 투자를 억제하는 방식입니다.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르고 있어서 소비를 억눌러서라도 물가를 잡겠다는 거죠.

하지만 이런 방식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생산 활동도 위축시키기 때문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겁니다.

[앵커]

세계 경제가 물가도 잡으면서 경기 침체도 막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했네요?

[기자]

네, 이 어려운 과제를 앞장서서 풀어야 하는 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 연준이겠죠.

전 세계가 연준의 말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입니다.

현재 가장 주목되는 건 다음 달 연준이 발표할 기준 금리 인상 폭인데요.

연준은 지난 6월과 7월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이른바 자이언트 스텝을 연속으로 밟았죠.

물가 지표는 개선됐지만 경기 침체 우려는 커지는 만큼, 연준이 이번엔 속도 조절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하고, 아직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볼 만한 확실한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면, 연준이 다시 한번 큰 폭으로 금리를 올릴 거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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