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식용 개 연간 39만 마리 도축…찬반 팽팽

입력 2022.08.16 (18:04) 수정 2022.08.16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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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5일)가 말복이었죠.

복날 때마다 늘 되풀이되는 논쟁이 있습니다.

바로 개고기 찬반 문제인데요.

동물학대냐, 전통 식문화냐, 여러 의견 속에서 결론을 내기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식용 개 산업 실태와 여론은 어떤지, 경제부 장혁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장 기자, 개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엄연히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식당들이 불법이란 말도 있던데, 법적인 문제 먼저 정리해주시죠.

[기자]

엄밀하게 보면 개고기 자체는 불법입니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으로 쓸 수 있는 원료들을 정해놓고 있는데요,

여기서 보면, 소와 돼지, 말, 칠면조 같은 축산물은 포함돼 있는데, 개는 포함 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고기를 팔면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축산법에서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는데요.

사실상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더라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개 농장은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가 있습니다.

식용 개 산업은 완벽한 불법도, 합법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있는 셈이죠.

[앵커]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 그럼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없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개 몇 마리를 음식으로 소비하는지, 제대로 된 통계 자체가 없었어요.

그러다 정부가 올해 초에 처음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는 농장은 1,150여 곳이었고요.

이곳에서 52만 천여 마리가 길러지고 있었습니다.

음식점 수는 천6백여 곳에 달했고요.

1년에 약 39만 마리가 도축돼 음식으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앵커]

39만 마리가 보신탕 같은 음식으로 도축되는군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많은 것 같은데 개고기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요?

[기자]

개 식용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가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어요.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개고기를 먹지 않고,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 중단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절반을 조금 넘는 국민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개 도축 합법화에 대해선 여기서도 반대가 절반을 넘긴 하지만, 찬성 의견도 거의 40%에 육박했습니다.

본인은 먹지 않겠다면서도 아예 불법화하고 중단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 비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걸 보면 개 식용 문제를 본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인가요?

위원회에서 이런 실태조사까지 하고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네, 육견 업계도 점차 종식될 거고, 조건만 맞는다면 그 종식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어요.

이분들 얘기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손원학/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 : "한꺼번에 (개 농장을) 없애면 이제 생존 기반을 잃는 거고 덩달아 거기에 따라서 사료 업체, 음식물 업체, 약품 업체, 기자재 업체 수십만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거죠."]

육견업계는 동물단체에서 민원 제기를 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사료로 쓰이는 잔반을 지금처럼 신고만 하면 가져갈 수 있도록 해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축사 철거 비용과 다른 가축을 기르려 할 때 정부가 지원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개 농장주의 평균연령을 조사해봤더니, 약 64세로 나왔는데요.

고령이라 업종 전환도 어려워서, 생계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분들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네요.

그런데 정부는 이런 조건들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까.

[기자]

2~3개 조건 정도는 검토해보겠단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개 도축장을 흑염소 도축장으로 전환하면, 법률 지원, 금융 혜택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철거·전업 비용도, 일찍 문을 닫는다면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이고요.

하지만 무허가 축사 양성화라든지, 농지법 위반 등 불법인 부분을 인정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다고 위원회에만 논의를 맡겨놓고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

[기자]

물론 이 문제가 쉽게 결론이 안 날 문제긴 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현행법이 있는데 왜 이 현행법을 자꾸 고려하지 않고 새롭게 그 금지를 위한 어떤 절차를 만들려고 하는지, 이게 지금 정부가 좀 너무 모호한 태도다, 그렇게 봐야 돼요."]

지금까지 개 식용 문제를 두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왔습니다.

전통 식문화, 개인 기호 문제와, 윤리나 가치관의 문제까지 뒤섞여 있거든요.

다만, 위생이 관리 안 되거나 사육, 도축 과정에서의 학대 문제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항상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라는 대답만 반복하는데, 의지를 갖고 해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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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T] 식용 개 연간 39만 마리 도축…찬반 팽팽
    • 입력 2022-08-16 18:04:54
    • 수정2022-08-16 18: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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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5일)가 말복이었죠.

복날 때마다 늘 되풀이되는 논쟁이 있습니다.

바로 개고기 찬반 문제인데요.

동물학대냐, 전통 식문화냐, 여러 의견 속에서 결론을 내기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식용 개 산업 실태와 여론은 어떤지, 경제부 장혁진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봅니다.

장 기자, 개고기를 파는 식당들이 엄연히 있잖아요?

그런데 이런 식당들이 불법이란 말도 있던데, 법적인 문제 먼저 정리해주시죠.

[기자]

엄밀하게 보면 개고기 자체는 불법입니다.

식품위생법에서는 식품으로 쓸 수 있는 원료들을 정해놓고 있는데요,

여기서 보면, 소와 돼지, 말, 칠면조 같은 축산물은 포함돼 있는데, 개는 포함 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고기를 팔면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거죠.

그런데 축산법에서 개는 '가축'으로 분류되는데요.

사실상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더라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개 농장은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가 있습니다.

식용 개 산업은 완벽한 불법도, 합법도 아닌 모호한 경계에 있는 셈이죠.

[앵커]

불법도 합법도 아니다, 그럼 정부 차원에서 제대로 된 실태조사도 없었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우리 사회가 개 몇 마리를 음식으로 소비하는지, 제대로 된 통계 자체가 없었어요.

그러다 정부가 올해 초에 처음으로 현장 조사를 벌였는데, 그 결과를 KBS가 입수했습니다.

식용 목적으로 개를 기르는 농장은 1,150여 곳이었고요.

이곳에서 52만 천여 마리가 길러지고 있었습니다.

음식점 수는 천6백여 곳에 달했고요.

1년에 약 39만 마리가 도축돼 음식으로 소비되고 있었습니다.

[앵커]

39만 마리가 보신탕 같은 음식으로 도축되는군요.

생각했던 것보다는 꽤 많은 것 같은데 개고기에 대한 여론은 어떤가요?

[기자]

개 식용 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가 대국민 인식조사를 진행했어요.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개고기를 먹지 않고, 앞으로도 먹지 않을 것이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 중단해야 하느냐는 질문엔 절반을 조금 넘는 국민이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또 개 도축 합법화에 대해선 여기서도 반대가 절반을 넘긴 하지만, 찬성 의견도 거의 40%에 육박했습니다.

본인은 먹지 않겠다면서도 아예 불법화하고 중단해야 한다는 것에 찬성 비율이 절반을 조금 넘는 걸 보면 개 식용 문제를 본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인가요?

위원회에서 이런 실태조사까지 하고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는 거잖아요?

[기자]

네, 육견 업계도 점차 종식될 거고, 조건만 맞는다면 그 종식이 빨라질 수도 있다는 의견은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조건을 내걸고 있어요.

이분들 얘기를 먼저 들어보겠습니다.

[손원학/대한육견협회 사무총장 : "한꺼번에 (개 농장을) 없애면 이제 생존 기반을 잃는 거고 덩달아 거기에 따라서 사료 업체, 음식물 업체, 약품 업체, 기자재 업체 수십만 자영업자들이 생존의 벼랑으로 내몰리는 거죠."]

육견업계는 동물단체에서 민원 제기를 하지 말아달라.

그리고 사료로 쓰이는 잔반을 지금처럼 신고만 하면 가져갈 수 있도록 해달라. 이렇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축사 철거 비용과 다른 가축을 기르려 할 때 정부가 지원해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개 농장주의 평균연령을 조사해봤더니, 약 64세로 나왔는데요.

고령이라 업종 전환도 어려워서, 생계 대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분들 입장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네요.

그런데 정부는 이런 조건들 받아들일 수 있는 겁니까.

[기자]

2~3개 조건 정도는 검토해보겠단 입장입니다.

예를 들어 개 도축장을 흑염소 도축장으로 전환하면, 법률 지원, 금융 혜택 등을 검토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철거·전업 비용도, 일찍 문을 닫는다면 지원에 긍정적인 입장이고요.

하지만 무허가 축사 양성화라든지, 농지법 위반 등 불법인 부분을 인정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그렇다고 위원회에만 논의를 맡겨놓고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

[기자]

물론 이 문제가 쉽게 결론이 안 날 문제긴 합니다.

동물보호단체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조희경/동물자유연대 대표 : "현행법이 있는데 왜 이 현행법을 자꾸 고려하지 않고 새롭게 그 금지를 위한 어떤 절차를 만들려고 하는지, 이게 지금 정부가 좀 너무 모호한 태도다, 그렇게 봐야 돼요."]

지금까지 개 식용 문제를 두고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러왔습니다.

전통 식문화, 개인 기호 문제와, 윤리나 가치관의 문제까지 뒤섞여 있거든요.

다만, 위생이 관리 안 되거나 사육, 도축 과정에서의 학대 문제는 바로 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항상 '사회적 합의가 먼저다'라는 대답만 반복하는데, 의지를 갖고 해결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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