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비로 아파트 투자까지…건설노조 위원장 ‘횡령 의혹’ 수사

입력 2022.08.17 (12:45) 수정 2022.08.17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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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합원 만 명이 넘는 전국 단위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거액의 노조비를 사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가 입수한 계좌 내역 등을 보면, 위원장 부부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그 돈이 쓰였고, 심지어, 사들인 건물에는 노조가 세를 들어 월세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당사자 해명 포함해서 김우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을 짜는 '형틀 목공' 노동자.

이들 중 만 2천여 명이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에 가입해 있습니다.

한국노총 건설 부문 최대 노조고, 한해 노조비만 20억 원을 웃돕니다.

KBS가 확보한 이 노조의 계좌 내역입니다.

2019년에 매달 5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까지 이체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낸 쪽, 받은 쪽 모두 똑같은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습니다.

이런 수상한 거래는 지난해까지 3년간 계속됐는데, 돈이 넘어간 통장은 사실, 노조위원장 이 모 씨의 개인 통장이나 마찬가지라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A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그 통장은) 조합원들 대부분 몰랐고, 조합 내부 직원들도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 사실상 이제 위원장이 독단으로 사용한 게 아닌가."]

그렇게 들어온 돈은, 한 번에 뭉텅이로 다시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4월, 4억 2천만 원. 행선지를 추적해 봤더니, 돈을 받은 사람은, 위원장이 매입한 주택의 전 소유주였습니다.

아파트를 사들이는 데, 그 돈을 쓴 겁니다.

[인근 부동산/음성변조 : "(현재 시세는) 27억 원이요. 많이 올랐네, 내가 알기로는 18억 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뒤에 또 빠져나간 2억 원, 이번엔, 위원장 부인이 건물을 사는 데 쓰인 거로 확인됐습니다.

[B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조합원/음성변조 : "그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집을 샀다는 거에 대해서 정말 어이가 없고 화가 나네요."]

심지어 이 빌딩엔 해당 노조가 월세로 입주해 있습니다.

노조비 8백여만 원이, 매달 월세로 위원장 부인에게 지급됩니다.

[KBS 취재진 : "계신가요?"]

위원장은 지인들에게 노조비 5억, 8억 원씩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노조를 위한 지출이었고 내부 의결을 거쳤으며, 쓴 돈은 다시 돌려놓았다"는 게 위원장의 해명입니다.

[이○○/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음성변조 :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쓰고 갖다 채워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KBS 취재와 함께 알려지자 노조는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열었습니다.

경찰도 지난달 내사를 시작해, 최근 공식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 안민식 조원준/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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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비로 아파트 투자까지…건설노조 위원장 ‘횡령 의혹’ 수사
    • 입력 2022-08-17 12:45:34
    • 수정2022-08-17 13:30:20
    뉴스 12
[앵커]

조합원 만 명이 넘는 전국 단위 노동조합의 위원장이 거액의 노조비를 사적으로 횡령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KBS가 입수한 계좌 내역 등을 보면, 위원장 부부가 부동산을 매입하는 데 그 돈이 쓰였고, 심지어, 사들인 건물에는 노조가 세를 들어 월세를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당사자 해명 포함해서 김우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건설 현장에서 거푸집을 짜는 '형틀 목공' 노동자.

이들 중 만 2천여 명이 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에 가입해 있습니다.

한국노총 건설 부문 최대 노조고, 한해 노조비만 20억 원을 웃돕니다.

KBS가 확보한 이 노조의 계좌 내역입니다.

2019년에 매달 5천만 원에서 1억 5천만 원까지 이체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런데 보낸 쪽, 받은 쪽 모두 똑같은 노동조합 명의로 돼 있습니다.

이런 수상한 거래는 지난해까지 3년간 계속됐는데, 돈이 넘어간 통장은 사실, 노조위원장 이 모 씨의 개인 통장이나 마찬가지라는 내부 폭로가 나왔습니다.

[A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관계자/음성변조 : "(그 통장은) 조합원들 대부분 몰랐고, 조합 내부 직원들도 알지 못했던 부분이라 사실상 이제 위원장이 독단으로 사용한 게 아닌가."]

그렇게 들어온 돈은, 한 번에 뭉텅이로 다시 빠져나갔습니다.

지난해 4월, 4억 2천만 원. 행선지를 추적해 봤더니, 돈을 받은 사람은, 위원장이 매입한 주택의 전 소유주였습니다.

아파트를 사들이는 데, 그 돈을 쓴 겁니다.

[인근 부동산/음성변조 : "(현재 시세는) 27억 원이요. 많이 올랐네, 내가 알기로는 18억 원에 거래됐는데…."]

두 달 뒤에 또 빠져나간 2억 원, 이번엔, 위원장 부인이 건물을 사는 데 쓰인 거로 확인됐습니다.

[B 씨/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조합원/음성변조 : "그 돈으로 사리사욕을 채우고 집을 샀다는 거에 대해서 정말 어이가 없고 화가 나네요."]

심지어 이 빌딩엔 해당 노조가 월세로 입주해 있습니다.

노조비 8백여만 원이, 매달 월세로 위원장 부인에게 지급됩니다.

[KBS 취재진 : "계신가요?"]

위원장은 지인들에게 노조비 5억, 8억 원씩을 빌려주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노조를 위한 지출이었고 내부 의결을 거쳤으며, 쓴 돈은 다시 돌려놓았다"는 게 위원장의 해명입니다.

[이○○/한국연합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음성변조 :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쓰고 갖다 채워놓으면 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못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일들이 KBS 취재와 함께 알려지자 노조는 긴급 대의원 회의를 열었습니다.

경찰도 지난달 내사를 시작해, 최근 공식 수사로 전환했습니다.

KBS 뉴스 김우준입니다.

촬영기자:최진영 안민식 조원준/영상편집:신남규/그래픽:김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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