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휴게실 설치 의무화’…사각지대 여전

입력 2022.08.18 (19:22) 수정 2022.08.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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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터의 열악한 휴게실 문제, 그동안 꾸준히 전해드렸는데요.

오늘부터는 사업장 안에 제대로 된 휴게시설이 없으면 사업주는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사각지대입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서울대에서 일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을 거둔 휴게실입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날,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3.5 제곱미터의 좁은 공간에서 쉬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6월에는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또 다른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 한 동을 혼자서 청소하는 등 강도 높은 노동을 해왔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했습니다.

고된 노동에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 일터의 휴게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한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입니다.

지하에 있어 창문이 없고, 햇빛도 들지 않습니다.

냉장고 등 집기는 직접 마련했습니다. 이곳을 8명이 함께 씁니다.

많은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은 이렇게 계단 밑 공간을 활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입구 쪽은 그나마 허리를 펼 수 있지만 계단 안쪽 공간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높이가 150 센티미터에 불과합니다.

없는 것보단 낫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오종익/○○대학교 청소노동자 : "하루의 반을 회사에서 생활하니까 창문도 있게 좀 아늑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진 회사 내에 휴게시설이 열악하거나 없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턴 달라집니다.

사업주 '의무'가 돼, 일터에 휴게 공간을 법적으로 꼭 만들어야 합니다.

설치하지 않으면 1,500만 원, 설치는 했어도 최소면적과 최소 높이 등이 설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1,0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당장 적용되는 대상은 상시 근로자가 20인 이상인 사업장입니다.

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 20억 이상이면 해단됩니다.

취약 직종은 기준이 더 강화됐습니다.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그 중에서도 특히 배달원과 청소원, 경비원 등 7개 직종의 경우 근로자 2명 이상이면 휴게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준비 기간을 고려해 상시 근로자가 20인 이상 50인 미만인 사업장은 1년 뒤부터 적용합니다.

다행히 제도는 마련됐지만, 노동계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합니다.

[최명선/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건강권을 보장하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적용 제외 기준이 없어야 합니다. 법 제정 취지가 완전히 무색화됐다고 생각하고요."]

민주노총이 노동자 4천여 명에게 물었더니, 43.8%가 "일터에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300인 이상 큰 업체에서는 23.6%가 "없다"고 답한 반면, 20인 미만 소규모 업체의 경우 응답자의 60% 가까이가 "쉴 공간이 따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저임금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소외됐다는 지적에, 고용부는 공동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휴게 공간이 부족해 배송 차량에서 쉬는 경우가 많은 마트 배송 노동자들도 있죠.

이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휴게시설도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서태일/대형마트 배송 노동자 : "200여 명 되는데 태반이 (자리가) 부족하니까 자기 차 안에서 자기도 하고. 저희도 사람인데 특수고용직이라 그래서 고용노동부에서 완전히 외면하고…."]

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가운데 아직 휴게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2만여 곳으로 파악된다고 정부는 밝혔는데요.

사업주들이 설치 기준을 준수했는지는 물론이고, 실제로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쉬고 있는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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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18 19:22:32
    • 수정2022-08-18 19:35:33
    뉴스7(청주)
[앵커]

일터의 열악한 휴게실 문제, 그동안 꾸준히 전해드렸는데요.

오늘부터는 사업장 안에 제대로 된 휴게시설이 없으면 사업주는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여전히 사각지대입니다.

홍화경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리포트]

3년 전, 서울대에서 일하던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을 거둔 휴게실입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날, 에어컨도 창문도 없는 3.5 제곱미터의 좁은 공간에서 쉬다 세상을 떠났습니다.

지난 6월에는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또 다른 청소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 한 동을 혼자서 청소하는 등 강도 높은 노동을 해왔다며 산업재해를 인정했습니다.

고된 노동에 잠깐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공간, 일터의 휴게실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요?

한 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휴게실입니다.

지하에 있어 창문이 없고, 햇빛도 들지 않습니다.

냉장고 등 집기는 직접 마련했습니다. 이곳을 8명이 함께 씁니다.

많은 청소노동자 휴게시설은 이렇게 계단 밑 공간을 활용합니다.

그러다 보니 입구 쪽은 그나마 허리를 펼 수 있지만 계단 안쪽 공간은 천장부터 바닥까지 높이가 150 센티미터에 불과합니다.

없는 것보단 낫지만 아쉬움이 큽니다.

[오종익/○○대학교 청소노동자 : "하루의 반을 회사에서 생활하니까 창문도 있게 좀 아늑하게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진 회사 내에 휴게시설이 열악하거나 없더라도 아무런 제재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턴 달라집니다.

사업주 '의무'가 돼, 일터에 휴게 공간을 법적으로 꼭 만들어야 합니다.

설치하지 않으면 1,500만 원, 설치는 했어도 최소면적과 최소 높이 등이 설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1,000만 원까지 과태료를 물 수 있습니다.

당장 적용되는 대상은 상시 근로자가 20인 이상인 사업장입니다.

건설업의 경우 공사 금액 20억 이상이면 해단됩니다.

취약 직종은 기준이 더 강화됐습니다.

상시 근로자 10인 이상, 그 중에서도 특히 배달원과 청소원, 경비원 등 7개 직종의 경우 근로자 2명 이상이면 휴게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합니다.

준비 기간을 고려해 상시 근로자가 20인 이상 50인 미만인 사업장은 1년 뒤부터 적용합니다.

다행히 제도는 마련됐지만, 노동계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합니다.

[최명선/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 : "건강권을 보장하려고 한다면 기본적으로는 적용 제외 기준이 없어야 합니다. 법 제정 취지가 완전히 무색화됐다고 생각하고요."]

민주노총이 노동자 4천여 명에게 물었더니, 43.8%가 "일터에 휴게실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300인 이상 큰 업체에서는 23.6%가 "없다"고 답한 반면, 20인 미만 소규모 업체의 경우 응답자의 60% 가까이가 "쉴 공간이 따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저임금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소외됐다는 지적에, 고용부는 공동 휴게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휴게 공간이 부족해 배송 차량에서 쉬는 경우가 많은 마트 배송 노동자들도 있죠.

이런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휴게시설도 대상에서 빠져 있습니다.

[서태일/대형마트 배송 노동자 : "200여 명 되는데 태반이 (자리가) 부족하니까 자기 차 안에서 자기도 하고. 저희도 사람인데 특수고용직이라 그래서 고용노동부에서 완전히 외면하고…."]

법이 적용되는 사업장 가운데 아직 휴게시설이 설치되지 않은 곳은 2만여 곳으로 파악된다고 정부는 밝혔는데요.

사업주들이 설치 기준을 준수했는지는 물론이고, 실제로 노동자들이 어떤 환경에서 쉬고 있는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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