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뉴스K] 분양가 혜택·매트 시공비 지원…층간소음 개선될까

입력 2022.08.19 (12:53) 수정 2022.08.1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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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급증하는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새로 짓는 주택은 층간소음을 줄이면 분양가를 올려주고, 기존 주택은 매트 설치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인데요.

실효성이 있을지, 홍화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의자 끄는 소리, 아이들 뛰는 소리, 어른들이 걸을 때 나는 발소리까지, 한번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 계속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벽과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층간소음, 윗집인 줄 알았는데 아랫집일 때도 있고 또 옆집일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집 건너 또다른 집일 때도 있죠.

그렇게 소음의 원인을 찾으며 이웃을 원망하다 보면, 심한 경우 화를 참지 못해 범죄로까지 이어집니다.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아래층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지난달에는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위층에 사는 80대 남성을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재 아파트와 빌라 같은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 10채 중 8채 꼴입니다.

그만큼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큰데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민원은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이창휘/서울 중랑구 : "(층간소음이) 스트레스가 되죠. 어떤 때 보면 진짜 잠이 안 오는데 점점 화가 나는 거죠."]

전문가들은 생활소음이 이웃집에 전해지는 중요한 원인으로 아파트 건물 구조를 꼽습니다.

한 아파트의 분양 공고문인데요.

'벽식구조'로 설계했다고 적혀 있죠.

아파트 구조는 크게 '기둥이 있냐 없냐'에 따라 벽식과 기둥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둥 없이 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형태가 바로 벽식 구조인데요.

기둥이 없으면 층수를 더 많이 올릴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지만 천장과 벽이 붙어 있어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소음에 취약합니다.

반대로 보와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기둥식 구조는 진동이 보와 기둥에 분산돼 층간소음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아파트 상당수는 벽식구조를 도입했는데요.

[국형걸/이화여대 건축학부 부교수 : "1970년대부터 (아파트를) 많이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쉽고 빠르게 싸게 지으려고 하다 보니까 벽식으로 빨리 올리게 됐죠."]

기둥식은 층고가 높다보니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줄어들고, 공사비가 비싸져서 시공사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건설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상대적으로 공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벽식 구조를 적용하는 아파트가 대부분인 게 사실입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놨는데요.

새로 짓는 주택에서 층간소음을 줄인 건설사에는 분양 보증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또 바닥 두께를 21cm 이상으로 두껍게 지으면 이로 인해 늘어난 공사비를 분양가에 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용적률상 불이익이 없도록 높이 제한도 완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 "제도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바닥 두께 기준 적용은 다양한 소재와 구조 연구 개발을 저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최근 금리, 물가 인상으로 인해 분양가 인상에 대한 부담도 (있습니다)."]

바닥만 보강한다고 층간 소음을 막을 순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안형준/전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학장 : "층고를 높인다는 것은 소음원으로부터 좀 격리시키는 방법은 되지만, 벽식 구조에서는 바닥에서 일어난 소음 진동이 벽으로 전달되고 아래층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국토부는 층간소음 방지에 우수한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겠다 밝혔는데요.

소음저감 주택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준공돼 있는 주택의 경우, 소음 저감 매트를 깔면 설치비 대출을 지원해 준다는 대책도 내놨는데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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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친절한 뉴스K] 분양가 혜택·매트 시공비 지원…층간소음 개선될까
    • 입력 2022-08-19 12:53:44
    • 수정2022-08-19 13:19:11
    뉴스 12
[앵커]

급증하는 층간소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새로 짓는 주택은 층간소음을 줄이면 분양가를 올려주고, 기존 주택은 매트 설치비를 지원해주는 방안인데요.

실효성이 있을지, 홍화경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의자 끄는 소리, 아이들 뛰는 소리, 어른들이 걸을 때 나는 발소리까지, 한번 귀에 들리기 시작하면 계속 신경이 곤두서게 됩니다.

벽과 공기를 타고 들려오는 층간소음, 윗집인 줄 알았는데 아랫집일 때도 있고 또 옆집일 때도 있습니다.

심지어 한집 건너 또다른 집일 때도 있죠.

그렇게 소음의 원인을 찾으며 이웃을 원망하다 보면, 심한 경우 화를 참지 못해 범죄로까지 이어집니다.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40대 남성이 아래층 일가족 3명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지난달에는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위층에 사는 80대 남성을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습니다.

현재 아파트와 빌라 같은 공동주택이 차지하는 비율, 10채 중 8채 꼴입니다.

그만큼 층간소음 분쟁이 발생할 여지가 큰데요.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층간소음 민원은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이창휘/서울 중랑구 : "(층간소음이) 스트레스가 되죠. 어떤 때 보면 진짜 잠이 안 오는데 점점 화가 나는 거죠."]

전문가들은 생활소음이 이웃집에 전해지는 중요한 원인으로 아파트 건물 구조를 꼽습니다.

한 아파트의 분양 공고문인데요.

'벽식구조'로 설계했다고 적혀 있죠.

아파트 구조는 크게 '기둥이 있냐 없냐'에 따라 벽식과 기둥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둥 없이 벽으로 천장을 받치는 형태가 바로 벽식 구조인데요.

기둥이 없으면 층수를 더 많이 올릴 수 있어서 가성비가 좋지만 천장과 벽이 붙어 있어 진동이 그대로 전달되기 때문에 층간소음에 취약합니다.

반대로 보와 기둥이 천장을 받치는 기둥식 구조는 진동이 보와 기둥에 분산돼 층간소음이 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아파트 상당수는 벽식구조를 도입했는데요.

[국형걸/이화여대 건축학부 부교수 : "1970년대부터 (아파트를) 많이 보급하기 시작했는데 쉽고 빠르게 싸게 지으려고 하다 보니까 벽식으로 빨리 올리게 됐죠."]

기둥식은 층고가 높다보니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줄어들고, 공사비가 비싸져서 시공사가 선호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건설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상대적으로 공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 벽식 구조를 적용하는 아파트가 대부분인 게 사실입니다."]

정부가 대책을 내놨는데요.

새로 짓는 주택에서 층간소음을 줄인 건설사에는 분양 보증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깎아주기로 했습니다.

또 바닥 두께를 21cm 이상으로 두껍게 지으면 이로 인해 늘어난 공사비를 분양가에 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용적률상 불이익이 없도록 높이 제한도 완화한다는 계획입니다.

[건설사 관계자/음성변조 : "제도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바닥 두께 기준 적용은 다양한 소재와 구조 연구 개발을 저해할 우려가 있습니다. 또 최근 금리, 물가 인상으로 인해 분양가 인상에 대한 부담도 (있습니다)."]

바닥만 보강한다고 층간 소음을 막을 순 없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안형준/전 건국대학교 건축대학 학장 : "층고를 높인다는 것은 소음원으로부터 좀 격리시키는 방법은 되지만, 벽식 구조에서는 바닥에서 일어난 소음 진동이 벽으로 전달되고 아래층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국토부는 층간소음 방지에 우수한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 용역을 추진하겠다 밝혔는데요.

소음저감 주택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준공돼 있는 주택의 경우, 소음 저감 매트를 깔면 설치비 대출을 지원해 준다는 대책도 내놨는데 큰 도움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KBS 뉴스 홍화경입니다.

영상편집:한미희/그래픽:민세홍/리서처:민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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