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우포의 눈으로 보다…사진가 정봉채

입력 2022.08.23 (20:14) 수정 2022.08.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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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억 4천만 년의 신비를 간직한 우리나라 최대 자연 늪지, 우포늪의 사계와 생명들을 렌즈에 담아온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가 우포를 떠날 수 없는 이유를 경남인에서 확인하시죠.

[리포트]

줄풀 향해 셔터 누르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자세를 낮춰 자연의 눈높이에서 셔터를 누르는 작가에게 우포는 가장 위대한 스승입니다.

["내가 작아지고 나의 마음이 진정 겸손한 자세를, 태도를 가졌을 때 그것의 존귀함, 귀중함 그 다음에 소중함. 이런 것들이 전부 다 보인다는 거예요. 그것을 찍는 것이 나의 역할이죠. 그러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 그런 것들을 함부로 하지 마라."]

람사르총회 공식 사진작가인 정봉채 작가의 작업실.

변화무쌍한 우포에 반해 이곳에 둥지를 튼 작가가 우포와 호흡하며 포착한 광경에 감탄이 쏟아집니다.

[스왑/사진가/인도 뭄바이 : "그는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마법의 눈을 가지고 있어요. 그가 찍은 새나 자연을 보고 놀랐고, 이런 작업은 처음 봅니다."]

복원에 성공하면서 우포의 상징이 된 따오기를 비롯해 작가는 우포의 매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해왔습니다.

[구승회/신라대 교수 : "많은 분이 정봉채 사진을 두고 수행적 사진 작업이다 이렇게 표현하는데 굉장히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포의 텃새를 자청한 지 22년. 우포지킴이 주영학 씨와도 한식구가 됐는데요.

시시각각 다른 우포의 표정과 숨소리를 몸으로 느끼는 그에게 줄풀은 새들의 먹이가 되고 은신처와 산란장을 내주는 기특한 녀석입니다.

그는 우포에 존재하는 것들을 드러내어 그 가치를 최상으로 높여주는 것이 소명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고, 애정도 남다릅니다.

[정봉채/사진가 : "우포 동물지도를 그리려고 했어요. 동물들이 몇 시에 어디서 나와서 몇 시에 어디로 가는지 날마다 내가 보니까 알게 되는 거죠. 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너무나 재미나는 일이 벌어져요."]

수질을 정화하는 물풀에 끌려 수생식물을 담다 보니 여기 기대어 사는 생명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는 시간이 훨씬 많죠. 보는 게 한 8할 정도. 2할은 사진을 찍는다고 봐야죠.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생활을 지금까지 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수행적 사진이라는 그런 얘기도 나온 것 같고…."]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우포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

지난해 12월, 정봉채 작가는 작업실 옆에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자연에서 보고 느낀 그대로를 담은 사진들은 우포에 살지 않고선 볼 수 없는 날것의 기록입니다.

[박병문/사진가 : "자연의 미세한 파장이 모든 분한테 울림이 될 수 있는 사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반 작가로서는 좀 힘들죠. 여기서 거주하면서 여기에 대한 자연에 대한 것을 느끼면서 찍는 것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무엇을 보고, 어떤 마음으로 볼 것인가? 수행자의 눈으로 본 우포는 그물을 거는 종대마저 신비롭습니다.

["종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너무 너무 신비스러운 거예요.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귀중함, 소중함 이런 것들을 배워가는 거예요. 인간적으로 얘기하면 철이 들은 것에 대한 고마움. 그런 것이 우포를 떠날 수 없는 거죠. 나의 스승이고…."]

22년을 한결같이 우포와 동고동락한 그에게 사진은 외침입니다.

["내 카메라, 사진 이건 이 피켓과 같은 거죠. 그래서 자연을 함부로 하지 마라. 자연을 소중하게 여겨라. 순전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외치려고 하는 거예요."]

자연을 바라본 시간만큼 깊고 넓어진 작가의 렌즈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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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人] 우포의 눈으로 보다…사진가 정봉채
    • 입력 2022-08-23 20:14:02
    • 수정2022-08-23 20:33:45
    뉴스7(창원)
[앵커]

1억 4천만 년의 신비를 간직한 우리나라 최대 자연 늪지, 우포늪의 사계와 생명들을 렌즈에 담아온 사진가가 있습니다.

그가 우포를 떠날 수 없는 이유를 경남인에서 확인하시죠.

[리포트]

줄풀 향해 셔터 누르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자세를 낮춰 자연의 눈높이에서 셔터를 누르는 작가에게 우포는 가장 위대한 스승입니다.

["내가 작아지고 나의 마음이 진정 겸손한 자세를, 태도를 가졌을 때 그것의 존귀함, 귀중함 그 다음에 소중함. 이런 것들이 전부 다 보인다는 거예요. 그것을 찍는 것이 나의 역할이죠. 그러한 존재를 드러내는 것. 그런 것들을 함부로 하지 마라."]

람사르총회 공식 사진작가인 정봉채 작가의 작업실.

변화무쌍한 우포에 반해 이곳에 둥지를 튼 작가가 우포와 호흡하며 포착한 광경에 감탄이 쏟아집니다.

[스왑/사진가/인도 뭄바이 : "그는 다른 사람들은 볼 수 없는 마법의 눈을 가지고 있어요. 그가 찍은 새나 자연을 보고 놀랐고, 이런 작업은 처음 봅니다."]

복원에 성공하면서 우포의 상징이 된 따오기를 비롯해 작가는 우포의 매 순간을 생생하게 기록해왔습니다.

[구승회/신라대 교수 : "많은 분이 정봉채 사진을 두고 수행적 사진 작업이다 이렇게 표현하는데 굉장히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우포의 텃새를 자청한 지 22년. 우포지킴이 주영학 씨와도 한식구가 됐는데요.

시시각각 다른 우포의 표정과 숨소리를 몸으로 느끼는 그에게 줄풀은 새들의 먹이가 되고 은신처와 산란장을 내주는 기특한 녀석입니다.

그는 우포에 존재하는 것들을 드러내어 그 가치를 최상으로 높여주는 것이 소명이라고 말하는데요.

그래서 소중하지 않은 생명은 없고, 애정도 남다릅니다.

[정봉채/사진가 : "우포 동물지도를 그리려고 했어요. 동물들이 몇 시에 어디서 나와서 몇 시에 어디로 가는지 날마다 내가 보니까 알게 되는 거죠. 보고 있으면 그 안에서 너무나 재미나는 일이 벌어져요."]

수질을 정화하는 물풀에 끌려 수생식물을 담다 보니 여기 기대어 사는 생명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보는 시간이 훨씬 많죠. 보는 게 한 8할 정도. 2할은 사진을 찍는다고 봐야죠.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생활을 지금까지 해온 것 같아요. (그래서) 수행적 사진이라는 그런 얘기도 나온 것 같고…."]

세상에 들려주고 싶은 우포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공간.

지난해 12월, 정봉채 작가는 작업실 옆에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자연에서 보고 느낀 그대로를 담은 사진들은 우포에 살지 않고선 볼 수 없는 날것의 기록입니다.

[박병문/사진가 : "자연의 미세한 파장이 모든 분한테 울림이 될 수 있는 사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일반 작가로서는 좀 힘들죠. 여기서 거주하면서 여기에 대한 자연에 대한 것을 느끼면서 찍는 것과는 천지 차이입니다."]

무엇을 보고, 어떤 마음으로 볼 것인가? 수행자의 눈으로 본 우포는 그물을 거는 종대마저 신비롭습니다.

["종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이 너무 너무 신비스러운 거예요.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귀중함, 소중함 이런 것들을 배워가는 거예요. 인간적으로 얘기하면 철이 들은 것에 대한 고마움. 그런 것이 우포를 떠날 수 없는 거죠. 나의 스승이고…."]

22년을 한결같이 우포와 동고동락한 그에게 사진은 외침입니다.

["내 카메라, 사진 이건 이 피켓과 같은 거죠. 그래서 자연을 함부로 하지 마라. 자연을 소중하게 여겨라. 순전히 개인적인 방식으로 외치려고 하는 거예요."]

자연을 바라본 시간만큼 깊고 넓어진 작가의 렌즈엔 또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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