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70만 원’에 어린 딸을…‘탈레반 1년’ 아프간 경제 붕괴

입력 2022.08.24 (18:03) 수정 2022.08.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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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광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요.

현재 아프간 상황은 어떨까요?

<글로벌 ET>에서 홍석우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미군이 철수한 카불을 탈레반이 장악한 지 1년,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사람들은 굶주림에 지쳐 죽어가고, 어린 여자 아이들은 헐값에 팔려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지난해 8월 상황 다시 보실까요?

당시 비행기에 매달려서라도 아프간을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수도 카불 공항 일대가 마비됐었는데, 이유가 탈레반이 집권했을 때 보여줬던 '공포 정치' 때문이었습니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복수하지 않겠다, 여성의 사회 생활도 보장하겠다, 공언했지만, 우려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예전에는 아프간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사진이 돌기도 했었는데요.

[기자]

여성 복장의 변화는 탈레반 공포 정치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눈 부분만 빼고 전신을 모두 가리는, 이 부르카를 반드시 입어야 하는데요,

오히려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겁니다.

남성 없이는 외출도 자유롭지 않다 보니, 일하는 여성의 비율도 크게 줄었는데요.

여학생들의 중고등 교육도 금지돼서 2명 중 1명꼴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몰래 숨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여학생 : "오빠가 탈레반이라서 제가 여기에 오는걸 허락하지 않아요. 8학년 때부터 학교에 못 가게 하려고 했어요."]

최근 일부 여성들이 '빵과 일,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지만, 여기에 탈레반은 경고 사격으로 대응했는데요.

이 중 일부 여성들은 구타를 당하거나 감금까지 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국민들이 아예 굶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기자]

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국제 사회는 탈레반의 돈줄부터 틀어막았죠,

공공부문의 75%를 차지하던 해외 원조도 대부분 끊겼습니다.

올 초 유엔은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중 절반 이상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했다고 발표했었는데,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세계은행의 빈곤선이 하루 1달러 90센트인데요,

아프간 인구의 약 97%, 거의 모든 사람이 현재 빈곤선 아래 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아프간 주민들은 공짜 빵 배급을 받거나 현금 지원을 받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아프간 내 난민 :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을 얻기 위해 집집마다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간에서는 올해 들어 지진과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6월 규모 5.9의 강진 발생 이후 영양 상태가 나쁜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면서 콜레라가 창궐했는데, 의료 시스템이 이미 다 무너진 데다, 주민들은 치료할 돈조차 없습니다.

[앵커]

경제난에 자연재해까지... 아프간 주민들 어떡하나요?

[기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들의 몸에는 흉터가 많은데요,

장기를 적출하면서 생긴 흉터입니다.

장기를 파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천 달러 받던 게 천5백 달러까지 내려갔다고 하는데요,

본인 의지인 경우도 있지만, 강요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매리 맥그로티/세계식량계획 카불사무소장 : "가축을 파는 등 가족을 먹이기 위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팔고 있습니다. 모두 빚이 많아 이웃에게 빌립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팔리고 있는데요,

여자 아이들입니다.

우리 돈으로 7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에 팔리는데, 학대를 당하거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답니다.

탈레반은 어린아이들의 조혼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결혼이 가능한 최소 연령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프간 내 난민/탈레반에 의해 직장에서 쫓겨남 : "우리 가족이 죽기보다는 살기 바라죠. 그래서 딸을 팔았습니다."]

[앵커]

참, 말로는 다 못 할 참상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재집권 1주년을 맞은 탈레반은 뭐라고 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탈레반은 자신들의 아프간 집권을 정당화하며 거리에서 총을 들고 축하 행사를 가졌는데요.

탈레반은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외교 접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우즈베키스탄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지원 등을 논의했고요,

미국과도 동결 자산 해제 협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아프간으로 몰려들면서 치안도 매우 불안한 상태인데요,

지난주에도 수도 카불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적어도 10명이 숨졌고, 올해 들어서만 10여 차례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앵커]

아프간 국민들의 고통이 과연 끝날 수 있을까요.

마음이 아픕니다.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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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4 18:03:49
    • 수정2022-08-24 18:16:37
    통합뉴스룸ET
[앵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광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가 컸는데요.

현재 아프간 상황은 어떨까요?

<글로벌 ET>에서 홍석우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미군이 철수한 카불을 탈레반이 장악한 지 1년, 어떻게 됐습니까?

[기자]

사람들은 굶주림에 지쳐 죽어가고, 어린 여자 아이들은 헐값에 팔려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미군 철수 후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에 성공한 지난해 8월 상황 다시 보실까요?

당시 비행기에 매달려서라도 아프간을 어떻게든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수도 카불 공항 일대가 마비됐었는데, 이유가 탈레반이 집권했을 때 보여줬던 '공포 정치' 때문이었습니다.

재집권한 탈레반은 복수하지 않겠다, 여성의 사회 생활도 보장하겠다, 공언했지만, 우려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앵커]

예전에는 아프간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는 사진이 돌기도 했었는데요.

[기자]

여성 복장의 변화는 탈레반 공포 정치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눈 부분만 빼고 전신을 모두 가리는, 이 부르카를 반드시 입어야 하는데요,

오히려 수십 년 전으로 되돌아간 겁니다.

남성 없이는 외출도 자유롭지 않다 보니, 일하는 여성의 비율도 크게 줄었는데요.

여학생들의 중고등 교육도 금지돼서 2명 중 1명꼴로 교육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몰래 숨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여학생 : "오빠가 탈레반이라서 제가 여기에 오는걸 허락하지 않아요. 8학년 때부터 학교에 못 가게 하려고 했어요."]

최근 일부 여성들이 '빵과 일, 자유'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지만, 여기에 탈레반은 경고 사격으로 대응했는데요.

이 중 일부 여성들은 구타를 당하거나 감금까지 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국민들이 아예 굶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던데요?

[기자]

네,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국제 사회는 탈레반의 돈줄부터 틀어막았죠,

공공부문의 75%를 차지하던 해외 원조도 대부분 끊겼습니다.

올 초 유엔은 아프간 인구 4천만 명 중 절반 이상이 '극심한 기아'에 직면했다고 발표했었는데, 상황은 더 나빠졌습니다.

세계은행의 빈곤선이 하루 1달러 90센트인데요,

아프간 인구의 약 97%, 거의 모든 사람이 현재 빈곤선 아래 생활을 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현재 아프간 주민들은 공짜 빵 배급을 받거나 현금 지원을 받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아프간 내 난민 : "먹을 것도 없고 물도 없는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을 얻기 위해 집집마다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아프간에서는 올해 들어 지진과 가뭄, 홍수 등 자연재해까지 계속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 6월 규모 5.9의 강진 발생 이후 영양 상태가 나쁜 주민들이 오염된 물을 마시면서 콜레라가 창궐했는데, 의료 시스템이 이미 다 무너진 데다, 주민들은 치료할 돈조차 없습니다.

[앵커]

경제난에 자연재해까지... 아프간 주민들 어떡하나요?

[기자]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여성들의 몸에는 흉터가 많은데요,

장기를 적출하면서 생긴 흉터입니다.

장기를 파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2천 달러 받던 게 천5백 달러까지 내려갔다고 하는데요,

본인 의지인 경우도 있지만, 강요받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합니다.

[매리 맥그로티/세계식량계획 카불사무소장 : "가축을 파는 등 가족을 먹이기 위해 팔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팔고 있습니다. 모두 빚이 많아 이웃에게 빌립니다."]

심지어 어린아이들도 팔리고 있는데요,

여자 아이들입니다.

우리 돈으로 7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에 팔리는데, 학대를 당하거나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는 경우도 있답니다.

탈레반은 어린아이들의 조혼을 금지한다고 발표했지만, 막상 결혼이 가능한 최소 연령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아프간 내 난민/탈레반에 의해 직장에서 쫓겨남 : "우리 가족이 죽기보다는 살기 바라죠. 그래서 딸을 팔았습니다."]

[앵커]

참, 말로는 다 못 할 참상이네요,

이런 상황에서 재집권 1주년을 맞은 탈레반은 뭐라고 하고 있습니까?

[기자]

네, 탈레반은 자신들의 아프간 집권을 정당화하며 거리에서 총을 들고 축하 행사를 가졌는데요.

탈레반은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외교 접촉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지난달엔 우즈베키스탄에서 중국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지원 등을 논의했고요,

미국과도 동결 자산 해제 협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다른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들이 아프간으로 몰려들면서 치안도 매우 불안한 상태인데요,

지난주에도 수도 카불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나 적어도 10명이 숨졌고, 올해 들어서만 10여 차례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앵커]

아프간 국민들의 고통이 과연 끝날 수 있을까요.

마음이 아픕니다.

홍석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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