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중국판 콘클라베’ 끝났다…중국 정치 향방은?

입력 2022.08.26 (10:50) 수정 2022.08.26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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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톨릭에서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추기경들이 밀실에 모여 무기한 투표를 진행하는걸 콘클라베 라고 하죠.

중국에도 '중국판 콘클라베'라고 불리는 행사가 있습니다.

매년 여름 중국 전 현직 지도층이 모이는 '베이다이어 회의'인데요.

올해 '베이다이어 회의'는 어느 때보다 전세계 관심이 집중된다고 하는데,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중국의 '베이다이어 회의', 어떤 회의인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기자]

중국 최고지도부는 매년 8월 초쯤 되면 열흘 정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베이다이허에서 여름 휴가 겸 진행되는 지도부 회의에 참석하는 겁니다.

베이다이허는 수도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해안 휴양지인데요.

이곳을 중국의 '여름 수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앞으로 중국을 좌우할 주요 정책과 주요 인선이 논의되기 때문입니다.

현직 공산당 상무위원뿐 아니라 전직 최고지도부까지 참여하는 큰 행사입니다.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카톨릭의 밀실회의를 뜻하는 콘클라베를 따와 '중국판 콘클라베'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앵커]

지도층이 집단으로 휴가를 보내면서 밀실 회의를 한다니 독특한데요.

올해 회의가 특히 더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올 가을 열릴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 때문인데요.

이 자리에서 10년 째 집권 중인 시진핑 현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됩니다.

특히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를 표방한 뒤 중국 경제가 위기에 놓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게 시 주석에겐 매우 중요했습니다.

회의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지만, 회의가 끝난 뒤 주요 인사들의 행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회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는데요.

지난 16일 공개 활동을 재개한 시 주석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눈에 띕니다.

바로 랴오닝성 진저우 시에 위치한 랴오선 전투기념관인데요.

랴오선 전투는 중국의 2차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전투 중 하나입니다.

당시 마오쩌둥이 이끌던 공산당이 이 전투에서 이기면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혁명 원로의 자제로서 제2의 마오쩌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 주석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행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 주석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3연임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기자]

네 그런 분석이 많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시 주석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팬데믹을 이유로 중국을 벗어나지 않았던 시 주석으로서는 2020년 미얀마 방문 이후 2년 반만의 해외 방문입니다.

이 보도에 대해 중국 언론들이 중국 정부에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중국 정부는 "G20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하며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은 국제 경제협력을 위한 주요 포럼으로서 G20의 중요한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담 개최에 있어 인도네시아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강화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관련된 소식이 나오면 신속히 발표하겠습니다."]

지난달 홍콩 언론은 시 주석이 11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퇴임을 해야 하는 국가주석이 이런 행보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에, 보도대로라면, 3연임이 준비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앵커]

시 주석의 3연임 결정을 앞두고 '제로 코로나'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들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을까요?

[기자]

두고 봐야 알겠지만, 시 주석도 지금처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긴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0% 가까이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러시아 편에 서면서, 미국 등 서방 세계의 견제도 더욱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중국 공산당 내 파벌간 여론전도 치열합니다.

지난 5월에는 시진핑 연임 포기설, 리커창 총리 대망론 등 각종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안전한 정권 연임을 위해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 등의 정책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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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8-26 10:50:37
    • 수정2022-08-26 11: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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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카톨릭에서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추기경들이 밀실에 모여 무기한 투표를 진행하는걸 콘클라베 라고 하죠.

중국에도 '중국판 콘클라베'라고 불리는 행사가 있습니다.

매년 여름 중국 전 현직 지도층이 모이는 '베이다이어 회의'인데요.

올해 '베이다이어 회의'는 어느 때보다 전세계 관심이 집중된다고 하는데, 황경주 기자와 자세히 알아봅니다.

황 기자, 중국의 '베이다이어 회의', 어떤 회의인지 먼저 소개해주시죠.

[기자]

중국 최고지도부는 매년 8월 초쯤 되면 열흘 정도 공개 석상에서 자취를 감춥니다.

베이다이허에서 여름 휴가 겸 진행되는 지도부 회의에 참석하는 겁니다.

베이다이허는 수도 베이징에서 동쪽으로 300㎞ 정도 떨어진 허베이성 친황다오시의 해안 휴양지인데요.

이곳을 중국의 '여름 수도'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앞으로 중국을 좌우할 주요 정책과 주요 인선이 논의되기 때문입니다.

현직 공산당 상무위원뿐 아니라 전직 최고지도부까지 참여하는 큰 행사입니다.

구체적인 일정과 내용이 전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카톨릭의 밀실회의를 뜻하는 콘클라베를 따와 '중국판 콘클라베'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앵커]

지도층이 집단으로 휴가를 보내면서 밀실 회의를 한다니 독특한데요.

올해 회의가 특히 더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기자]

올 가을 열릴 중국 공산당 20차 당 대회 때문인데요.

이 자리에서 10년 째 집권 중인 시진핑 현 주석의 3연임 여부가 결정됩니다.

특히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를 표방한 뒤 중국 경제가 위기에 놓인 만큼 이번 회의에서 정치적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게 시 주석에겐 매우 중요했습니다.

회의 내용은 철저히 비공개지만, 회의가 끝난 뒤 주요 인사들의 행보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회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는데요.

지난 16일 공개 활동을 재개한 시 주석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눈에 띕니다.

바로 랴오닝성 진저우 시에 위치한 랴오선 전투기념관인데요.

랴오선 전투는 중국의 2차 국공 내전에서 공산당이 승리할 수 있었던 중요한 전투 중 하나입니다.

당시 마오쩌둥이 이끌던 공산당이 이 전투에서 이기면서 승기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혁명 원로의 자제로서 제2의 마오쩌둥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시 주석의 의도를 엿볼 수 있는 행보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시 주석이 이번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3연임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는 걸까요?

[기자]

네 그런 분석이 많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언론 보도도 나오고 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시 주석이 오는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코로나팬데믹을 이유로 중국을 벗어나지 않았던 시 주석으로서는 2020년 미얀마 방문 이후 2년 반만의 해외 방문입니다.

이 보도에 대해 중국 언론들이 중국 정부에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중국 정부는 "G20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하며 부정하지 않았습니다.

[왕원빈/중국 외교부 대변인 : "중국은 국제 경제협력을 위한 주요 포럼으로서 G20의 중요한 역할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G20 정상회담 개최에 있어 인도네시아를 전적으로 지지하며, 성공적인 결과를 보장하기 위해 인도네시아와 협력을 강화할 준비도 되어 있습니다. 관련된 소식이 나오면 신속히 발표하겠습니다."]

지난달 홍콩 언론은 시 주석이 11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4개국 정상을 베이징으로 초청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퇴임을 해야 하는 국가주석이 이런 행보를 할 까닭이 없기 때문에, 보도대로라면, 3연임이 준비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앵커]

시 주석의 3연임 결정을 앞두고 '제로 코로나' 같은 중국 정부의 정책들도 변화가 있을 수 있을까요?

[기자]

두고 봐야 알겠지만, 시 주석도 지금처럼 고집스럽게 밀어붙이긴 어려워 보입니다.

최근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20% 가까이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선 러시아 편에 서면서, 미국 등 서방 세계의 견제도 더욱 강도가 높아졌습니다.

중국 공산당 내 파벌간 여론전도 치열합니다.

지난 5월에는 시진핑 연임 포기설, 리커창 총리 대망론 등 각종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안전한 정권 연임을 위해 시 주석이 '제로 코로나' 등의 정책을 일정 부분 완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촌 돋보기 황경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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